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생명공학

디딤돌 2010. 2. 5. 01:41

최근 생명공학계에 큰 경사가 생긴 모양이다. 작년 4월 3일에 우리나라에서 복제 미니돼지가 태어난 이후 그 돼지의 후대가 지난 1월 10일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2마리나. 1996년 영국의 이안 윌머트가 세계 최초로 양을 복제한 이후 소와 개와 고양이를 비롯해 돼지도 이미 여러 국가의 연구자들이 복제한 마당에 작년에 복제된 미니돼지가 9개월 만에 새끼를 보게 된 게 무슨 경사인가 싶겠지만 올해 태어난 돼지는 부계의 독특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게 초점이었다.

 

작년에 복제 방법으로 태어난 미니돼지는 이름이 지노(Xeno).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 하나를 제거한 ‘장기 이식용 형질전환 돼지’로 2002년 미국에 이어 2번 째였다. 2005년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진이 복제 미니돼지 후대의 심장을 개코원숭이에 이식하고 6개월 동안 생존시킨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도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알파갈’이라는 유전자 2개 중 하나를 제거한 미니돼지를 복제하는데 작년에 성공했고 이제 같은 유전자를 가진 미니돼지를 여러 마리로 늘릴 기회를 맞은 것이다. 미니돼지의 장기를 사람의 몸에 이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한 단계 성숙했다는 해석을 덧붙이면서.

 

언론 앞에서 자신의 성공 사례를 뿌듯하게 발표한 작년의 연구자는 “국내에서 이종 장기 이식을 실현할 기반기술을 확보한 것이 큰 의미가 있지만, 이종 장기이식 상용화는 2017년쯤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올해는 신중했다. “지노 2세의 탄생은 우리나라 바이오장기 연구가 안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의미 있는 일”로 규정하면서도 “이종 간 장기이식이 현실화하기까지는 인간과 유전자가 맞는 형질전환 복제돼지의 대량 증식과 영장류 이식 실험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선을 그었던 것이다.

 

미니돼지 장기의 실용화를 기대한 2017년이면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세계적으로 2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는 연구자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도를 비롯해 심장판막과 심장을 실용화하는 연구에 적극 나설 것을 언론 앞에서 다짐했다. 현재 심장 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미국에 4만 명이고 그 중 3분의1이 기다리다 사망하고 만다는데, 우리가 기술력을 선점한 미니돼지 덕분에 장기 때문에 목숨을 잃는 환자는 머지않아 없어지는 걸까. 그렇다면 미니돼지 관련 산업은 우리나라의 부가가치를 드높일 블루칩이다. 작년에 관련 주식이 이미 폭등했다.

 

하지만 좀 진정할 필요가 있다. 자칫 2005년 황우석 사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2005년에 우리가 한없이 허탈했던 건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가 없었다는 사실보다 불치병과 난치병의 치료를 우리나라가 선도하면서 반도체 이상 국가 부가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황우석 교수의 장담을 대중이 맹목적으로 확신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이번 미니돼지 장기이식을 연구하는 생명공학자들은 신중했다. “이종 간 장기이식이 현실화하기까지는 인간과 유전자가 맞는 형질전환 복제돼지의 대량 증식과 영장류 이식 실험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한 것이다.

 

장기이식이 어려운 것은 면역거부반응이 여간해서 극복되기 않기 때문이다. 많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가족 사이에도 거부반응이 발생하니 환자의 몸에 적합한 장기를 찾는 일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거부반응이 없는 장기가 이식되었다고 마냥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상치 않았던 급성 거부반응이나 만성 거부반응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생 면역 억제 약품을 처방받아야 하는데, 그 두려움과 고통을 무시할 수 없지만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면역이 억제되는 관계로 다른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여간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사람의 장기도 그럴 진데 동물의 장기가 이식된 사람은 오죽할까.

 

다른 사람의 장기와 조직이 이식될 때 발생하는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은 물론 두렵지만 급성과 만성도 무섭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생물의 장기는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개선된 이식기술과 부작용이 줄어든 약품을 거듭 개발하는 과학도 아직까지 면역거부반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그만큼 면역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많고, 그 유전자 사이의 관계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진은 초급성 명역거부반응에 관여하는 미니돼지의 2개 유전자 중에 하나를 제거했지만 사실 초급성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몇 개인지 아직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또한 초급성 이외의 면역거부반응에 관여하는 미니돼지의 유전자와 그 반응에 대해 더욱 아는 바가 없다. 따라서 섣불리 장기이식을 기대하는 건 위험한 일일 수밖에 없다. 영장류 실험을 거친 2017년이면 상용화되리라는 섣부른 희망도 마찬가지다.

