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2. 2. 21. 16:52

 

독일에서 핵폐기장을 공식 폐기하기로 결정될 즈음, 베를린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한식당을 찾았다. 핵발전소 연장을 모색하려던 현 메르켈 정권이 핵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걸 포기하게 만드는데 가장 앞장섰던 독일 최대 환경단체인 분트의 대표와 이야기 나누기 위해 점심 때 찾은 그 식당은 베를린에서 의외로 조명이 어두웠다. 한식 고유의 색과 모양을 제대로 부각하지 못해 아쉽다 느꼈는데, 통역을 도와준 유학생은 대낮에 조명을 밝게 커두는 식당을 독일인들은 이상스레 생각한다고 귀띔해주었다.

 

한해 1000만 명의 관광객이 운집한다는 하이델베르크는 고성이 유명하다. 2차 대전 때 연합군도 폭격을 자제했다던데, 하이델베르크 시민들은 자신들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어둡게 사는 데 만족하기로 했다. 화력발전소를 지으면 경관이 그만큼 무너지지만 관광지의 이미지가 훼손된다. 좁은 강폭을 막아 수력발전을 지을 수도 없는 일이다. 역시 경관과 생태계 파괴를 피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강물의 수면 아래 발전소를 지었다.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며 경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였기에 받아들였다.

 

수면 아래의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하이델베르크 시민에게 턱없이 부족했기에 그들은 어둡게 살기로 작정했다.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의 촬영지로 유명한 맥줏집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기 소비가 많은 하이델베르크대학은 하는 수 없이 외부의 전기를 끌어서 사용하기로 했는데, 송전선로를 거쳐는 만큼 비용은 상승한다. 지역의 관광자산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전력회사와 송배전 회사가 지역 별로 분산된 독일이기에 가능한 일인데, 우리처럼 송배전을 국가의 지배를 받는 기업에서 독점하는 경우에는 생각할 수 없는 노릇이다.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작은 강가에 열병합 화력발전소를 세운 슈투트가르트 시 전력당국은 효율 90퍼센트를 지향한다. 남부 뮌헨 시를 관통하는 이자 강은 제방을 헐어 자연형으로 바꾸자 재해가 사라진 대신 시민들이 운집하는 도심공원이 된 곳으로 유명한데, 그 한 가운데 화력발전소가 서 있다. 하노버 시도 마찬가지다. 도심 복판의 녹지대를 끼고 흐르는 강 옆에 화력발전소가 보란 듯 자리잡고 있다. 국토 면적에 비해 비교적 짧은 해안을 갯벌국립공원으로 지정한 독일은 내륙의 크고 작은 하천 가장자리에 화력발전소가 많다. 독일만의 특징이 아니다. 유럽과 미국의 내륙은 거의 그렇다. 우리처럼 인적 드문 해안에 발전소를 잔뜩 짓고 대도시로 전기를 무한정 송전하는 국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독일과 미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는 전력회사가 지역에 따라 분할돼 있다. 주민이 힘을 모아 전력회사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회사가 있고, 생산한 전기를 구입해 소비자에게 송전하면서 수입을 올리는 회사가 지역마다 여럿 있다. 지역의 소비자는 정해진 기한 별로 전력회사를 선택해 전기를 구입할 수 있기에 전력회사와 송배전 회사는 가격과 서비스 경쟁에 나선다. 하지만 국가가 전력회사를 통제하고 주민이 저항하지 않는다면 전력회사는 소비자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다. 대표적으로 발전회사들이 지역을 분할해 독점하는 우리와 일본이 그렇다. 특정 전력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독점하는 우리나라는 특히 더하다.

