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8. 7. 14. 19:46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촛불집회에 가면 가장 많이 듣는 노래의 가사다. 제목은 “헌법 제1조.” 헌법 제정 이후 한 차례도 바뀌지 않은 헌법 제1조. 특별할 것도 없는 그 제목의 가사가 왜 요즘 새삼스러울까. 이 시대 반드시 상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국민의 정서가 서린 까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지만, 사실 국민이 직접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인구가 많다. 권력을 직접 행사하자니 성가신 점이 한두 가지 아닐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나라처럼 대의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이양 받아 권력을 행사하는 민주공화국이다. 비록 대의라도 민주공화국이므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선출된 자는 반드시 ‘권력을 가진 자’(有權者)의 의견을 사전에 민주적으로 청취하고 토론을 거쳐 수렴한 후, 위임된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대통령부터 기초의원까지 마찬가지다.

 

무슨 유행인지, 유권자 앞에서 자신이 CEO라고 강조하는 후보자가 출마했고, 그런 후보가 더러 당선되었다. CEO는 ‘최고 경영자’를 의미하는 ‘Chief Executive Officer’의 영어 약자다. 그렇다면 CEO라고 주장하며 당선된 자는 한 나라나 지역의 최고 경영자인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인 한, 그럴 수 없다. CEO라는 선언은 단지 그 국가나 지역을 최고 경영자답게 잘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따름이다. 그럴 때 유권자는 주주에 대응될 것이다. 사원일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대의하지 않으려 하는 선출직 공무원이 눈에 띈다. 군사독재 시대에 듣던 “한다면 한다!”는 식의 행정이 시민의 의사를 무시하거나 심지어 공권력을 앞세워 국민의 의사를 억압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그는 소수의 반대 때문에 다수가 희생될 수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다수의견을 민주공화국답게 청취한 투명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가끔 통계를 내세우지만,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통계는 ‘3대 거짓말’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절차적 정당성으로 확보한 유권자 다수의 의견일 때 비로소 권력의 의미를 가진다. 측근으로부터 구하는 다수가 아니다.

 

선출직 공무원 가라세대, “골프장이 녹지”라고 선언한다고 민주공화국에서 골프장이 녹지로 변하지 않듯, 미국산 쇠고기가 갑자기 안전해지지 않는다. 선출직 공무원은 절대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강화에 인천시가 추진하는 조력발전은 환경 친화적인가. 조류의 일상적 흐름을 막아 갯벌을 파괴하는 조력발전이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대체에너지일까. 인천시의 의지처럼 고유가 시대의 대안일까.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갯벌은 한반도 역사 이래 어마어마한 이산화탄소를 생명체의 몸체로 고정해왔다. 덕분에 인천의 문화와 역사는 유지되고 그만큼 온난화는 저지되었다.

 

이미 여러 차례, 인천의 시민사회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강화의 조력발전을 반대해왔다. 하지만 인천시는 마이동풍이다. 여전히 ‘마이 웨이’를 외친다. 인천시도 세금으로 운용된다. 자본가의 투자와 무관하다. 납세자는 유권자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표출된 시민사회의 의견을 마냥 무시하는 마이 웨이는 가당치 않다. 인천시가 강화의 조력발전이 생태계에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건 아니다. 갯벌은 강화 일원의 오랜 존재 기반이다. 갯벌이 파괴되는 만큼 강화의 조력발전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제거를 방해한다. 지구온난화를 더욱 부추긴다. 탄소배출권 판매로 연간 300억 원의 수익을 확보할 것으로 인천시가 기대하지만, 그건 졸렬한 발상일 뿐이다.

 

시민사회의 의견이 철저히 무시되는 지점은 인천에서 강화의 조력발전만이 아니다. 계양산 골프장, 경인운하를 비롯해 많지만, 물경 9천300억 원의 시 예산이 동원될 ‘인천아트센터’도 그렇다. 임기와 관계없이, 유권자의 의견을 대의하지 않는 오만함은 민주공화국에서 가당치 않다. 만일 그런 CEO라면, 다음 주주총회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인천일보, 2008년 7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