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2. 4. 18. 00:30

 

경상북도 봉화군 물야면 오정리에 위치한 해발 1236미터의 선달산에서 기원해 문경시 영순면에서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내성천은 109,5킬로미터에 이르는 낙동강 지류다. 선달산 남쪽 계곡에서 봉화읍을 흐르다 영주시 평은면과 문수면을 지나는 내성천은 모래를 품으며 크고 작은 산을 휘감아 돌다, 여기저기 모래톱을 남긴다. 낙동강은 내성천이 있기에 을숙도 인근까지 모래를 넓게 펼쳐놓았고. 우리는 사시사철 맑은 물을 내성천과 낙동강에서 마실 수 있었다. 다른 강도 마찬가지다.

 

고생대를 거치며 풍화된 백두대간의 화강암은 계곡을 휘감아 흐르는 강물을 타고 하류로 흘렀다. 어쩌다 퍼붓는 빗물은 거침없는 격류가 되어 상류에 커다란 바위를 이리저리 포개놓았고, 흐름이 멈칫하는 중상류의 편평한 바닥에 호박돌과 자갈을 흩뿌려 놓았다. 지천들이 모이며 속도가 줄어든 강물은 이리저리 감돌며 여기저기 금모래와 은모래를 쌓았는데 내성천이 단연 으뜸으로 아름답다. 모래보다 곱게 풍화된 흙은 완만한 하류를 타고 하구를 빠져나가 드넓은 갯벌로 쌓였고 을숙도에 쓰레기매립장이 생기고 하구언으로 하구가 막히기 전까지 아시아 최대 철새 도래지가 되었다.

 

내리는 빗물의 3분의2가 여름 한철에 집중되는 우리나라는 국토의 65퍼센트가 경사가 급한 산지다. 따라서 빗물이 집중될 때 강둑까지 넘실거리며 흐르는 강은 갈수기에 바닥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래도 물길이 끊어지지 않는 건 모래가 있기 때문이다. 석영, 장석, 운모로 구성된 화강암 모래가 강물을 따라 흐르며 닳아 작은 틈을 만들면 거기에 미생물과 식물성 플랑크톤이 서식하며 강물의 유기물을 정화한다. 그런 까닭에 모래톱을 지나는 강물은 언제나 맑다. 그뿐 아니라 모래 사이의 틈에 머금은 강물은 갈수기에도 강을 적셔준다.

 

함박눈이 푹신한 어느 겨울. 내성천 모래밭을 덮은 눈밭을 뒹굴던 한 무리의 사람들은 유리 같이 맑은 살얼음을 깨고 무슨 약수나 되는 듯, 차가운 내성천 강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흡족해하는 일행에게 안내하던 현지인은 상류에 축산단지가 있다는 걸 나중에 알려주었는데, 아무도 탈이 나지 않은 건 내성천에 흐르는 모래 덕분이었다. 그 모래가 상류에서 더는 보충되지 않는다면? 내성천의 아름다움과 정화능력은 오래지 않아 상실될 것이다. 내성천의 모래가 하류로 내려가지 못한다면? 낙동강을 흐르는 강물의 질은 머지않아 악화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낙동강의 흐름을 8군데에서 거대하게 가로막는 4대강 사업의 대형 보들은 강물의 흐름을 차단한다. 그 만큼 모래의 이동도 멈추게 된다. 모래가 움직이지 않으면 모래 속 깊은 곳의 미생물과 플랑크톤은 산소 공급이 막히므로 죽어 썩는다. 대신 썩은 물이 고인 호수에 녹조가 거대하게 번지면서 급격히 탁해지며 산소를 더욱 잃고 마는 강물은 생물들로 다채로웠던 자신의 오랜 생태계를 단순하게 위축시킬 것이다. 강물이 아직 본격적으로 고이지 않은 낙동강이 벌써부터 그렇다. 내성천이 내려보낸 막대한 모래가 6미터 깊이로 사라졌을 뿐 아니라 일부는 흐름을 멈추고 쌓이면서 낙동강의 강물이 썩는다. 여름엔 끔찍해질 가능성도 있다. 예전에 없었던 일이다.

