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15. 2. 6. 16:46

 

우리나라의 까치를 경탄하며 바라보는 일본인은 우리 중상류 하천에 수달이 분포한다는 사실을 부러워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유해조수로 지정된 까치를 도입하지 않는다. 자국 생태계가 교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리라. 수달은 많았으므로 우리 수달을 도입해 복원할 계획이 있을 법한데, 그런 소식은 듣지 못했다. 일본의 하천은 수달이 정착할 여건과 거리가 멀기 때문일까?


1971년 밀렵으로 마지막 한 쌍의 황새 수컷이 죽고 1994년 암컷까지 죽자 우리나라에 텃새로 깃들었던 황새는 사라졌다. 그를 안타깝게 여긴 황새생태연구원은 1996년 러시아에서 도입한 황새를 150여 마리까지 증식했고, 9월부터 논습지가 잘 보전된 충남 예산군의 농촌에 조심스레 풀어놓을 계획인데, 이제까지 20년 가까운 준비가 필요했다.


뒷받침되는 예산과 연구보다 중요한 일은 풀어놓을 장소의 준비였다. 농약과 화학비료 없는 농업으로 먹잇감을 먼저 복원해야했지만 무엇보다 지역 농민들의 호응이 필요했다. 황새와 공존할 지역의 농산물 판매를 적극 후원하며 주민 동의를 구한 연구진은 황새가 예산군에 머물 것으로 예단하지 않는다. 일본이 복원한 황새 한 마리가 작년 3월 우리나라를 찾아왔다. 그 황새는 현재 우리 습지로 날아온 러시아 일원의 무리와 어울리는데, 함께 떠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200610년 동안 54종의 멸종위기종을 증식, 복원하겠다고 발표한 환경부는 월악산에 산양과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을 성공적으로 복원했다고 자평한다. 워낙 인적이 드문 공간에 숨어 지내는 산양의 수가 늘어난 성과는 다소 긍정적이지만 반달가슴곰은 성공을 장담하기 이르다. 등산로에서 먹을거리를 구걸하거나 양봉농가의 벌꿀을 훔치는 행위가 사라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멧돼지 덫에 희생되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기 때문이다.


복원대상은 1종의 파충류와 6종의 어류, 그리고 3종의 곤충과 36종의 식물이 포함되지만 아무래도 7종의 포유류와 황새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덩치가 크고 문화와 전설이 얽혀 있기 때문일 텐데, 소백산에 풀어놓는 여우를 볼 때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먹잇감과 은신처의 완전한 확보를 전제로 풀어놓는 걸까? 민가를 기웃거리거나 덫이나 올무에 여전히 희생된다.


조릿대가 산비탈을 빽빽이 채우고 칡넝쿨이 나무 꼭대기까지 휘감는 현상은 우리 산하에 초식동물이 없는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초식동물이 없는데 여우와 반달가슴곰, 그리고 시라소니의 복원이 성공할까? 국립공원조차 사분오열하는 등산로에 형형색색 이용객들이 내뿜는 소음과 화장품 냄새는 거침없는데, 풀어놓은 동물은 후대를 편안하게 이을까?


산양이 서식하는 설악산에 등산로를 없애지 않으며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행정은 반달가슴곰과 여우 풀어놓은 지역의 멧돼지 피해 농가의 민원을 외면한다. 그렇다면 덫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찾아온 겨울철새를 위협하며 촬영에 몰두하는 사진작가와 정상을 향해 등 떠밀러 오르는 형형색색의 인파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안정적 복원은 기대할 수 없다.


사냥과 하천 개발로 자국의 수달을 멸종시킨 일본은 우리를 부러워하지만 섣부른 복원은 자제한다. 바둑판같은 고속도로를 자랑하는 우리는 사라진 동물을 맞을 준비가 여러모로 부족하다. 생태 상황에 맞추는 선별적 복원이라도 심사숙고하며 다방면으로 충분히 준비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사라진 동물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산하에 가녀리게 남은 자연의 이웃의 터전을 위협하는 개발부터 자제해야 한다.


복원할 지역의 서식 환경과 지역 주민의 호응까지 20년 가까이 살펴온 황새복원 연구팀은 충분한 증식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유전다양성의 확보를 위해 일본 황새와 교환을 추진한다. 개체수가 늘어도 근친교배로 유전자가 단순하면 환경변화에 약하기 때문인데, 환경부의 성과주의를 경계한다. (중앙일보, 2015.2.6.)

