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3. 9. 18. 10:44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순식간 지난 느낌이었는데, 어느새 하늘이 높아졌다. 바닥에 반사막을 설치한 덕분인지, 양판점 지하 식품매장의 잘 익은 사과가 추석 상을 기다린다. 지방에 따라 올라오는 추석 상차림이 다른 만큼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후손은 당연히 제 고장 농수축산물을 상에 올려야 옳지만 농경사회를 내버린 요즘은 통 여의치 않다. 수입 농산물이 식탁의 80퍼센트를 장악한 요즘, 조상에게 죄스럽게도 추석 상이나마 국내산이면 다행인 세상이 되고 말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조상들은 풍성한 수확을 약속하는 황금빛 들판에서 가을을 만끽했을 텐데, 그 말을 뒤집으면 서글퍼지기도 한다. 한가위 오기 전의 밥상은 언제나 허전했다는 의미로 들리는 까닭이다. 수입 과일도 서슴없이 올라가는 요즘 한가위 상은 전에 없이 풍성하다. 자급률 23퍼센트가 밑도는 마당이니 조상은 제 철 제 고장 이외 음식을 조상은 어쩔 수 없이 받기야 하겠지만, 못내 씁쓸할 듯하다. 그뿐인가. 어쩌면 상차림에 방사능이 튀어날지 모른다. 핵발전소 폭발 이후 후쿠시마 인근 5개 현에서 8천 톤의 수산물을 수입한 세상이 아닌가.


우리가 자주 먹는 까나리, 대구, 은어, 붕어, 송어, 명태, 홍어, 농어, 민어, 도다리. 후쿠시마 인근에서 잡은 것으로 보이는 수입 수산물들이다. 민주당 임내현 의원의 요구로 식품의약품약안전처가 제출한 후쿠시마현등 8개현 수입수산물 검사 현황을 분석했더니 미야기 현 수산물은 2011년에 비해 167배 늘어난 1844톤에 달했다고 한다. 노량진 수산물시장에서 수산물 시식에 앞장선 정부의 태도는 인천 연안부두 어시장을 한산하게 만든 국무총리의 괴담 엄단 선포와 맥을 같이하는데, 우리는 곧 추석 상을 차려야 한다.


일본 수산물 안전하다며 먹은 아나운서가 급성백혈병 사망한 사건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았는데, 임내현 의원에게 국회의원에게 보고서를 제출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이수두 과장은 방송에 출연해 사실 평생 먹어도 인체에 유해가 없다고 해석해도 되기 때문에 기준치 이하는 사실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용기를 발휘했고, 그 소식이 실린 인터넷 매체는 수많은 댓글을 남겼다. 괴담론의 후폭풍에 놀랐을까?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인근 해역의 수산물 수입을 막겠다고 선포했는데, 그 우리 정부를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일본은 이수두 과장에게 표창장을 하사하고 싶을 것 같다.


수산물만이 아니다. 후쿠시마 인근 농산물도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건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는 수산물 수입만 막았을 뿐 농산물은 규제 대상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핵연료가 들어붙어 있는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수는 순환되지 못하고 바다로 스며들어가는데, 냉각수에 포함된 방사성물질은 지하수를 피하지 않는다. 지하수는 한 지역에 머물지 않는다. 후쿠시마의 지하수를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지역의 농산물은 안전할까. 수산물이나 농산물은 먹기 때문에 특별히 관리해야 한다. 몸 밖에서 날아오는 방사능과 다르다.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방사능은 극히 일부라도 몸에 들어오면 극히 위험하다.


유럽 국가들은 방사성 물질 허용을 식품 1킬로그램 당 4에서 8베크렐 이하로 규정하는데 우리는 최근 일본 흉내내며 100베크렐로 낮췄다. 하지만 수산물만 낮췄을 뿐, 농산물과 축산물은 370베크렐을 여전히 고집한다. 농산물의 허용기준치를 핵발전소 폭발 이후 100베크렐 이하로 낮춘 일본이지만, 후쿠시마의 한 농부는 자국 정부를 향해 절규한다. “100베크렐이면 안전하니 당신 자식들에게 주겠는가?” 우리 정부는 그런 질문이 오면 뭐라 답할 수 있을까. 괴담 퍼뜨리는 현행범으로 몰아 즉각 체포하려 들까?


