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15. 7. 27. 15:58


유도를 찾던 저어새가 사라졌다. 김포군 월곶면의 비무장지대를 흐르는 한강의 작은 섬 유도에서 1996년 여름 북한에서 떠내려온 허기진 황소가 구출된 적 있는데, 무슨 이유로 저어새가 자취를 감췄을까? 홍수 여파로 환경이 바뀌었나? 전문가는 수리부엉이가 나타나 부화해 자라는 어린 저어새를 낚아채거나 쥐가 들어와 알을 갉기 때문인지 의심한다. 없었던 삵이 여러 마리 들어가 일가를 이뤘는지 모르겠고.


흑염소를 풀어넣어 생태계가 짧은 시간에 혼란스러워지는 외딴섬이 우리나라에 드물지 않다. 없던 뱀이 들어가 새알을 날름날름 걷어먹는 자연다큐도 어색하지 않다. 대부분 사람이 저지른 일이다. 정착하려 해안에 정박시킨 배에서 빠져나가거나 사냥꾼이나 연구자의 부주의가 빚는 사고다. 외딴섬만이 아니다. 뱀까지 잡아먹어 화재가 되었던 황소개구리는 우리나라 육지를 점령한지 오래고 배스와 블루길은 호수를 지배하는 우점종이 되었다. 큰돈 벌려던 양식업자의 부주의는 그토록 큰 대가를 요구했다.


양식을 위해 도입한 외래종이 고유 생태계를 교란하는 일은 비교적 흔하다. 남도의 저수지에서 제왕적 지위를 누리는 뉴트리아처럼 잉어와 가물치는 미국의 호수를 점령해 골치 아프다고 한다. 가물치는 호수의 폭군이 되었고 잉어는 고유종을 몰아내는데 확산 막을 묘안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모피업자가 들여왔을 뉴트리아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는데, 잉어와 가물치는 누가 미국으로 가져갔을까? 우리가 뉴트리아 모피를 외면하듯, 미국인들은 잉어나 가물치 요리에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살인 물고기라는 어이없는 악명을 뒤집어 쓴 아마존의 피라냐 서너 마리가 횡성의 한 저수지에서 나타나 잠깐 우리 언론을 떠들썩거리게 했다. 떼로 몰려들어 강에 빠진 소 한 마리를 삽시간에 먹어치운다는 피라냐는 날카로운 이빨이 무시무시하지만 아마존 원주민들은 능히 피했을 것이다. 맨발일지라도 피라냐가 눈치 채지 못하게 강을 건너거나 없는 지역을 미리 파악하겠지만 현지 사정을 모르는 서양의 탐험대는 아무래도 조심성이 허술했을 터. 놀란 가슴을 헐떡이며 악명을 뒤집어 씌웠겠지.


물을 절반도 채우지 못한 횡성의 그 저수지는 일찍 찾은 무더위로 전에 없이 따뜻했을 텐데, 아마존 생태계에 최적화된 파라냐는 얼마나 머물렀을까? 누군가의 거실을 차지했던 어항에 갇혀 던져주는 먹이를 오독오독 씹으며 무척 답답했을 아마존 물고기는 타고난 이빨을 제대로 활용할 기회가 한동안 없었겠지. 알을 깨고 나온 지 오래지 않아 몸이 작을 때조차 운신하기 작았던 어항은 얼마 못 가 견디기 어렵게 비좁아졌을 것이다. 나름 커다란 어항에 뚜껑을 닫아야 했던 어떤 시민은 어항 벽과 뚜껑을 하도 치받아 피 흘리는 피라냐의 몰골을 차마 보기 어려웠고, 결딴을 내려 횡성의 저수지를 향했을 테지. 전에 그 저수지에서 낚시를 했을까? 풀어놓으면 굶주리지 않을 걸로 생각하며.


