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09. 7. 18. 16:42

 

지금이야 카페리도 뜨고 가까운 노화도와 다리가 연결되었지만 삼사년 전만 해도 완도군 보길도로 가려면 완도나 해남 땅끝에서 여객선을 타고 노화도를 거쳐야 하는데, 간혹 노화도에 내려 작은 배를 갈아타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 귀찮더라도 보길도는 꼭 찾아야 했다. 다도해국립공원의 명소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바닷물이 들고 날 때마다 달그락거리는 갯돌로 유명한 예송리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록수림과 감탕나무가 있고 윤선도가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와 한시를 쓰던 부연동과 세연정이 원형을 보전하지 않던가. 그런데 최근까지 보길도 주민들은 그런 자부심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해왔다.

 

논이 넓은 농업과 용광로에서 사용하는 납석 광산업이 활발한 노화도는 인구 6천명의 읍 소재지로 성장했지만 윤선도가 보길도를 찾을 때만해도 방치된 무인도였다. 현재 보길도보다 유권자가 많아 발원권이 강해진 노화도에 이렇다 할 관광자원이 없어도 깨끗한 숙박시설이 몰려있는 건 보길도가 코앞이기 때문이고, 관광객들이 노화도에 짐을 풀고 보길도를 다녀오곤 했는데 보길도 주민은 그래서 불만이었던 거다. 돈은 노화도에서 쓰고 쓰레기만 내려놓는다는 거였다. 카페리가 다니는 요즘이야 사정이 달라졌을 테지만 여행자를 사로잡던 눈맛과 입맛은 그대일 것이다.

 

보길도 일원의 별미는 뭐니뭐니해도 전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완도 주변 바다는 전복 양식장으로 빼곡하지 않던가. 양식장의 망태기에서 방금 끌어올린 전복을 손님 앞에서 어슷하게 숭숭 썰어 내놓는 전복은 다른 곳에 비해 클 뿐 아니라 신선해 아작아작 어금니에 힘을 주며 씹을 때마다 특유의 향이 입 안 가득 퍼지는데 가격까지 저렴하다. 어찌 마다할 수 있으랴. 선착장의 식당에서 권하는 전복을 지갑이 허용하는 만큼 주문하면, 어쩌면 평생 먹은 양보다 많은 전복의 맛과 향을 뇌리에 각인하게 되리라.

 

울퉁불퉁한 패각으로 등을 덮는 전복은 넓적한 발로 바위를 천천히 기며 미역이나 다시마와 같은 두툼한 갈조류를 갉아먹는 연체동물이다. 타원에 가까운 등껍질 좌우에 불룩 튀어나온 다섯 개의 구멍으로 호흡하며 수심 낮은 깨끗한 바다의 암초에 붙여 사는데, 거기에 해조류가 많지만 천적도 적지 않다. 집요한 불가사리와 문어는 물론이고 돔이나 가오리의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어린 전복은 바위틈을 고수하고 30센티미터 가까운 전복은 등에 작은 굴이나 홍합과 이끼를 붙여놓았다. 다가오는 천적은 바위의 일부로 착각할 게다. 하지만 그건 바다 속의 오랜 천적일 따름이고, 느닷없는 인간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넓적한 발에 힘을 주어 바위에 착 달라붙기 전에 칼날을 쓰윽 밀어넣지 않던가.

 

겨울에도 바다가 따뜻한 제주도에는 전복의 사촌인 오분자기가 산다. 10센티미터를 넘기지 않는 밋밋한 등판은 7쌍의 호흡용 구멍을 뚫어놓아 쉽게 구별되는데, 요즘 점점 드물어진다. 아직 양식이 불가능한데 씨를 말릴 정도로 잡아들이기 때문이다. 어느 텔레비전에서 흥미롭게 소개되면서 각종 해물과 된장을 넣어 끓이는 오분자기뚝배기가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자 오분자기돌솥밥까지 덩달아 개발되니 그만 보이는 족족 해녀의 망태기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게 아닌가. 오분자기가 동난 식당에서 미안한 마음에 어린 전복을 듬뿍 넣으면서 자연산 전복마저 제주 앞바다에 드문드문한 실정이라고 한다.

 

오분자기라. 전복과 거의 구별이 안 되는데 조상은 왜 생뚱맞게 오분자기라 이름을 붙였을까. 자개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닐까. 사실 참전복이나 말전복과 마찬가지로 홀로그램 같은 진주 빛 영롱한 무늬를 갖는 오분자기 껍질의 안쪽은 예부터 자개의 재료로 사용해왔다. 오분자기에 무기질이 많아 어린이 골 형성이나 노인의 골다공증에 좋다던데, 껍질에 무슨 특별한 효능이 있는 건가. 대부분이 탄산칼슘인 전복의 껍질은 3퍼센트가 넘는 유기질을 포함하고 적은 양의 마그네슘과 철, 그리고 요오드를 함유해 간의 기운을 북돋으며 눈에 좋다는데, 오분자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껍질 째 넣어 뚝배기로 보글보글 끓이는 오분자기나 전복이 몸에 좋은 건 불문가지!

