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4. 11. 17. 21:48

황무지에 근사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발전한 걸까? 한 지식인이 인천 아시안게임 선수촌이 들어서자 황무지였는데 발전했다고 평했다. 선수촌 자리는 얼마 전까지 농경지였고 작은 주택과 풀밭, 그리고 숲이 어우러졌는데 황무지라니. 독일의 신도시는 경작지 훼손을 피할 뿐 아니라 일부러 숲과 초원을 주택 인근에 조성한다고 도시계획 담당자가 말하던데, 독일은 퇴보하려고 작심하는 걸까?


우리는 발전이라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사는데, 발전은 도대체 무엇일까? 갯벌이 도시로 바뀌면 발전일까? 송도신도시와 인천공항은 무척 발전할 모습일까? 도로가 새로 생겨 자동차로 도달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발전일까? 고즈넉한 풍경을 사납게 밀어붙이며 제주시에서 애월읍까지 15분 단축한 4차선 고속화도로를 만들었으니 발전한 걸까?


더글러스 러미스는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에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발전, 영어로 development는 미 49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이 1949년 국회 연두 연설에서 최초로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세계를 미국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진현상이라는 뜻의 자동사인 develop를 타동사로 사용하고 명사형을 발전이라 내세웠다는 거다. 미국화 된 개발 국가는 선진국, 미국화 되어야 하는 저개발 국가를 후진국, 미국화 되어 가는 국가를 개발도상국으로 규정하고 후진국의 미국화를 위해 원조해야 한다고 국회에서 연설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선진국에 근접한 중진국을 자처하는 우리는 얼마나 미국화된 걸까?


발전이라는 단어는 그렇다 치고, 더 새로운 물건을 더 많이 가져야 그렇지 못한 자보다 우월한 계층이라는 발전 의식은 산업혁명 이후 부지불식간에 생겼는지 모른다. 손으로 감당할 수 없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필요보다 훨씬 많은 물건을 만들어낸 자본이 발전의 개념을 알뜰하게 사는 사람들의 뇌리에 심었을지 모르는데, 핵에너지가 넘치고 상품광고를 하루 수 백 회 듣고 보는 지금은 그 정도가 끔찍할 지경이다.


돈을 더 벌어들이는 발전이든, 남에게 내세울게 더 늘어난 발전이든 뭐든, 우리는 밥 먹고 난 이후에 반겨야 한다. 돈이 넘치고 명예가 드높아도 먹을 게 없어 며칠을 굶주려야 한다면 무척 갑갑할 게 틀림없다. 아시안게임을 열고 시민들의 소득이 많아도 외지에서 농산물을 비롯한 먹을거리를 내주지 않는다면 굶주리거나 떠나야 한다. 인천이 그렇다. 대한민국이 그렇다. 아직 사올 먹을거리가 많지만 석유로 농사짓는 한 머지않아 한계를 만날 수밖에 없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는 요즘은 석유가 수요보다 점차 부족해지지 않던가!


스페인 정복자들은 지금의 콜롬비아의 포토시에서 거대한 은광을 독차지하며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지만 식량 공급해주던 유럽의 배가 한동안 도착하지 않으면 쥐를 잡아먹어야 했다. 농경지를 황무지라 멸시하며 들어선 아파트에 떵떵거린들 먹을거리가 없으면 비참해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은 식량자급부터 독립이라고 했다. 해마다 20조 원 가까운 음식 쓰레기를 버린다는 우리나라는 식량의 4분의3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데, 인천은 그 정도가 심각하다. 황무지는 철근시멘트로 칠갑된 땅이다. 쓰레기 이외에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한다. (푸른두레생협 소식지, 2014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