공동체·인간

디딤돌 2016. 7. 15. 17:48


차이코프스키는 어떻게 죽었을까? 그가 졸업한 페테르부르크음악원은 콜레라가 원인이라고 공식화한다. 필생의 작품인 제6교향곡 <비창>이 초연에서 무겁다는 비평을 받고 우울해진 차이코프스키가 식당에서 냉수를 마신 뒤, 그만 콜레라에 감염되었다는 내용이다. 끓인 물이 아직 식지 않아 그리 되었다는데, 자살설도 있다.


콜레라는 수인성 전염병이다. 콜레라균에 오염된 물을 마시면 발생하는데, 차이코프스키가 살던 18세기 말, 우리나라에 콜레라는 없었을까? 흔했다면 병명이 있었을 텐데, 없다. 유럽에 흔했던 콜레라가 없었거나 그 존재를 몰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학자들은 우리나라의 물이 그만큼 깨끗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석회질이 많은 유럽의 강물은 마시기 어렵다. 생활하수나 공장 폐수를 정화처리 없이 내버렸을 18세기 말이라면 유럽인들은 강물을 바로 마시지 않았을 것이다. 모래층이나 땅에서 여과된 강변의 지하수를 끓인 뒤 마셨을 텐데, 우리는 강물을 그냥 마셨고 아무 탈도 없었다. 당시 공장은 거의 없어도 생활하수는 그냥 버렸을 텐데.


콜레라와 장티푸스, 그리고 무시무시한 흑사병이 돌아도 감염된 사람이 없는 지역이 유럽에 있었는데, 그 지역의 강에 화강암으로 형성된 모래가 흘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크고 작은 강에 화강암 모래가 강물과 더불어 사시사철 흐른다. 화강암 모래가 흐르는 강은 겨울이면 두껍게 얼었지만 요즘 우리나라의 강은 거의 얼지 않는다.


낙동강 상류의 영주댐이 완공되기 전, 50대 전후의 답사단은 겨울철 눈 덮인 내성천을 찾았다. 달빛 아래 푹신한 눈밭을 구르며 강으로 접근한 일행은 살얼음을 깨고 입 대고 강물을 들이켰다. 살얼음까지 나누며 먹는데, 우리를 안내한 지율스님이 씨잇 웃으며 한마디 했다. “상류에 농공단지가 있다고. 하지만 탈이 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화강암 모래가 흐른 까닭이었다.


내성천의 명물인 예천군 회룡포에 아직 모래가 흐르지만 언제 멈출지 모른다. 1월부터 물을 담기 시작한 영주댐이 강의 흐름을 본격적으로 차단하면 멈출 것이다. 해마다 강물에 휩쓸리는 상류의 모래는 영주댐 바닥에 쌓이며 썩어 들어가고, 공급이 차단된 내성천의 모래는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회룡포의 휘돌아가는 강변은 자갈과 바위를 드러내고 육지로 변할지 모른다. 회룡포의 경관은 잊히겠지.


화강암은 단단한 석영과 장석, 그리고 잘 긁히고 부서지는 운모로 구성된다. 화강암 모래는 강물과 더불어 흐르며 긁힌 운모에 틈이 생기고, 그 틈에 미생물이 자리를 잡는다. 미생물은 강물에 들어온 유기물을 먹이로 삼으며 강을 정화하는데, 강에 깊게 쌓이고 가장자리에 넓게 펼쳐진 모래는 강물만 정화하는 게 아니다. 물을 흠뻑 머금으며 갈수기에 강을 적시고 주변 마을의 우물을 깨끗하게 유지하게 한다.


강에 댐이나 대형 보가 생겨 흐름을 가로막으면? 강물은 즉각 썩기 시작한다. 잘 냉장해놓은 생수도 뚜껑을 열고 밖에 내놓으면 상하기 시작하므로 상류의 생태계에서 온갖 유기물을 내려 보내는 강물은 더욱 빠르게 상할 것이다. 농공단지와 축산단지의 폐수가 충분히 정화되지 않고 내려오는 강물이라면 심각하게 썩고 말겠지. 유기물이 섞인 모래와 진흙이 바닥에 쌓이며 악취를 진동하게 만들겠지.