 

가장 비싼 죽으로 가끔 알현하던 서민들도 인공종묘배양기술로 양식이 흥하게 된 이래 싸구려 횟집에서 덤으로 맛볼 수 있게 된 전복. 타우린이 많아 피에 좋고 흡수가 잘 돼 임산부와 환자의 원기회복에 그만인 전복은 여름에 더욱 좋다며 복중의 삼계탕에 넣는 풍조가 생겼다. 그만큼 생활에 여유가 생긴 모양이다. 그래서 완도 앞바다는 여객선이 다니는 길만 빼놓고 양식에 여념이 없다. 문제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거다. 태풍이 불면 뒤집혀 양식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하는데, 양식장 그물을 탈출한 전복은 쓰레기 범벅이 된 바다에서 생존을 마감할 수밖에 없다. 태풍으로 바다가 뒤집어져야 갈조류가 바위에 싹트고, 그 자리에 알을 낳아 후손을 잇던 전복에게 태풍이 무서워진 것이다.

 

캐나다 동쪽 해변, 바위가 드러나는 갯벌에 조금만 걸어 나가도 손바닥 크기의 전복이 와글와글 많았다던 해양학자는 요즘 거기에도 보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한 마리만 잡아도 벌금이 수천 달러에 이를 정도기 된 건 순전히 한국인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그리 전복이 좋은가. 결혼을 앞둔 한 청년은 꿈에 전복에서 휘황찬란한 진주를 보았다며 인터넷에 해몽을 의뢰했다. 한데 해몽이 가슴을 부풀게 한다. 진리를 상징하는 진주는 단순히 재물이나 횡재를 넘어 태어날 아이가 당대의 빛을 발할 인재가 된다는 게 아닌가. 반드시 실현될 테니 나중에 연락을 바란다는 해몽에 어떤 확신이 묻어나는데, 그만큼 우리네에 전복이 특별하긴 한가 보다.

 

최근 전복을 많이 양식하는 바다에 독성이 강한 해파리가 떼로 습격해 어장이 쑥대밭 되었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새우젓을 담그는 육젓을 눈앞에 보며 조업을 포기해야 하는 어민은 태풍으로 바다가 뒤집혀야 해파리가 없어지리라 기대하는데, 그물을 들어올릴 수 없을 정도로 해파리가 몰려드는 건 지구온난화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지구온난화는 태풍의 시기와 그 규모도 바꿔놓았다. 가을철이 와야 우리나라를 향하는 태풍의 위력이 전에 없게 강해졌는데, 그때 양식 전복 어장이 위험해진다. 이래저래 인간의 욕심이 화근이 되었다. (전원생활, 2009년 9월호)

전복이야기에 시장기가 도는군요. 언제 한 번 저렴한 횟집에 가서 맛 좀 보시자구요. 해파리를 돈이 되도록 개발하면 좋을텐데여. 혹시라도 신종 의약품 원료라던가.. ^^*
그럽시다. 미리 연락만 주시지요! 그리고 그물이 터질 듯 잡히는 해파리는 같은 그물에 걸린 생선들을 못쓰게 만들어 놓고 그물마저 버려놓아, 해파리가 가득 들어간 그물은 바로 찢어 해파리만 버리고 그물도 나중에 버리는 모양입니다. 그 해파리를 그물 째 수거해 어민 지원과 어족자원 보호 측면에서 정부에서 수매한 뒤 해파리를 퇴비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면 좋을 텐데,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네요. 해파리를 의약품으로 연구하기 위해 아직 어마어마한 양을 잡을 것 같지는 않아요. 여긴 동글님의 독무대로군요. 제 글에 논쟁거리가 결핍돼 있나 봅니다.
디딤돌님의 글에 논쟁을 붙으려는 이가 있을까요? 그러지 못함은 스스로 부끄러운 건 아는 사람들이겠지요. 그렇다면 그나마 다행이구요...ㅡ.ㅡ
내수면에서는 외래어종이며 생태계의 폭군으로 일컬어지는 베스 블루길등 육식성 어종을 지자체에서 잡는 어업인들로부터 일정한 금액으로 수매하는 정책을 하고 있습니다만... 외래어종 퇴치정책의 첫 발걸음 이라고 볼 수 있지요 바다의 어민들에게 애를 먹이는 해파리 휴일 저녁 9시 뉴스가 끝나고 지금 이시간에도 KBS 방송에서 방영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