안심할 수 있고 안전한 작물을 스스로도 먹고 소비자에게도 판매해왔는데, 그런 수확의 기쁨이란 게 지금은 없다.”고 말하는 일본의 농부는 내 작물에 몇 베크렐이 들었는지 알고 있다. 방사능 양이 100베크렐 이하이면 출하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안 먹는다. 하지만 사먹는 사람들은 방사능이 없는 줄 알고 먹는다. 어쩔 거냐? 우린 알고 있다.”면서 죄의식을 고백하면서 정부를 질책했다. 그 농부는 자신의 농산물이 한국으로 수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걸알까. 일본 후쿠시마 인근의 수산물과 농산물을 수입하는 자들은 어떤 마음일까.


아직 우리 농산물과 수산물은 안전하지만, 우리 핵발전소가 일본보다 안전하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중국 동해안에서 우리 서해안을 바라보며 이어져 있는 핵발전소가 앞으로 내내 안전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우리 황해는 내버리는 오염물질의 확산이 잘 되는 동해와 다르다. 만일 무거운 방사성 물질이 갯벌에 가라앉으면 황해에서 잡는 모든 수산물을 영구히 포기해야 한다. 이번 추석 상은 예전처럼 풍성한데, 언제까지 풍성할 수 있을까. 일본 생선을 마다한 추석 상의 내일이 더욱 걱정이다. 얼마나 오그라들 것인가. (지금여기, 2013.9.17)

 
 
 

공동체·인간

디딤돌 2012. 5. 3. 13:26

 

올 겨울은 방어회를 포기해야 했다. 작년 겨울, 제주도 모슬포에서 풍족하게 잡아 직송한 방어를 양판점에서 싸게 구입해 식구와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가졌지만 올 겨울은 굳이 외면했다. 방어가 밀려들 때 상어까지 몰려와 작황이 작년보다 형편없었다는 보도 때문은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제주도 남부 해안까지 상어가 떼로 올라오는 현상이 예사롭지 않지만, 정작 문제는 겨울철 모슬포 앞바다에서 잡히는 방어들은 대부분 일본 동부 해안을 지난다는 점이다. 바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인근 바다를 경유했을 게 아닌가.

 

덩치만큼이나 먹성 좋은 방어는 바다의 최종 포식자다. 식물성 플랑크톤에서 동물성 플랑크톤으로 이어지며 농축되는 중금속이나 유기화학 물질과 같은 해양오염 물질은 먹이사슬을 따라 단계가 이어지면서 농도가 높아져 최종 포식자의 몸에 고농도로 농축될 수밖에 없다. 오염원이 거의 없는 북극권의 물개와 북극곰의 몸에 중금속의 농도가 높은 게 그 결과다. 얼어붙은 북극에서 물개를 사냥해 살아가는 이누잇의 몸에 축적된 중금속 농도가 산업국가 사람보다 훨씬 높다는 연구는 방어 즐겨먹던 우리를 움츠리게 한다.

 

제주도 남쪽 바다에서 봄철 알을 낳는 방어는 여름이면 일본 동부 해안을 따라 오호츠크해로 나갔다 가을이면 다시 일본 동부 해안을 따라 제주도 모슬포로 돌아오는데,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는 새우 종류를 포식하다 자라면 오징어와 작은 물고기를 즐겨먹는다. 작년 311일 폭발된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방사성 물질에 지독하게 오염된 냉각수들이 막대하게 쏟아져 들어간 일본 동부해안을 오르내리며 많은 먹이를 먹어치웠을 방어의 몸에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특히 바닥에 가라앉은 플루토늄은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다.

 

후쿠시마의 막대한 방사성 물질이 하늘로 바다로 분출되었을 때, 우리 국책연구기관은 한반도로 날아올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내놓았지만 국가정보원에서 발표를 막았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되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에서 대외비 처리를 요구했고, 환경부는 모델링 결과를 맥없이 폐기했다고 한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가 언론에 이실직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정보원은 관여한 바 없다는 의례적 반박으로 일관했지만, 우리는 내부 고발자의 주장을 훨씬 신뢰할 수밖에 없다.