 

이즈음에서 냉정함이 요구된다. 우리의 과학은 사람 못지않게 복잡한 돼지의 면역 체계의 반응을 거의 모른다. 앞으로 연구하면 다 알아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면역을 연구하는 한 수의학자는 무척 회의적이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의 유수한 연구소에서 수많은 연구자들이 많은 연구비를 들여 수 십 년 이상 연구했어도 사람의 면역 체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는데, 고작 초급성 면역거부반응 관련 유전자 2개를 알아내고 장기이식을 기대하는 것은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함부로 인간에 이식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할 텐데, 그 부작용은 환자 개인에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이나 돼지나 자신의 유전자 속에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다. 전문가는 ‘내인성 바이러스’라고 말한다. 아주 오래 전에 감염된 바이러스가 숙주의 유전자 사이에 잠복된 상태로 존재하는데 마치 숙주 유전자처럼 복제돼 유전되며, 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체 유전자의 0.5퍼센트 정도가 내인성 바이러스일 것으로 전문가는 추정한다. 내인성 바이러스는 건강한 숙주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안기지 않지만 다른 종에 들어갈 때에는 사정이 바뀔 수 있다고 한다. 망가베이원숭이의 몸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에이즈바이러스가 사람의 몸에 들어와 치명적인 질병으로 변해 창궐한 것처럼. 그렇다면 이식 장기를 타고 사람의 몸에 들어온 미니돼지의 내인성 바이러스는 환자를 희생시키는 데에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수의면역학자는 미니돼지의 내인성 바이러스가 사람의 몸에서 활성화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현재 연구소의 무균실에서 엄격하게 사육되는 지노의 2세 두 마리는 연구자의 장담처럼 “우리나라 바이오장기 분야 연구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바이오장기용 형질전환 돼지 생산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도록 이끌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고 믿고 싶겠지만, 그건 연구자의 연구 욕심에서 그칠 공산이 크다. 연구자는 “타 연구기관과의 상호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로 국민이 최대 수혜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수의면역학자의 경고를 상기한다면, 재앙이라면 몰라도 미니돼지로 장기이식은 물론이고 국가의 부가가치는 늘어날 것 같지 않다.

 

요즘과 같은 추세로 환경오염이 심화된다면 2017년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크게 늘어나는 건 틀림없을 텐데, 그 대책이 미니돼지여야 할까. 광우병을 걱정하는 채식주의자의 비유처럼, 가속페달을 마구 밟고 절벽으로 질주하는 운전자에게 “절벽 아래 최신 병원이 있으니 안심하라”고 말할 수 없다는데 동의한다면, 장기이식이 불필요한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연구자의 자세가 아닐까. 무엇보다 근본적인 대책일 것이다. 복제 미니돼지는 인류에게 축복일 수 없다. 연구 욕심에 눈이 먼 연구자를 위한 한시적인 축복이라면 모를까. (인천in, 2010.2.?)

 
 
 

공동체·인간

디딤돌 2009. 6. 6. 10:24

 

인천의 중견 교사는 백령도로 부임되기를 희망한다. 근무평점이 상대적으로 높으니 승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공기가 무척 깨끗하니 매연과 스트레스로 상했던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다. 몸을 보해주는 신선한 해물과 주민들의 친절한 배려는 육지로 돌아간 뒤에도 한동안 뇌리에 남을 정도라 한다. 한데 그 점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게 한다는 경험담도 나온다. 아무리 많은 술을 마셔도 아침이면 거뜬하니 허구헛날 술독에 빠지게 되고, 그래서 몸을 더 망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아닌가.

