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10. 4. 27. 07:40

봄비가 지난 뒤 황사가 덮었다. 올 들어 벌써 아홉 번째다. 이번 황사는 몽골에서 기원하는데, 강수량이 적은 만큼 초원이 발달한 몽골에 사막화가 최근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마침 현장을 방문한 방송기자는 마른 모래를 날리며 실감나게 보도한다. 강수량은 줄어드는데 증발량이 오히려 늘어나면서 이맘 때 우리나라로 날아드는 황사가 더욱 심각해진 거라는데, 기자는 그리 된 이유를 특별히 밝히지 않았지만 당연한 노릇이다. 지구온난화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황사는 몽골의 고비사막과 중국의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기원하는 게 전부는 아닌 모양이다. ‘4대강 사업’의 현장에서 막대하게 퍼낸 모래와 자갈을 강 주변에 높게 쌓아올렸는데, 건조한 봄바람이 거셀 때마다 황사에 휩싸인 듯 동네에 흙먼지가 인다고 주민들은 하소연한다. 한데 그 황사는 강물 속에서 더욱 무서운가 보다. 흙탕물 확산을 막으려 가물막이 공사장의 하류를 2중 3중으로 가로막은 오탁방지막 너머에서 잉어와 누치가 꾸구리와 더불어 떼로 죽어가기 때문이다.

 

모기장처럼 고운 망을 수면에서 바닥 가까이까지 내려놓는 오탁방지막은 아무리 겹겹이 설치해도 미세한 흙까지 막아내지 못한다. 그런데 물고기를 괴롭히는 건 오탁방지막을 통과하는 미세한 흙이다. 표피 사이로 물을 통과시키며 산소를 교환하는 아가미의 좁은 통로를 틀어막지 않던가. 여주 신륵사 주변의 남한강에서 횡사한 천 여 마리의 누치가 그랬다. 비교적 깨끗하고 물살이 거센 하천의 중류를 빠르게 오르내리는 만큼 아가미를 바삐 여닫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어야 하는데, 눈앞을 뿌옇게 가리며 퍼지는 물속의 황사는 마스크를 사용할 수 없는 누치에게 회피할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민물고기가 그렇듯, 강물이 따뜻해지는 5월이면 짝짓기에 들어가는 누치는 겨울이 유난히 길었던 올해가 불만스러웠을 것이다. 온난화로 번식기는 조금씩 빨라지는데 얼음이 늦게 녹으니 봄이 짧아지리란 걸 직감했고 그러니 서둘러 모래와 자갈바닥을 선점하려 애를 썼을 텐데, 아뿔싸. 어느 날부터 삽차가 다가오며 모래를 퍼올리더니 감당할 수 없는 흙탕이 이는 게 아닌가. 물이 차가울 때에는 움직임이 둔한 만큼 호흡량이 작아 견딜만했는데, 물이 따뜻해지면서 점점 숨이 막혀왔을 것이다. 밤을 새우는 삽차들이 모래와 자갈을 연실 퍼갈 때마다 삶터와 산란터를 빼앗긴 채 숨을 헐떡여야했던 누치들은 공사장의 시멘트가 하천으로 스며들면서 그만 목숨을 한꺼번에 내놓아야 했을지 모른다.

 