8개의 대형 보에 흐름이 차단된 낙동강이 그렇다. 3개의 대형 보에 흐름을 잃은 한강과 금강이 그렇다. 언론에 주목받지 못해 그렇지, 2개의 대형 보가 강물을 차단하는 영산강도 마찬가지다. 기준치 운운하는 환경부는 정화시켜 먹으면 이상이 없다고 엉뚱하게 주장한다. 그냥 떠서 마시던 물을 일부러 오염시킨 후 거액의 돈과 상당한 에너지와 불필요하던 기술을 총동원해 정화처리하면 그만이라는 건가? 환경부의 존재 이유를 묻고 싶다.


높이 10미터가 넘는 대형 보가 완공되자마자, 아니 공사가 진행될 때부터 우리 강에 오래 살아왔던 물고기들이 떼로 죽어나갔다. 이제 강은 수많은 동식물로 다채롭던 생태계를 잃었는데 드물거나 없었던 녹조가 봄부터 덕지덕지 불어나더니 난데없는 큰빗이끼벌레가 섬뜩하게 늘어났다. 바닥에 쌓인 진흙층에 산소는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얼마 전 낙동강 일원을 조사한 학자들이 밝혔다. 강이 아니라 무산소수괴라는 것이다.


처참하게 썩은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은 정부 관계자의 주장처럼 장마가 시작되면 살아날 수 있을까? 해마다 반복될 뿐 아니라 더욱 악화되는 수질은 그 동안 장마가 없기 때문이었다는 말인가? 강물에 공기를 주입하면 해결될 것으로 주장하는 관계자도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의 크기는 따지지 않겠는데, 그런 기계장치로 강물의 수질이 해결된 사례, 하나라도 제시하길 바란다. 도심 분수대나 어항 속의 물이 아니지 않은가!


환경단체는 작년부터 독성 조류가 낙동강에서 발견되었다고 전문가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발표했다. 그 조류는 많은 돈과 정성을 들이면 거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거르기 어려운 독성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낙동강의 썩은 물로 농사지은 채소나 과일은 괜찮을까? 이미 단조로워지거나 사라진 물 속 생태계만이 아니다. 주변 물 밖 생태계는 건강할 수 있을까?


부산시는 굳이 고리핵발전소 인근 앞바다의 물로 수돗물을 만들어 시민에게 공급한다. 고리핵발전소는 방사성 물질을 지나치게 많이 바다에 배출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 중 어떠한 장치로 거를 수 없는 삼중수소는 수돗물에 포함될 것이다. 마신 이의 몸을 한동안 구성하며 체내에 방사능을 내뿜을지 모른다. 지역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무릅쓰며 고리핵발전소 인근 바닷물을 수돗물로 공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말 못할 사연은 묻지 않겠지만, 부산시민이 마시던 낙동강이 감당하기 어렵게 썩은 현상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부산시는 문제의 수돗물을 페트병에 담아 행사장에 풀어놓는다. 그러면서 그 물이 낙동강에서 취수해 만든 수돗물보다 방사능이 적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느슨하기 짝이 없는 기준치보다 낮다고 유난히 강조할 텐데, 그렇다고 안전한 걸까? 낙동강에 왜 방사능이 핵발전소 인근 바다보다 많은 걸까? 안전한 물을 공급해야 하는 부산시라면 마땅히 낙동강이 어떤 연유로 방사능에 오염되었는지 조사해야 옳다. 핵발전소 앞바다 물을 수돗물로 만들며 안전을 운운해야 하나?


오염된 낙동강은 대형 보 8군데의 수문을 활짝 열면 그 즉시 깨끗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강물이 다시 흐르며 화강암 모래를 흐르게 만들면 정화되기 시작할 테니까. 한꺼번에 활짝 열면 악취가 사방에 진동하면서 그나마 남아 있는 가녀린 생태계마저 파괴할 가능성이 있지만 투명하고 공정한 조사로 수문을 활짝 열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장차 4대강의 대형 보 자체를 걷어내야 하고 영주댐은 물을 담지 않아야 한다.


한 문학평론가는 4대강 사업으로 흐름을 잃어 썩어가는 강을 보고, “이제 누가 강에 나와 시를 쓸 것인지물으며 안타까워했다. 강은 물과 모래만 흐르게 하는 수로가 아니다. 수억 년 동안 생태계를 이었고 수만 년의 역사와 문화와 전통을 이어지게 했다. 생명이 이어지고 이야기가 퍼지게 했다. 세계 곳곳에서 점점 심화되는 기상이변은 사상 초유의 호우를 4대강에 쏟아 넣을 수 있다. 대형 보가 도미노처럼 붕괴되면 감당하지 못할 재앙으로 이어질 텐데, 늦기 전에 수문을 열어야 한다. 후손의 정언명령이다. (야곱의우물, 2016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