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5. 4. 24. 18:49


농사라고 조금도 짓지 않는 수도권의 도시 사람들. 그들 대부분은 작년 가을부터 올해까지 중부지방 강수량이 얼마나 적었는지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 앞뒤 베란다와 두 곳 이상의 화장실, 그리고 부엌의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 아파트에 머무는 한, 수도권 상수원에 영향이 큰 소양강이 바싹 말라간다는 보도에 긴장감을 느끼지 못한다. 다만 개막하자마저 강우로 프로야구 게임이 연일 취소된 현실이 다소 아쉬울지 모른다.


강우량이 많든 적든, 떨어지자마자 빗물로 흥건해지다 아스팔트나 콘크리트가 인도하는 대로 어디론가 낮은 지역으로 훨훨 흘러가는 도시는 비가 그치자마자 바싹 마르는 사막이다. 아프리카의 사하라나 몽골의 고비사막보다 훨씬 빗물의 습기를 담지 못하는 극단적 사막이다. 그렇게 설계된 도시에 사는 시민들은 목을 칼칼하게 하는 미세먼지를 원망하며 하늘을 가끔 바라보지만, 먼지를 씻겨주는 빗물의 존재를 반기지 않는다. 구두와 옷에 튀기고 자동차의 흐름을 방해한다며 귀찮아할 따름이다.


지난 4월 초 중부지방의 강우량을 예보하던 방송기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반년 만에 내리는 30mm의 비는 최소 2500억 원 정도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며 기상청 추산을 언급했다. 2500억 원이라. 대단한데, 황사나 미세먼지를 씻어내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데 2300억 원, 수자원의 가치로 210억 원, 화재를 막은 만큼 절약한 복구비용을 3억 원 정도로 추산했단다. 그런데 기상청은 밭작물의 해갈에 어느 정도의 경제적 효과가 있는지 아예 살펴보지 않았다. 중부지방 농민의 안타까움은 기상청의 고려 사항이 아니었던가?


이 땅의 화력발전소와 크고 작은 자동차가 토해내는 미세먼지와 수시로 몰려드는 중국의 먼지로 금방 더러워질 수도권의 공기를 잠시 말끔하게 씻는데 그렇게 많은 비용이 들어가나? 문외한이니 감히 토 달 수 없는데, 도시에 내리는 빗물을 잘 활용한다면 적지 않은 상수원 예산을 절약할 수 있겠다. 내리자마자 낮은 지역으로 흘려보내기 바빴지만, 습지와 담수시설로 그 빗물을 담아 활용할 수 있다면 낮은 지역의 수해를 그만큼 완충하고 텃밭은 물론 인근 농촌의 갈증도 상당히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서울시가 빗물을 처리하는데 들어가는 예산이 한 해 46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래야 지하 시설의 침수를 막고 도로에 빗물이 넘치거나 튀는 걸 예방하겠지만, 빗물은 어디까지나 자원이다. 수도권 시민들이 마시는 수돗물도 상류지역의 빗물이 아닌가. 그 빗물을 활용하는 서울시의 예산은 배제하는데 들어가는 예산의 백분의1에 불과하다고 몇 해 전 안타까워한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는 빗물을 받아 커피를 끓이며 대접한다. 빗물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진다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다짐한다.


수원시는 레인시티라고 자부한다. 유서 깊은 강의 기원과 거리가 먼 수원(水原)시에서 빗물을 활용하니 의미가 있지만 굳이 영어로 그 의미를 표현하니 아쉬운데, 관련 조례를 제정할 정도로 빗물 활용에 적극적이다. 해마다 5만 톤의 물을 요구하는 종합운동장의 잔디는 관중석과 트랙에서 모은 빗물을 활용하며 예산을 절감한다. 도로 청소에 빗물을 적극 사용하는 수원시의 담당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빗물을 1년 저장한 뒤 검사했더니 하천 1급수보다 깨끗하다며 도시의 조경용수나 허드렛물로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강조했다.


인구에 비해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는 진정 물 부족 국가일까? 그런 식으로 따지면 사하라와 고비사막은 물풍년 지역에 해당해야 한다. 강수량과 국토면적을 곱해 인구수로 단순히 나누는 방식의 판정은 과학적이지 않다, 강우를 어떻게 관리해 사용하는가를 살펴야 옳은데, 6개월 동안 빗물 부족으로 소양강댐의 바닥이 드러났어도 수도권 2000만 시민들은 목마른 줄 모른 우리나라는 물을 잘 관리하는 편이다. 하지만 가뭄이 더욱 심해지면 강에 흐르는 빗물만으로 물 공급이 충분할 수 없다. 빗물을 도시에서 직접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50만 평에서 1200만 톤 가까운 빗물을 받는다고 추산하는 한무영 교수는 주택단지나 공업단지를 조성할 때 초기에 빗물을 활용하는 시설과 장소를 확보하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서 세계 곳곳의 지상이변이 빈발하고 홍수와 가뭄이 일상이 된 현실에서 극단적인 사막인 도시의 빗물 활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대부분의 도시는 빗물 활용에 관심이 없다. 시설 투자비에 비해 수돗물을 사용하는 편이 경제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리라.


지붕에 흙으로 정원과 텃밭을 만들며 빗물을 받아 저장한다면 건물의 냉난방 비용이 크게 줄이고 옥상에서 휴식과 약간의 농작물을 얻을 수 있다고 귀띔하는 한무영 교수는 태양광 패널을 동시에 설치한다면 일석이조라고 강조하는데, 도시에 넓은 지붕과 옥상은 드물지 않다. 오래된 아파트단지라 해도 시설을 새로 만들지 않아도 모이는 빗물을 저장할 수단이 없는 건 아니다.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습지가 근린공원에 부족하더라도 아파트마다 정화조가 있다.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생활하수가 직행한 뒤로 내내 비워두고 있지 않은가.


조례를 제정해 빗물을 적극 활용하는 수원시는 이번 가뭄을 슬기롭게 극복했을 것이다. 집중호우가 발생해도 완충할 능력이 있을 텐데, 비용이 부담스러운 사업자들은 제도가 행위를 강제하지 않는다면 빗물 활용 시설에 투자하기 꺼린다. 이번 봄비의 경제적 가치가 아무리 커도 초기투자를 외면하고 싶을 게 틀림없다. 이번 수도권 가뭄은 더욱 심화되는 풍수해의 징후를 경고한다. 상수원이 바닥난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물 절약을 명령했는데, 이제 시작인 셈이다. 늦기 전에 우리도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이번 수도권의 봄비의 경제적 가치가 2500억 원에 그칠 리 없다.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된 비용 뿐 아니라 그로 인해 생태계와 우리 마음까지 활발해진 비용까지 긍정적으로 고려한다면, 가뭄과 홍수를 대비할 수 있는 도시의 빗물 활용은 경제적 이유를 감안해도 늦출 이유가 없다. 다만 제도가 정비되지 않았을 뿐인데, 전국의 목소리 큰 지방의원과 국회의원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나? (작은책, 2015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