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9. 8. 17. 11:09

 

지구온난화로 변수가 복잡해져서 그랬는지 기상대가 시점을 예보하지 않았던 올해의 장마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초기 남중국의 수증기까지 받으며 막대한 위력을 발휘하다 주춤하긴 했어도 지루하게 오르내린 장마 덕분에 불볕더위는 예전보다 지체되었는데, 입춘이 지난 요즘 한낮의 불볕더위가 기승이다. 이 더위는 언제 주춤하려나. 작년 가을, 겨울철새가 날아올 때까지 계속된 더위는 남동산업단지 유수지와 인근 외암도 주변의 오염된 갯벌에 보툴리늄 균을 창궐하게 했고, 감염된 구더기를 먹은 겨울철새들이 떼로 죽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올해는 무사할까. 형편없이 줄어든 인천의 갯벌은 겨울철새가 내려앉을 자리를 제한할 텐데, 이래저래 걱정이다.

 

나이 들면서 뜨끔해진 관절을 위해, 의사는 자주 걸으라고 권한다. 한데 아직은 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쪼이는 거리를 걷는 일은 곤혹스럽다. 지하철 서너 정거장을 걷다보면 어깻죽지에서 시작된 땀은 어느새 허리를 타고 내러가 바지 뒤춤까지 척척하게 적시니, 민망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가로수 그늘을 택하는데, 그늘이 하필 보행자도로의 일부를 차지하는 자전거도로에 멈출 때가 많다. 가로수가 보행자도로까지 드리워준다면 좋으련만. 빗물을 충분히 받으면 가지를 넓게 펼치며 자라 올라 그늘도 넓지만 대개의 가로수는 그런 호사에서 벗어나 있다. 딱딱한 땅에 박힌 채 방치된다. 빗물을 잘 흡수하도록 심은 가로수를 보행자도로를 따라 좌우에 배치한다면 그늘이 녹지의 터널처럼 이어질 텐데, 그런 거리는 인천에 매우 드물다.

 

입춘이 지나서 그럴까. 아침저녁으로 조금은 선선해졌는데, 벌써부터 청설모란 녀석이 아파트단지 둔덕에 심은 잣나무를 탐한다. 어디에서 왔을까. 청량산인가 문학산인가. 분명한 건 녹지가 예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청설모가 늘면 황조롱이나 삵이 따라 들어오겠지만 사람이 많은 도시는 어림도 없다. 청설모가 눈에 띄기 전, 직박구리가 먼저 눈에 띄었다. 갯벌을 메워 조성한 연수구 아파트단지에도 시간이 지나니 나무들로 우거졌고, 새들이 먼저 찾아왔으리라. 나무에 벌레가 생긴 걸까. 벌레가 있어야 새가 날아들고, 새가 있어야 도시의 녹지에 생동감이 깃드는데, 가로수에 살포되는 농약은 직박구리를 한동안 달아나게 했다. 내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겠지.

 

그늘이 없는 도시의 맨땅은 나무와 풀로 덮인 녹지에 비해 같은 시간에도 훨씬 뜨겁다. 가로수 아래에서 측정해도 온도계 눈금이 서너 칸은 내려간다. 도시에 녹지가 충분하다면 시민들은 에어컨 사용을 줄일 테니 전기료가 줄고, 그만큼 저축과 생활에 여유가 생기겠지. 책을 읽는 이도 다소 늘지 않을까. 에어컨을 컨 채 텔레비전만 보던 이웃이 녹지에서 만나 더 가까워질 테고, 컴퓨터게임에 몰두하던 아이들이 공놀이에 열중할 수 있겠다. 그런 순기능을 이해하는 시민들은 도시의 녹지 확보에 관심이 높아질 텐데, 그런 기미는 유럽의 도시와 달리 우리 사회에서 감지되지 않는다.

 

 

시민을 끌어들이는 도심 녹지

 

무더운 여름에 시민들은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칠갑이 된 회색도시를 떠나려 집을 나선다. 어디로 가면 좋을까. 한강둔치처럼 숲이 없는 인위적 공간은 금방 지치게 하고, 가까운 곳에 숲이 없는 바다는 오래 머물지 못하게 한다. 역시 녹지가 주변에 있어야 휴식을 충분히 보장하는 모양이다. 거기가 어디일까. 흐르는 물에 발을 담글 수 있는 숲이 도시에 있다면 많은 시민들은 남으려 하지 않을까. 하지만 숲을 잃은 도시에서 맑은 하천은 만나기 어렵다. 빗물을 완충하는 녹지가 없는 도시에서 하천은 물을 잃었거나 아예 복개돼 지도에서 지워지고 말았다.

