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2. 10. 21. 12:06

     이웃 관계를 돈독히 하는 대안화폐

 

서정주 시인은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하고 노래했다. 수확의 기쁨을 누릴 농부들은 황금빛 들녘을 위해 봄부터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흘려왔을까. 그래서 그런가. 조상은 밥 한 톨에 농부의 땀 99방울이 들어 있다고 했다. 장마 끝나고 거듭 찾아온 태풍을 용케 견딘 황금 들녘에서 농부들의 마음은 얼마나 뿌듯할까. 하지만 농부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소쩍새가 그리 울고 천둥이 또 그렇게 울었건만, 손에 쥐어진 소득은 보잘 것 없기 때문이다.


출하를 앞둔 사과와 배 같은 과일이 태풍으로 떨어지면 농부의 가슴은 얼마나 미어질까. 봄부터 힘겹게 가꿔왔던 과일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버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간 들어간 비용은 어디에서 보상받을 수 있나. 그래도 유기농업으로 과일을 생산한 농부들은 손해를 다소 덜어낼 수 있었다. 낙과를 구입하겠다는 소비자들이 전국에서 나섰기 때문인데, 생산가 이하로 책정된 쌀 수매가에 절망한 농민들은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는 모양이다. 과격한 분노는 고개 숙인 벼를 논에서 불태우거나 농기계로 갈아엎는다. 밥을 먹어야 하는 소비자들은 그 쌀을 구입하고 싶어도 구입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


돈이 필요한 농부는 황금빛 들판을 일궈놓고도 노력에 상응할 대가를 받지 못해 상실감이 크다. 영농자금이 적지 않게 들어가는 농부도 각종 공과금과 세금, 자식의 학자금과 의식주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지 않다. 돈이 당연히 필요한데 수확한 농작물을 정부의 수매에 기댈 수밖에 없으니, 농부들은 봄부터 빚으로 시작하기 일쑤다. 농부에게 물리는 농협의 이자가 아무리 적어도 해마다 빚이 누적되니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다. 기껏 수확해도 빚 갚으면 남는 게 없다. 그런 상황은 개설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정부의 수매가마저 생산비보다 나을 게 없다면, 농부의 과격한 분노는 고개 숙인 벼를 짓밟고 싶을지 모른다.


일본도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모양인데, 한 청년가 기지를 발휘했다. 농부도 살리고 도시의 소비자들을 돈독하게 하는 길을 찾아 실험한 것이다. 이른바 쌀 본위 화폐. 쌀 본위?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면 금 본위 화폐를 생각하면 된다. 교환 수단으로 금을 가지고 다니기 위험하므로 세공사에 맡기고 그 보관증을 금 대신 가지고 다는 게 금 본위 화폐의 기원이라면 쌀 본위 화폐는 가을에 받을 쌀의 가치를 근거로 발행하는 돈이 된다. 많은 사람이 갖고 싶어하는 금이 종이에 기록된 돈의 가치를 정했듯, 우리가 주곡으로 먹는 쌀이 가치를 정하는 돈을 말한다. 금은 없어도 살아가는데 별 지장이 없지만 쌀은 아니다. 쌀은 있지만 돈이 없는 일본의 농부를 돕는 지역화폐를 일본의 한 청년이 창안한 것이다.


춘천에서 우리도 쌀 본위 화폐를 시작했다. 쌀은 가을에 수확하므로 그에 상응하는 화폐를 농부가 지역에서 대안으로 발행하면, 그 돈을 일상생활에서 요긴하게 사용하기로 회원을 모집한 것이다. 그 돈은 쌀을 받을 때까지 지역의 회원 사이에 유용하게 소통된다. 생활협동조합에서 생활재를 구입해 식구와 먹을 건강한 밥상을 차릴 수 있고 서점에 가서 대안화폐를 이야기하는 책을 구해 읽을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대안화폐를 같이 사용하는 회원들이 때때로 회원이 운영하는 식당에 모여 의기투합할 수 있고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다. 삶이 지역에 뿌리 내릴 때 회색도시에서 빈번한 사이코패스와 같은 범죄가 발생하지 않고 진정한 복지가 완성된다는 강연을 회원과 함께 듣고 쌀 본위 화폐를 강사료로 제공할 수 있다. 춘천의 쌀 본위 화폐는 이삭통화로 명칭을 정했다.