 

얼마 전 아리송한 말을 남기고 퇴진한 임채진 전 검찰총장은 이임식 자리에서 검찰권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을 강조했다. 지나침이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의미를 갖는 과유불급은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에만 요구되는 게 아닐 것이다. 공기가 좋아 술이 잘 깨는 백령도에서 위장병을 얻듯, 자신의 재력이나 권력, 또는 체력을 믿고 함부로 행동하다 감당할 수 없는 반작용으로 돌이킬 수 없게 망신당하는 경우는 우리 사회에서 흔하다. 자신의 운전 솜씨를 과신하는 이에게 사고가 잦다.

 

몸도 그렇다. 젊음과 건강을 지나치게 믿다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던가. 반대로 자신의 약한 부분을 살펴 진작 조심하는 사람은 남보다 오래 건강을 유지한다. 간이 약한 이가 술을 조심하고 당뇨를 가진 이가 식이를 살피듯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신호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나중에 병치레로 주위 사람들을 크게 고생시키지 않을 게 틀림없다.

 

사람에게 부작용이 없는 인슐린이 시판되면서 당뇨병은 줄었을까. 아니다. 당뇨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환자가 늘었을 따름이다. 그들은 술과 음식을 조심하지 않는다. 농구를 아무리 좋아하더라도 다리를 크게 다쳤다면 나을 때까지 참아야 하듯, 더 없이 아쉽더라도 자신의 노후와 식구를 생각해서 주지육림은 좀 참아야 한다. 부상당한 투수들이 타자로 변신하듯, 술 대신 다른 음료를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남들은 다 즐기건만 나만 참아야 하느냐고 노여워할 건 없다. 개성에 맞는 즐거움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키가 큰 사람들과 같은 농구 팀에 끼워주지 않는다고 차별을 토로하는 것보다 다른 운동에 관심을 갖는 게 더 나을 성 싶다. 자신의 조건이나 개성과 맞지 않은 분야에 천착하면 기대보다 효과가 낮은 대신 스트레스는 높고 위화감이 커지지만 극복하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 나이 들면 선수보다 코치가 되어야 만족도가 유지되거나 더 높아진다. 히딩크를 보라.

 

자녀의 키를 키워주겠다는 광고가 신문과 잡지에 극성이다. 사람의 성장호르몬이 시판된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다. 모두 농구선수가 되려는 건 아닐 테지만 키를 키운다는 약물이 시판되자 전에 알 필요가 없었던 성장판을 살피는 이가 늘어났다고 한다. 자신의 개성을 잘 살리면 행복은 만들어갈 수 있을 텐데 많은 사람들은 남이 만든 신기루 같은 소문에 솔깃해진다. 그래서 선행학습에도 올인한다. 신체 성장의 리듬과 유전적 성향을 살피지 않고 주입하는 성장호르몬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공부에 관심 없는 아이를 선행학습으로 아무리 닦달해도 소용이 없는 건 안다. 타고난 개성을 무시하는 지나침은 후회라는 부작용을 안길지 모른다.

 

몸과 마음에 발생하는 질병의 상당 부분은 부조화에서 온다. 남이 정한 기준에 따라 자신의 관심과 개성에 없는 일에 치여야 할 때, 부조화가 온다. 어려서부터 기초를 닦지 않으면 영원히 처지고 말 거라는 소문, 어떤 학원의 누구에게 과외를 받아야 성적이 오른다는 소문, 큰 빚을 지더라도 이번에 집을 사지 않으면 평생 무주택자가 된다는 소문, 주택이 없으면 아이들 결혼도 시킬 수 없다는 소문, 그렇듯 불안함을 부추기는 소문에 마음을 빼앗겨 인생을 망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지나침도 부조화를 일으킨다. 약이나 기술에 대한 지나친 믿음이 자신의 건강을 망치게 하는데, 장기 이식용 미니돼지라는 신기루는 어떨까. 질병을 곧 수선할 것처럼 부풀린 소문을 믿고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을까 걱정이다. 과유불급이 요청되는 순간이다. (요즘세상, 2009년 6월 ?일)

ㅎ.. 좋은 말씀입니다. 술 좀 줄여야겠네요 ^^*

 
 
 

생태계·동물

디딤돌 2009. 5. 5. 23:04

 

‘금겹살’이었던 삼겹살의 가격이 곤두박질쳤다고 한다. 돼지독감에서 이름이 어색하게 바뀐 신종플루 때문이라는데, 2002년 돼지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가장 급격한 가격 하락이라고 상인들은 울상을 짓는다. 어두워진 축산농민의 얼굴과 별도로 2009년 세계 10대 사건을 예약한 이번 독감 파동은 유럽의 긴장이 남아 있더라도 머지않아 진정될 텐데, 돼지는 본의 아니게 인간 세계에 다시 주목되었다.

