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9. 5. 3. 01:57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11일까지, 인천지하철 동막역 인근의 가온 갤러리에서 뜻있는 전시회가 열렸다. ‘송도갯벌을 지키는 시민모임’에서 인천 해안에 마지막 남은 갯벌인 ‘송도갯벌’을 찾아오는 새를 모습을 사진으로 알리는 행사를 연 것이다. 전시회는 ‘송도11공구’에 해당되는 그곳마저 매립된다면 갯벌과 관련되었던 인천의 숱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갯벌을 찾는 수많은 생물들은 영영 사라질 것이라는 묵시록을 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남동산단유수지에서 저어새가 번식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우리의 환경부는 멸종위기1급으로,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 205-1호로 지정해 보호하는 저어새는 세계적으로 1500마리만 남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등재한 국제적인 희귀종이다. 대만과 남중국 일원에서 그 나라 정부와 시민들의 극진한 보호 속에서 겨울을 지내고 우리나라를 찾아와 번식하는 저어새는 인간을 극히 혐오해 서해 무인도나 하구에 둥지를 쳐왔는데 어찌 남동산단유수지를 택했을까.

 

강화 남단의 갯벌을 비롯해 영종도 일원과 시화호에 남은 갯벌에서 먹이를 구하던 저어새는 남동산단유수지를 길 건너의 송도11공구를 이따금 찾아와 시민모임의 카메라에 주목받기는 했는데, 아예 남산공단유수지의 인공 섬에 둥지를 틀었다. 남동산단유수지는 어떤 곳인가. 작년 늦가을에 보툴리즘 균에 발생해 수많은 겨울철새들이 온몸이 마비된 채 죽어가던 바로 그곳이 아닌가. 오염된 유수지의 좁디좁은 인공 섬에 오죽하면 둥지를 틀고자 했을까. 도로확장공사로 중장비가 굉음을 내고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가더라도 개체수가 줄어 위기에 몰린 저어새로서 대안이 없었던 게 아닐까.

 

그동안 저어새가 서식하고 있으므로 송도갯벌을 철새 보전을 위해 존치해달라고 호소하던 환경단체를 저어새가 번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해오던 인천시였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보호대책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할 명분을 잃은 것이다. 도시축전을 환경적으로 개최하겠다고 천명한 인천시에서 번식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저어새가 먹이활동을 하는 번식지 인근의 송도갯벌을 매립한다면 저어새 보전을 위해 노력해온 국제사회의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며 작년 10월 28일 경남 창원에서 개최한 습지의 보호와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국제 조약, 다시 말해 10회 람사르 총회의 선언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세계에 고하는 망신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도로 확장공사와 오염으로 환경이 열악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둥지를 튼 것은 그만큼 안전한 번식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인천시의 환경단체들은 인천시를 향해 “송도갯벌 매립 계획을 중단하고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조사단을 구성해 조류정밀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당연할 뿐 아니라 시급한 요구일 텐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어새의 눈높이에서 조사가 이루어지고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일본 동경만은 인천 못지않게 매립으로 해안을 거듭 넓혔지만 갯벌을 남김없이 개발한 것은 아니다. 시민사회와 환경단체의 제안을 받아들여 철새보호지역으로 보전했고, 그러자 철새전망대를 설치된 갯벌의 ‘야조공원’에는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찾아와 철새를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생태학습을 받는 국제적 명소로 자리잡았다. 주변이 온통 매립되었어도 일부를 철새보호지로 보전한 것은 그 자리에 철새가 내려오기 때문이었다. 엉뚱한 곳에 보호지역을 만들어주겠다며 기존의 도래지를 인천시처럼 매립하려 들지 않았던 거다.

