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18. 4. 17. 22:23

 

설악산과 월악산, 그리고 비무장지대에서 눈 밝은 사람에게 이따금 관찰되던 천연기념물 산양이 주왕산에서 발견되었다고 얼마 전 뉴스는 일제히 전했다. 사람의 발길이 반세기 넘게 차단된 비무장지대에서 산양은 비좁을지언정 어느 정도는 자유로울 것이다. 임진강 하구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폭 4킬로미터로 이어지는 좁은 회랑이지만 천적이 사라졌으니 지뢰만 조심한다면 안전하다. 하지만 설악산은 다르다. 산록 생태계를 이리저리 끊는 등산로마다 등 떠밀리는 사람으로 소란스럽기 짝이 없다.


천적을 피하려 깎아지른 절벽을 마다않는 산양이 사람을 반길 리 없다. 소음과 냄새에 민감한 만큼 등산로 주변을 어슬렁거리지 않을 텐데 어떤 연유로 주왕산에 모습을 드러냈을까? 주왕산의 생태조건이 특별히 만족스러운 건 아닐 것이다. 설악산보다 사람의 왕래가 적은만큼 생태계 파괴가 덜하기 때문이 아닐까? 설악산보다 열악하다면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게 분명한데,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산양은 주왕산에서 지속적으로 살아갈까? 조금 더 관찰해야 확신할 수 있겠지.


이름의 자가 설명하듯 월악산도 설악산처럼 험하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지역에서 사라져가는 동물이 눈에 띈다. 하늘다람쥐도 그 중 하나다. 지금부터 두 세대 전, 인천의 작은 산을 찾아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지만 요즘은 강원도 심심산골에 가야 볼 수 있을 정도로 드물어졌다. 사람들의 멈추지 않은 개발로 터전이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아스팔트 도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인데, 날다람쥐의 이동을 가로막는 도로는 강원도 산간도 예외가 아니다. 숲 생태계를 잔디밭으로 만드는 골프장은 산기슭을 대규모로 파헤치는데 그치지 않는다. 아스팔트는 로드킬의 참상을 밤낮없이 연출한다.


설악산과 월악산의 바위틈에서 사람을 피하던 산양이 어떻게 주왕산m로 이동했을까? 백두대간의 생태계가 보전된 덕분이라면 이해가 쉬운데, 수많은 도로와 광산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종주하려는 사람들이 밤낮 없이 몰려드니 소음과 냄새, 그리고 번쩍이는 해드랜턴의 빛으로 종일 시끌벅적하다. 야간종주는 불법이지만 많은 산악회에서 버젓이 회원을 모집하는 현실이므로 설악산에 발붙이기 불안해진 산양은 백두대간 마루금을 피하며 위태롭게 이동했을지 모른다.



사진: 운해로 자욱한 설악산(최병성 제공)


설악산은 1970년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월악산은 1984, 주왕산은 19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산양이 국립공원을 특별히 선호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만큼 피하려 애썼지만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니 대안이 없었겠지. 미국에서 최초로 지정한 국립공원은 자연의 다채로운 생태계와 수려한 경관을 후손에게 보전하자는 데 큰 의미를 두었다. 과도한 이용으로 사라지게 놔둘 수 없기에 1872년 옐로스톤부터 국립공원을 지정했지만 우리는 관광 목적이 보전보다 컸다. 그 결과 중앙정부가 각 도에 선물 안기듯 안배했고 주변 지역은 관광수입에 중점을 둔 개발에 치중했다.


사람이 모일수록 관련 부처는 이용과 보전의 조화를 모색해야 했지만 관심은 돈벌이였다. 이용객 편의에 정책을 모은 만큼 생태계와 경관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설악산의 사례가 그 대표적이다. 설악산국립공원에 포함될 예정이던 점봉산의 생태계가 보전된 역설적 이유가 그렇다. 신흥사 근처에서 케이블카로 쉽게 오르게 된 이후 설악산의 권금성 생태계는 무참하게 파괴되어 암석만 남았다.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한 케이블카 이용객들은 주변 경관에 잠시 매료될 수 있지만 발아래와 주변의 다채로웠던 생태계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다.


