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09. 6. 6. 10:24

 

인천의 중견 교사는 백령도로 부임되기를 희망한다. 근무평점이 상대적으로 높으니 승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공기가 무척 깨끗하니 매연과 스트레스로 상했던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다. 몸을 보해주는 신선한 해물과 주민들의 친절한 배려는 육지로 돌아간 뒤에도 한동안 뇌리에 남을 정도라 한다. 한데 그 점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게 한다는 경험담도 나온다. 아무리 많은 술을 마셔도 아침이면 거뜬하니 허구헛날 술독에 빠지게 되고, 그래서 몸을 더 망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아닌가.

 

얼마 전 아리송한 말을 남기고 퇴진한 임채진 전 검찰총장은 이임식 자리에서 검찰권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을 강조했다. 지나침이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의미를 갖는 과유불급은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에만 요구되는 게 아닐 것이다. 공기가 좋아 술이 잘 깨는 백령도에서 위장병을 얻듯, 자신의 재력이나 권력, 또는 체력을 믿고 함부로 행동하다 감당할 수 없는 반작용으로 돌이킬 수 없게 망신당하는 경우는 우리 사회에서 흔하다. 자신의 운전 솜씨를 과신하는 이에게 사고가 잦다.

 

몸도 그렇다. 젊음과 건강을 지나치게 믿다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던가. 반대로 자신의 약한 부분을 살펴 진작 조심하는 사람은 남보다 오래 건강을 유지한다. 간이 약한 이가 술을 조심하고 당뇨를 가진 이가 식이를 살피듯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신호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나중에 병치레로 주위 사람들을 크게 고생시키지 않을 게 틀림없다.

 

사람에게 부작용이 없는 인슐린이 시판되면서 당뇨병은 줄었을까. 아니다. 당뇨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환자가 늘었을 따름이다. 그들은 술과 음식을 조심하지 않는다. 농구를 아무리 좋아하더라도 다리를 크게 다쳤다면 나을 때까지 참아야 하듯, 더 없이 아쉽더라도 자신의 노후와 식구를 생각해서 주지육림은 좀 참아야 한다. 부상당한 투수들이 타자로 변신하듯, 술 대신 다른 음료를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남들은 다 즐기건만 나만 참아야 하느냐고 노여워할 건 없다. 개성에 맞는 즐거움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키가 큰 사람들과 같은 농구 팀에 끼워주지 않는다고 차별을 토로하는 것보다 다른 운동에 관심을 갖는 게 더 나을 성 싶다. 자신의 조건이나 개성과 맞지 않은 분야에 천착하면 기대보다 효과가 낮은 대신 스트레스는 높고 위화감이 커지지만 극복하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 나이 들면 선수보다 코치가 되어야 만족도가 유지되거나 더 높아진다. 히딩크를 보라.

 

자녀의 키를 키워주겠다는 광고가 신문과 잡지에 극성이다. 사람의 성장호르몬이 시판된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다. 모두 농구선수가 되려는 건 아닐 테지만 키를 키운다는 약물이 시판되자 전에 알 필요가 없었던 성장판을 살피는 이가 늘어났다고 한다. 자신의 개성을 잘 살리면 행복은 만들어갈 수 있을 텐데 많은 사람들은 남이 만든 신기루 같은 소문에 솔깃해진다. 그래서 선행학습에도 올인한다. 신체 성장의 리듬과 유전적 성향을 살피지 않고 주입하는 성장호르몬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공부에 관심 없는 아이를 선행학습으로 아무리 닦달해도 소용이 없는 건 안다. 타고난 개성을 무시하는 지나침은 후회라는 부작용을 안길지 모른다.

 

몸과 마음에 발생하는 질병의 상당 부분은 부조화에서 온다. 남이 정한 기준에 따라 자신의 관심과 개성에 없는 일에 치여야 할 때, 부조화가 온다. 어려서부터 기초를 닦지 않으면 영원히 처지고 말 거라는 소문, 어떤 학원의 누구에게 과외를 받아야 성적이 오른다는 소문, 큰 빚을 지더라도 이번에 집을 사지 않으면 평생 무주택자가 된다는 소문, 주택이 없으면 아이들 결혼도 시킬 수 없다는 소문, 그렇듯 불안함을 부추기는 소문에 마음을 빼앗겨 인생을 망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지나침도 부조화를 일으킨다. 약이나 기술에 대한 지나친 믿음이 자신의 건강을 망치게 하는데, 장기 이식용 미니돼지라는 신기루는 어떨까. 질병을 곧 수선할 것처럼 부풀린 소문을 믿고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을까 걱정이다. 과유불급이 요청되는 순간이다. (요즘세상, 2009년 6월 ?일)

ㅎ.. 좋은 말씀입니다. 술 좀 줄여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