아프리카의 표범이나 치타가 그렇듯, 피라냐도 작았을 때 참 귀여웠겠지. 양판점의 수족관 앞에서 아빠가 끄는 카트에 탄 아이가 졸랐을지 모른다. 백만 원 훌쩍 넘는 유모차가 아깝지 않은 부모는 수백만 원 호가하는 배터리 자동차도 사줬는데 까짓 피라냐 정도야 뭐. 어항이 커서 부담스러웠어도 점검해주는 사람이 오니 참을만했을 게다. 하지만 먹이 게걸스레 축내며 자라난 피라냐는 어느새 징그러워졌다. 암수일 거라 믿고 함께 넣은 두 마리가 무섭게 싸우더니 한 마리가 죽었고, 사 달라 졸라댔던 아이는 관심을 껐다. 어항이 부담스럽던 부모는 아이 몰래, “에이 모르겠다!” 낯설지 않은 저수지로 향했겠지. 방생이라 위안하면서.


그렇게 붉은귀거북이 근린공원의 연못에 퍼졌다. 자기 손바닥보다 작은 거북이 노란 배를 드러내며 뒤뚱거리는 모습을 보고 조르던 아이들은 아빠의 손바닥보다 훨씬 커다랗게 자란 붉은귀거북이 같이 넣어둔 금붕어 물어뜯는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기 마련이다. 이내 외면하고 말 테지. 배설물 치우며 물 갈아주랴 시달리던 부모는 으슥한 밤, 슬쩍 방생하게 되고, 넓은 호수까지 퍼진 붉은귀거북은 천연기념물 453호로 지정 보전하는 남생이의 산란장을 독차지하고 말았다. 대대적 정리하기 전까지 인천대공원의 호수는 붉은귀거북 천지였다.


집에서 키우던 외래동물을 좋은 마음으로 서식 조건이 비슷한 자연에 방생한 이웃을 생태계 교란의 주범으로 비난하기 어렵다. 피라냐와 붉은귀거북을 사달라고 조른 아이들을 탓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 동물까지 애완용으로 수입하는 사람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우리 생태계를 교란시킬 가능성이 있는 동물을 애완용으로 수입하도록 허가한 당국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열대 지역의 동물이므로 우리 자연에 풀어넣어도 번식하며 생존할 가능성이 없다고 해도,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 동물의 몸에 있는 기생충이나 병원균이 퍼질 가능성까지 차단할 수 없지 않은가.


횡성의 같은 저수지에서 잡은 또 다른 아마존 물고기 레드파쿠는 1미터까지 자란다고 한다. 그를 위해 얼마나 많은 먹이를 주어야 하고 어항은 얼마나 커야 하나. 결국 농사용 저수지로 들어갔는데, 붕어와 잉어, 어쩌면 가물치까지 삼키다 그만 노출되고 말았다. 갑자기 넓어진 공간에서 정신없이 첨벙이다 투망에 걸렸고 메르스에 놀란 전국의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그에 화답한 언론은 피라냐의 포악성을 침소봉대했고, 저수지는 절반만큼 고인 물을 몽땅 잃었다.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에 다른 피라냐와 레드파쿠는 없었다.


드물지 않았을 붕어와 잉어는 물론 가물치 한 마리 보이지 않았던 저수지에서 지역 농부는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아무리 장마철이라고 해도 그렇지, 작년 가을부터 혹독하게 이어진 가뭄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았는데, 저수지의 물을 모조리 빼내다니. 중부지방에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도 어렵사리 심은 벼가 한창 커 가는데 수천만 원의 예산을 써가며 농사용 저수지를 비우다니.


걸어 다니는 새 키위를 비롯해 특산종들을 철저히 보호하는 뉴질랜드는 외래동물을 함부로 도입하지 않는다. 양식은 물론, 애완용도 철저히 규제한다. 횡성에서 비명횡사한 피라냐는 한국에 오고 싶었을까? (작은책, 20158월호)

"아프리카의 표범이나 치타가 그렇듯, 피라냐도 작았을 때 참 귀여웠겠지" 그래요.. 그래서 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린 동물 사진을 올리지 않습니다. 어떤 동물도 어릴 때는 귀여운데, 그 귀여움만을 당장에 소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