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에너지

디딤돌 2011. 6. 8. 08:55

 

두 발로 걷는 사람은 쉬지 않고 멀리 이동하지 못한다. 생명평화의 메시지를 퍼뜨리고자 전국을 걷는 순례자들이 우리 주변에 더러 있고, 핵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전하려고 인도에서 핵무기를 가진 나라를 찾아 8천 마일을 걸었던 사티시 쿠마르 같은 이가 있었지만 예외적이다. 그들은 중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했다. 말이나 낙타 같은 동물의 힘을 빌리면서 사람은 제법 먼 거리를 꾸준하게 이동하게 되었지만 동물도 휴식이 필요하므로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휴식을 모르는 내연기관인 자동차에 의존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힘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먼 거리를 빠른 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무거운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연료, 다시 말해 석유가 없으면 안 되는 삶으로 구속되고 말았다.

 

내 남자의 자존심!”이라고 속삭이는 승용차 광고에 효과가 한때 있었듯, 자동차 중에 자가용 승용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선지 오래다. 몰고 다니는 자동차의 종류가 연애와 결혼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즘, 승용차는 내 남자를 넘어 가족의 자존심이 되었고, 지위와 명예를 반영하는 세속적 기준이 되었다. 어떤 자동차를 몇 대 가지고 있는가가 잣대일 뿐, 이제 자동차 소유로 빈부를 구별하는 시기는 지났다. 그를 위해 주택과 건물은 자동차만을 위한 공간을 더 확보해야 하고, 도시는 자동차가 혈관 속의 혈구처럼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도로를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미국의 한 경제 전문지 기자는 석유 가격이 오르면 가구 당 승용차의 수가 줄다 도로는 배기량이 작은 승용차로 채워지고, 대중교통으로 이어질 것이라 예견했지만, 자동차 자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점쳤다. 내연기관의 편의에 길든 현대인이 자동차 문화를 포기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었나보다. 하지만 자동차는 석유를 연료로 사용한다는 상식이 머지않아 깨질지 모른다. 석유 가격의 거듭된 상승으로 전기 자동차의 보급이 가시화되는 세상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아직 많은 전문가들은 전기 자동차의 경제성을 의심할 뿐 아니라 개선될 여지마저 부정한다. 석유 가격 상승을 전제로, 석유보다 경제성 있는 연료가 상용화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많은 이가 예견하기 때문이다.

 

같은 거리를 이동할 경우, 자동차가 들이키는 석유에 비해 전기 자동차 배터리에 충전하는 전기의 가격이 훨씬 작다고 누구나 확신한다. 하지만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를 태워 낮은 효율로 얻는 전기의 가격이 석유보다 낮은 건 아무래도 수상하다. 요소마다 지원되는 정부의 보조금을 감안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핵으로 전기를 생산해도 마찬가지다. 핵은 결코 저렴한 에너지 자원이 아니다. 핵연료의 생산과 폐기, 운영을 마친 핵발전소의 폐로와 발전 과정에 발생하는 폐기물의 안전한 처리를 상정한다면, 핵발전소는 석유나 석탄화력발전소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지 않던가. 따라서 채굴량의 정점에 다가서는 석유나 가스, 현재 매장량에 다소 여유가 있다는 석탄의 가격이 앞으로도 거듭 오르는 한, 전기가격도 걷잡을 수 없게 오를 게 틀림없다. 전기자동차의 경제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거다.

 

자동차 문화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석유를 대신할 경제성 있는 연료를 찾아야 한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대안으로 바이오 연료를 개발하려는 의지가 넘친다. 어떤 환경단체는 폐식용유를 활용하는 안을 제시하고, 경작지로 활용할 수 없는 황무지에 유채를 심어 바이오 연료를 가공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오스트리아는 폐식용유를 정화해 버스와 같은 디젤 자동차의 연료로 활용한다. 어차피 버려야 하는 기름을 재사용하는 만큼, 경제적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폐식용유는 식용유의 사용을 전제로 하는데, 식용유의 원료는 무엇이고 어떻게 재배해서 가공하는지 먼저 살필 필요가 있겠다. 유채 열매는 양질의 바이오 연료가 되고 나머지도 땔감이나 퇴비로 활용할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하지만 어떨까. 황무지에서 재배되는 유채의 양은 보잘것없을 것이라서 늘어나는 수요를 충당하려면, 아니 돈벌이를 만족시키려면, 더 많은 수확을 위해 황무지 개념을 함부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숲이나 초원까지.