 

녹지율은 선망하는 도시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아파트단지가 분양될 때마다 반드시 강조하는 녹지율은 설득력이 그만큼 높다는 거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나무가 울창한 녹지를 자랑한다. 왕이나 영주의 사냥터로 보전되었던 녹지도 더러 있지만 시민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숲을 적극 도입한 도심의 공원이 많다. 조경학자은 녹지가 도시 면적의 30퍼센트보다 적으면 시민들은 도시를 빠져나가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하는데, 그를 반영하는 걸까,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들은 재개발 시 녹지부터 확보하고 인구가 밀집되는 도심에 넓은 숲을 조성하려 애쓴다. 용도가 끝난 관공서나 공장, 공항 터에 공원을 조성하는 건 예사고 도로를 지하로 옮긴 자리에 숲을 조성하는 경우도 있다.

 

녹지가 도심 안에서 고립되면 생명력이 약하다. 그런 녹지는 세심한 관리가 부족해지면 시들어버릴 수 있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도심의 녹지 사이는 물론이고 외곽의 광대한 녹지와 도심의 녹지를 연결하기 위해 동서와 남북, 그리고 동심원으로 녹지축을 구축한다. 그러자 도심에서 시민들은 새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새는 외부의 씨앗을 떨어뜨려 녹지의 생명력을 높일 것이다. 도심 녹지의 보전을 위한 노력은 녹지축에서 그치지 않는다. 생물서식공간이라 말하는 이른바 ‘비오톱’(Biotop)을 녹지에 도입한다. 습지와 조화를 이루는 녹지에는 곤충과 새들이 모여들 테고, 생명이 깃드는 녹지에 시민들이 모여들 것이다. 최근 유럽의 주요 도시들은 비오톱을 갖춘 녹지를 도시 면적의 50퍼센트까지 늘리려고 노력하기 시작했고, 그러자 시민들은 시원해진 동네에서 주말을 즐긴다고 한다.

 

한때 인천의 녹지가 다른 대도시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통계가 작성되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빗발친 적 있었다. 당시 타 도시와 산정 기준이 달랐다던 인천시는 강화와 옹진군의 녹지를 포함한다면 녹지율이 낮은 게 아니라고 변명했는데, 시민들이 민감했던 건, 도심의 녹지가 숨이 막힐 정도로 부족하다는 걸 수치로 확인했기 때문이지 외곽의 녹지에 위안을 받고자 한 게 아니었다. 이후 공원에 나무를 심고 ‘학교숲’과 자투리녹지 들을 적극 조성하며, 재개발 터에 녹지를 우선 확보하려는 시당국의 노력에 힘입어 도심의 녹지율이 어느 정도 개선돼 왔다. 그런데도 인천의 시민들은 여전히 녹지에 목마르다. 대형 건물에 비한 상대적 녹지 증가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인천시 녹지의 꿈

 

2006년 산림청에서 주관한 산림행정평가 가운데 ‘도시 숲 조성 관리 분야’에서 광역시 중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자랑하는 인천시는 ‘생명의 숲’이라 이름붙인 도심 녹지를 2010년까지 1천만평방미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를 위해 공공부문은 도시공원과 자투리땅에 녹지를 조성하고, 민간은 사유지에 나무를 심도록 유도하겠다는 거다. 구체적인 계획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2006년과 2007년에 시내 70여 군데의 자투리땅에 24만 평방미터의 녹지를 이미 조성한 ‘도심 속 웰빙 녹지’는 앞으로 계속될 거고, 관공서 담장을 허문 자리에 녹지를 만들고 건물 옥상을 녹화하겠다고 한다. ‘걷고 싶은 거리’와 ‘테마가 있는 녹색길’ 그리고 ‘시가지 녹화’를 30개소 이상 추진하는 한편, 2010년까지 시내 340여 학교에 담을 허물어 자연학습장과 생태숲을 조성하겠다는 시는 인천대공원을 비롯한 15개 공원에 녹지를 확충하겠다고 천명했다. 예산까지 구체적으로 계상한 인천시는 2002년 일인당 5.7평방미터였던 도시공원 면적을 2010년까지 11.2평방미터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식 개장하기 전에 청소년을 위해 임시로 문을 연, 부평구 청천1동 장수산의 생태숲이 그중 하나가 될 것인가. “지난 2005년부터 조성을 시작한 인천 생태숲은 시내에서 10여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우수하고 굴포천과 연결돼 생태하천과 숲을 동시에 아우른 자연체험학습장 역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며 부평구 관계자가 소개한 그 숲은 현재 명칭을 공모하는 중인데, 1200여 평방미터의 부지에 지하와 지상 2층 규모를 가진 ‘자연교육센터’가 들어섰고, 돔형 ‘나비 생태관’을 비롯해 흙의 정원, 수생식물원, 습지원, 들꽃동산이 단장되었으며, 단풍나무숲길, 팽나무숲, 은행나무숲, 벚나무숲길과 같은 테마 숲이 조성돼 있다. 물놀이 같은 가족 단위의 휴식은 물론이고 곤충표본 만들기 같은 학교 단위의 생태 체험이 가능하다는 장수산의 생태숲은 무료로 운영할 예정이라는데,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안정된 숲에 건물과 학습시설을 넣기보다 무너져가는 생태 공간, 다시 말해 비닐하우스가 난립된 그린벨트를 복원하며 생태숲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관심 있는 시민들과 더불어 모색했다면 더욱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인천시가 계획하는 ‘도심 속 웰빙 녹지’에 도로 중앙의 녹지도 포함돼 있는 건 반가운 일이다. 나무와 그 사이에 심은 풀들로 도로 중앙을 분리하자 회색도시가 한결 시원해졌으며 교통사고도 크게 줄었을 게 틀림없다. 차선의 폭이 다소 줄어 접촉사고의 가능성은 높아졌을 테지만, 그건 제한속도를 낮추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넓은 도로의 가운데 나무를 심는 예가 흔한 유럽을 보자. 주택이 밀집되고 학교에서 가까운 도로를 우리처럼 자동차가 빨리 달리는 도시는 드물다. 시속 8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자동차의 엔진과 타이어 마찰 소음으로 시민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심하지만 시민들의 안전도 보장될 수 없다.