 

세계보건기구는 멕시코에서 시작된 독감을 돼지독감(SI, swine influenza)로 자신 있게 명명했지만 왜 미국의 입김 하에 있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압력을 받자마자 인플루엔자A H1N1이라는 학술적 이름으로 바꿔야했을까. 물론 그 표면적 이유는 설명을 했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다니는 이번 독감 바이러스가 돼지에서 기원했다는 흔적이 없는 데에도 지구촌에 돼지고기를 회피하는 시민이 급증하다보니 돼지고기 교역에 차질이 생기고 급기야 자국에서 사육하는 돼지를 모조리 살처분하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이후 돼지 살처분이 중단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데, 혐의를 벗은 만큼 삼겹살은 다시 금겹살이 되었을까. 돼지는 모르겠고, 축산농민의 얼굴은 밝아졌을까.

 

자국의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려는 국가의 주요 종교는 단연 이슬람이다.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다. 따라서 일부 기독교인을 제외하고 돼지를 사육하는 농가도 없다. 사막에서 부패하기 쉬워 그런 계율이 생겼을 거로 추정하는 학자의 견해와 관계없이 무슬림들은 코란으로 하느님께서 금지했고 그 이유는 하느님만이 안다고 여긴다고 한다. 그렇다면 독감 창궐의 혐의에서 벗어났어도 강행하려는 그 나라의 살처분은 예방보다 종교적 이유라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돼지독감을 고집하던 세계보건기구가 갑자기 명칭을 변경하게 된 경위도 의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학자들은 독감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8개의 내부 RNA 중 6개가 돼지에서 기원한다지 않은가.

 

독감 바이러스의 RNA는 DNA보다 100만 배나 부정확하게 복제되는 까닭에 창궐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변이체가 만들어지고, 그 바람에 새로운 환경변화에 쉽게 적응한다. 새와 돼지도 그런 독감 바이러스에 오래 전부터 감염되어왔지만 사람과 마찬가지로 독감에 걸린다고 모조리 목숨을 잃거나 위태로워지는 건 아니었다. 면역이 아주 약한 어린이나 병약자나 노인, 그리고 이번 신종플루에 희생된 멕시코처럼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제때 병원에 갈 수 없는 가난한 계층에 피해가 집중될 뿐, 건강한 이는 며칠 앓다 이내 회복되었다. 우리나라에 조류독감을 전하는 것으로 여기는 철새와 마당을 돌아다녔던 닭과 토종 돼지도 마찬가지다. 물려받은 유전적 다양성을 잃지 않은 개체들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내기에 떼로 죽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인간이 문제를 증폭시키고 말았다. 욕심 사나운 축산과학이 용도에 맞춰 가축의 품종을 극단적으로 육종하자 돼지도 양계장의 닭처럼 유전적 다양성의 폭이 현저히 좁아져 환경변화와 질병에 약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따라서 질병을 옮길 수 있는 외부공기를 차단하는 실내에서 엄격하게 사육해야 하는데 인간의 부주의가 발단이 된 것이다. 잡식동물이라 그런지 돼지는 사람처럼 조류독감에도 감염되고 사람에게 자신의 독감을 잘 옮기는데, 돼지를 빼곡하게 채운 공장식 축사와 가까운 곳에 닭과 오리를 밀집시킨 공장식 양계장을 만든 인간이 들락거리는 게 아닌가. 그야 돼지가 책임질 일이 아니건만 인간은 조류독감이 돌기만 하면 위험 반경 안의 건강한 닭은 물론이고 멀쩡한 돼지까지 모조리 죽인 뒤, 내놓으라하는 정치인들은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떠들썩하게 시식회를 연다.

