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0. 2. 4. 14:17

서울시 노원구 주민들은 올해 구가 추진하는 최고의 사업으로 ‘당현천 생태하천 통수식’을 꼽았다고 한 언론은 전했다. 300여 억 원의 예산을 들여 빛의 거리, 건강의 거리, 참여의 거리를 만들겠다는 노원구 관계자는 “주간은 조형물로 경관성을 제고하며 야간엔 다양한 조명을 연출, 사람들이 즐겨 찾는 걷고 싶은 거리로 올 상반기 당현천 생태하천 복원과 함께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는 것이다.

 

통수식에 참여한 만오천 명의 주민들은 아스팔트와 아파트단지로 점철된 동네에 각종 나무가 식재되고 꽃이 만개한 가운데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 공원을 갖게 되리라는 희망으로 가슴이 뛰었을 것이다. 그런데, 엄밀하게 말해서 당현천은 복원되는 게 아니다. 녹지가 조성된 하천공원으로 보아야 옳다. 지역의 역사 인물 조각상을 비롯해 온갖 편의시설을 갖춘 테마 거리를 사람 이외에 어떤 생물이 반기겠는가.

 

북한산에서 물이 흐르던 시절, 당현천에는 버들치와 메기, 도롱뇽과 다슬기가 반딧불이와 더불어 보존되었을 테지만 아파트와 아스팔트를 위해 주변이 성토되고 좁게 직선화되면서 그만 흐름을 잃었을 것이다. 비가 내리면 아스팔트를 적신 오염된 물줄기가 쏟아져 들어가겠지만 그치자마자 말라버리는 당현천에 거친 모래와 오니가 쌓여 악취를 유발했을 거고, 차라리 복개해 주차장으로 활용하자는 제안도 나왔을지 모른다. 하지만 덮개를 벗고 단장된 청계천과 성북천이 인기를 끌자 지방자치단체장은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고, ‘복원’으로 마음을 바꾸게 되었을 수 있다.

 

삭막했던 도심에 맑은 물이 흐르고 녹지가 드리워진 공원이 조성된다는데 고개를 흔들 시민은 그리 흔하지 않을 텐데, 문제는 그런 공원의 조성을 성마르게 ‘복원’으로 치장한다는 데 있다. 복원은 고증을 통해서 이루어져야지 창조적 조경으로 꾸며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수십만의 시민이 즐겨 찾는 청계천도 복원이 아니다. 복원이라면 복개 이전의 생태계와 주변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천 생물들이 방해를 받지 않도록 주민의 접근을 막아야 했다. 그를 위한 검토와 고민 없이 그저 멋지게 꾸민 청계천은 빌딩 숲 사이에서 지친 시민들에게 숨 쉴 공간을 제공하는 하천공원으로 가치를 가질 뿐이다.

 

계양산과 천마산의 연결을 깊숙하게 끊은 징매이고개에 ‘생태통로’를 놓은 인천시는 만월산과 만수산, 문학산과 청량산을 연결하는 교량을 아치형으로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천시에서 끊어진 녹지축을 연결하려는 사업의 일환이다. 그런데 그 사업은 청계천이나 당현천과 달리 동물의 이동을 고려하고 있어도 생태계 연결과 거리가 있으니 아쉽다. 인천시는 애써 생태육교와 생태통로라고 주장하지만 “생태는 없고 사람만이 있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성급하고 주먹구구식”이라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진정으로 생태계를 이으려한다면 어떤 동물이 생태통로로 이동할 수 있는지 충분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했다. 그래야 동물의 생태 특성에 맞는 설계가 가능한 까닭이다.

 

녹지축을 제대로 이으려면 절단되기 이전에 분포했던 동식물이 무엇이었으며 그 생물들이 현재 어떻게 존재하는지 연구해야 한다. 사람들의 지나친 이용으로 동식물의 분포가 위축되었다면 그 대책부터 수립하고 생태통로가 계획되어야 앞뒤가 맞다. 그런 생태통로로 인천의 녹지축이 연결된다면 시민들은 주변의 공원으로 찾아오는 때까치와 청설모를 자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산에 오르지 않아도 자연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체력증진과 정서함양”에 도움이 될 거로 기대하는 생태통로는 동물의 접근을 차단해 위축시킬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

 

등산객을 위한 연결도로는 생태통로와 설계가 달라야 하지만 위치도 신중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사람과 동물이 함께 이동하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면 동물들의 눈높이에서 생태통로는 물론, 통로로 이어지는 공간에서 사람이 내는 소음은 물론 빛과 냄새도 완벽히 차단되어야 하는데, 이번에 인천시가 구상한 생태통로에는 사람 냄새가 물씬할 거로 보인다. 그렇다면 시민단체에서 지적하듯 “국제행사를 앞둔 전시용” 예산낭비에 불과할 것이다. (기호일보, 2010년 2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