 
 
 

생태계·동물

디딤돌 2011. 11. 2. 12:05

 

간밤에 수북하게 내린 함박눈이 오후의 태양빛을 비스듬하게 받으며 반짝일 때, 한 무리의 중년들이 낙동강 상류 내성천의 모래밭을 찾았다. 떠들썩한 수달도 자제했는지, 어떤 발자국도 없는 내성천은 푹신했고, 50을 훌쩍 넘긴 일행은 모처럼 소년이 되었다.

 

어릴 적 기억으로 되돌아가 발목까지 빠지는 눈밭에 조심스레 발자국을 남기더니, 누가 먼저랄 게 없이 드러누워 몸을 굴렸다. 상기되어 물가로 굴러간 일행은 맑디맑은 내성천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 마셨고, 얇고 투명한 살얼음을 나눴다. 한없이 청량했던 그날, 살얼음 아래 소리 없이 흐르던 내성천의 모래바닥에 작은 물고기가 인적에 놀랐는지, 어디론가 달아났다. 흰 수염을 가진 마자. 흰수마자였다.

 

참마자, 돌마자, 여울마자처럼 마자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우리나라 담수어류들은 대개 맑은 물이 멈추지 않는 모래강에 산다. 낙동강과 금강, 그리고 임진강의 모래 바닥에 드물게 분포하는 한국특산종 흰수마자도 그렇다. 아가미 뒤에서 옆구리를 따라 꼬리까지 예닐곱 개의 모래 색 무늬를 가지런히 잇는 5센티미터 남짓한 작은 몸은 연갈색의 둥근 등과 은백색의 납작한 배로 모래 바닥에서 재빠르게 움직이며, 눈과 코앞의 작은 한 쌍의 수염과 입 주변의 3쌍의 커다란 수염으로 먹이를 감지한다.

 

자갈이 거의 없이 얕은 모래 여울에서 조그마하게 무리 짓는 흰수마자는 작은 곤충을 노리는데, 저 역시 몸집이 작으니 천적을 조심해야 한다. 자잘한 자갈이 깔렸다면 몸을 잠시 숨길 수 있지만 물살이 조금만 늘어도 자갈은 흘러갈 터. 흰수마자는 자갈 하나 없어도 천적의 공격을 용케 피한다. 흐르는 방향으로 몸을 맞춰 먹이를 찾던 흰수마자는 천적의 기척을 느끼자마자 수면에 부서지는 햇살처럼 하얀 몸을 반짝이며 달아난다. 모래 틈으로 맑은 물이 샘솟듯 올라오는 여울에 반짝이는 흰수마자는 현재 멸종 위기다. 낙동강과 금강의 모래 여울에 천적이 늘어난 건 아니다.

 

땅 속에서 천천히 굳어 형성된 화강암이 모래로 풍화돼 물에 휩쓸리며 흐르는 강은 우리에게 특별할 게 없지만 세계적으로 그리 흔한 건 아니다. 백두대간의 단단한 화강암 바위의 틈에 비집고 들어가는 물은 수 억 년 동안 얼다 녹기를 반복했고, 빗물을 타고 모래와 자갈로 강에 흘러드는 건, 우리에게 상식이지만 화강암이 드문 나라의 강은 달랐다. 그냥 마시면 수인성질병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국토의 60퍼센트가 경사 급한 산악이고 내리는 비의 절반 이상이 여름에 집중되지만,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진 지구에서 영겁의 세월동안 굽이치던 우리 강은 언제나 모래를 품었고, 덕분에 물은 흐름을 멈추지 않았다. 기슭에 쌓였다 하류로 떠밀리기를 반복하는 모래는 물을 정화하며 머금기 때문이다.

 

화강암이므로 석영과 장석과 운모로 형성된 금모래와 은모래는 부딪히며 흐르다 운모가 먼저 닳아 작은 틈을 만드는데, 거기에 미생물이 깃들며 물속의 유기물을 정화한다. 빙하가 휩쓸지 않아 유기물이 풍부한 백두대간의 고생대 지층에서 타고 흐르는 유기물을 취하는 모래 속의 미생물은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고, 플랑크톤은 강에 사는 곤충의 먹이가 될 터. 수많은 물고기와 새들을 끌어들이는 강도래, 민도래, 다슬기들이 그들인데, 내성천의 흰수마자도 그 한 자리를 차지한다. 낙동강에 사람들이 기대기 한참 전부터일 게다.