196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설악산은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지역이다. 오색에서 설악산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추가 설치한다면 이후 설악산의 생태계는 어떤 몰골이 될까? 강원도와 양양군은 짐짓 경제성보다 생태계 보전을 앞세우지만 터무니없다. 이용과 보전의 공간과 그 방법을 철저히 분리해야 할 국립공원이건만 그 흐릿한 경계마저 무너뜨리는 개발이 아닌가! 케이블카가 지나는 지역은 산양의 주요 이동 통로다. 케이블카 설치를 고집하는 사람들은 수상쩍게 수정한 경제성 분석결과를 내미는데, 국립공원은 돈벌이 수단일 수 없다.


설악산이 무너지면 주왕산으로 산양을 옮길까? 훼손되었으니 야간종주를 철저하게 단속하더라도 스스로 이동하는 건 쉽지 않다. 늘 그랬듯, 대체 서식지를 제안하는 건 아닐까? 주왕산에 대체서식지를 마련해 설악산의 산양을 옮긴 다음에 케이블카를 만들자는 제안이 대안으로 부상하는 건 아닐까? 그럴까 겁난다. 산양을 사로잡으려다 다칠 사람이 생길지 모른다. 한두 마리 옮기고 손을 턴다면 설악산의 생태계는 외면될 것이다. 케이블카를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산중턱은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를 입고 손쉽게 정상에 오른 이용객의 증가는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질 것이다.


산양은 설악산의 깃대종이다. 국립공원을 상징하는 동물을 대체서식지로 내몰 수 없다. 망가뜨릴 예정이므로 옮기겠다는 태도는 산양의 처지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데, 생존이 위협받을 산양은 발언권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섰다. 60만 명이 케이블카에 오른다면 설악산의 터전을 잃을 것이 분명하기에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에서 산양의 생존권을 지키려고 법적 후견인으로 나선 것인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여러 국가와 달리 우리 법정은 여전히 자연에 법적 당사자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사진: 오색에서 출발한 설악산 케이블카의 정상부 조감도


2003도롱뇽의 친구들은 천성산 도롱뇽을 대신하는 환경소송에 나셨지만 당시 법원은 소송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15년이 지났다. 현 정부의 탄생을 이끈 촛불은 우리 사회에 경제정의와 사회정의에 눈을 뜨게 만들었지만 생태정의까지 인식의 폭을 확산시키지 못했다. 후손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국립공원의 수려한 경관과 다채로운 생태계를 보존해야 한다는 생태정의 원칙을 사회가 수용하지 못하는데, 2018년 법원은 환경정의와 세대정의 정신을 구현할 용의가 있을까? 소송 후견인들의 눈물겨울 노력과 무관하게 우리 법원의 변화를 기대하지 못하겠다.


천성산 정상의 습지는 현재 무척 건조하다. 18킬로미터의 터널 때문에 물기가 빠져나갔고, 도롱뇽은 살아가기 어려워졌다. 터널 공사 책임자는 서식지 보전을 장담했지만 공사 이후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서울 은평뉴타운지역에 넓게 분포했던 북방산개구리와 맹꽁이는 대체서식지에 가도 보기 어렵다. 환경단체에서 기획 단계부터 염려했지만 공사 주체는 생태를 무시한 대체서식지로 집어넣었고 자연의 오랜 이웃은 사라지고 말았다. 세종시 중앙공원 조성을 위해 대체서식지로 옮긴 금개구리는 보전될 수 있을까?


올해도 저어새가 남동공업단지 유수지를 찾아왔다. 공단폐수의 악취가 심하지만 천적이 다가오지 않고, 송도신도시의 초고층아파트가 이동을 방해하지만 주변에 먹을거리가 많아 새끼들 키워내는데 어려움은 아직까지 없다. 하지만 모른다. 갯벌과 농토 매립이 끊이지 않는다. 저어새에 제공할 대체서식지는 주변에 없다. 저어새는 2014년 인천장애아시안게임의 상징동물이었다.