 

도심에서 시속 30킬로미터 이상 달릴 수 없는 독일의 도로는 차선폭이 좁을 뿐이 아니라 이면도로의 주차장에 나무를 심고 자전거도로와 보행자도로 사이에 나무를 심어 걷는 이나 자전거를 타는 이가 가로수 터널을 지나도록 배려했다. 인천도 자동차도로 다이어트에 이은 자전거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차선폭을 줄여 여유가 생긴 도로 가장자리에 자전거도로를 확보하는 공사로 체증이 빚어지자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제기하지만 인천시의 의지는 강력해 보인다.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편리한 도로를 만들어 자동차 이용을 줄이려는 시도라면서, 자동차가 줄면 에너지 절약과 대기오염 감소의 효과가 생길 테고, 자전거의 안전한 이용으로 시민들의 건강도 도모할 수 있으니 불편을 조금 참아달라고 당부한다. 한데 자전거도로가 아직 완공되지 않아 그런지 승용차를 포기하고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은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 같지 않다.

 

프랑스 파리의 어떤 구는 자동차 주차장이 모자라다는 민원을 역발상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자동차 주차장을 아예 없애고 그 자리에 자전거 주차장을 확보한 뒤, 집에서 학교와 상가와 관공서를 편리하게 이어주는 자전거도로를 만들었다는 게 아닌가. 물론 그 과정에서 시민들과 사전에 충분히 논의한 것은 물론이었다. 시방 인천에서 이는 자전거도로 관련 민원은 충분한 논의가 생략되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일방적인 홍보나 설득보다 시민들이 스스로 공감할 수 있는 논의가 아쉬웠는데, 앞으로 시민의 의견을 소중하게 들을 필요가 자주 생길 것이다. 차도와 붙은 자전거도로가 햇볕에 노출되는 문제가 있겠지만, 자전거도로를 함부로 질주하는 오토바이를 포함해 자전거도로에 주차하는 자동차와 줄지어 정차하고 있는 택시들을 단속할 이유가 있으므로. 단속 경찰력이 부족하다면 요즘 유행하는 파파라치 제도를 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외국의 경험을 미루어 볼 때, 승용차가 줄어드는 만큼 이용객이 늘어날 테니 택시들은 자전거의 통행을 방해하면 안 된다.

 

우리의 도심 녹지도 앞으로 녹지축으로 연결해야 한다. 관교동에서 문화예술화관을 거쳐 시청을 지나 동암역까지 이어지는 중앙공원은 도로로 뚝뚝 끊어져 시민들의 적극적 이용을 방해할 뿐 아니라 외부 생태계 동식물의 유입도 차단한다. 인천시에서 끊어진 외곽 S자 녹지축을 연결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니, 그 사업과 더불어 외곽과 도심의 녹지를 녹지축으로 연결할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겠다. 아울러 도심 녹지에 살포하는 농약은 시기와 종류에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후손으로 이어지는 녹지를 위해

 

인천시는 그린벨트에 흩어진 비닐하우스가 지저분하다며 그 자리에 골프장을 조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구체화된다면 도심 녹지의 생태적 가치는 그만큼 위축될 것이다. 오로지 잔디만 심는 골프장은 결코 생태적일 수 없다. 어지러운 비닐하우스는 정비해야 옳지만 그 방법이 일부 시민들만 이용할 골프장일 수 없어야 한다. 유럽과 일본은 도시 외곽에 주말농장을 조성한 뒤 시민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해준다. 주말농장은 자체로 훌륭한 녹지다. 시민의 의견을 참고해 이용 원칙을 만든다면 인천시는 녹지를 확보하면서 그린벨트를 정비하고 시민들의 여가 선용의 기회도 늘일 수 있다.