 

최근 농림수산식품부는 일본산 생선이 방사능 검사에서 제외되었다는 소문을 일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자신의 홈페이지로 일본산 해산물의 방사능 검사 결과를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뛴 모양인데, 일본 해산물의 방사능 오염을 걱정하는 시민사회의 소문은 근거가 없는 것이었을까. 농림수산식품부는 국제적 기준을 적용해 검사하므로 수입하는 일본 해산물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정부가 적용한 국제적 기준이라는 게 함량미달이라는 사실은 외면했다. 핵발전소 폭발 이전에 비해 높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한 많은 국가에서 기준치 이하 여부와 관계없이 일본 해산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기준치 이하라면 안전하다 장담해도 무방할까.

 

최근 일본은 자국 해산물의 식품 허용 기준치를 5배나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자국인이 즐겨먹는 식품이므로 해산물의 안전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려는 건데 우리 정부는 기준치 이하이므로 괜찮다는 주장만 타성적으로 반복한다. 하지만 어떤가. 기준치 이하라면 안심해도 좋은 것일까. 아니. 방사성 물질에 기준치 적용을 해도 무방한 걸까. 그 방면의 많은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우리 몸의 면역력이 어느 수준 이하의 방사능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사실상 없다. 식품에 대한 방사성 물질의 안전 기준치는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소련 체르노빌이나 미국 드리마일 핵발전소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농산물을 먹고 피폭된 사례가 훨씬 많았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해산물 중에서 냉장 고등어와 냉장 명태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다. 식품 허용 기준치에 미달하므로 안심해도 좋다면서 일본 해산물의 수입과 유통을 금지할 생각이 없음을 관계당국은 천명했는데, 어떤가. 우리의 당국자는 일본산 해산물 수입을 금지시킨 국가의 시민보다 방사성 물질에 대한 우리의 저항력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확보했을 리 없다. “의학적으로 안전한 기준치는 없다고 항변하는 환경단체의 한 담당자는 식품 허용 기준치를 밑돌더라도 안전성이 완벽하게 검증되기 전까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리는 것이 정부의 역할임을 강조했다.

 

방사능의 위험성은 거리의 3제곱에 반비례한다. 적어도 음식에 섞여 몸에 들어온 방사성 물질은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인접 세포에 방사능을 내뿜을 테고, 방사능을 지속적으로 받은 세포에서 발생하는 암과 같은 질환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음식을 통해 몸에 들어오는 방사성 물질은 반감기가 30년인 세슘이 압도적으로 많다. 반감기가 10차례 지나도 안심을 할 수 없는 방사능은 세슘이 몸에서 배출되지 않는 한 계속 주변 세포를 피복할 것이다. 사망 이후에도, 심지어 화장을 해도 마찬가지다. 매장된 지역의 땅과 생태계를 오염시키거나 화장장의 굴뚝에서 사방으로 퍼져나가 반감기가 수 십 차례 이어지도록 방사능을 배출할 것이다.

 

육식 중에서 가축의 살코기를 마다하는 이는 시방 혼란스럽다. 유전자 조작 사료를 주어 공장식으로 고통스럽게 기르는 가축을 외면하는 대신 바다에서 나오는 어패류를 선택해왔는데, 후쿠시마 사고 이후 꺼려지는 탓이다.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이후 공장식 축사에서 생산하는 우유를 외면했던 유럽인들도 당시 당혹스러웠다. 방목한 젖소가 뜯은 목초가 방사능 낙진에 오염되었기 때문이었는데, 요즘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은 어묵 먹기 꺼림칙하다. 어묵을 생산하는 식품회사와 감시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어묵 재료로 일본 어육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수입할 때마다 방사능 검사를 실시한다지만, 소비자는 시장에 나온 오만가지의 어묵을 전부 신뢰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국제 표준을 강조하지만, 일본 해산물 1킬로그램을 단 1만분의1초 만에 검사하면서 정작 플루토늄은 검사하지 않는다. 기업의 발표는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할까.

