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0. 6. 7. 20:42

 

언론에서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쏟아낸 이번 지방선거 이후 시민사회와 야당, 심지어 여당 내의 일부 중진의원과 많은 수의 초선의원들도 ‘4대강 사업’의 중단이나 변경을 강력히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민주사회에서 당연한 요구일 텐데, 청와대와 경기도는 이미 많은 비용이 들어간 만큼 중단하면 손실이 크고 중단 후 큰비가 내리면 피해가 증폭될 수 있어 강행의사를 밝혔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그때 언론에 ‘매몰 비용’이 언급돼 관심을 끌었다. 요컨대 들어간 돈이 아깝지 않느냐는 거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보자. 정부는 매몰 비용 운운하며 공사를 강행했고 최근 외곽 제방공사가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내부에 들어갈 비용이 훨씬 많은 사업의 전체 공정은 아직 멀었다. 정확한 청사진도 없는 상태에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예산이 들어갈지 아무도 모른다. 걱정스러운 건 내부가 제방 밖의 해수면보다 낮다는 사실이다. 매립된 갯벌의 생태적 가치는 잊기로 하고, 우리 해안에서 특히 심각한 지구온난화로 거듭 상승하는 해수면 위로 해일과 너울이 다가와 넘칠 경우 새만금은 돌이킬 수 없게 파괴될 공산이 매우 크다. 그때 책임질 자 있을까.

 

이번 선거로 인천시장이 바뀌자 사업 내용이 재검토될 운명의 경인운하는 어떤가. 예정된 ‘굴포천 방수로’ 공사비를 매몰 비용으로 처리한 뒤 수익성을 억지로 창조했지만 화물운송으로 얻을 경제적 가치는 여전히 아리송하다. 운반될 화물이 없지 않은가. 한데 매몰 비용 운운하며 공사를 강행한 자들은 완공 후 경제성이 나오지 않을 경우 책임질 수 없다. 그땐 은퇴했거나 전근했을 터. 예산낭비만이 아니다. 얼토당토않게 ‘아라뱃길’로 이름붙인 경인운하는 바다가 만수위 때에 들어온 빗물을 뺄 수 없다. 그때 발생하는 호우로 인근 지역이 범람하고, 간조 때 운하에 고여 썩은 물을 한꺼번에 흘려보낸다면 해양생태계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거액의 예산을 잡아먹을 새만금이 급조한 청사진과 달리 실패로 돌아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재 가물막이 작업이 밤샘으로 강행되는 ‘4대강 사업’ 현장은 살벌하다 못해 끔찍하다. 한반도가 생긴 이래 숱한 생태계와 생명을 품고 굽이쳐 흘렀던 4대강은 굴삭기 삽날에 뜯겨 시뻘건 피를 연실 토하고 있다. 이번 장마 이후 홍수가 발생한다면, 인근 지역은 돌이킬 수 없는 수해를 입겠지만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가까운 곳에 쌓아둔 오염된 강바닥의 모래와 자갈은 독극물을 흘리며 무너질 거고 공사로 폭이 좁아진 강은 노도와 같이 둑을 무너뜨리며 마을을 덮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 치명적인 문제는 흙탕에 오염된 강이 정화능력을 잃어 시민들은 마실 물을 잃고 말 거라는 데 있다. 그럼에도 거액의 예산으로 강을 이만큼 죽였으니 숨통을 마저 끊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지방선거에서 정부의 독선과 오만을 심판한 민심까지 억압하면서?

 

일을 저질러 놓고 매몰 비용 운운하는 정치꾼과 토건업자의 한시적 이익을 위해 내일을 망쳐버릴 수 없다. 서울대학교 경제학자 이준구는 “응당 잊어버려야 하는 매몰 비용에 연연해 추가적인 파괴를 용인하는 것은 결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미 낸 돈이 아까워 상한 음식을 계속 먹겠다는 것”에 비유한 학자가 있고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구덩이에 빠졌다는 걸 깨달았을 때 최선은 삽질을 멈추는 거”로 충고했다. 콩코드기 개발에 들어간 비용이 아까워 계속 운행했던 영국과 프랑스 기업의 손실은 무엇을 웅변하나. 지갑의 돈이 털렸으니 집문서를 맡기고 도박에 빠져야 할까.

 

내일의 생명을 위협하는 ‘4대강 사업’은 후손에 대한 씻을 길 없는 범죄행위다. 당장 중단하고 복원에 매진해도 걱정스러울 정도로 위험해진 현실에서 매몰 비용 운운하는 태도는 민심을 크게 분노케 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는다. 공사 강행은 그들의 정치적 경제적 운명을 매몰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현 정권은 유권자의 기억까지 억압하려는가. 총선은 불과 2년 앞으로 다가왔는데. (요즘세상, 2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