 

시민에게 자부심이 되고 국제적으로도 빛나는 송도신도시가 되려면 자연이 깃들어야 한다. 많은 유서 깊은 도시들은 숲과 호수를 일부러 조성해 자연을 도입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아무리 높고 화려해도 찾아오는 철새를 몰아내고 세운 건물이라면 가치를 잃는다. 호주는 금개구리를 위해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의 위치를 바꿔 환경도시라는 명성을 얻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갯벌을 매립한 인천은 어떤 명품도시를 지향할 것인가. 스스로 찾아온 저어새에게 물어보라. (인천신문, 2009년 5월 5일)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08. 12. 3. 12:35

 

가을답지 않게 무덥던 날씨가 기상관측 이래 계속되더니 추위가 느닷없이 찾아왔다. 학원에 가는 아이에게 외투를 뒤집어씌워야 하는 계절이 다가온 것인가. 텔레비전은 시의적절한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냉기를 냉큼 차단하려 아이가 내리기 무섭게 출입문을 닫는 운전기사는 늘 시간에 쫓긴다. 차 밖을 유심히 살피지 못하고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생각하기도 싫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경각심을 유도하는 내용이었다. 호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내리던 학원생의 외투가 학원버스의 문에 낄 경우, 내리던 아이가 출발한 차 아래로 딸려들어가는 사고는 겨울철에 드물지 않다.

 

갑작스런 날씨 변화는 대처할 수 없이 쇠잔해진 노약자의 건강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지만 그건 자연계의 생물도 마찬가지다. 따뜻했던 가을에 봄꽃을 준비하던 나뭇가지가 얼고 미처 땅 속 깊이 들어가지 않았던 곤충 애벌레들이 내년을 기약하지 못할 것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관계없이 따뜻한 실내에 머물던 아이를 현관에서 학원버스 탈 때까지 잠시 밖으로 내보내는 부모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닌데, 급작스런 기후변화는 철새를 혼란스럽게 한다. 이맘때 인천 남동공단 유수지와 주변 습지에 도래하는 겨울철새는 이번 추위를 어찌 맞을까. 추위를 피해 우리나라를 찾은 겨울철새들은 더 추워지면 물이 얼지 않는 갯벌과 습지들을 징검다리 삼아 남쪽으로 이동하는데 그 철새들의 상태가 궁금하다. 얼마나 남고 건강하게 떠났을까. 북쪽에서 온 새로운 무리가 내려앉았을까.

 

광활한 갯벌을 매립해 조성한 남동공단에는 빗물을 완충하는 넓은 유수지가 있다. 공단과 인근 아파트단지에서 발생하는 오수를 정화처리한 하수종말처리장의 물이 빗물과 더불어 잠시 고였다 바다로 나가는 인공호수다. 하수종말처리장 완공 전에 모여든 오폐수의 두터운 오니가 여전한 까닭에 악취가 진동하지만 겨울철새는 남동공단유수지에 해마다 내려온다. 주변에 먹을 게 있는 갯벌과 몸을 쉬게 할 호수가 게 있기 때문인데, 달리 대안도 없다. 송도신도시 개발로 인간의 방해 없는 갯벌은 오로지 거기뿐이지 않던가. 조금만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오염된 시화호와 화옹호가 있지만 거기도 개발 바람이 거세다. 굉음을 울리는 온갖 중장비들이 지축을 흔든다. 멀리 천수만은 조용하지만 수십만 가창오리를 비롯해 백만에 가까운 겨울철새들로 이미 초만원이다.

 

하수종말처리장 생긴 후 다소 깨끗해진 물이 들어오면서 남동공단유수지에도 물고기들이 전보다 늘어났다. 먹이가 늘어난 호수에 철새는 이게 어디냐며 깃들고, 좁아터진 갯벌과 더러운 유수지라도 찾는 겨울철새는 겨울이 올 때마다 늘어나는데 서식환경은 나날이 열악해진다. 오염 때문만이 아니다. 주변의 개발 바람이 거세게 옥조여오는 까닭이다. 그런 까닭에 철새보전 대책을 호소하던 인천의 환경단체는 새삼스레 발을 동동 구른다. 남동공단유수지와 송도신도시를 바라보는 갯벌에서 2천 마리 이상의 겨울철새가 집단으로 폐사하기 때문이었다. 수도권 최대의 철새도래지는 죽음의 현장으로 참혹해진 것이다.