 

바이오 연료의 효율은 과연 석유보다 나을까. 바이오 연료로 가공하는 주요 농작물인 옥수수나 콩, 또는 사탕수수를 생각해보자. 거대한 농기계 없이 경작이 불가능한 드넓은 농장에서 수확한 뒤, 공장으로 운반해 가공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석유를 소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거운 농기계와 트럭, 초대형 선박과 창고, 그리고 가공과 폐기물 처리과정에 들어가는 석유만이 아니다. 막대하게 들어가는 화학비료와 농약도 석유로 가공한다. 식용유의 재료인 옥수수에서 100칼로리의 에너지를 얻으려면 그 10배인 1000칼로리의 석유가 필요하다는데, 식용유를 가공하는 공정에 들어가는 석유는 또 얼마나 될까. 따라서 폐식용유는 석유를 전혀 대체하지 못한다. 같은 맥락으로, 옥수수와 콩을 재료로 가공하는 바이오 디젤이나 에탄올은 석유보다 경제성이 없다.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바이오 연료를 가공하는데 한 사람의 1년 치 소비량인 200킬로그램의 농작물이 들어가니, 석유를 대체할 정도의 양이 보장될 리 만무하다. 유채와 사탕수수도 마찬가지다.

 

바다에 흔한 파래나 미역과 같은 조류를 바이오 연료로 활용하는 연구가 많은 나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옥수수나 콩보다 바이오 연료로 가공되는 효율이 10배 이상 높을 뿐 아니라 경작지를 잠식하지 않으니 식량 수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바다나 호수, 심지어 폐수에도 잘 자라므로 친환경적이라는 점을 전문가는 장점으로 꼽는다. 그럴싸하다. 우리나라의 관련 산업체는 다른 국가보다 기술개발을 앞당겨 상용화를 선점한다면 국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인데,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석유를 대체할 정도의 연료를 조류에서 얻으려면 새우나 해양어류 양식 산업에 비교할 수 없이 어마어마한 면적의 해양 생태계와 경관이 파괴될 게 틀림없지 않은가. 수산업자는 물론이고, 시민사회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중동의 산유국들이 밝히지 않아서 명문화하지 못할 뿐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석유 생산량의 정점이 이미 지났을 것으로 추정한다. 석유는 생산량이 정점이 지나는 순간, 가격이 치솟는다. 의식주를 비롯해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요긴하게 사용하는 석유는 자동차나 난방을 위한 연료로 소비해 없애기에 무척 아까운 자원이다. 따라서 연료용 석유 가격은 더욱 앙등할 수밖에 없을 터. 그런 상황에도 자동차를 포기할 수 없는 현대인은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를 개발하려 노력하겠지만, 살펴본 대로 한계가 분명하다. 자동차용 대체 연료 가공하려고 더 많은 석유를 소비하는 모순만이 아니다. 지구촌에 현재 8억 대가 굴러다니는 자동차의 탐욕을 바이오 연료로 충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위해 굶주리는 지역의 인구와 생태적 안정성을 무시한다면 모를까.