 

흑사병과 콜레라가 돌아 희생자들이 전 유럽에서 감당할 수 없게 발생하였을 때, 화강암 모래가 쌓인 곳에서 강물을 마신 마을은 별 탈이 없었다. 우리나라는 강물을 그대로 떠 마실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다. 화강암 모래 덕분에 받은 복인데, 4대강 사업으로 가로막은 대형 보는 그냥 마실 수 있는 강물을 거액과 과도한 에너지를 들여 아무리 정화해도 마시는 이를 도무지 안심할 수 없게 만들 것이다. 사상 유래가 없는 일이다. 한데, 혹독했던 지지난 겨울에 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대형 보는 부실할 수밖에 없다. 얼었던 콘크리트 속의 물이 녹으며 대형 보 안에 무수히 많은 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애초 예상한 대로라면, 화학약품으로 긴급 보수하는 대형보마다 1억 톤의 물을 가둘 텐데, 괜찮을까.

 

기상대가 미처 예보하지 못한 국지성호우가 요사이 들어 그 정도가 심해지듯, 대형 보 상류에 물 풍선 터지듯 내린다면? 보는 붕괴될 수 있다. 미처 물을 빼내지 못한 보에 갑자기 몰려드는 강물의 압력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일 텐데. 상류의 보를 붕괴시킨 물이 노도와 같이 하류의 보로 몰려들면 그 하류의 보는 훨씬 강력해질 수압을 과연 견딜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도미노처럼 하류의 보들이 붕괴될 수 있다고 예견한다. 그 피해는 누가 입을까. 정부가 근사하게 그린 그림에 현혹돼 대형 보가 만든 호숫가의 땅을 사놓은 땅주인, 그 땅주인에게 땅을 빌려 관광사업이나 농사를 짓는 순진한 사람들이 호되게 당할 것이다. 물론 4대강 사업으로 한몫 챙긴 토건업자들은 얼씨구나! 돈 벌 기회를 다시 얻겠지.

 

지난 3월 정부는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높이 2.7미터에 불과(?)한 삼강보 건설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애초 정부와 경상북도는 내성천과 금천이 낙동강 본류와 만나는 삼강주막 일대에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182미터의 고무로 만든 보를 설치해 회룡포와 연계하는 관광벨트를 조성하려했다. 하지만 수변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침수 우려를 이유로 환경청에서 불가 의견을 고수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그렇다면 높이가 10미터를 훌쩍 넘고, 고인 물의 깊이가 6미터 이상인 낙동강의 다른 보는 생태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걸까. 그럴 리 없지만, 삼강보 포기가 내성천의 위기를 어느 정도 구한 건 틀림없겠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 회룡포 하류의 성저보 계획은 공식 포기하지 않았다.

 

강물이 휘감으며 아름다운 모래톱을 남기는 회룡포는 내성천의 백미다. 그 내성천의 모래는 요사이 시간이 갈수록 생명력을 잃어간다. 내성천에 공급되는 모래의 양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영주댐에 막혀 눈에 띄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거의 완공 단계에 있는 영주댐이 내성천 강물의 흐름을 완전하게 틀어막으면 내성천의 운명은 장차 어떻게 될 것인가.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등재해도 될 정도로 빼어난 경관은 이후 종말을 고하고 말 가능성이 높다.

 

영주댐은 왜 지어야 하나. 4대강 보에 고인 물을 장마철이나 국지성호우에 대비해 빼낸 뒤 충분한 비가 내리지 못할 경우, 보에 고인 물 깊이를 조절하려 한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은 치수가 아니라 운하가 목적이다. 운하가 아니라면 영주댐은 지을 이유가 전혀 없다. 대형 보의 치명적 문제를 고려할 때 머지않아 해체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그렇다면 완공 여부와 관계없이 영주댐도 물을 담으면 안 된다. 낙동강에 기댄 생명은 토건업자뿐이 아니지 않은가. (지금여기, 2012.4.17)

 
 
 

생태계·동물

디딤돌 2011. 11. 2. 12:05

 

간밤에 수북하게 내린 함박눈이 오후의 태양빛을 비스듬하게 받으며 반짝일 때, 한 무리의 중년들이 낙동강 상류 내성천의 모래밭을 찾았다. 떠들썩한 수달도 자제했는지, 어떤 발자국도 없는 내성천은 푹신했고, 50을 훌쩍 넘긴 일행은 모처럼 소년이 되었다.