대안화폐 명칭은 그 의미에 비해 중요하지 않지만, ‘이삭이라는 말은 그 쌀 본위 화폐의 이상을 잘 담았는데, 대안화폐는 지역에서 통용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쌀 본위 화폐도 마찬가지이고, 대부분의 대안화폐는 이웃을 돈독하게 한다. 쌀도 식당도 종업원도 있는데 단지 정부나 은행이 보증하는 통상의 돈이 없기에 소외될 수밖에 없는 일을 공동체 안에서 극복하게 만든다. 얼굴을 마주하는 회원들이 같은 마음으로 교환하는 따뜻한 돈이기 때문이다. 그를 위해 대안화폐는 지역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야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 얼굴이 있는 화폐를 교환하며 우정과 신뢰를 쌓아가는 만큼 희로애락을 공유한다. 확장된 대가족이 되어 따뜻한 복지를 만들어갈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돈은 사실상 빚을 근거로 한다. 대출로 구한 돈으로 물건을 만들어 팔아 종업원 월급도 주지만, 누군가 이자를 내야하는 빚이다. 한데 세상을 도는 돈은 이자를 갚을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남의 돈을 빼앗거나 다시 빌려야 하고 이자는 더 늘어난다. 일종의 의자 빼앗기 놀이와 같은 돈의 굴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면 우정과 신뢰로 교환하는 지역의 대안화폐가 제격이다. 빚으로 일구는 논밭이 아니라 우정으로 환대하는 황금벌판은 훈훈해질 수 있다. 땅도 내일도 건강해질 것이다. (야곱의우물, 201211월호)

 
 
 

공동체·인간

디딤돌 2011. 8. 24. 08:07

 

갓 제대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청년이 어떤 도시를 찾았다고 하자. 막 출소한 전과자라 해도 무방하다. 주머니에 당장 돈이 없어도 능력과 의지가 큰 그는 사회에 기여할 일은 많은데, 아직 직장이 없다. 한데 찾아가 신세질 친지가 그 도시에 없다면 직장을 구할 때까지 일단 굶어야 할까. 밥이든 옷이든 돈으로 교환해야 하는 세상에서 수중에 돈이 없다면 다른 도리가 없어야 옳은 걸까.

 

, 곧 화폐는 편리한 교환수단이다. 화폐가 없을 때 사람들은 물물교환을 했다. 추수를 마친 농부는 대장간으로 가서 등짐 진 쌀과 호미를 맞바꿨을 텐데, 쌀을 짊어지고 다니는 일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을 게다. 그럴 때 작고 가벼운 화폐가 물물교환을 대신할 수 있다면 편리할 텐데, 누가 무엇으로 화폐를 만들어야 할까.

 

무게나 부피에 비해 가치가 높은 귀금속이 화폐의 일을 우선적으로 맡았지만 그런 물건들은 몸에 지니고 다니기 대단히 위험하다. 잃어버리면 낭패고 빼앗기면 억울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불안한 마음에 사람들은 안전한 곳에 귀금속을 맡긴 뒤 발행한 증서를 받았고, 그 증서가 결국 화폐가 되었다. 다시 말해, 은행 역할을 맡은 전당포처럼, 안전을 신뢰할 수 있는 곳에서 화폐를 발행했던 거다.

 

요즘은 안전한 곳에 맡긴 귀금속이 신뢰를 보장하지 않는다. 국가나 은행에 대한 국민과 고객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 국가의 요구에 응한 은행이 화폐를 발행하고, 그 화폐에 표시된 가치를 보증한다. 화폐를 받는 고객은 국가나 은행에 그만한 귀금속이 보관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안다. 국가나 은행을 신용하는 까닭에 화폐를 받은 시민들은 표시된 가치만큼 물건이나 다른 가치를 교환하는데 기꺼이 사용한다.

 

만일 화폐를 발행한 어떤 국가나 은행이 신용을 잃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 화폐의 가치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칠 게 틀림없다. 1957년 고작 20명 남짓으로 출발했던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혁명군은 그들을 따르는 민중 덕분에 1959년 쿠바를 해방시킬 수 있었다. 혁명군이 농민에게 식량을 사려고 발행한 약속어음은 나중에 정식 화폐로 교환되었지만 독재정권과 그 수하의 은행이 발생했던 화폐는 일거에 쓰레기가 되고 말았다.

 

근사하게 인쇄하며 발행한 국가의 은행권만이 교환가치를 독점하는 건 아니다. 신용을 바탕으로 개개의 크고 작은 상점도 화폐를 나름대로 발행해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단조로운 교환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주유소와 서점의 할인권이나 백화점의 상품권이 그렇다. 신용이 있는 백화점의 상품권은 경우에 따라 은행권을 대신하기도 한다. 지역의 어떤 모임에서 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 그 경우 회원들은 자신들이 발행한 화폐의 교환을 위해 규칙을 정하고 서로 신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역 안에서 미리 가치를 약속한 회원끼리 교환수단으로 사용하는 대안화폐가 그렇다.