 

바이오 연료를 제외한 자동차 연료의 대안은 당연히,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자동차도, 태양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도 아니다. 결국 대안은 덜 타거나 안 타는 거다. 궁극적으로 자동차 없이 만족하는 삶, 다시 말해 마을에서 다정한 이웃과 자급자족하는 삶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를 위해 우선 승용차 소유하지 않는 삶에서 자부심을 갖는 마음과 행동의 준비가 필요할 텐데, 바이오 연료라는 신기루가 앞을 막는다. (지금여기, 2011년 7월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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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인간

디딤돌 2011. 1. 10. 14:52

 

환경단체에서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은 손으로 전기를 일으켜 가동하는 충전식 라디오나 회중전등을 판다. 5, 작은 손잡이를 열심히 돌리면 라디오는 한 시간, 전등은 3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태엽이 풀리는 힘으로 움직이는 시계나 장남감도 주위에 흔했는데 통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 페달로 충전시킨 배터리로 텔레비전이나 세탁기를 사용하는 다리 튼튼한 이가 있다던데, 흔해빠진 건전지에 밀렸는지 태엽은 거의 사라졌다.

 

어릴 적에 과학잡지를 보고, 손으로 거대한 톱니바퀴를 땀을 뻘뻘 흘리며 돌리면 우리집 전기료 적정은 꽤 덜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 발전기가 불가능한 건가 궁금했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해 풀렸다. “덥다고 냉장고 문을 활짝 열어놓으면 집안이 시원할까?” 묻는 물리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이 궁하고 아리송했지만 이후 에너지 보전의 법칙이라 일컫는 열역학 제1법칙을 이해하면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각인했다.

 

많은 에너지 전문가들이 지구온난화 시대에 맞을 석유위기를 걱정한다. 머지않아 석유 생산량이 정점을 지날 것으로 주장하는데, 사실 석유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끌어올릴 따름인 사람은 수억 년 전 생성된 석유를 잠깐 사이에 흥청망청 소비했다. 땅 속 석유의 압력이 남아 있을 때 끌어올리는 에너지가 많지 않아 우린 값싼 석유를 한동안 사용해왔지만, 지금은 사정이 바뀌었다. 끌어올리는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올라온 석유에서 얻는 양보다 크다면 유정에 분명히 석유가 남았더라도 사용할 수 없다. 유정에 물을 부어 석유를 밀어올리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

 

세계적으로 석유 소비량은 줄어들 기세를 보이지 않는데, 생산량이 감소한다는 예상이 나오면 어떤 혼란이 초래될까. 국제 석유는 선물로 거래한다. 눈앞에 석유를 놓고 상인과 흥정하는 게 아니라 나중에 인도할 석유의 가격을 미리 정하는 식이다. 그 경우 석유는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선물 계약서가 거래되면서 소문에 따라 석유 가격이 부풀거나 폭락하기도 한다. 정점이 멀지 않았다는 소문, 매장량이 막대한 유전이 개발될 거라는 소문이 투기를 부추길 것이다. 투기가 반영된 결과, 실제 거래되는 석유가격은 배 가까이 튀겨졌을 거로 의심하는 전문가도 있다.

 

올해 들어 세계 석유 가격이 오르기만 한다. 비축량이 충분하다지만 급증하는 사용량에 비하면 보잘 것 없을 것이다. 새로운 유전이 발견된다지만 매장량은 그리 많지 않다. 끌어올리는 양이 소비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결국 가격은 오르지만 불안을 증폭시키는 소문은 가격 앙등에 기여할 게 틀림없는데, 가격 오르기 전날 주유소에 길게 줄을 잇는 일반인들은 석유에 얽힌 소문의 정황을 알지 못한다. 그저 효율 좋은 자동차라는 위안으로 핸들을 놓지 못하며 불안하기만 하다. 석유정점이 오긴 오는 건지, 이미 지났다는 말도 있는데, 그때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도무지 종잡지 못한다. 다만 조금 내리다 금세 뛰어오른 경험에 익숙해지면서 석유 가격이 획기적으로 떨어지지 않을 거로 체념할 뿐이다.