 

 

 

갑작스런 추위에도 중학교에 다니는 막내는 굳이 여름 운동화를 신고 나갔다. 토요일 남동공단유수지 주변 습지에서 4시간 넘게 계속한 자원봉사 때 신은 신발에서 고약한 냄새가 그치지 않기 때문이었다. 보통 환경단체는 수업이 없는 토요일에 자원봉사를 주관해왔는데 이번엔 사정이 급박했다. 새를 마비시켜 죽게 만드는 보틀리즘균에 겨울철새들이 속절없이 감염되지 않던가. 죽은 새의 몸에는 구더기가 들끓고, 새들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덩달아 내려온 철새들은 허기진 상태에서 구더기를 허겁지겁 먹을 텐데, 그러면 새들의 죽음을 걷잡기 어려울 것이다. 죽었거나 죽어가는 새들을 얼른 수거해야 했던 환경단체는 수업 마치자마자 와달라고 학생들에게 호소했고, 죽은 새를 수거할 때 신었던 막내의 겨울신발은 한 차례 세탁으로 냄새를 모두 지우지 못한 것이다.

 

비가 내리는 오후 반나절을 자원봉사에 오롯이 사용한 막내는 제 핸드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준다. 집게로 머리를 툭툭 건드려도 겨울철새로 보이는 오리는 눈만 껌벅일 뿐, 달아나지 않았다. 몸이 마비된 거였다. 습지 가장자리의 갈대숲에는 썩어가는 오리들이 널려 있었는데, 수거하면서 푹푹 빠져야 했던 갈대숲의 개흙은 시커멓게 썩었으며 구토가 나올 정도로 악취가 진동했다고 진저리친다. 몸은 힘들어도 견딜 수 있었지만 죽어가는 철새를 수거하며 가슴이 울컥했다고 숙연하게 말한다. 절박한 환경단체의 호소에 흔쾌히 참여해 팔 걷어붙인 자원봉사자가 수거한 사체는 사실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자원봉사자는 우리의 환경 현실을 돌아보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지만 4시간이 넘는 고역에 몹시 지쳤고, 사체 썩는 냄새로 구역질을 감내해야 했지만 철새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세균이라 하더라도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결국 해롭다고 보아야 할 텐데, 보틀리즘균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역학관계가 관계당국에 의해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으나, 늦가을답지 않은 무더운 날씨가 한동안 계속되면서 유기물이 부패를 일으키자 구더기가 발생했고, 구더기를 매개로 퍼져나간 보틀리즘균이 이맘때 날아오는 겨울철새를 치명적으로 감염시켰을 것으로 환경단체는 추정한다. 하지만 보틀리즘균이 창궐한 이유를 늦가을 더위로 한정할 수 없다. 하수종말처리장이 가까운 습지에 구더기가 발생할 정도로 유기물이 축적된 이유는 무엇일까. 작년까지 내려앉았던 철새의 분비물인가. 하루 두 번 갯벌을 정확하게 적시던 바닷물의 순환이 송도신도시 매립 이후 원활하지 않게 된 결과와 무관할 리 없다. 정확한 조사가 뒤따라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겠지만, 현상에 집착할 수 없다. 습지를 정화했던 바닷물이 예전처럼 공급되지 않게 된 원인을 근원적으로 주목해야 한다. 바닥의 지독한 오니가 거의 그대로인 남동공단 유수지는 말할 것 없고, 좁은 수로를 경계로 떨어진 광활한 면적의 송도신도시가 해수의 유통을 방해한 것은 분별없는 개발이었다. 결국 사람이 근본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갯벌이 줄어들수록 밀도가 높아지니 겨울철새들은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그만큼 커진다.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겨울철새는 면역이 떨어진 상태인데, 몇 마리가 옮기는 질병은 바글거리는 철새 무리에 쉽게 전이될 테고, 이동하며 흘리는 철새들의 배설물이 양계장 가까이로 떨어질 가능성은 높다. 조류독감이 해마다 발생하는 이유가 맹렬하게 진행되는 곳곳의 갯벌매립과 무관하지 않을 텐데, 남동공단 유수지와 주변 습지의 겨울철새가 무탈할 리 없다. 거기에 전에 없이 뜨거웠던 가을 날씨는 떼죽음의 기폭제가 되었을 게 틀림없다. 갯벌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도 남동공단유수지 주변에 양계장이 없으니 조류독감이야 퍼뜨리지 않겠지만 마냥 안심할 수 없다. 온난화 이후 겨울철새를 괴롭히는 질병이 보틀리즘균으로 그치는 게 아닌데, 날씨가 도무지 예사롭지 않다.