 

능력과 의지가 있지만 오로지 돈이 없는 제대 청년이나 출소 전과자가 대안화폐를 발행하는 모임의 회원이 된다면 굶지 않아도 된다. 회원 중에 식당을 운영하는 이가 있다면 거기에 가서 밥을 배불리 먹고 대안화폐로 일단 빚을 진다. 그 뒤, 자신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회원이 운영하는 상점에서 일하고 대안화폐를 받아 빚을 청산하면 된다. 회원의 서점에서 책을 구입해 읽어 지식을 얻고 역시 회원의 어려움을 도우며 대안화폐를 모을 수 있다. 회원의 농장에서 일하다 다치면 회원의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 그러면서 회원들 사이에 따뜻한 관계가 무르익으며 어려운 일을 서로 도울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돈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으며, 다정한 이웃이 지역에 뿌리내리게 된다.

 

지방자치단체도 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 주민과 맺는 신용이 바탕이 된다면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한 화폐로 지역에서 약속된 물건과 가치를 얼마든지 교환할 수 있다. 재생 가능한 생활 쓰레기를 모아온 주민에게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한 화폐로 지불한다면 그 주민은 그 화폐를 받아주기로 약속한 지역의 상점에 가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 밥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쓰레기 수거로 예산을 줄일 수 있게 된 지방자치단체는 기존 쓰레기 처리 업체에 지불하던 돈의 가치만큼 수거해온 주민에게 더 얹어 대안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쓰레기 수거에 나서는 저소득 계층 주민에게 전보다 향상된 소득을 보장할 테고, 그런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은 주민들이 환영받는 합리적 복지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쓰레기 분리수거에서 머물지 않을 수 있다. 소외계층에게 사회보장 차원으로 지불되던 은행권의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하는 화폐로 대신하면서 동시에 그 화폐의 액면 가치를 높여준다면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교환이 늘어나는 만큼 지역의 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다. 주민은 그만큼 지역과 지방자치단체에 애정을 가질 게 틀림없다. 그뿐인가. 도시의 대안화폐의 편익은 그 정도에서 멈추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하는 화폐와 지역의 대안화폐를 연계할 수 있다. 그러면 교환수단의 범위가 더욱 확장되고, 주민 사이의 관계 역시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어려울 때 도움이 되는 이웃이 늘어나는 만큼, 주민들의 몸과 마음도 더욱 안정될 수 있겠지.

 

지역에서 사용하는 대안화폐에 이자는 붙지 않는다. 과다하게 보유할 이유가 없으니 세금이 부과될 리 없다. 교환할 물건과 가치의 한계가 있으므로 중앙정부에서 탓할 필요도 없다. 사회적 안정에 기여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므로 대안화폐의 가치를 인식하는 중앙정부라면 제도적으로 적극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대안화폐로 생활이 안정된 주민들은 기존 은행권을 아낄 수 있으니 국세나 지방세 납부에 그만큼 인색하지 않아도 된다.

 

누가 발행하든, 활성화되는 지역의 대안화폐는 국가나 지역. 그리고 시민 개개인에게 이익이 된다. 발행을 굳이 망설일 이유가 없다. 다만 과정에서 부딪히는 시행착오가 있을 테니, 서로 논의하며 고쳐나가면 좋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우정도 싹틀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가. 인천의 지방자치단체와 시민, 시민단체와 회원들, 학교와 기업의 구성원, 그리고 종교단체에서 열린 마음으로 구체화하는 것은. (인천in, 2011.8.23)

감사^^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

 
 
 

공동체·인간

디딤돌 2011. 4. 5. 01:03

 

푸른생협 소비자조합원은 현금 또는 카드를 들고 매장에 와서 생활재를 구입한다. 조합원이 소지하는 카드는 은행이 그 개인을 신용하기까지 유효하다. 마감 날까지 잔고를 확보해야 한다는 뜻인데 우리가 사용하는 지폐는 누가 표기된 숫자만큼의 가치를 인정하는 걸까. 정부인가 은행인가. 예전에는 은행에 안전하게 보관된 금이 가치를 보장해주었지만 금본위제가 취소된 지금은 아니다. 정부나 은행이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지폐는 휴지나 다름없다.

 

금본위제가 엄격할 때 우리는 무거운 금붙이를 은행에 맡기고 대신 그 가치를 적은 유가증권을 돈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이제 어느 은행에도 그만한 금은 없다. 우리는 지폐의 가치를 정부나 은행이 보장하므로 안심하고 사용하지만 정부나 은행이 부도를 낸다면? 아무리 힘겹게 노력해 돈을 모았더라도 그 개인은 즉시 빈털터리가 된다. 정부와 은행은 항상 믿을 수 있나. 시민이나 고객은 정부와 은행의 장부에 접근하기 어렵다. 돈이 엉뚱한데 흘러갔다 돌아오지 않아 예금자가 졸지에 패가망신하는 사례를 종종 본다. 믿을 수 없는 자에게 내 신용을 맡긴 불행한 결과다.