 

석유는 사실 난방이나 자동차를 위해 태워 없애기 아까운 자원이다. 의식주는 물론이고 의학을 비롯한 각종 산업에 요긴하게 사용하는 석유는 정점이 지나면서 가격이 급등할 텐데, 우리는 어떤 대안을 모색해야 할까. 집과 직장과 시장과 관공서와 공원 사이가 먼 도시는 자동차를 쉽사리 포기할 수 없다. 도시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대중교통과 자전거는 대안이 아니고 오토바이는 자동차와 사정이 같다. 전기자동차는 아직 가격이 높고 충전도 쉽지 않다. 수소자동차? 자동차에 넣을 수소를 물을 분해해 얻으려면 수소를 태워 나오는 에너지보다 많은 석유가 들어간다.

 

대부분의 전기는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태워 얻는다.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화석연료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내놓고 석탄의 경우 적지 않은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한다. 핵발전? 그건 이산화탄소에 비교할 수 없이 끔찍한 핵폐기물을 감당할 수 없게 내보낸다. 한 세대 전기 펑펑 쓰자고 10세대 이상의 후손에게 핵폐기물을 떠맡길 수 없다. 게다가 사용 후 핵연료는 조금도 방심할 수 없는 위험 덩이리다. 전쟁이나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후손을 재앙으로 불안하게 만들 수 없는 노릇이지만, 핵발전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안도 아니다. 핵연료의 채굴, 정제, 운송을 비롯해, 안전해질 때까지 핵폐기물을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총량을 감안한다면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의 배출량이 그리 줄어들지 않는다.

 

온실가스도 줄이고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바이오 연료를 제시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떨까. 콩이나 옥수수를 가공한 디젤이나 에탄올을 사용하면 매연이 거의 없다지만 산업농업으로 생산하는 그런 곡물을 연료로 가공하는데 들어가는 석유 에너지를 상정한다면 어처구니없다. 드넓은 농토에 무거운 기계로 씨를 뿌린 뒤 석유를 가공해 생산하는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을 듬뿍 살포하며 콤바인으로 수확해 트럭과 대형 선박으로 수송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산업농업은 곡물에서 얻는 에너지의 10배의 석유 에너지를 소비한다. 바이오 연료로 가공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바이오 연료로 얻는 에너지에 육박할 정도다. 그뿐인가. 자동차 한 대에 넣을 연료를 위해 200킬로그램의 콩이나 옥수수가 들어가는데, 한 사람이 1년 먹을 양에 달한다. 바이오 연료가 늘어날수록 석유위기와 지구온난화는 심화되고 굶주리는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최근 이산화탄소를 모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 나와 대안에 골치가 아픈 이의 눈을 크게 뜨게 만들었다. 이미 늘어난 대기의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앞으로 굴뚝으로 나올 이산화탄소를 모으겠다는 계획인데, 모은 이산화탄소 처리할 구체적 방법은 아직 없다. 기술 개선으로 이산화탄소를 모으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줄였어도 기껏 모은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날린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미국은 채굴이 끝난 유정에 넣은 뒤 폐쇄하는 방안을 모색하지만, 지진과 같은 사고를 견딜 수 있는 기술의 영구적 완전성을 확신할 수 없어 실행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만일 가스나 메탄올로 합성할 수 있다면? 이산화탄소를 자동차와 난방 연료는 물론 플라스틱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맹랑한 제안이 나왔다는데, 그게 가능할까. 연구비에 목마른 과학자들은 경제성까지 운운하며 물주를 유혹하는 모양이지만, 열역학법칙을 무시한 얼빠진 속임수에 불과하다.

 

이제와 같은 낭비구조를 놔둔 에너지 대책은 불가능하다. 이미 대기에 농축된 430ppm의 온실가스를 350ppm 이하로 줄이지 못한다면 온난화는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그렇다면 자동차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와 농촌으로 당장 바꿔야 한다. 그런데 반성하지 않는 자가 구상하는 대안은 터무니없게 끔찍하다. 후손의 환경을 담보로 흥청거린 당대부터 희생할 대안을 찾아내야 하는데, 도무지 탐욕을 버리지 않는다. 냉장고를 열어놓는다고 집안이 시원해지는 게 아닌데. (작은책, 2011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