 

어릴 적 기억으로 되돌아가 발목까지 빠지는 눈밭에 조심스레 발자국을 남기더니, 누가 먼저랄 게 없이 드러누워 몸을 굴렸다. 상기되어 물가로 굴러간 일행은 맑디맑은 내성천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 마셨고, 얇고 투명한 살얼음을 나눴다. 한없이 청량했던 그날, 살얼음 아래 소리 없이 흐르던 내성천의 모래바닥에 작은 물고기가 인적에 놀랐는지, 어디론가 달아났다. 흰 수염을 가진 마자. 흰수마자였다.

 

참마자, 돌마자, 여울마자처럼 마자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우리나라 담수어류들은 대개 맑은 물이 멈추지 않는 모래강에 산다. 낙동강과 금강, 그리고 임진강의 모래 바닥에 드물게 분포하는 한국특산종 흰수마자도 그렇다. 아가미 뒤에서 옆구리를 따라 꼬리까지 예닐곱 개의 모래 색 무늬를 가지런히 잇는 5센티미터 남짓한 작은 몸은 연갈색의 둥근 등과 은백색의 납작한 배로 모래 바닥에서 재빠르게 움직이며, 눈과 코앞의 작은 한 쌍의 수염과 입 주변의 3쌍의 커다란 수염으로 먹이를 감지한다.

 

자갈이 거의 없이 얕은 모래 여울에서 조그마하게 무리 짓는 흰수마자는 작은 곤충을 노리는데, 저 역시 몸집이 작으니 천적을 조심해야 한다. 자잘한 자갈이 깔렸다면 몸을 잠시 숨길 수 있지만 물살이 조금만 늘어도 자갈은 흘러갈 터. 흰수마자는 자갈 하나 없어도 천적의 공격을 용케 피한다. 흐르는 방향으로 몸을 맞춰 먹이를 찾던 흰수마자는 천적의 기척을 느끼자마자 수면에 부서지는 햇살처럼 하얀 몸을 반짝이며 달아난다. 모래 틈으로 맑은 물이 샘솟듯 올라오는 여울에 반짝이는 흰수마자는 현재 멸종 위기다. 낙동강과 금강의 모래 여울에 천적이 늘어난 건 아니다.

 

땅 속에서 천천히 굳어 형성된 화강암이 모래로 풍화돼 물에 휩쓸리며 흐르는 강은 우리에게 특별할 게 없지만 세계적으로 그리 흔한 건 아니다. 백두대간의 단단한 화강암 바위의 틈에 비집고 들어가는 물은 수 억 년 동안 얼다 녹기를 반복했고, 빗물을 타고 모래와 자갈로 강에 흘러드는 건, 우리에게 상식이지만 화강암이 드문 나라의 강은 달랐다. 그냥 마시면 수인성질병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국토의 60퍼센트가 경사 급한 산악이고 내리는 비의 절반 이상이 여름에 집중되지만,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진 지구에서 영겁의 세월동안 굽이치던 우리 강은 언제나 모래를 품었고, 덕분에 물은 흐름을 멈추지 않았다. 기슭에 쌓였다 하류로 떠밀리기를 반복하는 모래는 물을 정화하며 머금기 때문이다.