황해의 잔점박이물범은 천연기념물이자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의 상징동물인데, 8000여 마리에서 200여 마리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중국 해안의 막대한 폐수는 거칠게 없고 우리의 바닷모래 채취와 갯벌매립은 멈추지 않는다. 잔점박이물범의 대체서식지는 어디일까? (야곱의우물, 20185월호)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6. 10. 17. 16:55


나이스 샷!”

뭐라구?”

나이스 샷이라구요 부장님.”

아니, 뭐라구? 잘 안 들려!”

! ! ! ! 이라구요, 나 부장니임!”

그래? 난 또, 나가자는 줄 알았지.”

뭐라구요?”

 

때는 2020, 서울의 어떤 정부투자기관에 근무하는 나바뻐 부장과 전아부 과장의 라운딩에서 나올만한 대화 한 토막이다. 모처럼 한가한 주말, 서울 외곽, 김포공항 바로 옆을 차지한 골프장인데 의외로 쉽게 부킹에 성공한 전과장은 칭찬을 예상했지만 틀어지고 말았다. 5분마다 이착륙하는 비행기의 소음으로 일상적 대화는 불가능했다. 전아부 과장은 다신 나바뻐 부장과 그 골프장 예약을 하지 않을 게 뻔한데, 다른 이는 어떨까? 아무리 부킹이 쉬워도 일부러 스트레스 받지 않겠다고 다짐하지 않을까?


가을을 맞은 2016년 김포공항 주변의 습지는 갈무리하는 생태계의 향연을 벌이고 있었지만 공사를 예고하는 구석구석의 작은 붉은 깃발들이 섬뜩하게 펄럭였다. 겨울을 앞둔 작은 새들은 인적에 놀라 덤불에서 먹이를 찾다 말고 떼를 이뤄 날아가고 흰뺨검둥오리 무리도 삼삼오오 하늘을 맴돌았다. 추수를 방금 마친 들판을 때 이르게 찾은 기러기는 낙곡 많은 골프장 예정지를 기억하려는 듯 끼룩거리며 높이 나는데, 내년에 다시 올지, 기약할 수 없다.


한강 주변의 들판이므로 원래 습기가 많은데, 비행기 이착륙 소음은 참을 수 없는 민원으로 이어졌고 견딜 수 없던 정부는 일괄 구입해 20년 넘게 방치했다. 농민과 농약이 사라진 들판은 자연스런 습지로 환원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채로운 맹금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생태계에서 상위 포식자들이 드나드는 건 먹이가 되는 동물이 충분하다는 걸 반증한다. 맹금류뿐이 아니다. 하도 드물어져 보호대상종이 된 맹꽁이와 금개구리가 쉽게 눈에 띄고 습지 바닥에는 희귀한 수서곤충이 되살아났다.


사라지다 못해 진귀해진 생물권을 보전하기보다 골프장의 시공 일정에 맞춘 환경부의 정책은 대부분의 양서류와 파충류가 동면에 들어간 계절에 대체서식지 이전을 허락한 모양이다. 하지만 자연의 이웃인 동물에게 대체서식지는 터무니없다. 규격처럼 똑같은 아파트도 여간해서 이전하지 않는 사람은 동물의 서식지를 함부로 옮기려든다. 그것도 공사일정에 맞춰서. 대체서식지가 기존 서식지를 대체하지 못하지만 이미 동면에 들어간 양서류와 파충류들은 어쩌란 말인가? 굴삭기에 밟히거나 눌리지 않으면 골프장을 찌들일 농약에 중독될 수밖에 없어야 하는가? 대체서식지로 이전할 대상도 아닌 수서곤충들은 어찌될까?