 

그뿐인가. 미니 돼지를 육종한 인간은 유전자조작으로 면역에 관여하는 유전자 하나를 없애더니 아예 복제하겠다고 덤빈다. 돼지의 장기를 인간의 몸에 넣겠다는 거다. 돼지의 장기는 아주 오래 전부터 돼지 몸에만 적합하게 진화되었는데 왜 인간의 몸에 넣겠다는 건가. 제 몸에 맞는 장기를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를 위해 돼지를 활용하겠다는 발상인데, 인간의 장기가 망가진 건 오로지 몸을 함부로 놀린 인간 자신의 문제일 뿐 돼지와 아무 관계가 없건만 인간의 생명을 조금 연장하려고 죽이겠다는 게 아닌가.

 

독감에 감염된 돼지도 두려워하면서 돼지로 사람을 치료할 것처럼 유난을 떨지만 어떨까. 태반에서 장기를 적출할 때까지 무균사육하면 바이러스나 병균에 감염되지 않을 테니 청정하리라 단정하지만, 바이러스는 외부에서 감염되는 종류만이 돼지에서 장기를 이식할 사람에게 옮겨가는 게 아니다. 돼지의 유전자 내에 삽입된 채로 물려받은 바이러스 유전자가 살아있는 돼지의 장기에서 사람의 몸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른바 ‘내인성 바이러스’다. 앞서 연구한 서구의 연구자들이 다른 생물의 장기를 사람에 이식하는 연구를 포기한 것은 예산지원이나 실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연구비 욕심에 불필요한 연구로 헛된 희망을 퍼뜨리는 걸 거부한 까닭이었다. 더구나 유전자들의 복잡다단한 작용에 의한 면역을 섣부른 유전자조작과 복제로 극복할 수 있을까. 어찌 되었든 복제된 돼지도 인간의 언론에 크게 주목받았다.

 

미국이 만든 ‘아기 돼지 데이브’라는 영화가 크게 히트한 이후 똑똑한 동물의 반열에 올랐지만 그 전에는 미련하다 여겨 아무렇게 대했던 돼지. 삼라만상의 동물이 그렇듯 자신의 독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데 특별히 문제가 없을 정도의 지능을 가진 돼지는 자신을 재평가한 인간이 고마울 리 없다. 돼지막이 지저분한 건 사람이 그리 관리했기 때문이고 낮고 단순한 꿀꿀 소리를 반복한다고 미련하다 여기는 건 편견일 뿐이다. 영어의 바바리안은 “바르바르”에서 왔다. 자모음을 분간할 수 없는 이웃 나라의 언어를 그리 들었던 거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남을 미련하다 평가한다면 나도 예외일 수 없다. 남의 기준에서 나는 똑똑할 수 있다던가.

 

캐나다의 돼지들이 신종플루에 감염되었다. 엉뚱하게도 멕시코를 다녀왔던 인간 때문이었는데 고맙게도 돼지 사이에 별 탈은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전문 학자들의 동의 없이 이름을 바꿨지만 그런다고 독감의 유전자도 바뀌는 건 아니다. 앞으로 생길 더 큰 걱정은 다시 변화될 독감 바이러스에 있다. 지구온난화로 환경변화가 전에 없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독감 바이러스는 변화될 환경에 적응할 준비를 마쳤는데, 탐욕스런 인간은 공장식 가축 사육방식을 전혀 반성하지 않는 게 아닌가. 수시로 손을 씻는 개인위생과 무관하게 독감 바이러스들은 변종을 계속 만들어낼 것이고, 미니돼지의 유전자를 조작해 복제하는 신기루 같은 과학기술을 꿈꾸는 인간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게 틀림없다.

 

공장식 축사의 돼지들은 꼬리가 없다.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서로 물어뜯기 때문이라는데, 오염된 사육환경에서 상처부위의 염증이 도져 상품가치를 잃을 것을 걱정한 사람이 진작 떼어낸 것이다. 꼬리 잘린 돼지는 구제역과 조류독감이 돌지 않는다면 살코기 용 소나 닭처럼 성체가 되기 한참 전까지 자란 뒤 일제히 도살될 텐데, 인간은 그렇게 죽는 돼지의 머리를 상 위에 올려놓고 큰절을 올린다. 소원성취를 빌겠다는 거다. 자신의 의지와 달리 만 원짜리 지폐를 입에 물고 콧구멍에도 끼워야하는 돼지는 인간의 기도를 어떻게 들어주고 싶을까. 신종플루는 공연히 창궐한 게 아닐지 모른다. (요즘세상, 2009년 5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