 

내성천의 밤을 지배하는 수달은 동사리나 갈겨니처럼 커다란 물고기를 잡지 자그마한 흰수마자에 관심이 낮다. 갯버들 가지의 눈 밝은 물총새를 조심하면 그만인 낙동강의 흰수마자는 주역이 아니더라도 위기는 아니었는데, 왜 요사이 멸종 위기로 몰린 걸까. 짐작하다시피 모래다. 콘크리트 구조물의 크기를 한도 없이 늘리는 사람의 욕심은 쌓이는 족족 강가의 모래를 퍼갔고. 밀려드는 모래보다 퍼내는 양이 훨씬 늘어나면서 먹이와 맑은 물을 잃는 흰수마자들은 다른 마자들과 더불어 오랜 터전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었다. 부랴부랴 환경부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건만 모래 채취는 결코 진정되지 않았다.

 

모래 채취가 아무리 극성이어도 내성천의 흰수마자는 터전을 지켜낼 수 있었다. 상류 지역의 농공단지와 축산단지에서 오염된 물이 들어와도 흘러내리는 모래가 정화하기에 예나 지금이나 깨끗한 물이 굽이치기 때문인데, 이제 장담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낙동강을 타고 바다로 흘렀던 모래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던 내성천의 상류가 다목적을 과시하는 영주댐에 가로막힐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영주댐이 물길을 막대하게 차단한다면 모래 흐름도 예전 같지 않을 게 분명하다. 모래가 차단될 경우, 눈밭을 뒹굴며 살얼음을 뜯어 나누고 물을 떠 마시는 이는 수인성질병으로 톡톡히 고생할지 모른다.

 

아니! 흰수마자의 멸종위기 등급을 낮추겠다고? 모래가 사라진 낙동강에서 버림받아 내성천에서 명맥을 가녀리게 유지하는 흰수마잔데, 멸종위기 정도를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낮출 예정이라는 정부의 발표가 느닷없이 나왔다. 흰수마자의 등급을 낮추려는 건, 4대강애서 벌이는 토목 사업을 거리낌 없이 진행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받기 충분했는데, 황당하게도 멸종 위기가 아니라고 정정하기까지 했다. 공사 중에는 상류로 피난간 뒤, 돌아올 거라고 흰수마자에게 의견을 묻지 않은 정부는 장담했지만, 어떨까. 4억 톤이 넘는 모래를 퍼올린 토목공사로 낙동강 본류의 물살이 빨라지면서 상류와 지천의 모래까지 마구 휩쓸리는데, 피난 떠난 흰수마자는 온전할 겐가.

 

어라, 방생할 테니 걱정 말란다. 금강의 어름치처럼 몇 마리를 포획해 인공수정으로 개체를 늘린 뒤, 공사 종료 후 풀어주겠다는 건데, 마음 놓아도 되나. 물려받은 유전자의 다양성을 대부분 잃을 흰수마자는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맑은 물이 샘솟듯 올라오는 얕은 모래 여울에서 살아가는 흰수마자는 모래를 잃은 낙동강과 금강의 본류는 물론이고, 대형 보에 흐름이 멈춰 썩어가는 모래에서도 살 수 없다. 흘러드는 모래가 대폭 줄어들 내성천도 안심할 수 없을 것이다.

 

낙동강의 흰수마자는 이제 싫든 좋든, 광산 갱도의 카나리아가 되고 말았다. 훗날 결국 복원될 낙동강 본류에 돌아오게 할 내성천의 흰수마자마저 사라진다면, 자연에 기대야 건강한 사람도 온존할 수 없다. (전원생활, 201112월호)

 
 
 

생태계·동물

디딤돌 2011. 5. 6. 15:48

 

꽃놀이 버스들이 영동고속도로를 메울 때 지리산 댐이 예정된 경상남도 함양군 용유담을 다녀왔다. 10미터가 넘는 대형 보로 강의 흐름을 가로막는 4대강 사업 덕분에 물그릇이 커져 가뭄과 식수난을 해결하겠다고 호언하던 정부였다. 그런데 왜 지리산에 댐을 만들려는 걸까. 분명 운하로 전용할 4대강 사업은 배가 다닐 폭과 깊이를 위해 6미터 이상 모래를 연실 퍼내고 있으니 대형 보 안에 고인 물은 썩을 수밖에 없다는 걸 정부는 예상했고, 하는 수 없이 400만에 가까운 부산시민들을 위한 상수원을 따로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란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사라질 위기에 몰린 지리산 용유담은 벚꽃과 막 잎눈이 벌어진 연초록에 물들어 수려하기만 했다.

