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08. 6. 22. 14:54


지난 주말, 미국에 읍소하며 가진 추가협상을 90점으로 정부가 자평하는 가운데 광화문 복판은 명박산성에 대응하는 국민산성이 축조되었다. 장마가 쏟아지는 가운데 운집한 5만 시민의 행동이었다. 우리는 정부의 ‘품’마크를 신뢰하지 않는다. 미국 농무부가 자국 쇠고기에 붙인 ‘QSA’ 마크를 우리가 믿어야 하나.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은 어이없어 했다. 미국과 친한 현 美親 정부는 역시 국민은 안중에 없다.

 

광우병은 욕심을 위해 자연의 본성을 거슬렀기에 생겼다. 소를 소답게 사육하지 않은 사람답지 않은 사람이 원인을 제공했다. 그런데 정부는 미국을, 원인 제공자를 믿으란다. 골목을 막고 지나가는 사람을 불문곡직 두드려 패는 깡패에게 이유를 물은 뒤, 그리 아프지 않다고 하니 그냥 지나가라는 식이다. 척수는 위험하지만 척수를 둘러싼 척추는 괜찮다고 미국이 그랬단다. 그래서 미국 업자가 원하는 ‘QSA’ 마크를 붙일 테니 안심하란다. 덕분에 미국은 1억 달러를 더 벌어들이게 생겼다. 그 따위 협상이 90점? 누구를 위한 협상인가.

 

미국산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수입했다. 그 옥수수는 설탕을 대신하는 시럽이 되어 숱한 음료수와 과자에 들어갈 것이다. 덕분에 충치와 비만이 늘어나고 의료비가 더 들어가겠지만 민간의료보험이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도입될 것이다. 이제 비만은 가난한 이에게 집중된다. 유전자조작은 식량위기의 대안이라고 다국적기업이 말했다. 다국적기업은 그 씨앗을 생산해 판다. 유전자조작 씨앗은 환경변화에 취약하다. 유전적 다양성을 완벽하게 잃었기 때문이다. 온난화로 재배환경이 바뀌면? 지구촌은 식량부족으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조작된 유전자가 생태계를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그 농작물을 먹은 이에게 나중에 광우병 같은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스로 복제하는 유전자는 사람의 통제 범위 밖에 있기에 내일이 두렵다.

 

넙치의 유전자를 딸기에 넣으면 겨울에도 재배할 수 있다고 한다. 누구를 위한 대안인가. 딸기는 원래 겨울 채소가 아니다. 당근 유전자를 쌀에 넣으면 비타민A가 들어가 괴혈병을 줄인다고 한다. 밥 먹으며 당근 먹으면 될 텐데. 올챙이 유전자를 넣은 현사시나무를 가로수로 심으면 도시의 대기가 깨끗해진다고 한다. 대기오염은 자동차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올챙이 유전자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 딸기 유전자를 넣어 젖소가 딸기우유를 생산하게 하면 누가 이익을 챙길까. 유전자가 엉킨 소는 죽어날 것이다. 조작된 유전자가 생태계에 퍼져 위험이 자자손손 이어지겠지만 자본은 큰돈을 더 벌겠지. 현란한 광고로 우리를 속이려 들 테지.

 

녹색혁명으로 식량 구조를 왜곡시킨 자본이 지역의 자급기반을 파괴하자 굶주리는 사람이 늘었다. 이웃과 나누던 식량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자 발생한 일이다. 그런데 유전자조작이라. 자연스러움을 억압해 발생한 부작용을 더욱 비자연적 수단으로 극복하겠다고? 다국적기업의 이익을 위한 표준화된 농작물로 인한 피해를 초국적기업에 맡겨 해결하겠다고? 대안으로 위장한 자본의 독점적 지위가 실제 목표다. 그를 위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 그런 기업을 두둔하는 정부로 인해 자연스러움은 더욱 멀어진다. 자연에서 태어난 사람은 가장 자연스러울 때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 자연은 다양성과 순환으로 구성된다. 다양성은 개성이고 순환은 배려다. 시방, 개성은 배려되는가.

 

내가 나선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당장 힘든데 내일을 무슨? 나 죽은 뒤에 생길 일인데 그냥 지나가자고. 표준을 획책하는 다국적기업과 그들을 옹호하는 정부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시민의 반응이 그럴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맞다. 바람 앞의 촛불? 그렇다. 하지만 보라. 바람 앞의 촛불이 광화문으로 모이자 도도한 흐름으로 거대하게 변하지 않던가. 시민의 요구를 계속 무시하거나 왜곡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현 정부의 지지율은 10퍼센트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계란으로 바위에 계속 던져보자. 지저분해진 바위를 옮겨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을 게 아닌가.

 

광우병과 조류독감, 경부운하와 새만금 개발, 유전자조작과 아토피,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위기와 같은 현상은 사람의 자연스럽지 못한 욕심이 빚은 필연적 부메랑이다. 그 부메랑의 진행방향을 계속 주시하고 당연히 피해야 한다. 한데 우린 휙휙 다가오는 부메랑을 향해 더욱 큰 부메랑을 던지려 하고 있다. 이제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 대안은 자연스러움이어야 한다. 소는 되새김질을 한다. 근육에 지방보다 단백질이 월등히 많다. 소를 소답게 사육해 적당히 먹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람은 한 개의 송곳니 뒤에 어금니가 5개 있다. 사랑니 빼면 4개다. 육식보다 채식이 4배 많아야 자연스럽다는 뜻이다. 농약은 곤충을 죽인다. 곤충 죽이는 만큼 인체에 해롭고 생태계를 교란한다. 생태계의 다채로운 생물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농업은 1만년의 역사를 가진다. 그 덕분에 우린 조상의 문화와 역사를 자연스레 물려받았다.

 

전통은 가장 자연스러운 지역의 문화다. 두레는 우리만의 전통이 아니다. 이름이 다르지 다른 민족과 지역에도 오랜 역사 속에 서로 돕는 문화는 이어졌다. 이른바 ‘우정과 환대’다. 이삿짐은 얼마 전까지 친구가 날라주었다. 농사는 물론 집도 함께 지었다. 엄격하게 계산한 돈을 정확하게 주고받던 냉정한 경험은 얼마 전에 비롯되었다. 그 이전에는 비정규직이란 제도는 없었다. 자식과 이웃이 먹는 농작물에 독약을 치지 않았다. 함께 사는 가축에 몹쓸 짓은 하지 않았다. 가능한 한 자연스러웠다.

 

한계를 드러내는 획일주의는 우정과 환대로 이웃과 생태계의 개성을 배려하는 대안으로 최대한 극복해야 한다. 그건 전통이다. 새삼스런 새로움이다. 굴종을 요구하는 표준에 저항하는 행동이다. 내일을 위해 더 늦출 수 없는 절박함이다. 내 발은 현실에 놓여있다. 관성과 이목이 두려워 자연스러움으로 선뜻 발 옮기기 어렵다면 무수한 선택지 중에서 내가 행동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을 선택하자. 하지만, 이상은 내일에 두어야 한다. 그를 위해 머리를 맞대보자. 촛불이 우리의 내일을 밝히고 있다. (삶이보이는창, 2008년 7월호)

좋은 글 항상 감사하게 잘 새기고 있어요.
이 글도 담아갈께요~.
늘 건강하시길....
흐려서 참~~좋은 날 입니다.
더불어서 좋은글과 함께라서 더더욱...
잘은 모르지만 그져~~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지기도 하네요~~
감사한 맘으로 이글 가져갈께요~~~늘~~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