 

일본에 엉뚱한 청년이 있다. 그는 쌀은 있지만 돈이 없어 소외되는 농부들을 위해 쌀본위제를 구상했다고 한다. 한데 쌀은 무겁다. 들고 다닐 수 없으니 창고에 맡긴 청년은 과감히 유가증권을 발행했다. 한데 쌀본위제를 인정하는 회원이 없다면 그 유가증권은 휴지보다 나을 게 없다. 그래서 청년은 회원을 적극 모았고, 회원들은 서로 청년이 발행한 화폐를 거래한다고 한다. 농촌을 도울 뿐 아니라 은행의 덫을 그만큼 피할 수 있는 도시의 소비자도 돕는 일이다. 신뢰가 창출한 멋진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거래, 우리도 가능하다.

 

이 글을 쓰는 자는 푸른생협 사무국에서 원고료를 받는다. 한국은행이 발행한 돈 대신 생활재 교환권을 청했고 덕분에 푸른생협의 조합원인 아내는 부담을 조금 덜었다. 한데 그 교환권은 오로지 푸른생협 매장에 가야 사용할 수 있다. 푸른생협만이 그 유가증권의 가치를 보장하기 때문인데, 만일 그 유가증권의 가치를 인정하는 회원이 더 있다면 달라질 수 있다. 푸른생협 근처에서 선술집을 경영하는 이가 유기농산물을 사용하는 까닭에 회원이 된다면 이 글을 쓰는 자는 생활재 교환권을 아내에게 주지 않을지 모른다.

 

생활협동조합은 신뢰를 먹고 산다. 생산자 조합원은 소비자 조합원과 푸른생협 사무국을, 소비자 조합원은 생산자 조합원과 푸른생협 사무국을, 푸른생협 사무국은 당연히 소비자와 생산자 조합원 모두를 신뢰한다. 그렇기에 대형 양판점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구입한다. 개중에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소비자, 또는 도덕적 우월감이나 허영심을 충족하려는 심사로 가입한 소비자가 없지 않겠지만, 가끔 잊어서 그렇지, 생활협동조합은 신뢰가 그 존립근거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생활협동조합을 깨울 겸, 푸른생협에서 대안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

 

푸른생협이 보장하는 대안화폐는 생활재본위제 화폐가 된다. 푸른생협에 조합원으로 가입한 소비자나 생산자가 그 화폐로 신용을 거래할 수 있다. 유기농산물을 사용하는 선술집뿐이겠는가. 푸른생협이 농산물과 그 가공식품을 주로 취급하는 만큼 먹을거리와 관련된 가게, 다시 말해 재료가 분명한 식당이나 제과점도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지만 서점이나 약국은 불가능할 겐가. 교사나 공무원과 같은 직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들도 먹어야 산다. 되도록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먹고 싶고 신용이 부족한 자와 거래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푸른생협에서 발행하는 대안화폐는 정부나 은행의 방해가 없다면 지역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회전된다. 그 화폐를 가지고 있는 이와 서로 만나면 무척 반가울 테고, 막걸리를 좋아한다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회원 가입한 선술집으로 향할지 모른다. 든든한 이웃이 생기는 거다. 그 유가증권이 창출하는 이익은 결코 자본의 손아귀로 휩쓸리지 않는다. 은행의 횡포에서 그 가치만큼 자유로울 수 있다. 더욱 신나는 건. 대안화폐를 매개로 사회적 안전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회원이 어려운 일을 당할 때 팔 걷고 나서지 않을 이 누가 있겠는가. 나를 인정하는 이를 걱정하고 보살피려하지 않는 이는 없는 법이다. 적어도 푸른생협 조합원이면서 대안화폐 회원이라면.

 

일단 그런 취지에 동의하는 조합원을 푸른생협에서 모을 수 있다. 점차 취지에 동의하는 회원의 참여가 늘면 대안화폐의 편의와 진정성은 더욱 가치를 발할 게 틀림없다. 푸른생협의 위상도 성큼 커질 게 틀림없겠지. 또 아는가. 그 유가증권이 푸른생협을 넘어 전국의 생활협동조합으로 세련되게 퍼져나갈지. 하지만 그건 한참 나중 일이고, 당장 원고료 대신 받은 생활재 교환권을 푸른생협 매장 이외의 곳에서 사용하고 싶다. 그를 위한 논의 기회를 조합원들과 함께 만들길 제안해본다. (푸른생협 회보, 2011.5.?)

15년 쯤 전에 인천 인디텔인가 하는 PC통신업체에서 대안화폐를 시도했던 적이 있습니다만 지금은 없어졌나 보네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