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1. 4. 8. 09:27

 

41일 만우절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악의 없는 거짓말들이 넘쳤다. 거짓말은 3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흔히 말한다. 만우절 때 꾸며내는 식의 악의 없는 거짓말이 하나라면 남을 궁지에 몰아넣고 이익을 챙기려는 악의 있는 거짓말이 둘이고 마지막으로 통계가 있다고 한다. 통계는 악의를 가진 어떤 거짓말보다 위험하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피해자에게 적용하는 확률론은 그런 통계를 여지없이 반영한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발생 가능성을 토론하는 텔레비전 방송에서 어떤 경제학자는 로또복권에 당첨돼 은행으로 찾으러가다 벼락 맞아 죽을 확률에 비유하며 빈정댔다 구설수에 오른 적 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인구와 그 중 광우병에 걸린 수를 비교하면 그 확률에 그친다는 주장이었지만 광우병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는 그 따위 확률론에 어떠한 위로도 받지 못할 것이다. 식중독으로 사망하는 이는 O157대장균에 오염된 쇠고기를 먹은 인구보다 훨씬 적지만 당국은 문제의 쇠고기를 전량 폐기하며 거액을 쓴다. 확률보다 소비자의 안심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확률론으로 떠들썩하다. 쉽게 발음하기 어려운 단위를 앞세우는 확률론은 방사능에 오염된 물을 하루 씩 2년 반 동안 마셔도 엑스레이 한 번 촬영하는 정도에 그친다는 정부의 주장에서 백미를 보여주었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날아온 방사능이 빗물에 섞여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 내놓은 발언은 안심해도 좋을 정도로 작은 양이라는 통계적 지적이었지만 어떨까. 그러므로 마냥 안심해도 좋은 것일까.

 

정부는 걸핏하면 엑스레이 촬영에 비교하지만, 엑스레이도 천차만별이다. 가슴 한 번 찰칵 찍고 마는 엑스레이가 있는가 하면 전신을 누비듯 찍어대는 엑스레이도 있다. 정부가 운운하는 엑스레이는 어느 수준인지 궁금한데, 엑스레이 촬영 때 노출되는 방사선량도 누적되면 위험하다. 그래서 관련 전문의와 종사자는 절대 자신의 몸을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으려 애를 쓰지 않던가. 진단을 위해 피할 수 없는 환자라 해도 불필요한 부위에 방사선이 노출될까 걱정하는데, 멀쩡한 이가 공연히 엑스레이 촬영에 임할 리가 있는가. 방사선이 세포 속의 유전자를 건드릴 경우 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데.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우리나라로 직접 날아오든, 북극권을 우회해 날아오든, 아니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아주 작은 농도로 날아오든,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에 농축되는 이번 방사능은 엑스레이와 같이 몸을 투과하는 성분이 아니라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요오드나 세슘과 같은 방사성 물질이 호흡이나 음식을 타고 몸에 흡수될 수 있다는 거다. 비록 낮은 확률일지언정 일단 몸에 방사성 물질이 흡입된다면 반감기가 거듭 이어져 안전한 물질로 변하기 전까지 방사선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으므로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방사성 요오드의 반감기는 7일이지만 세슘은 30년이다. 먹이사슬로 지구를 돌아 우리는 물론 후손의 몸에 흡수될 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

 

요오드와 세슘에서 반감기가 24천년이고 치명적인 방사선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 플루토늄까지 기준치의 수천에서 수만 배 오염된 수증기가 대기로 방출되고 수천만 배에서, 심지어 1억 배 이상 검출된 물이 바다로 버려지는 이때, 안심하고 비를 맞고 일상생활에 임하라는 정부의 권유는 시민 모두에게 러시안룰렛에 도전하라는 의미로 들린다. 1만분의1 확률이므로 안전하다는 말은 만 명이 들어간 체육관의 관중석에 총 딱 한 발을 쏠 테니 걱정 말라는 주장과 같다. 그런 말에 위안을 받을 이 드물 것이다.

 

이번 방사는 오염은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 리 없다.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을 전문가들이 걱정되는 가운데 오늘도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방사능을 유출하고, 이미 유출된 방사능이 지구촌 곳곳에 확산되는 실정이 아닌가. 일시적 노출량으로 분석하는 확률론은 대안일 수 없다. 핵발전소 조속한 폐쇄와 확산방지를 전제로 하는 대안과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와 후손은 비로소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세상, 2011.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