 

도심 복판에 화력발전소가 들어서는 거, 반가워할 시민은 그리 없다. 그렇다고 전기를 포기할 수 없다면 다른 지역의 발전소에서 끌어와야 할 텐데, 비용이 더 들어간다. 따라서 시민들은 자신의 지역에 들어오는 발전소가 제대로 운영되길 원한다. 완전한 오염시설의 투명한 가동은 물론이고 지역주민의 고용을 요구한다. 주민의 의견을 수용하는 전력회사가 불만을 가질 이유도 없다. 발전소의 입지와 방식, 발전 용량을 소비자와 충분히 논의하여 결정하는 까닭에 민원이 크게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발전소는 효율이 높고, 주민들은 불필요한 전기 낭비를 일삼지 않는다.

 

작년 무더운 가을에 우리나라는 전력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계획정전이라 했지만 사전에 충분히 알리지 않아 낭패를 본 소비자가 많았다. 그때 전기 사용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사회 일각에서 일었지만, 그 이튿날, 서울 강남구 가로수 길의 카페들은 에어컨 바람을 길에 뿌리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거리에서 시원한 바람을 느껴야 자기 카페로 손님들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아마 더운 날이면 늘 그랬을 게 틀림없다. 전기료가 저렴하니 하루 전의 전력난 따위에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게다. 그런 분위기의 거리에서 지구온난화나 석유정점,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에 대한 경각심은 기대할 수 없다.

 

지난해, 서울시 마포구 당인동의 한강변에 위치한 서울화력발전소는 증설을 공식 포기했다. 지하로 증설하는 대신 지상에 녹지를 마련해 주민에게 개방하겠다고 제안해도 이전을 요구하는 민원이 드셌기 때문이다. 청정 연료인 천연가스 화력발전소였건만, 폭발 가능성을 제기한 당인동과 그 주변 주민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전기가 어디에서 송전되는지 짐작하려 했을까. 폭발 위험성을 제기했지만, 그런 발전소가 줄을 지어 있는 지역의 주민은 걱정했을까. 서울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당인동의 서울화력발전소에서 충당하는 0.3퍼센트를 제외하고 전부 타지에서 송전한다. 하지만 서울이나 발전소가 밀집된 지역이나 전기요금이 똑같다. 그런 부당한 요금 체계를 당연시하는 국가가 세계 어디에 더 있던가.

 

인천은 생산하는 전기의 60퍼센트 이상 타지로 송전한다. 주로 서울과 수도권이다. 바다에 인접하고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인데, 형평성으로 보아도, 다른 국가의 예를 보아도, 전혀 타당하지 않다. 그를 위해 바다는 뜨거워져 해산물 수확량은 대폭 줄었다. 갯벌이 그만큼 넓게 매립되었을 뿐 아니라, 그 많은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 때문이다. 대기오염물질은 또 어떤가. 질소와 황산화물의 총량이 지나치게 높아 기존 공단과 건물의 가동에 지장을 받을 정도다.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난화는 또 어떤가. 인천 지역이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기온 이유는 인천의 화력발전소 밀집에 있다. 하지만 시방 영흥도에 화력발전소를 더 지으려 한다. 희생이 강요되는 인천 시민들 대다수가 모르는 사이에. 은밀히.

 

최근 정부와 남동화력주식회사는 이미 4기의 화력발전이 가동되고 2기를 더 짓고 있는 영흥도에 석탄화력발전 7호기와 8호기를 추가 건설하려고 행정절차를 은밀히 진행하고 있다. 애초 1호기와 2호기를 석탄화력으로 짓고 필요할 경우 나머지는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겠다고 인천시와 맺은 약속을 어긴 남동화력주식회사가 3호기와 4호기도 석탄화력으로 강행하더니 여전히 석탄을 태우는 5호기와 6호기 더 짓는 현재, 7호기와 8호기를 다시 준비하려는 것이다. 이미 영흥도 일원은 4기의 석탄화력발전 시설에서 배출하는 온배수로 해양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데, 현재 건설 중인 5호기와 6호기의 영향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7호기와 8호기를 추가해도 되는 것인가. 희생을 강요당하는 인천시는 문제도 제기하지 못하고 지켜보아야 하는가.

