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07. 10. 28. 21:51

 

     해마다 10월이면 세계는 누가 노벨상을 수상하는지 주목한다. 그 중 노벨평화상의 향방에 관심이 높은데,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벨평화상은 지구촌 현실 정치의 한 흐름을 반영하는 까닭일 것이다. 다이너마이트로 큰돈을 번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인류의 문명 발달에 학문적으로 기여한 사람을 기리는 노벨상은 노벨의 고국인 스웨덴에서 수상자를 결정하지만 노벨평화상은 예외다. 스웨덴의 이웃인 노르웨이에서 선정한다. 노르웨이의 노벨평화상위원회가 담당한다.

 

올해 노벨평화상은 미국인 엘 고어와 유엔 산하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가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지구의 환경문제를 다룬 《위기의 지구》와 최근 기후온난화의 위기를 절박하게 전하는 《불편한 진실》을 쓴 엘 고어는 정권을 염두에 두었던 정치인이다. 때문에 그가 수상자로 선정된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지만 정치인 가운데 앨 고어처럼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문제에 고민하는 이는 드물다. IPCC는 기후변화에 관련된 과학적, 기술적 사실에 대한 평가를 제공하고 국제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유엔 산하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로 1990년부터 올 2월까지 지구온난화와 그에 의한 해수면 상승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서를 4차례 펴낸 바 있다.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미국 대권에 다시 도전하라는 지지자의 요구가 빗발친다는데, 중요한 건 엘 고어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는 데 있지 않다. 노벨평화상이 기후변화를 주목했다는 사실이다. 2004년 아프리카에서 그린벨트 운동을 펼치며 사막에 나무를 심어온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한 이래 본격적으로 국제사회는 기후변화를 국제 분쟁의 종식보다 중요한 평화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바나나가 멸종위기라고 한다. 흔하디흔한 바나나가 사라질 위기라니. 다년생 풀인 바나나의 종류와 유전적 다양성이 단순해진 까닭이란다. 다수확 씨앗만 골라 심어 수확량은 전에 없이 늘었지만 닥칠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지구촌에서 바나나를 구경하기 어렵게 될지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것이다. 품종과 유전적 다양성이 단순할수록 환경변화에 약하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바나나를 재배할 수 있을까. 따뜻해진 우리 해변에 종료나무가 자라 카리브처럼 고즈넉하게 될까.

 

올해 농부들은 김장김치 파종시기를 잡지 못해 안절부절못했다. 처음 듣는 가을장마 때문이었다. 김장철이 가다오는데, 한 포기에 7천 원 하던 배추에 이어 무도 예년의 두세 배에 달한다고 언론은 전한다. 피자와 햄버거에 길든 젊은이들은 밥상의 김치를 거들떠보지 않는다는데, 이러다 김치는 전통 식단에 간혹 올라가는 고급 반찬의 목록으로 등극하게 되는 건 아닐까. 배추나 무만이 아니다. 황금 들녘은 아직 아름답지만 올 수확은 저조할 것으로 예측한다. 앞으로 우리 밥상은 온전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로 경상북도 특산물이던 사과가 강원도에서 재배되고 명태가 물러난 자리에 고등어가 잡히지만 바나나나 종료나무까지 잘 자라는 건 아니다. 생태계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전통 식단을 수천 년 보장해준 우리 농토에 아열대 농작물은 적응할 수 없다. 전통 농작물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기후변화는 다양성을 잃은 종자에 치명적이다. 타 지역에 비해 정도가 심한 우리의 기후변화는 음식문화의 변화로 그치지 않는다. 노벨상이 주목했듯, 기후변화는 평화를 위협할 것이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산화탄소 배출규제에 팔 걷고 나섰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품에 표시해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유도하고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수입품에 관세를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국제사회는 프랑스의 사례를 따를 게 분명한데, 우리는 잠잠하다. 노벨평화상은 기후변화를 주목했는데, 우리는 여전히 개발 타령이다. 우리도 곧 새로운 대통령을 맞는다. 후손의 생명 평화를 위해 우리는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제 대통령 후보의 관련 주장을 주목해보자. (인천신문, 2007년 11월 2일)

안녕하세요? 선생님 항상 blog party통해 칼럼들 잘 읽고 있습니다. (blog.skhu.ac.kr)
저도 요즘 기후 변화에 대해 염려를 많이 하게 되는데.. 아직 이 사회는 브레이크를 밟을 생각조차 안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지만 당장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어쩔수 없다 이겠지요...
그럼 자주 방문드리겠습니다. 선생님 수업도 한번 듣고싶지만 같은 시간대에 <환경과 사회>수업을 듣고있어서... ^^;;
이야기를 남겨 주어 고맙습니다. 교정에서 만나면 의견을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