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2. 5. 25. 09:48

   석유 위기를 극복할 공동체

 

결혼 연령이 이른 손주를 둔 이 땅의 노인들은 대개 형제자매가 많았다. 그 이전 세대 역시 많이 태어났지만 열병이나 괴질로 미처 다 성장하기 전에 사망하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요즘의 80세 전후 세대는 제 생명을 대개 보전했다. 개인위생과 영양 상태가 개선되고 기초 의약품이 넉넉히 보급된 덕분일 텐데, 당시 농사지으랴 집안 어른 모시던 부모는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을까.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가족에 답이 있었다. 한 지붕 아래 사는 고모나 삼촌 내외가 돕고, 어느 정도 자란 맏이 막내를 돌보았기에 가능했다.


개인위생이나 영양을 완벽하여 성장할 때까지 제 아이 잃을 걱정을 하지 않는 요즘은 의료수준과 그 혜택도 완벽하지만 이따금 생기는 사고는 직장과 약속에 묶인 부모를 당황하게 한다. 아이를 제 때 돌볼 수 없는 부모가 제공하는 과잉 영양이 비만이나 당뇨와 같은 성인병을 어린 나이에 안기게 하는데, 대가족이 핵가족으로 해체된 이후에 생긴 일이다. 할머니의 약손을 대신하는 병의원, 어머니의 등을 대신하는 승용차가 완비된 요즘, 식구가 얼마 안 되는 핵가족의 부모는 집안을 유지하느라 등골이 휜다. 의식주 비용이 전 같지 않다. 대가족 시절에 몰랐을 비용도 적지 않게 들어간다.


웬만한 부모 한숨 쉬게 하는 요사이 신혼살림 목록에 가전제품이 빠질 수 없는데, 적지 않은 전기료를 예고한다. 주택은 어떤가. 관리비에 포함되는 냉열비가 만만치 않다. 한데 많은 가전제품은 충분히 활용되고 있을까. 넓은 집은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나. 커다란 냉장고에 켜켜이 쌓인 음식은 그때마다 먹을 만큼 마련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세탁기는 1주일에 두세 번 사용하면 그만이고 텔레비전도 꺼 놓았을 때가 훨씬 많다. 중산층이 주로 거주하는 30평 형 아파트를 보자. 현관에서 거실을 지나 안방과 작은 방 둘, 화장실 두 칸과 앞뒤 베란다. 그 공간들은 골고루 사용하는가. 남들도 다 그렇게 살지만, 사실 핵가족이 소유하는 물건과 공간의 이용 효율은 낮다.


수 억 년 전 형성된 석유와 석탄은 우리네 삶을 더없이 안락하게 이끌어주었다. 온갖 편의용품이 집안 가득하고 개인 자동차를 넘어 개인 선박, 심지어 비행기까지 소유하는 사람을 늘어나게 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런 잔치는 마감될 것이다. 석유 가격이 상승할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소비한다고 가정할 때, 길어야 300년 사용한 석탄은 200년 지나면 고갈될 것으로 전문가는 예상한다. 불과 100년 사용한 석유는 50년 이내에 퍼 올릴 게 없을 거로 점친다. 그 말은 가격이 상승할 날만 남았다는 뜻이다. 유정에서 퍼 올리는 양이 정점을 이미 수년 전 지난 것으로 추정하는 석유는 그 정도가 심하다.


석유 가격이 오르면 개개인들은 이동수단을 유지하는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국제 석탄 공급 가격이 해마다 오르면서 전기료가 상승한다. 가스와 우라늄도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므로 전기료는 앞으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전열기는 가전제품의 목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에어컨을 크고 겨울에 내복과 스웨터를 걸칠 것이다. 미국의 한 경제잡지 기자는 현재 갤런 당 4달러에 못 미치는 석유 가격이 14달러가 되면 월마트에 넘치던 중국 제품이 사라지고 16달러가 되면 식탁에서 초밥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거대한 선박이 오대양을 누빌 수 없기 때문인데, 그때 트럭과 승용차는 6대주를 지금처럼 내달릴까.

     

     전기와 수도가 차단되면 이틀도 못가 피난가야 하는 아파트는 석유 위기 시대에 부적합한 주거공간이다. 석유 가격이 갤런 당 12달러가 넘으면 외곽으로 퍼지던 주택이 모여들어 단지 내에 학교와 상가와 관공서, 나아가 직장까지 끌어들이고 18달러가 되면 철도가 고속도로를 접수할 것으로 미국의 경제잡지의 기자는 예측했는데, 2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 우리는 어떤 삶을 모색해야 할까. 그 기자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다시 대가족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가족친지와 이웃이 오순도순 모여 생산과 소비를 나누고 물건과 정을 나누는 삶이다. 흙에서 살았던 조상의 삶, 바로 멀지 않던 시절의 우리 공동체다. (요즘세상, 2012.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