 

다른 지역에서 낮은 가격으로 가져와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낭비할 수 있도록 부추기는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 공급체계는 부당하다. 한강 정도 규모의 수량이면 서울과 경기도 인구가 충분히 사용할 정도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독일의 예처럼, 형평성과 정의 차원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지역 열병합으로 가동한다면 전기의 효율도 능히 높이고, 낭비도 줄일 수 있다. 한강에서 주변 지역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그 지역의 발전소에서 충당한다면 전기를 일방적으로 생산하느라 희생이 강요당한 지역의 전기요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환경도 그만큼 개선될 수 있다. 인천도 보령과 평택도 그 혜택을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많은 대도시에서 태양과 바람을 이용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적극 발굴한다면, 사고뭉치 핵발전소도 드디어 가동을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흥도에 추가하려고 은밀하게 추진하는 석탄화력발전은 인천시민의 희생을 지나치게 강요할 뿐 아니라, 합리적 에너지 정책 차원에서 보아도 부당하기 이를 데 없다. 기후변화 시대에 역행할 뿐 아니라 지역의 건건한 삶을 위협한다. 정부와 시민, 그리고 기업 사이에 맺은 신뢰를 무너뜨리며 은밀하게 추진하는 화력발전은 두고두고 시민사회에 화근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남동화력주식회사는 그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인천in, 2012.2.21)

 
 
 

자원·에너지

디딤돌 2010. 3. 10. 00:27

이번 겨울엔 여름 무더위 때 이상 전기를 소비해 전력 예비율에 비상이 걸리곤 했다. 예전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전기난로를 너나없이 사용한 탓이라고 언론은 보도했는데, 이제 봄이 왔으니 한시름 놓았을까. 서울과 수도권에 막대한 전기를 보내는 인천의 발전소들은 긴장을 풀어도 되겠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인천시 소비량의 3배를 훌쩍 넘는다. 앞으로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소식통은 전망한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발전소를 지을 수 없는 걸까. 정부의 지배를 받는 몇 안 되는 전력회사에서 전기를 독점 공급하는 현 체제 하에서 우리나라 전력 관계자들은 그렇다고 주장하겠지만, 전력회사마다 경쟁이 치열한 국가는 우리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소비자가 가깝거나 연료 수급이 쉬운 지역에 발전소를 짓고 있다. 발전 단가를 낮춰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그래야 정치권을 등에 업은 지역의 민원과 부딪히지 않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뜨거운 터빈을 식힐 물을 충분히 얻고 수입 석탄과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전력회사의 이해에 의해 발전소가 집중되는 곳이 인천이다. 그렇다면, 저렴한 전기를 마음껏 받는 서울과 수도권을 위해 인천에 떨어지는 건 무엇일까.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의거, 전기료라도 싼가. 아니다. 뒤엉킨 송배전망이 공중에서 적잖은 전자파를 사정없이 내뿜는다. 터빈을 식힌 온배수로 바다가 마냥 데워져 해양 생태계는 이미 정상을 잃었다. 그뿐인가. 아무리 엄밀한 저감 장치를 달아도 높다란 굴뚝은 막대한 황과 질소산화물을 토해내고 허파꽈리를 파고드는 미세먼지도 무시할 수 없게 나온다.

 

그럼에도 인천에 발전소의 수는 더욱 늘어날 태세다. 애초 약속인 2기를 어기고 영흥도에 80만 킬로와트 급 석탄화력 발전 설비를 4기 가동하는 남동화력(주)은 2기를 다시 추가할 예정이지만 더 증설하고 싶어 한다. 오로지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로 저 남쪽 지방의 발전소까지 인천으로 자리를 옮기겠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아마 정부는 인천의 민원을 무시하며 허락할 게다.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을 또 맞아야 하겠지.