 

 

 

보틀리즘균에 오염된 습지에 무심한 철새는 줄기차게 내려앉았던 모양이다. 철새를 다른 곳으로 날려보낼 방법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환경단체는 사체라도 어서 수거하길 바랐지만 감당해야 할 습지가 워낙 넓으니 몸을 아끼지 않은 자원봉사자의 노력에도 불가항력이었을 게다. 고개를 돌려 관계당국을 바라보건만 도무지 반응이 없다. 대만은 보틀리즘균으로 저어새 수십 마리가 죽자 국가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던데, 날개를 퍼덕거리며 죽어가는 쇠오리, 고방오리, 넓적부리, 흰죽지, 흰뺨검둥오리, 민물도요 옆에 국제적인 멸종위기 조류인 저어새와 천연기념물인 검은머리물떼새가 관찰되는 이때, 인천시는 수수방관을 넘어선다. 수많은 철새가 찾고자 하는 송도11공구의 갯벌마저 매립하려는 자세가 집요하지 않던가. 분별없는 매립으로 전국의 습지가 쪼그라드는 이때, 대체 서식지를 황급히 조성해야 하는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인천시는 몰려드는 철새 규모보다 턱없이 비좁은 습지마저 기필코 없애려 든다.

 

2008년 11월 26일, 송도 컨벤시아 회의실에서 송도복합화력발전소 건설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초안공청회가 슬그머니 열릴 뻔했다. 일방적으로 개최하려던 공청회가 주민들의 반발로 일단 무산되었으나, 반발이 없었다면 송도신도시 주변 매립지에 9천억 원을 들어가는 50만 킬로와트 급 2기의 액화천연가스발전소 건설사업은 착착 진행되었을 테고, 발전터빈을 식힌 온배수가 하루 수십만 톤 추가로 쏟아질 인천앞바다는 더욱 뜨거워질 뻔했다. 뜨거워진 만큼 해양생태계의 변질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거대한 바다의 온도 변화는 아무리 미약하더라도 해양생태계에 치명적이다. 인천 바닷가에 자리한 발전소들은 현재에도 인천시 소비 전력의 2배 이상을 생산하건만 발전소 증설은 멈추지 않는다. 송도복합화력발전소만이 아니다. 겨울철새가 죽은 갯벌에 온배수를 들이붓는 영흥도 유연탄화력발전소도 증설을 서두르고 있다. 80만 킬로와트 급 2기가 진작 가동되는 가운데 약속을 어기고 추가된 2기의 가동이 얼마 전에 본격화되었지만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다시 2기에서 4기의 증설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남동화력주식화사는 향후 12기의 화력발전소를 영흥도에 밀집시킬 예정이라는 소문이 흉흉하게 나돈다. 막대한 온배수가 인천앞바다 해양생태계의 궤멸을 선고한 것이다.

