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2. 10. 26. 11:15

     청량산을 다시 청량하게 하려면

 

간밤에 거센 바람 속에 가을비가 내리더니 가로수들이 한여름 수고한 나뭇잎을 떨어뜨렸다. 미화원들이 쓸어내기 전까지 나무 아래에서 거름이 될 날을 기약하겠지. 낙엽이 다 그렇듯. 가을비가 내리고 떨어진 기온은 옷깃을 여미게 만들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드러나는 파란 하늘은 가을이 점점 깊어간다는 걸, 이 회색도시에 알려준다. 여전히 시끄러운 아스팔트를 떠나 잠시 단풍이 화려한 자연으로 나가는 게 좋은 계절이다.


하늘이 높아진 만큼 서늘해지고 햇볕이 부드러워진 가을이면 책을 벗 삼고 싶은데, 한해를 마무리하려는 사람들은 온갖 행사를 만들어내 자연으로 향하고 싶은 마음의 발목을 잡는다. 회색도시를 떠나고 싶은 마음은 잠시 접고, 시선은 가까운 산을 찾는다. 순식간에 300만 가까운 인구가 집중된 인천에서 어디를 찾으면 좋을까. 인구가 100만이 안 되었던 시절, 고즈넉했던 청량산은 어느새 도심 복판으로 들어섰지만 아직 자연이 남았다. 휴일이면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잠깐 조용할 때 귀 기울이면 산새들이 청량하게 운다.


청량산은 왜 청량산이라는 이름을 받게 되었을까. 그 방면에 문외한이라 뭐라 할 말은 없는데, 청룡사가 있어 청룡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드문드문 전해지지만, 고단한 시민에게 청량함을 선사하기 때문은 아닐까. 높지 않고 아담하지만 사면과 능선을 걷다보면 이마에 땀방울이 솟고 멀리 갯벌을 바라보며 쉬노라면 한줄기 바람이 시원하게 식혀주는 청량산은 인천의 북한산이요 설악산이다. 백두대간에서 한남정맥을 타고 내려와 가을 낙조를 바라보며 멈춰선 청량산은 인천을 이름처럼 청량하게 만들어준다.


일제 강점기의 개항 시절의 고된 부두 노동자와 갯벌을 연실 메워 만든 공업단지의 노동자들에게 휴식을, 그리고 거대 인구를 거느린 회색도시 인천에서 시민들에게 청량함을 늘 선사하는 청량산은 이제 조금씩 지쳐간다. 휴일이나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등 떠밀려 오르내리는 인파에 밟혀 길은 패이고 나무들은 뿌리를 드러냈다. 빗물이 고여 흐르는 계곡에 물통을 늘어놓은 이용객들에 흐름을 잃었다. 청량산에 산새들은 더는 머물지 못한다. 송도신도시에 치솟는 건물들 때문에 바다를 조망할 수 없는 청량산은 고립되었다. 가까운 문학산과 온기가 끊긴지 오래다.


청량산을 다시 청량하게 가꿀 수 없을까. 수많은 인파에 더는 짓밟히지 않도록 나무로 난간과 등산로를 보호했지만 그럴수록 모여드는 시민들로 시끄럽고 북적이는 청량산에서 자연을 느끼기 점점 어려워진다. 도시 복판에 들어오면서 자연이라기보다 공원에 가까워졌어도 아직 여기저기 까치가 날고 양지바른 기슭에 박새와 곤줄박이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완전하지 않더라도 예전의 모습을 되찾게 만들 수 없을까. 패인 등산로를 정비하고 멈춘 계곡의 물을 흐르게 배려한다면 노랑턱멧새와 큰소쩍새도 다시 찾아올 수 있을 텐데.


등산로에 나무 난간과 발판은 생태적이지 않으니 그런 시설물은 사람들이 운집하는 곳으로 한정하는 게 좋다. 거미줄처럼 사분오열되는 등산로는 대폭 줄이거나 휴식년제로 보호하면 어떨까. 자연의 이웃들도 움직이고 쉴 공간을 배려해줄 필요가 있다. 자연의 친구들이 찾아와야 청량산에 씨앗이 공급되고 움틀 수 있다. 마시기 부적당한 약수터는 수질이 회복되어 흐르도록 폐쇄하거나 최소한 휴식년제로 쉬게 할 수 없을까. 계곡에 물이 흐르면 당장 산새들이 늘어난다. 산새가 늘면 나뭇잎을 갉는 애벌레가 줄고, 끊어진 생태계를 연결하며 새들이 떨어뜨리는 씨앗은 산을 풍성하게 만든다.


     가로수로 심은 연수구의 중국단풍이 붉어진 요즘 청량산에 단풍보다 화려하게 울긋불긋한 등산복이 수를 놓으며 밀려 오르고 내리며 왁자지껄하다. 300만을 바라보는 도시에 청량산이라도 숨결을 잃지 않아 다행이고, 다시 청량해질 가능성을 아직 남겨 고맙다. 하늘이 더욱 파랗게 깊어진 가을, 노을이 붉어지는 서쪽 하늘을 청량산에서 바라보며 고단했던 일상을 쉬는 시민이라면 이제 청량산의 안위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되었다. 내년 봄에 새잎을 건강하게 달고 이맘때 다시 단풍을 맞아야 우리도 청량산도 한층 청량해진다. (기호일보, 2012.10.16.)

안녕하세요
블러그에서 인연으로 만나뵙게되어 방갑습니다
님께서 올려주신
블러그의 포스팅은 기억하게끔 자세하게 올려 주셨네요
이런 포스팅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서로 공유하면 참 좋은 일이죠
감사합니다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산행을 안하더라도 좋은 내용을 공유하기위해
저희 카페에도 가입해 주시면 진심으로 감사하겠습니다
같이 산행을 하시면 더욱 좋구요
발대식한지 한달된 산악회이며
daum검색창에 태양사랑산악회 입니다
항상 건강과 행운이 함께 동행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꼭 태양사랑산악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