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에너지

디딤돌 2011. 8. 5. 13:37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운동 이후 인천시민은 고달픈 반대운동에 다시 나서야 했다. 영흥도 유연탄화력발전소 때문이었다. 한데 2기 유연탄, 더 필요하다면 LNG로 충당하겠다는 애초 철석같은 약속은 속절없이 무시되었다. 현재 4기가 가동되는 화력은 2기가 추가되어 곧 공사에 들어갈 테고, 2기를 더 짓겠다고 전력회사는 지역에 으름장을 놓는다. 물론 모두 유연탄이다.

 

이산화탄소를 마구 내뿜을 뿐 아니라 상당한 황과 질소산화물, 그리고 유연탄 재가 나올 것이라며 시민들이 극렬 반대했건만 소용없었다. 최상의 오염저감장치를 달았어도 80만 킬로와트 4기의 시설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은 인천에 허용된 총량의 상당부분을 집어삼켜 산업체는 증축이 어려울 지경이 되었건만, 국가를 위해 참으라 했다. 반대하면 지역이기주의자라고 몰아붙이면서.

 

외국은 어떤지, 반대운동을 한 이들과 다녀보았다. 우리나라의 대기오염 저감장치는 훌륭했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발생은 어디나 줄일 방법을 찾지 못했으나 나머지 대기오염물질의 처리는 독일과 일본, 스페인과 미국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었다. 희한하게 화력발전소들은 주거 지역과 그리 떨어지지 않았고, 독일은 도시의 한 복판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시민의 강력한 반대가 없었느냐는 우리 질문을 언뜻 알아듣지 못한 그들은 모든 자료를 공개하며 합의하므로 그런 일은 없다고 답했다.

 

얼마 전에 발전회사를 지역 별로 분할한 우리나라는 실질적으로 정부와 한국전력의 지배를 받는다. 자본주의국가답지 않게 시설의 증설과 폐쇄는 물론이고 전력요금도 자율적으로 책정하지 못한다. 경쟁도 담합도 불가능하다는 건데, 그 점이 소비자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은 기업에 저렴한 요금을 책정하는 일은 일반 소비자의 동의를 거치지 않았다. 발전소가 있든 없든, 요금이 같다는 건 다른 나라에서 상상 조차 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전력회사는 실질적으로 분산되지 않은 까닭이다.

 

발전은 물론, 송배전 회사가 지역마다 다르게 자리잡아 경쟁하는 외국에서 발전소 없는 지역의 전기는 비용이 더 드는 만큼 당연히 비싸다. 최첨단 저감장치를 설치해도 석탄 소비량만큼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니 시민들이 조건 없이 받을 리 없다. 따라서 발전회사는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공개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안전관리와 오염물질 배출 최소화를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약속한다. 일자리 제공과 가격 할인은 물론, 발생시킨 열을 지역에 저렴하게 우선적으로 공급한다. 그런데 수도권, 특히 서울을 위해 지방에 발전소를 밀집시키는 우리는 어떤가.

 

당인리발전소라 하다 서울화력발전소로 고친 서울 마포구 당인동의 시설은 LNG를 연료로 고작 40만 킬로와트 정도의 전력을 생산하며 지역에 난방에너지를 공급하는데 그친다. 최근 그 장비들을 지하로 옮겨 지상에 문화 시설을 조성하려 하자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LNG가스가 새어나와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발전소를 지어야 할 만큼 서울 시내 발전 용량이 부족한 것도 아니지 않으냐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인천은 서울의 전력을 위해 LNG는 물론 그보다 오염물질 배출이 훨씬 많은 유연탄 화력발전으로 지역 사용량의 3배 가까운 전기를 생산한다는 점을 그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강은 발전소를 도시 복판에 세운 독일 도시의 어떤 강보다 수량이 풍부하다. 당연히 서울에 발전소를 더 세울 여력이 충분하지만 지방에서 전기를 막대하게 끌어와 같은 가격으로 과하게 소비한다. 그 때문에 지역은 열패감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한다. 공평하지 못하다. 구속을 불사했던 인천의 목소리는 서울보다 격했는데, 인천에서 그랬듯, 방해하면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지역이지주의자로 몰아붙이기 싫으면 합의를 거쳐서라도 정부와 전력회사는 한강과 그 지류에 발전소를 늘려야 옳다. 세계 최고 오염물질 저감장치의 기술과 안전을 장담하지 않나. 그 전에, 서울을 위해 이제껏 희생된 지역의 전기료는 사회정의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할인해야 마땅하다. 아니 그런가. (요즘세상, 201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