 

겨울철새는 이런 와중에 떼로 죽었다. 화력발전소에서 내뿜는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인천 일원의 기온 상승은 세계 평균의 2배를 넘어선지 오래다. 그 여파로 발생한 가을철 더위는 보틀리즘균을 갯벌에 만연시켰는데 갯벌보전시민헌장을 일찌감치 마련한 인천시는 갯벌을 찾는 겨울철새에 좀처럼 관심이 없다. 오랜 이동으로 지친 상태에서 오염된 갯벌이라도 오늘 감지덕지 내려앉을 수밖에 없지만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철새에게 내일이 없다. 해마다 오염되거나 위축되는 정도가 더욱 심해지지 않던가. 온갖 세균에 속절없이 감염되는 철새와 그 철새에 끊는 구더기를 먹은 멀쩡한 철새들이 잇따라 죽어가는 참상은 꼬리를 물 수밖에 없게 생겼는데, 강화 일원의 갯벌에서 조종이 울린다. 거긴 남동공단유수지의 겨울철새에게 중요한 징검다리인데 세계최대라는 벼슬을 앞세우는 인간이 조력발전을 위한 막대한 방조제로 바닷물의 흐름을 차단하겠다고 벼른다.

 

 

 

2008년 11월 말, 인천녹색연합은 겨울철새를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강화도 길상면의 농경지에서 하늘로 날아오른 겨울철새들은 남동공단유수지와 그 주변 갯벌에서 사경을 헤매다 보름 전 자원봉사하던 시민에 의해 구조된 10마리 중 5마리로, 주택에서 이온음료와 닭사료를 먹으며 건강을 회복한 청둥오리 3마리, 넓적부리 1마리와 고방오리 1마리다.

 

사체 수거를 위한 자원봉사에 여러 차례 나선 시민과 학생들은 더 많은 겨울철새를 살리지 못해 안타까워했다. 살릴 수 있는 상태로 상당수의 겨울철새를 수거했건만 책임 있는 관계자의 황당한 태도를 보아야 했던 거다. 야생동물을 치료할 마땅한 시설이 없다는 핑계로 전부 살처분할 수밖에 없다며 관계자가 몰라라하는 게 아닌가. 명품을 지향하는 대도시 인천시에 야생물물구조센터가 없다니, 먼 시베리아에서 찾아왔다 병이 든 겨울철새를 무작정 집에 안고 간 시민들은 마음이 미어졌다.

 

참상은 남동공단유수지 주변에서 그친 게 아니었다. 비슷한 기간, 시화호 주변 갯벌에서 수천 마리의 겨울철새들이 죽어갔다. 당국은 심각한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을 그 원인으로 서둘러 지목했으나 환경단체는 의문을 표시한다. 신뢰할만한 조사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감염경로조차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인을 모르니 비슷한 사고가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인데, 보틀리즘균도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추정에 숨어들려는 건지, 살처분 이외에 이렇다 할 당국의 움직임은 아직 감지되지 않는다.

 

거센 추위로 보틀리즘균과 구더기의 위세는 주춤하겠지만 감염된 채 죽어가는 철새의 몸속에 균은 그대로일 것이다. 그 새가 죽은 뒤에도 계속 추우면 균도 구더기도 눈에 띄게 줄어들겠지만 다시 따뜻해진다면 이내 창궐할 수 있다. 막 감염된 철새가 추위를 피해 남쪽의 습지로 이동했다면? 밀집된 습지에서 금세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살모넬라균은 사람도 감염시킨다.

 

갑가지 추워지자 은행잎이 한꺼번에 떨어져 길가에 소복이 쌓였는데 파란 잎도 꽤 많았다. 지구온난화의 여파인지 알 수 없지만 기분이 몹시 얹잖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세탁한 신발을 신을 막내는 고된 자원봉사에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제 눈으로 파악했고 죽어가는 철새에 대한 동정과 연민, 죄스러움을 동시에 체험했을 텐데, 갯벌 매립을 막지 못한 현 세대의 처지에서 아이에게 미안하다. 철새의 떼죽음은 인간의 생명도 위태로워졌다는 징후인데, 우리는 아이 춥다고 외투를 입힐 뿐이다.