 

용유담으로 가기 전, 일행은 잠시 지리산의 계단식 논을 답사했다. 모자로 덮을 만한 땅뙈기까지 모를 심었다는 계단식 논은 노을을 받아 아름답기 그지없는데, 한나라당 단독으로 체결된 한EU FTA와 곧 여당 단독으로 체결할 한미 FTA, 그리고 서두르려는 한중 FTA가 체결된 이후에도 이 계단식 논에 모를 심으려는 농민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한데, 생태학자가 본 문제의 하나는 맑은 물이 스며드는 심심산골의 계단식 논에도 개구리와 도롱뇽이 통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북방산개구리와 도롱뇽의 올챙이들이 바글거려야 할 계절인데, 웬일일까. 요즘 세상에 농약은 그리 많지 않을 터. 한 때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보호하던 두 종에 무슨 변고라도 생긴 걸까.

 

이맘때 산간계곡이나 물이 고인 논에 알을 낳는 북방산개구리와 도롱뇽은 어디서나 흔하디흔했지만 지금은 적막할 정도로 드물다. 얼음이 단단한 계곡을 굴삭기로 뒤집으며 쓸어 잡아들여 몬도가네 족들에게 팔아넘기는 기업형 사냥꾼들이 겨울부터 극성이지만 그런 행위가 북방산개구리가 사라지는 원인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생태환경의 변화도 의심스럽고 여전한 농약 사용도 걱정을 덜게 하지 않지만 산기슭까지 치고 올라가는 개발로 논에 공급되는 물이 불안정해진 것도 봄의 전령인 북방산개구리와 도롱뇽이 사라지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 틀림없겠다.

 

환경부가 보호대상종으로 한사코 인정하지 않는 북방산개구리와 도롱뇽도 줄어들고 있지만 최근까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던 꼬리치레도롱뇽은 더욱 희귀해졌다. “학술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거나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야생동식물로서 자연생태계의 균형유지와 그 종이 멸종위기에 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환경부장관이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지정한 꼬리치레도롱뇽이 멸종위기종에서 취소된 건 학술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줄었거나 개체수가 늘어 멸종위기에서 벗어난 까닭은 분명히 아니었다. 지정되어도 계속 줄어들기만 했건만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된 것은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을 개발하려는 정부의 의지 때문이라고 당시 환경단체는 의심했다. 갈라진 바위틈에서 차가운 물이 사시사철 흘러내리는 천성산에 꼬리치레도롱뇽이 적지 않았으므로.

 

현재 맹꽁이와 금개구리는 우리나라 양서류의 유일한 2급 보호대상종이다. 멸종이 우려되고 학술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높기 때문인데, 들리는 소문은 흉흉하다. 맹꽁이는 곧 제외할 예정이라는 게 아닌가. 그린벨트에 아파트와 체육시설을 지으려하니 맹꽁이가 나타났다고 환경단체가 현수막을 펼치고 반대하니 막막하기 짝이 없었던 모양인데, 해제 목록에 수달과 삵도 포함된다는 소문이 돈다. 마찬가지로 산간을 개발하려는데 걸림돌인 까닭이라고 한다. 하긴 부산 기장군 고리에 핵발전소를 증설하는데 방해된다고 지정을 외면한 것으로 의심하는 고리도롱뇽, 계룡산 관통도로를 개설하는데 발목을 잡을 거라 걱정해 지정 요구를 거들떠보지 않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이끼도롱뇽도 개발의 걸림돌이었을 게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환경부는 개발 관련부서의 친절한 동반자인 셈이다.

 

맹꽁이는 진정 많아졌는가. 할일 많은 장마철이면 농촌의 애환을 달래주던 맹꽁이가 농약 과다 살포와 분별없는 개발로 일제히 자취를 감췄다 최근 여기저기에서 나타나는 건 여건이 조금 개선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생태환경이 안정되었다고 판단하기 아직 이르다. 서식지가 전에 없이 위축되지 않았던가. 한 때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되던 두꺼비가 번식기를 맞은 호수에 잠시 바글거리다 이후 자취를 감추는 건, 주위의 서식환경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어두운 산간계곡마다 꾸물거리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던 무당개구리가 어쩌다 보일 정도로 드물어진 것도 순전히 사람 때문이다. 임도(林道)가 산허리를 감돌고 계곡을 개발하자 약속이나 한 듯, 꼬리치레도롱뇽과 더불어 일제히 사라지고 말았다. 맹꽁이도 앞으로 그리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잠시 농약이 줄어 퍼졌지만 이내 사라질 수 있는 불안전한 처지인데 개발 일변도의 정부는 얼씨구나 보호대상종에서 빼려는 모양이다.

