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5. 8. 29. 15:38


대구의 가장 뜨거운 출판인이자 활동가인 변홍철 선생이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판에 최근 한 편의 시를 발표했다. 시집을 펴낸다면 다소 수정이 있겠지만, [쾌속선]이라는 제목의 시 구절은 의미심장하다.


곤죽이 되어 썩어가는 강심을 헤집으며 운항이 시작되었다 환호도 팡파레도 없이 어디를 향해 가는 쾌속인가 흐르지도 못하고 죽지도 못하는 팔월의 혈관이 쉰 내를 풍기며 서서히 쪼개지고 있다 어릴적 물장구치던 모래톱 그늘을 드리우던 포플러의 반짝이는 유탄이 결국 심장을 박살내버린 것이다 조악한 깃발 초록색 페인트 가득 담긴 낡은 엔진에 불과했던 것이다


악취가 진동할 뿐 아니라 맹독성 남조류가 뒤섞인 녹조 곤죽의 호수를 쾌속으로 가르는 보트가 낙동강에서 밀려드는 승객을 기다린단다. 대구 달성군의 이야기다. 20분 타는데 성인 만원, 소인 6천원을 지불할 승객이 넘칠 거로 달성군은 겉으로 장담한다. 대구 일원의 최고 관광지가 될 거라지만 유람선과 쾌속선을 철회하라 기자회견한 대구 환경단체의 지적처럼, 달성군은 승객에 대한 안전 대책은 세심하게 세우지 않은 모양이다. 초록색 페인트 같은 녹조곤죽을 폭포처럼 가를 때 사방으로 튈 포플러 유탄이 심장을 박살낼 텐데.


현 대통령이 국회의원일 때 지역구인 달성군의 현 군수는 유람선과 쾌속선의 관광효과를 진정 기대했을 거 같지 않다. 누가 투자했는지 관심 없는 영화 연평 해전의 관객이 500만을 바라보는 세태에 타는 이가 없진 않겠지만, 달성군 예산이 뒷받침되어도 상식을 가진 탑승자는 별로 없다고 예상하는 게 타당하리라. 달성군수도 내심 그리 예상은 했을 텐데 왜 유람선에 이어 쾌속선까지, 애드벌룬을 드높이는 걸까? 혹 그 애드벌룬을 청와대에서 보길 원한 건 아닐까?


아부는 내용을 보고 듣는 대상자가 흡족해질 때 효과가 있다던데, 쾌속선 소식이 훈훈한 효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 효과가 없다면 수륙양용버스를 제안하고자 한다. 얼마나 획기적인가? 폐를 찌르는 악취를 유발하는 물질이 얼마나 강력한지, 경인아라뱃길로 이름을 치장한 경인운하의 걸레 빤 물에는 녹조조차 없는데, 그 물을 과감하게 들고나는 수륙양용버스가 있다. 떠들썩하게 출범한 그 버스는 언론 주목이 끝난 요즘, 쌓이는 적자를 숨기며 승객을 하염없이 기다릴 텐데, 달성군이 인수하면 어떨까? 녹조 곤죽을 마다할 리 없는데.


밖에 잠시 서 있기만 해도 형벌 받는 거 같은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 한강 하류의 4급수 강물을 6미터 깊이로 18킬로미터 고여 놓은 경인운하는 어떤 관광효과를 가질까? 인천시는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관광주간인 5월 초 대대적 이벤트를 앞세워 정원 39명의 수륙양용버스를 선보였는데, 언론사 카메라를 위해 좌석을 앉은 이들에게 요금을 받지 않았겠지. 하지만 이벤트 이후 성인 3만원에서 청소년 25천원, 아동 2만원을 흔쾌히 부담하려고 매표소 앞에 관광객이 줄섰다는 소식은 여태 듣지 못했다.


25천억 원을 들인 경인운하는 자전거도로만 인기를 누린다. 거기에 추가한 수륙양용버스가 관광객을 늘린 가능성은 없다. 상식을 가졌다면 수륙양용버스를 기획하고 인가한 사업자와 인천시의 애초 예상도 다르지 않았을 거 같다. 그 버스가 수익을 내려면 관광객을 유인할 다른 요소를 추가해야 한다. 운하를 파기 전부터 8경이라며 올린 애드벌룬은 효과가 없다는 게 입증되었다. 8경을 기억하거나 자랑삼는 이는 수자원공사 직원 외에 전혀 없지 않은가. 수륙양용버스의 수익을 고려하자면 무엇을 더 도입해야 할까? 쾌속선은 아닐 테고, 혹시 카지노를 꿈꾸는 걸까?


언젠가 중앙청이 보이는 광화문 근처에 제주도에서 젊은 여성들이 모여 절박한 집회를 가졌다. 육지에 카지노를 더는 허가하지 말라는 요구였다. 누적되는 적자에 이은 해고를 견딜 수 없다고 외쳤는데, 시방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 카지노 유치를 위해 예산을 탕진하고 있다. 요구하는 카지노가 20개소를 넘었다고 지적한 언론은 관련 시설에 들어가는 비용과 매출을 비교하며 대부분 상당한 적자를 면치 못하리라 전망했다. 다만 강력한 로비로 강원랜드처럼 내국인의 입장을 허용한다면 돈벌이가 가능할 거로 분석했는데, 그게 관광이어야 할까?


인천공항과 지척인 신도시, 미단시티는 정부에서 허가할 2개 또는 3개의 카지노를 독점할 꿈에 젖었다. 외국인 전용이더라도 수익이 날 거로 기대하는 모양이지만 숱한 사례를 들출 필요 없이, 그 시설은 수많은 방문자를 불행으로 안내할 게 틀림없다. 만일 내국인도 출입한다면?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을 북적이게 만드는 강원랜드는 파산하겠지. 저당 잡혀 마냥 주차된 고급 승용차들도 사라지겠지. 타짜들에게 하우스 사용료를 삥 뜯듯, 돈다발을 축적하는 카지노 사업주는 거액의 지방세를 쾌척할 테지. 덕분에 인천시민이 행복해야 할까?


내친김에 규모가 훨씬 소박하다고 강변하고 싶을 인천의 어떤 구청장을 더 소개해볼까 한다. 주민과 충분한 협의 없이 만든 동화마을에 적지 않은 관광객이 모여드는데 고무된 그는 인천시의 대표적 달동네인 괭이부리마을에 가난을 체험하는 옛 생활체험관을 추진하려다 구의회의 제동을 받았어도 재추진을 선언한 선량이다. 카메라부터 불쑥 들어와 남의 집을 기웃거리는 낯모르는 이의 무례함에 짜증내던 동화마을 주민들은 이제 지쳤다. 주민과 함께 기획했던 통영시의 동피랑과 접근 방식이 아예 다르다는 지적을 고집스레 외면하는 지방자치 시대의 그 구청장은 자신을 한 공국의 왕으로 착각한다.


현장을 답사하며 우리 4대강 사업을 크게 염려했던 독일 칼스루에대학교 베른하르트 교수는 한번 미친 짓은 다른 미친 짓을 부른다!”고 자국의 경험을 예로 들며 꼬집었다. 운하를 때문에 흐름이 차단된 강은 끊임없는 침식과 퇴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예산이 들어간다고 경고한 건데, 경인운하처럼 달성군도 아무리 획기적 시설을 궁리해도 신통한 돈벌이로 이어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산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테지. 그게 관광이어야 하나?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발업자와 리베이트를 기대할 어떤 누구? ! (작은책, 20159월호)

수륙양용버스 탑승료가 3만원이라고요? 에구...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