 

추우면 보일러 가동하고 더우면 에어컨 켜는 사람과 달리 겨울철새는 공청회를 막지 못한다. 겨울철새가 잠시라도 쉬지 못하는 땅에 사람은 언제까지 건강하게 머물 수 있을까. 오염된 갯벌의 겨울철새는 막장의 카나리아다. (인천문화비평, 2008년 하반기)

 
 
 

생태계·동물

디딤돌 2008. 11. 20. 00:07

 

가을답지 않게 무덥던 날씨가 기상관측 이래 계속되더니 추위가 느닷없이 찾아왔다. 학원에 가는 아이에게 외투를 뒤집어씌워야 하는 계절이 다가온 것인가. 텔레비전은 시의적절한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시간에 쫒기는 운전기사는 아이가 내리기 무섭게 문을 닫고 바로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생각하기도 싫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경각심을 유도하는 내용이었다. 호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내리던 아이의 외투가 학원버스의 문에 낄 경우, 출발한 차 아래로 아이가 딸려들어가는 사고는 겨울철에 드물지 않다.

 

갑작스런 날씨 변화는 기력이 쇠잔해진 사람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지만 그건 자연의 생물도 마찬가지다. 따뜻했던 가을에 봄꽃을 준비하던 나뭇가지가 얼고 미처 땅 속 깊이 들어가지 않았던 곤충 애벌레들이 내년을 기약하지 못할 것이다. 혹독한 추위에도 따뜻한 실내에 머물던 아이를 현관에서 학원버스 탈 때까지 잠시 밖에 내보내는 부모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닌데, 인천 남동공단 유수지와 주변 습지에 도래한 철새는 이 추위를 어찌 맞을까. 겨울철새들은 추워지면 물이 얼지 않는 남쪽으로 이동하는데 그 철새들의 상태가 궁금하다. 얼마나 남고 떠났을까. 북쪽에서 새로운 무리가 내려앉았을까.

 

광활한 갯벌을 매립해 조성한 남동공단에는 빗물을 완충하는 넓은 유수지가 있다. 공단과 인근 아파트단지에서 발생하는 오수를 정화처리한 하수종말처리장의 물이 고였다 바다로 나가는 호수다. 하수종말처리장 완공 전에 모여든 오폐수의 두터운 오니가 여전한 까닭에 악취가 진동하더라도 겨울철새는 그 유수지에 내려온다. 송도신도시 개발로 대안이 없는 까닭이다. 남쪽의 오염된 시화호와 화옹호 주변도 개발이 거세다. 멀리 천수만은 조용하지만 수십만 가창오리를 비롯해 백만에 가까운 겨울철새들로 이미 만원이다. 하수종말처리장 생긴 후 먹이가 늘어난 남동공단유수지는 겨울이 지날 때마다 철새가 늘어나고, 인천의 환경단체는 철새보전 대책을 호소하고 나섰다.

 

갯벌이 줄어들수록 밀도가 높아지니 겨울철새들은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그만큼 커진다.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와 지치고 허기진 겨울철새는 면역이 떨어진 상태인데, 몇 마리가 옮기는 질병은 바글거리는 철새 무리에 쉽게 전이될 테고, 이동하며 흘리는 철새들의 배설물이 양계장 가까이로 떨어질 가능성은 높다. 조류독감이 해마다 발생하는 이유가 맹렬하게 진행되는 곳곳의 갯벌매립과 무관하지 않을 텐데, 남동공단 유수지와 주변 습지의 겨울철새는 이 시간, 무탈할까. 갯벌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도 양계장이 없으니 조류독감이야 퍼뜨리지 않겠지만 마냥 안심할 수 없다. 날씨가 예사롭지 않다.