5월의 산란장에 암컷이 들어서면 먼저 차지하려는 수컷들이 한바탕 소란을 피우는 특징을 가진 누치는 성장 속도가 빠르고 그만큼 덩치도 크다. 첫해 7센티미터 성장한 몸은 2년이면 12센티미터에서 3년이면 17센티미터로 자라는데, 여름철 거센 물살을 순식간에 통과하는 녀석들이 30센티미터 가까우니 자연에서 5년 이상을 생존할 거로 보인다. 아닌 게 아니라 남한강의 ‘4대강 사업’ 현장에서 죽은 누치들은 대개 30센티미터를 훌쩍 넘겼다. 50센티미터에 달하는 녀석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의 기억에 황사가 그토록 심한 적은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옅은 갈색 등에 하얀 배를 가진 커다란 몸은 유선형이지만 한 쌍의 작은 수염을 가진 뾰족한 주둥이가 배 쪽에 가까운 누치는 모래와 자갈이 깔린 하천에 깨끗한 물이 흘러야 활기차게 활동할 수 있다. 하긴 모래와 자갈 바닥에서 꾸물대는 수서곤충의 애벌레나 다슬기를 걷어먹거나 자갈과 모래에 붙은 조류를 훑어먹으니 그럴 만하다. 그러니 누치에게 흙탕은 치명적이다. 홍수로 큰물이 들 때 잠깐 이는 흙탕은 비가 그치자마자 가라앉지만 물길을 차단한 상태에서 이는 흙탕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남한강 일원에서 모니터링에 나선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의 젊은 활동가들은 카메라로 질식해 죽어가는 누치들을 촬영할 수 있었다. 그들의 헌신적인 활동에 감동한 지역주민이 제보한 덕분인데, 뒤늦게 소식을 들은 건설업체는 죽어가는 누치들 위에 서둘러 흙을 덮었다. 매장하려는 몸짓이었을 리 없다. 누치와 잉어, 그리고 멸종위기종이자 한국특산종인 꾸구리가 현장에서 죽어가는 건 할당된 공사를 기일 내에 마쳐야 하는 시공업체가 책임질 일이 아니건만, 누군가의 지시로 참혹한 실상을 은폐하려든 것이리라.

 

언론 보도로 문제가 커지자 시공업체는 흙탕이 아니라 양수기로 물을 빼내 질식사한 것으로 왜곡했지만, 10미터가 넘는 보로 유구했던 흐름을 차단할 뿐 아니라 강바닥을 6미터 이상 긁어내는 ‘4대강 공사’가 벌써부터 숱한 생명들을 죽이기 시작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으리라. 한데, 고작 30여 마리가 죽었을 뿐이라고 당장 드러날 거짓말을 늘어놓은 정부에게 한 여당 국회의원은 누치가 들을 때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질타를 쏟아냈다고 뉴스는 전한다. “과로로 쓰러질지라도 공무원이 활동가보다 먼저 현장을 점검하라!”며 증거 인멸을 부채질하는 발언을 했다는 게 아닌가. 그의 눈에 생명은 보이지 않는 것인가.

 

민물고기들은 공사할 때 물이 깨끗한 상류나 지류로 옮겨갔다 공사를 마쳐 깨끗해지면 되돌아올 것으로 정부는 환경영향평가서에서 호도했다. 서식지가 훼손되면 대체서식지를 만들어주면 될 게 아니냐고 강변하기도 했다. 한데 그 과정에서 어떤 민물고기의 생태적 특징도 조사한 바 없다. 다채롭게 어우러진 생태계의 연결고리를 아는 바 없이 얼렁뚱땅 예단했지만, 누치든 잉어든 꾸구리든, 여간해서 적응된 환경을 떠나지 않는다. 정든 마을을 버리고 경쟁이 치열한 새로운 동네로 옮기고 싶지 않은 건 사람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서해안과 남해안으로 빠져나가는 강에 주로 분포하는 누치는 언젠가부터 낙동강에 모습을 드러낸다. 플라이나 루어 낚시를 즐기고 싶은 누군가가 오래 전에 낙동강 물줄기에 풀어준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사촌 간인 참마자보다 덩치가 큰 만큼 힘이 좋으니 손맛이 여간 아니겠지. 한데 모래무지 종류가 대개 그렇듯이 맛은 그리 탐탁하지 않을 거다. 물론 누치의 탓이 아니지만 기름기가 작아 퍽퍽한데, 민물고기는 양념 맛이니 파, 마늘과 고추장을 듬뿍 넣고 보글보글 끓여대면 한층 그럴싸해질 것이다. 한데, ‘4대강 사업’으로 급감하면 어쩌나. 중국과 북한에서 누치마저 들여와야 하나. (물푸레골에서, 2010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