 

화강암이므로 석영과 장석과 운모로 형성된 금모래와 은모래는 부딪히며 흐르다 운모가 먼저 닳아 작은 틈을 만드는데, 거기에 미생물이 깃들며 물속의 유기물을 정화한다. 빙하가 휩쓸지 않아 유기물이 풍부한 백두대간의 고생대 지층에서 타고 흐르는 유기물을 취하는 모래 속의 미생물은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고, 플랑크톤은 강에 사는 곤충의 먹이가 될 터. 수많은 물고기와 새들을 끌어들이는 강도래, 민도래, 다슬기들이 그들인데, 내성천의 흰수마자도 그 한 자리를 차지한다. 낙동강에 사람들이 기대기 한참 전부터일 게다.

 

내성천의 밤을 지배하는 수달은 동사리나 갈겨니처럼 커다란 물고기를 잡지 자그마한 흰수마자에 관심이 낮다. 갯버들 가지의 눈 밝은 물총새를 조심하면 그만인 낙동강의 흰수마자는 주역이 아니더라도 위기는 아니었는데, 왜 요사이 멸종 위기로 몰린 걸까. 짐작하다시피 모래다. 콘크리트 구조물의 크기를 한도 없이 늘리는 사람의 욕심은 쌓이는 족족 강가의 모래를 퍼갔고. 밀려드는 모래보다 퍼내는 양이 훨씬 늘어나면서 먹이와 맑은 물을 잃는 흰수마자들은 다른 마자들과 더불어 오랜 터전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었다. 부랴부랴 환경부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건만 모래 채취는 결코 진정되지 않았다.

 

모래 채취가 아무리 극성이어도 내성천의 흰수마자는 터전을 지켜낼 수 있었다. 상류 지역의 농공단지와 축산단지에서 오염된 물이 들어와도 흘러내리는 모래가 정화하기에 예나 지금이나 깨끗한 물이 굽이치기 때문인데, 이제 장담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낙동강을 타고 바다로 흘렀던 모래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던 내성천의 상류가 다목적을 과시하는 영주댐에 가로막힐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영주댐이 물길을 막대하게 차단한다면 모래 흐름도 예전 같지 않을 게 분명하다. 모래가 차단될 경우, 눈밭을 뒹굴며 살얼음을 뜯어 나누고 물을 떠 마시는 이는 수인성질병으로 톡톡히 고생할지 모른다.

 

아니! 흰수마자의 멸종위기 등급을 낮추겠다고? 모래가 사라진 낙동강에서 버림받아 내성천에서 명맥을 가녀리게 유지하는 흰수마잔데, 멸종위기 정도를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낮출 예정이라는 정부의 발표가 느닷없이 나왔다. 흰수마자의 등급을 낮추려는 건, 4대강애서 벌이는 토목 사업을 거리낌 없이 진행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받기 충분했는데, 황당하게도 멸종 위기가 아니라고 정정하기까지 했다. 공사 중에는 상류로 피난간 뒤, 돌아올 거라고 흰수마자에게 의견을 묻지 않은 정부는 장담했지만, 어떨까. 4억 톤이 넘는 모래를 퍼올린 토목공사로 낙동강 본류의 물살이 빨라지면서 상류와 지천의 모래까지 마구 휩쓸리는데, 피난 떠난 흰수마자는 온전할 겐가.

 

어라, 방생할 테니 걱정 말란다. 금강의 어름치처럼 몇 마리를 포획해 인공수정으로 개체를 늘린 뒤, 공사 종료 후 풀어주겠다는 건데, 마음 놓아도 되나. 물려받은 유전자의 다양성을 대부분 잃을 흰수마자는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맑은 물이 샘솟듯 올라오는 얕은 모래 여울에서 살아가는 흰수마자는 모래를 잃은 낙동강과 금강의 본류는 물론이고, 대형 보에 흐름이 멈춰 썩어가는 모래에서도 살 수 없다. 흘러드는 모래가 대폭 줄어들 내성천도 안심할 수 없을 것이다.

 

낙동강의 흰수마자는 이제 싫든 좋든, 광산 갱도의 카나리아가 되고 말았다. 훗날 결국 복원될 낙동강 본류에 돌아오게 할 내성천의 흰수마자마저 사라진다면, 자연에 기대야 건강한 사람도 온존할 수 없다. (전원생활, 2011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