 

편서풍을 가장 먼저 받는 인천은 해안 여기저기를 랜드마크처럼 장식하는 발전소 굴뚝의 직접 영향권일 수밖에 없다. 인천의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농도가 타도시를 훨씬 초과하는 이유의 설명이기도 하다. 민원이 강하다면 한강의 풍부한 물을 사용하는 발전소가 다른 국가들처럼 서울과 수도권에 적지 않겠지만, 전력 생산은 치외법권의 영역이라 그런가, 인천의 정치인들도 묵묵부답이다. 일자리 창출도 있다하니 서울과 수도권으로 발전소를 옮기라는 주장도 불가능해야 하나. 그렇다면 좋다. 오염물질을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줄이는 발전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자. 숱한 발전소 때문에 정부가 허용한 배출량이 한계에 달했다. 발전소보다 훨씬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지역의 산업이 마비될 지경이 아닌가.

 

대안이 분명히 있다. 질 낮은 석탄 뿐 아니라 오염이 심한 정유 찌꺼기까지 가스화하며 효율 높은 전기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식의 발전으로, ‘IGCC’라 한다. 기술이 연구된 지 50여 년,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20여 년이 된 IGCC는 아직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많은 국가에서 버젓이 도입하고 있다. 기존 화력발전보다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을 획기적으로 낮출 뿐 아니라 먼지 발생량도 크게 줄이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수은과 중금속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며 온배수 양을 절반으로 낮추고 무엇보다 온실가스의 대명사인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높여 배출하는 까닭에 앞으로 제거 기술이 개발돼 보급된다면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낮추는데 다른 발전소보다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방식이다. 햇빛과 바람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지역 민원의 목소리가 거센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의 많은 국가들, 중국과 일본으로 퍼져가는 IGCC. 아무리 발버둥 쳐도 증설을 막을 수 없다면, 건설비가 다소 높더라도 자존심 상한 300만 인구 인천의 양보할 수 없는 대안이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인천신문, 2010.3.16)

 
 
 

서평·추억

디딤돌 2010. 3. 8. 22:45

영흥도에 위치한 남동화력의 유연탄화력발전소는 대기오염물질의 감축에 비상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80만 킬로와트 급 2기에서 시작해 이제 4기가 가동되는 영흥화전에서 벌써 인천시에 할당된 대기오염 물질의 배출량을 대부분 차지한 처지가 되지 않았나. 세계 최고 시설의 배기가스 절감 시설을 갖추었어도 편서풍 지대의 서쪽에서 300만에 가까운 인천 인구와 2000만이 넘는 수도권 인구가 몰려 사는 방향으로 대기오염물질을 내보낼 수밖에 없는데 다시 발전용량이 80만 킬로와트 급 2기의 증설이 허락된 마당이다. 머지않아 6기가 가동될 테고 어쩌면 8기를 넘어 12기까지 증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와중에 저감 방식을 아무리 개선해도 발전용량이 늘어날수록 배출량은 늘어날 테니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하는 건 당연할 것이다. 어서 획기적인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2010년 2월 하순에 방문한 미국의 가스화 발전 관련 시설에서 남동화력은 그 답을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22일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 주 알링턴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미 에너지부 산하 ‘가스화 기술 위원회’(Gasification Technologies Council)의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들이 초청했다기보다 우리가 참석을 희망했을 텐데, 한 시간 반 정도 가스화 발전의 장점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명쾌한 대답이 나오기 곤란한 비판적인 질문은 발전소 현장으로 미뤄달라는 부탁으로 시작된 브리핑에서 가스화 기술 위원회의 실무를 끌어가는 중역이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보여주며 설명에 나섰다. 요약하자면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닌 가스화 발전 방식이 지금은 비록 약소하지만 머지않아 창대하리라는 희망이었다. 1995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가스화 기술 위원회’는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굴지의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의 가입을 환영한다 했는데, 에너지와 기술 관련 기업이 주로 가입된 상태였다. 그들이 모여 새로운 기술을 알리는 세미나에 객원으로 참석한 셈이다.