수도권의 거의 유일한 자연습지인 김포공항 주변은 서울과 주변 수도권의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고 삭으러드는 생태계를 그나마 풍요롭게 해주는 샘물 같은 곳이건만 그 샘은 머지않아 틀어막히고 습지는 질식할 것이다. 여름뿐인가? 봄부터 한겨울까지 뒤덮는 도시의 먼지를 씻겨주는 일도 중단되겠지. 제비와 줄장지뱀이 보호대상종인 서울에서 어디보다 교육적 효과가 큰 습지는 사라질 것이다. 이젠 땅강아지와 쇠부엉이로 이어지는 생태계는 인쇄물로 대체해야 할 모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지는 지구온난화는 기상이변의 범위와 강도를 높인다. 먼지로 뒤덮이는 횟수가 늘어나는 도시는 시도 때도 없이 메마르다 홍수로 도로가 빗물에 잠기기를 반복한다.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는 녹지만 확충하는 게 아니다. 재해를 완충하며 다채로운 생물을 보전해오던 습지를 필수적으로 확보하고 보전하는데, 우리는 오직 놀이를 위해 있는 습지를 매립하려든다. 아니 교육이나 생태적 가치보다 돈벌이를 먼저 생각한 처사일 테지만, 소음으로 가득한 골프장을 즐겨 찾는 이 몇이나 될까?


김포공항 습지에 골프장을 조성한다는 사실을 알고 환경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했을 때, 공항공사는 물론이고 허가부서인 환경부도 대안을 모색하려 노력하지 않았다. 귀를 막고 절차를 진행하다 뒤늦게 대체서식지를 거론하지만 가녀리게 남은 자연마저 매립할 우리는 후손의 행을 앗아갈 것이다. 어쩌면 생존을 그만큼 위협할지 모른다. 하지 않아도 그만일 어른들의 놀이를 위해. 돈 많은 부자들의 추가 돈벌이를 위해. (지금여기, 2016.10.17)

 
 
 

생태계·동물

디딤돌 2011. 5. 6. 15:48

 

꽃놀이 버스들이 영동고속도로를 메울 때 지리산 댐이 예정된 경상남도 함양군 용유담을 다녀왔다. 10미터가 넘는 대형 보로 강의 흐름을 가로막는 4대강 사업 덕분에 물그릇이 커져 가뭄과 식수난을 해결하겠다고 호언하던 정부였다. 그런데 왜 지리산에 댐을 만들려는 걸까. 분명 운하로 전용할 4대강 사업은 배가 다닐 폭과 깊이를 위해 6미터 이상 모래를 연실 퍼내고 있으니 대형 보 안에 고인 물은 썩을 수밖에 없다는 걸 정부는 예상했고, 하는 수 없이 400만에 가까운 부산시민들을 위한 상수원을 따로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란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사라질 위기에 몰린 지리산 용유담은 벚꽃과 막 잎눈이 벌어진 연초록에 물들어 수려하기만 했다.

 

용유담으로 가기 전, 일행은 잠시 지리산의 계단식 논을 답사했다. 모자로 덮을 만한 땅뙈기까지 모를 심었다는 계단식 논은 노을을 받아 아름답기 그지없는데, 한나라당 단독으로 체결된 한EU FTA와 곧 여당 단독으로 체결할 한미 FTA, 그리고 서두르려는 한중 FTA가 체결된 이후에도 이 계단식 논에 모를 심으려는 농민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한데, 생태학자가 본 문제의 하나는 맑은 물이 스며드는 심심산골의 계단식 논에도 개구리와 도롱뇽이 통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북방산개구리와 도롱뇽의 올챙이들이 바글거려야 할 계절인데, 웬일일까. 요즘 세상에 농약은 그리 많지 않을 터. 한 때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보호하던 두 종에 무슨 변고라도 생긴 걸까.

 

이맘때 산간계곡이나 물이 고인 논에 알을 낳는 북방산개구리와 도롱뇽은 어디서나 흔하디흔했지만 지금은 적막할 정도로 드물다. 얼음이 단단한 계곡을 굴삭기로 뒤집으며 쓸어 잡아들여 몬도가네 족들에게 팔아넘기는 기업형 사냥꾼들이 겨울부터 극성이지만 그런 행위가 북방산개구리가 사라지는 원인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생태환경의 변화도 의심스럽고 여전한 농약 사용도 걱정을 덜게 하지 않지만 산기슭까지 치고 올라가는 개발로 논에 공급되는 물이 불안정해진 것도 봄의 전령인 북방산개구리와 도롱뇽이 사라지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 틀림없겠다.

