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에너지

디딤돌 2013. 10. 8. 17:10

 

일본은 망했는가? 아베 수상이 동남아시아를 순방하며 원조 약속을 늘어놓으니 망했다 할 수 없는데, 많은 사람들은 망했다고 평가한다. ‘망할 것이다가 아니라 과거형, 이미 망했다!”고 단정한다. 반일감정이 남다른 우리나라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 지금 분명히 망하지 않았건만, 그리 말한다. 그 확신은 폭발한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근거를 두는데 도대체 왜 그렇다는 겐가.


20113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4호기는 가동하지 않았음에도 폭발했다. 주기적 점검을 위해 가동을 멈췄고, 사용 중인 핵연료 다발을 수조에 담가 놓은 상태였다. 거대한 발전소 격납건물 안에서 30미터 높은 곳에 설치한 수조는 4호기에서 30년 넘게 사용했던 핵연료가 가득 보관된 상태였고 새로 넣을 핵연료도 있었다. 그 양은 체르노빌 핵발전소의 10배가 넘었다. 수조에 보관하던 사용 후 핵연료는 냉각되는 물속에 잠겨 있어야 했는데 진도 10에 가까운 지진이 발생했고, 이후 폭발했다.


사용 후 핵연료도 핵분열이 왕성하므로 매우 뜨겁고 배출하는 방사선량이 막대하다. 그 앞에 몇 초만 있어도 즉사할 정도다. 그런데 지진으로 전기가 끊어졌고 수조 속의 물이 끓어 증발하면서 담배필터 크기의 핵연료를 길게 채워놓은 지르코늄 합금의 연료봉이 공기에 노출되었다. 공기에 노출된 사용 후 핵연료들은 금세 수천도로 치솟아 지르코늄 합금을 녹이며 수소를 발생시켰고 결국 나란히 있는 4기 중에 가장 너덜너덜하게 폭발했는데, 문제는 지진으로 크게 흔들린 수조가 불안하다는 거다.


전기를 연결한 이후 냉각수가 다시 공급되자 수조 속의 사용 후 핵연료는 식었고 현재 조용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 수조가 기울여진 상태라는데, 진도 6.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해 수조에 틈이 생기거나 무너지면 인류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핵폭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문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활성 지진대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지각 변화가 두드러지는데, 진도 6.0 이상의 지진이 3년 이내에 발생할 확률이 90퍼센트 이상이라고 예상한다. 그 전에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수습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젓는다.


냉각수를 잃으면 지르코늄 합금관 속에 있는 핵연료들은 수천도로 치솟으며 녹아 들러붙을 것으로 예상한다. 덩어리가 커지면 우라늄이나 플루토늄과 같은 방사성 물질은 임계질량을 넘길 수밖에 없고, 폭발로 이어진다. 그 양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의 수천 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반경 20킬로미터를 위험 지역으로 정해 주민들을 밖으로 내보냈지만, 폭발한다면 그 반경은 수 천 킬로미터로 늘려야 할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일본은 망한다. 일본 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안전할 수 없다.


활성 지진대 위에 있지 않으므로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안전할 것으로 확신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일어난 핵발전소 폭발사고의 원인은 다양했다. 자연재해도 원인이었지만 소홀한 관리, 그리고 오만한 운영이 원인이었다. 온갖 비리로 얼룩진 우리나라의 핵발전소는 시방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을까. 핵발전소 추진하는 사람이 안전을 재단하는 분위기에서 핵발전소 운영에 관한 정보는 어느 정도나 공개되고 있을까. 하청에 재하청이 십 여 단계나 이어진다는데, 관리운영의 책임성은 지켜질 수 있을까.


영화 <디어 헌터>에서 나오듯, 총알 6발을 장전할 수 있는 리볼버 권총이 있다고 하자. 총알 한 알을 장전한 뒤 리볼버를 여러 번 돌리고, 그 권총을 제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면, 6분의1의 확률로 방아쇠를 당긴 이는 죽게 될 것이다. 그런 놀이를 러시안 룰렛이라고 한다는데,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어떤 확률의 러시안 룰렛일까. 러시안 룰렛은 그런 놀이를 하는 자 이외에는 위협이 되지 않고, 위험은 한순간이지만 핵발전소 폭발은 다르다. 반경 30킬로미터로 제한되지 않을뿐더러 현 세대의 사람과 생태계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 어쩌면 우리, 아니 핵발전소 가진 모든 지역의 국가들, 감히 안전을 확신할 수 있을까. (생명나무, 2013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