 

비 내릴 때 흥건했던 물이 그치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지는 인천은 사막이다. 빗물이 건물로 스며들면 수해가 발생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막의 녹지는 강우량과 관계없이 건강할 수 없다. 빗물이 고이면서 피해가 완충될 뿐 아니라 지하수를 공급하는 비오톱을 도시 곳곳에 조성하고, 비오톱에 넘치는 빗물이 인근의 하천에 흘러들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수해 방지와 더불어 녹지의 연결을 위해 바람직하다. 도시가 사막화된 이후 인천의 작은 하천들은 물을 제대로 흘리지 못한다. 비오톱이 늘어나면 수량이 다소 늘겠지만 한계가 있다. 지붕 넓은 건물의 옥상을 녹화하면서 빗물을 재활용하고, 여분의 빗물을 비오톱으로 유도한다면 하천은 흐르는 물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종말처리장에 모인 하수를 정화한 뒤 바다로 한꺼번에 방류하는 건 아까운 일이다. 중간마다 조금씩 처리한 하수를 도시의 하천으로 흘리며 재활용하는 편이 녹지의 보전과 연결을 위해 바람직하고 나아가 에너지와 자원 절약에도 기여할 것이다.

 

최근 승기천을 포함해 굴포천과 장수천과 공촌촌과 나진포천 48여 킬로미터가 자연형으로 단장되었다. 1150억 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어도 자연형이지 자연은 아니므로 아직 살아난 건 아니다. 많은 자연형 하천에서 서식 가능성이 있는 동식물을 방생부터 하는데, 성급한 마음이다. 어떤 생물이 현재 어떻게 분포하는지부터 미리 조사한 뒤 그 결과를 바탕에서 적합한 동식물을 조금씩 도입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도입한 생물을 보전하거나 포기해야 한다. 시는 관련 조례로 관심 있는 시민의 모니터링을 적극 후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조성한 자연형 하천을 시민 이용시설로 활용하려는 일부 지자체의 욕심이 지나쳐 생물 서식공간이 위축되거나 파괴되는 경우가 빚어지기도 한다. 하천을 따라 흐르는 녹지를 후손에게 온전히 보전하고자 한다면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이용과 보전의 조화로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천 녹지의 두드러진 특징은 역사적으로나 실제적으로 갯벌에 있다. 인천은 갯벌이 있기에 육지의 녹지도 건강할 수 있었다. 새들이 오고갈 뿐이 아니라 갯벌에서 발생하는 수증기가 육지에 공급되고, 육지의 유기물질이 갯벌에서 정화하지 않던가. 인천의 갯벌은 현재 거의 매립돼, 남동산업단지 유수지에 둥지를 친 저어새가 먹이를 위해 즐겨 찾는 송도신도시 11공구를 제외하면 강화도 일원에 남아있을 뿐이다. 한데 강화도 주변 갯벌도 조력발전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육상의 어느 생태 공간보다 플랑크톤과 생물종의 분포 밀도가 풍부한 인천시의 갯벌은 지구촌에서 가장 빼어난 녹지 중의 하나이지만 녹지의 역할에서 머무는 것도 아니다. 태풍이나 해일과 같은 자연재해까지 예방한다. 막대한 탄소동화작용으로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갯벌을 지금처럼 거듭 매립하여 개발한다면 우리는 후손에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안기게 될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더욱 강해진 태풍과 그로 인한 해일과 너울이 해안에서 부서지지 않은 채 육지로 넘나들고 피해는 걷잡을 수 없는 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을 테니까.

 

자연에서 태어난 사람은 녹지가 주변에 풍부해야 건강한데, 그건 후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선조가 물려준 방대한 녹지를 마구 개발해 없앴고 그 자리에 거대한 철근콘크리트 건물을 세운 뒤 아스팔트로 덮었다. 그런 시설물들은 높거나 넓을수록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며 재생이 어려운 쓰레기를 양산한다.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다. 에너지 위기와 지구온난화가 이미 코앞인데 우리는 후손의 삶을 어떻게 배려해야 옳을까. 인천의 녹지는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아도 개발 속도와 견준다면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후손이 건강하게 살아남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최소한 녹지의 순기능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개발의 규모를 조적해야 한다. 여전히 부족한 인천의 녹지는 후손의 생명과 직결되는 까닭이다. (리뷰인천, 2009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