 

환경부가 보호대상종으로 한사코 인정하지 않는 북방산개구리와 도롱뇽도 줄어들고 있지만 최근까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던 꼬리치레도롱뇽은 더욱 희귀해졌다. “학술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거나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야생동식물로서 자연생태계의 균형유지와 그 종이 멸종위기에 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환경부장관이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지정한 꼬리치레도롱뇽이 멸종위기종에서 취소된 건 학술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줄었거나 개체수가 늘어 멸종위기에서 벗어난 까닭은 분명히 아니었다. 지정되어도 계속 줄어들기만 했건만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된 것은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을 개발하려는 정부의 의지 때문이라고 당시 환경단체는 의심했다. 갈라진 바위틈에서 차가운 물이 사시사철 흘러내리는 천성산에 꼬리치레도롱뇽이 적지 않았으므로.

 

현재 맹꽁이와 금개구리는 우리나라 양서류의 유일한 2급 보호대상종이다. 멸종이 우려되고 학술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높기 때문인데, 들리는 소문은 흉흉하다. 맹꽁이는 곧 제외할 예정이라는 게 아닌가. 그린벨트에 아파트와 체육시설을 지으려하니 맹꽁이가 나타났다고 환경단체가 현수막을 펼치고 반대하니 막막하기 짝이 없었던 모양인데, 해제 목록에 수달과 삵도 포함된다는 소문이 돈다. 마찬가지로 산간을 개발하려는데 걸림돌인 까닭이라고 한다. 하긴 부산 기장군 고리에 핵발전소를 증설하는데 방해된다고 지정을 외면한 것으로 의심하는 고리도롱뇽, 계룡산 관통도로를 개설하는데 발목을 잡을 거라 걱정해 지정 요구를 거들떠보지 않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이끼도롱뇽도 개발의 걸림돌이었을 게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환경부는 개발 관련부서의 친절한 동반자인 셈이다.

 

맹꽁이는 진정 많아졌는가. 할일 많은 장마철이면 농촌의 애환을 달래주던 맹꽁이가 농약 과다 살포와 분별없는 개발로 일제히 자취를 감췄다 최근 여기저기에서 나타나는 건 여건이 조금 개선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생태환경이 안정되었다고 판단하기 아직 이르다. 서식지가 전에 없이 위축되지 않았던가. 한 때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되던 두꺼비가 번식기를 맞은 호수에 잠시 바글거리다 이후 자취를 감추는 건, 주위의 서식환경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어두운 산간계곡마다 꾸물거리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던 무당개구리가 어쩌다 보일 정도로 드물어진 것도 순전히 사람 때문이다. 임도(林道)가 산허리를 감돌고 계곡을 개발하자 약속이나 한 듯, 꼬리치레도롱뇽과 더불어 일제히 사라지고 말았다. 맹꽁이도 앞으로 그리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잠시 농약이 줄어 퍼졌지만 이내 사라질 수 있는 불안전한 처지인데 개발 일변도의 정부는 얼씨구나 보호대상종에서 빼려는 모양이다.

 

강 호안을 돌망태와 철근콘크리트로 싸바른 이후 자취를 감춘 수달이 한국에 많다는 걸 부러워하는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수달을 보호대상종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이 이는데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자국의 하천 생태계가 회복되면 우리나라에서 도입하고 싶을 것이기 때문인데, 우리 농가를 괴롭히는 유해조수’(有害鳥獸)의 대명사로 지탄받는 고라니도 사실 우리나라 이외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는 희귀종이다. 세계 생태자원의 보전을 위해 고라니를 보호대상종으로 묶자고 다른 국가나 환경단체가 제안한다면 우리 개발 동반자 행정당국은 뭐라고 답할까. 고라니가 먹는 농작물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고라니가 인간의 방해를 받지 않고 편안하게 살 환경을 보장한다면 굳이 인간 주변을 배회하지 않아도 무방하리라. 도시를 어른거리다 총 맞고 죽고 마는 멧돼지도 마찬가지겠지.