 

강 호안을 돌망태와 철근콘크리트로 싸바른 이후 자취를 감춘 수달이 한국에 많다는 걸 부러워하는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수달을 보호대상종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이 이는데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자국의 하천 생태계가 회복되면 우리나라에서 도입하고 싶을 것이기 때문인데, 우리 농가를 괴롭히는 유해조수’(有害鳥獸)의 대명사로 지탄받는 고라니도 사실 우리나라 이외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는 희귀종이다. 세계 생태자원의 보전을 위해 고라니를 보호대상종으로 묶자고 다른 국가나 환경단체가 제안한다면 우리 개발 동반자 행정당국은 뭐라고 답할까. 고라니가 먹는 농작물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고라니가 인간의 방해를 받지 않고 편안하게 살 환경을 보장한다면 굳이 인간 주변을 배회하지 않아도 무방하리라. 도시를 어른거리다 총 맞고 죽고 마는 멧돼지도 마찬가지겠지.

 

조망권을 사전에 평가할 때 앞으로 지어질 모든 건물의 위치와 규모를 빠짐없이 상정해야 한다. 여러 건물을 나란히 세울 거면서 건물 한 채 씩 평가한다면 기만이 된다. 같은 맥락으로, 난립하는 골프장으로 백두대간에서 정맥으로 이어지는 녹지가 차단되는데 한 골프장의 생태계만 조사한다면 생태계 연결이 차단되면 사라질 수 있는 동식물을 보전할 수 없는 건 당연힌 노릇이다, 하지만 실상은 하나의 골프장만 검토한다. 그래서 보호대상종인 강원도의 하늘다람쥐는 위기를 맞았다. 현재 40개의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는 강원도에 다시 40여 개의 골프장이 신축을 준비하고 20여 곳이 계획하고 있다. 한데 환경영향평가서는 하늘다람쥐가 다른 곳으로 터전을 옮길 테니 걱정 없다고 천편일률적으로 장담한다. 떠날 수밖에 없는 동물의 눈높이는 전혀 환경영향평가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하늘다람쥐나 맹꽁이도 사람처럼 함부로 자신의 터전을 옮기지 않건만 사람은 대체서식지를 제공하겠다며 거룩한 포정을 짓는다. 대체서식지로 옮겨진 동물은 생존율이 터무니없이 낮다. 적응된 서식지와 조건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의 알량한 눈으로 복원된 생태계가 동물의 눈높이와 맞을 리 없지 않은가. 개발할 때 잠시 대체서식지로 옮긴 뒤 개발 뒤 생태계가 복원되면 다시 데려오겠다는 선언도 동물의 처지에서 위험천만한 건 마찬가지다. 복원된 생태계가 전과 동일할 리 없다. 더 좋은 환경으로 옮겨준다는 주장은 동물의 처지에서 어처구니없을 텐데, 한강 노들섬의 맹꽁이, ‘은평 뉴타운의 맹꽁이, 4대강 사업 현장에 분포하는 수많은 보호대상종들의 극히 일부만이 더 좋은 대체서식지로 옮겨질 것이다. 보호대상종이 떠난 자리에 사람만이 들끓겠지.

 

몇 마리 명맥을 유지한다고 믿은 이의 적극적인 보전운동이 있었기에 이제 조금씩 늘어나는 수달과 맹꽁이는 우리 하천 생태계의 카나리아나 마찬가지다. 그들이 아직 누비고 있으니 우리 하천은 안정된 상태라는 걸 우리는 알건만 우리 카나리아의 운명은 앞으로 장담할 수 없다. 편안한 4대강 사업을 위해 보호대상종의 목록에서 제거할 경우 수달도 강도, 그리고 우리 후손의 생태적 안위도 위기에 빠질지 모른다. 맹꽁이가 사라진 농촌과 도시 근교에 아파트와 공장이 들어선다고 우리는 행복할 것 같지 않다. 하늘다람쥐를 볼 수 없는 백두대간, 꼬리치레도롱뇽이 사라진 산간계곡은 더 없이 쓸쓸할 것이다. 그러다 사람도 대체서식지를 찾아야 하는 건 아닐까.

 

보호대상종이 나타나도 대체서식지 운운하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는 현 정권에서 다시 검토하는 보호대상종의 목록은 누가 작성하는지 몹시 궁금한데, 수도권 일원의 낮은 평지에 주로 서식하는 금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는 온전히 보존될 수 있을까. 생태조건이 아주 까다로운 그들이야말로 대체서식지에 가면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데 수도권의 개발압력은 하천이나 산간계곡과 차원이 다르다. 눈앞의 돈을 위해 후손의 안위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새로운 목록에 오르거나 남을 보호대상종은 안녕할 수 있을까. 아니 적막강산이 된 생태계에서 홀로 남는 인간은 안녕할 수 있을까. 우리는 스스로 만든 보호대상종이라는 카나리아마저 내버리고 있는데. (함석헌 평화포럼, 20115월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