 

알파벳으로 줄여서 IGCC(Integrated Gasification Combined Cycle)라 칭하는 가스화 발전은 지역 특성에 맞는 저급한 연료를 고온 고압으로 가스화 한 뒤, ‘Syngas’라고 하는 고압의 가스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가스의 열로 증기를 생산해 다시 증기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복합화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래된 방식이라고 해도 전기를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대형 발전소로 확장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가스화 발전 방식은 이제 20년 정도 공정을 향상시키며 보급을 시도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수분을 충분히 가진 연료를 산소와 함께 반응로에 넣어 불완전 연소시키는 IGCC는 반응로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는 만큼 질소산화물이 발생하지 않고, 연소 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 쉽게 포집할 수 있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장점의 핵심으로 내세운다. 천연가스 복합화력의 10배 압력으로, 기존 석탄화력의 3배 압력으로 농축시킬 수 있어 향후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처리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은을 기존 석탄화력보다 10분의1로 저렴하게 제거할 수 있고 양질의 황을 부산물로 분리해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을 자랑한다. 하지만 황 제거 기술은 효율성은 기존 화력발전소의 저감시설과 그리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같지 않았다.

 

가스화 시설이 추가되면서 발전소 건설비용이 기존 방식에 비해 많고 가스화에 들어가는 에너지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산정한다면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가스화 기술 위원회’는 강조한다. 그런 점을 높이 샀는지 오바마 정부는 IGCC 관련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걸 덧붙인다. 발전소 건설에 들어가는 투융자를 어느 정도 제공하고 이산화탄소를 분리 포집해 저장하는 목적의 파이프라인의 건설비와 파이프라인이 지나가는 지역의 주민에 대한 보상도 지원한다고 한다. 현재 건설비와 전기 생산 단가가 기존 방식의 석탄화력보다 높고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환경에 유리한 IGCC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전력회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리라. 환경단체의 요구에 이어 정치권이 가세하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전망을 묻는 우리의 질문에 앞으로 기술이 더욱 향상 보완될 것으로 확신하는 ‘가스화 기술 위원회’는 현재 전기 생산 단가보다 정치와 민원에 의해 하나 둘 건설 보급되는 IGCC는 앞으로 기존 화력보다 생산 단가가 저렴해질 것으로 기대하며 자세한 사항은 발전소 현장에서 논의해 달라고 대답을 미루며 다소 쑥스러워했다.

 

다음 날 아침 시카고 교외 와바시 강가에 자리 잡은 가스화 발전소를 찾았다. 1958년에 지은 화력발전소를 1995년에 292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하는 가스화 발전으로 리모델링한 곳으로 당시 4억 달러의 비용이 가스화 공정 리모델링에 들어갔다고 했다. 작년에 한국을 4차례 방문했다는 이야기로 인사를 나눈 이는 미국의 2대 에너지 기업이라는 ConocoPhillps의 기술영업 담당 간부 직원이었다. 열효율이 39퍼센트이며 현재 개발된 새로운 기술은 그보다 높다고 말하는 그들은 생산하는 292메가와트 전력 중 30메가와트는 가스화 시설에서 소비된다는 걸 밝히며 지역에 풍부한 석탄과 함께 정유 찌꺼기도 연료로 사용한다고 했다. 순도 99.9퍼센트의 황을 부산물로 얻은 뒤 액체로 바꿔 톤 당 35달러에 판매하고 석탄재도 모두 재활용한다는 걸 자랑하면서도 발전 시설의 사진 촬영에 유난히 민감하게 제지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공장 겉모습으로 영업 비밀이 유출될 리 없겠지만 혹시 다른 경쟁 기업에서 고발할 것을 두려워하는 걸지 모른다. 이산화탄소 포집 비용까지 고려하면 IGCC가 기존 석탄화력보다 발전 단가가 낮다며 현재 1메가와트를 생산하는데 30달러, 1킬로와트를 생산하는데 3센트가 들어간다고 말한다. 그 가격이면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통역을 맡은 현지 가이드는 덧붙였다. 그런가? 동행한 영흥화력 담당자의 대꾸가 없었으니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

 