 

조망권을 사전에 평가할 때 앞으로 지어질 모든 건물의 위치와 규모를 빠짐없이 상정해야 한다. 여러 건물을 나란히 세울 거면서 건물 한 채 씩 평가한다면 기만이 된다. 같은 맥락으로, 난립하는 골프장으로 백두대간에서 정맥으로 이어지는 녹지가 차단되는데 한 골프장의 생태계만 조사한다면 생태계 연결이 차단되면 사라질 수 있는 동식물을 보전할 수 없는 건 당연힌 노릇이다, 하지만 실상은 하나의 골프장만 검토한다. 그래서 보호대상종인 강원도의 하늘다람쥐는 위기를 맞았다. 현재 40개의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는 강원도에 다시 40여 개의 골프장이 신축을 준비하고 20여 곳이 계획하고 있다. 한데 환경영향평가서는 하늘다람쥐가 다른 곳으로 터전을 옮길 테니 걱정 없다고 천편일률적으로 장담한다. 떠날 수밖에 없는 동물의 눈높이는 전혀 환경영향평가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하늘다람쥐나 맹꽁이도 사람처럼 함부로 자신의 터전을 옮기지 않건만 사람은 대체서식지를 제공하겠다며 거룩한 포정을 짓는다. 대체서식지로 옮겨진 동물은 생존율이 터무니없이 낮다. 적응된 서식지와 조건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의 알량한 눈으로 복원된 생태계가 동물의 눈높이와 맞을 리 없지 않은가. 개발할 때 잠시 대체서식지로 옮긴 뒤 개발 뒤 생태계가 복원되면 다시 데려오겠다는 선언도 동물의 처지에서 위험천만한 건 마찬가지다. 복원된 생태계가 전과 동일할 리 없다. 더 좋은 환경으로 옮겨준다는 주장은 동물의 처지에서 어처구니없을 텐데, 한강 노들섬의 맹꽁이, ‘은평 뉴타운의 맹꽁이, 4대강 사업 현장에 분포하는 수많은 보호대상종들의 극히 일부만이 더 좋은 대체서식지로 옮겨질 것이다. 보호대상종이 떠난 자리에 사람만이 들끓겠지.

 

몇 마리 명맥을 유지한다고 믿은 이의 적극적인 보전운동이 있었기에 이제 조금씩 늘어나는 수달과 맹꽁이는 우리 하천 생태계의 카나리아나 마찬가지다. 그들이 아직 누비고 있으니 우리 하천은 안정된 상태라는 걸 우리는 알건만 우리 카나리아의 운명은 앞으로 장담할 수 없다. 편안한 4대강 사업을 위해 보호대상종의 목록에서 제거할 경우 수달도 강도, 그리고 우리 후손의 생태적 안위도 위기에 빠질지 모른다. 맹꽁이가 사라진 농촌과 도시 근교에 아파트와 공장이 들어선다고 우리는 행복할 것 같지 않다. 하늘다람쥐를 볼 수 없는 백두대간, 꼬리치레도롱뇽이 사라진 산간계곡은 더 없이 쓸쓸할 것이다. 그러다 사람도 대체서식지를 찾아야 하는 건 아닐까.

 

보호대상종이 나타나도 대체서식지 운운하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는 현 정권에서 다시 검토하는 보호대상종의 목록은 누가 작성하는지 몹시 궁금한데, 수도권 일원의 낮은 평지에 주로 서식하는 금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는 온전히 보존될 수 있을까. 생태조건이 아주 까다로운 그들이야말로 대체서식지에 가면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데 수도권의 개발압력은 하천이나 산간계곡과 차원이 다르다. 눈앞의 돈을 위해 후손의 안위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새로운 목록에 오르거나 남을 보호대상종은 안녕할 수 있을까. 아니 적막강산이 된 생태계에서 홀로 남는 인간은 안녕할 수 있을까. 우리는 스스로 만든 보호대상종이라는 카나리아마저 내버리고 있는데. (함석헌 평화포럼, 20115월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