 

갑작스런 추위에도 중학교에 다니는 막내는 굳이 여름 운동화를 신고 나갔다. 토요일 남동공단유수지 주변 습지에서 6시간이나 계속한 자원봉사 때 신은 신발에서 고약한 냄새가 그치지 않기 때문이었다. 보통 환경단체는 수업이 없는 토요일에 주관해왔는데 이번엔 사정이 급박했다. 사람에게 해를 주지 않지만 새를 마비시켜 죽게 만드는 보툴리즘균에 오염돼 겨울철새들이 속절없이 죽어가기 때문이다. 죽은 새의 몸에는 구더기가 들끓고, 새들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덩달아 내려온 철새들은 구더기를 허겁지겁 먹을 텐데, 그러면 새들의 죽음을 걷잡기 어려울 것이다. 죽었거나 죽어가는 새들을 얼른 수거해야 했던 환경단체는 수업 마치자마자 와달라고 학생들에게 호소했고, 죽은 새를 수거할 때 신었던 겨울신발은 한번 세탁으로 냄새를 지우지 못한 것이다.

 

보튤리즘균은 이번의 가을 무더위가 원인이라고 전문가는 판단하는 모양이다. 부패하는 유기물에 발생한 구더기가 보튤리즘균을 매개했다는 설명이다. 하필 남동공단유수지에 겨울철새가 내려와 구더기를 먹었고, 그 철새는 전신이 마비된 채 꼼짝없이 죽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집게로 건드려도 달아나지 못하던 철새는 아직 살았지만 몸은 이미 구더기로 뒤덮였다고 한다. 습지 가장자리의 갈대숲에는 썩어가는 철새를 수거하면서 빠져야 했던 개흙은 시커멓게 썩었으며 구토가 나올 정도로 악취가 진동했다고 한다. 몸은 힘들어도 견딜 수 있었지만 죽어가는 철새를 수거하며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자원봉사에 참여한 한 여학생은 안타까워한다.

 

선선해야 할 가을이 전에 없이 더워지자 수도권 최대의 철새도래지는 죽음의 현장으로 참혹해졌다. 8월에 악취가 심해진 유수지에 9월부터 철새가 찾더니 잠시 선선해진 11월에도 보튤리즘균은 기승을 부렸다. 내려오는 철새가 늘었기 때문인데, 갑자기 추워진 요즘, 보튤리즘균은 주춤할 것인가. “갯벌에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날개만 퍼덕거리는 쇠오리와 고방오리, 고개를 떨구고 죽어있는 넓적부리, 흰죽지, 흰뺨검둥오리 그리고 민물도요들이 계속적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애달파하고 “국제적인 멸종위기 조류인 저어새와 천연기념물인 검은머리물떼새 등이 죽은 사체 옆에서 관찰되고 있어 멸종위기종까지 피해가 확산될 위기에 있”으니 수거작업을 도와달라고 절박해하던 환경단체는 이제 숨 돌릴 수 있을까.

 

거센 추위로 보튤리즘균과 구더기의 위세는 주춤하겠지만 감염된 채 죽어가는 철새의 몸속에 균은 그대로일 것이다. 그 새가 죽은 뒤에도 계속 추우면 균도 구더기도 없어지겠지만 다시 따뜻해진다면? 보튤리즘균은 다시 창궐할 수 있다. 막 감염된 철새가 추위를 피해 남쪽의 습지로 이동했다면? 밀집된 습지에서 금세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동공단 유수지의 보튤리즘균만이 아니다. 시화호에는 살모넬라균으로 철새들이 죽어간다고 하는데, 살모넬라균은 사람도 감염시킨다.

 

갑가지 추워지자 은행잎이 한꺼번에 떨어져 길가에 소복이 쌓였는데 파란 잎도 꽤 많다. 지구온난화의 여파인지 알 수 없지만 기분이 얹잖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세탁한 신발을 신을 아이는 고된 자원봉사에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제 눈으로 파악했고 죽어가는 철새에 대한 동정과 연민, 죄스러움을 동시에 체험했을 텐데, 갯벌 매립을 막지 못한 현 세대의 처지에서 아이에게 미안하다. 철새의 떼죽음은 인간의 생명도 위태로워졌다는 징후인데, 우리는 아이 춥다고 외투를 입힐 뿐이다. 그래서 다음 세대의 안위가 새삼 불안해진다. (물푸레골에서, 2008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