25일 아침 8시 30분에 미국에서 가장 큰 에너지 기업인 GE(General Electric) 본사를 찾았다. 정중했지만 약속을 지키려는 모습으로 보였던 ‘가스화 기술 위원회’나 방문자를 안내하는 의무에 충실한 것으로 보였던 시카고의 와바시 발전소의 안내자보다 아주 적극적으로 우리를 맞아 친절하며 때로 유머러스하게 우리를 안내한 이는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흑인 기술 담당자로 ConocoPhillps의 가스화 시설보다 자신의 제품이 월등하다는 걸 코믹하게 자부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1948년에 가스화 사업을 시작해 65개국에 진출했고 자국은 물론, 유럽, 중국, 대만을 위시해 현재 세계에서 22개 발전시설을 공급하고 있다면서 그 중 한국도 꼽았다. BP와 삼성 합작으로 부산에 디젤을 연료로 사용하는 GE기술의 작은 규모 가스화 시설을 납품한 모양이었다. GE 본사는 발전 시설이 설치된 곳은 아니다. 하지만 중앙제어 시설을 그대로 재현해놓고 가스화를 연구하고 있다. 한국에서 600메가와트 이상의 설비로 41퍼센트의 효율을 가지는 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그는 곧 한국에 갈 예정이라고 한다. 아무렴. 가장 확실한 잠재 고객 중의 하나일 텐데.

 

진한 커피와 풍성한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제공한 GE 본사를 빠져나오면서 와바시 발전소에서도, 여기에서도, 비판적인 논의는 없었다는 걸 되새겼다. 통역이 붙으면 시간이 늘어나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없기도 했지만, 굳이 논의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Syngas의 재료로 대기오염 물질이 많은 아스팔트와 같은 정유 찌꺼기를 활용할 수 있고 지역에 따라 다양한 바이오매스를 사용하면서도 오염물질을 환경에 방출하지 않는다는 점은 비록 발전 단가가 높더라도 주목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길 수 있겠다. 온배수 사용량이 기존 석탄화력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은 화력발전소로 과포화된 인천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남았지만 아직 해결하기 요원한 문제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제거일 것이다. 가스화 발전 방식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건 아니다. 고농도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비교적 저렴하게 포집해 운송할 수 있다는 데에서 그친다. 매장된 원유를 끌어올리는데 많은 비용과 에너지가 들어가는 미국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원유를 밀어 올리려 이산화탄소를 충분히 집어넣은 뒤, 원유를 더는 뽑아낼 수 없을 때 시추공을 폐쇄해 이산화탄소를 환경과 격리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은 원유가 나오지 않는 우리가 적용할 수 있는 방법과 거리가 멀지 않은가. 그렇다고 구멍이 숭숭 뚫린 탄광에 불어넣을 수도 없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안정된 물질로 변화시켜 활용하거나 안전하고 경제성 있게 폐기하는 기술이 확보되지 않는 한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은 우리나라에서 활용할 가치가 없을 것이다.

 

다만 Syngas 원으로 처치 곤란한 폐가구나 옷, 가죽 제품, 음식 쓰레기나 분뇨와 같은 유기물을 활용할 수 있다면 효과가 있겠다 싶다. 음식쓰레기나 분뇨는 바이오가스로 활용한 뒤 남는 물질을 양질의 유기질 비료로 활용하는 기술이 있지만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 나오는 상당한 양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처리하는데 가스화 발전도 한 몫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다만 가격 대 성능을 따진다면 망설여질 수 있겠지. 면밀한 연구는 물론이고 홍보도 필요하겠다. 아직 우리 정부는 가스화 발전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생각이 없는 듯하고 환경단체도 그에 관한 상식이 부족한 실정이 아닌가. 그러니 정치권도 별 생각이 없다. 하지만 시도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특히 대기오염이 포화 상태에 있는 인천에 발전소를 늘리고자 하는 남동화력이라면 말이다. (미국 가스화 발전 시설을 다녀와서, 2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