 

정부와 기업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는 소비자를 위해 경주의 한 환경단체가 앞장섰다. 해산물의 방사성 물질 함유를 소비자와 직접 검사하기 위해 고가의 장비를 모금을 통해 구입한 것이다. 그 환경단체를 끌어가는 학자의 호소로 구입한 장비는 방사성 물질의 함유 정도를 실시간으로 발표할 테니 우리는 그 자료를 참조해야 할 텐데, 우리 해역에서 잡히는 해산물은 방사성 물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일본의 해역을 지나는 방어와 같은 회유성 해산물만이 아니다. 이미 일본과 우리 해역을 지나가는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으로 바다를 표류하는 방사성 물질은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우리 해역으로 확산되었을 터. 비록 낮을지언정 우리 어선이 잡은 연근해와 원양의 물고기도, 해안에서 맨손으로 채취한 어패류도 안전하다 확신하기 어렵다. 먹이사슬의 단계가 높을수록 방사성물질 농축 정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런 현상을 감안해야 한다.

 

후쿠시마에서 1년 전 폭발한 핵발전소 때문에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도 긴장을 멈출 수 없는데, 우리나라의 핵발전소는 과연 안전할까. 정부의 주장처럼 일본과 방식이 다르고 철저히 관리하므로 안전을 믿어도 될까. 흔히 핵발전소의 안전을 장담하는 이들은 ‘5중 안전장치를 들먹인다. 하지만 얼마 전 관리가 허술한 5중 안전장치보다 투명한 안전관리가 안전을 보장한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핵발전소 1호기는 설계수명이 끝났지만 석연치 않은 조사 결과를 근거로 운영 기간을 연장했고, 결국 사고가 발생했다. 한 달 전 12분 가까이 외부의 전력공급이 중단되고 비상 발전기마저 작동하지 않아 자칫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는데, 은폐하려 했다. 술자리에서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된 부산시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묻혔을 것이다. 그런 안일함이 사고의 확률을 높인다.

 

흔히 핵발전소의 안전반경을 반경 30킬로미터로 정한다. 고리 핵발전소 안전반경 안의 인구는 300만 명을 훌쩍 넘긴다. 고리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다면 300만 명은 살던 지역을 탈출해야 하는데, 그들은 자신의 부동산은 처분할 수 없다. 재산 가치가 폭발과 동시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에 가졌던 직장의 재산가치도 바로 없어진다. 화려한 초고층 건물도 거대한 선박을 수출하던 조선소도 그 순간 폐기된다. 그뿐인가. 그 일원의 해산물도 폐기물이 된다. 고리 앞바다와 연결된 해역의 해산물도 버림받게 될 것이다. 아니 우리나라 해역에서 잡히는 해산물이 모두 불신될 수 있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에서 채취되는 어패류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해산물을 경계하지만 이제 안전한 해산물을 찾아야 하는 우리는 우리의 핵발전소를 경계해야 한다. 추가 계획의 철회와 더불어 건설 중인 핵발전소의 가동을 막아야 하며 낡은 핵발전소는 즉각 멈추게 힘을 모아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가 임박했다. 이제 유권자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안전 뿐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핵발전소 폐기를 주창하는 선량을 찾을 필요가 이미 충분하다. (푸른생협, 20124월호)

부산,울산,경남지역주민들의 무덤덤함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입니다.
고리원자력에 사고가 나면 대재앙으로 이어질텐데..

 
 
 

자원·에너지

디딤돌 2012. 1. 10. 15:59

 

작년 말 도톰하게 내린 눈이 응달에 아직 남았다. 나이 들어갈수록 골절을 조심해야 하기에 조심스레 걷는데, 눈발이 다시 날린다. 우산을 챙기지 않아 외투와 후드로 가리지 못한 얼굴에 차갑게 스치는데, 사람들은 참을 만한가보다. 111일이면 일본 후쿠시마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10개월이 된다. 요즘 우리나라에 내리는 눈은 안전하다 확신해도 좋을까.

 

아스팔트에 기준치 십여 배 이상의 방사능이 오염되고 병원 식당에 방사능이 높은 수치로 유출돼도 안전하다 잡아떼는 우리 사회에 불감증은 만연되어 있는데, 지구 표면에 생명체가 본격적으로 번성할 수 있었던 건, 방사능이 획기적으로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자연 방사능이라 말하는 방사능은 여전히 남아 있고, 그 때문에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나타나지만, 자손을 낳고 세대를 이어가는데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한데 그 수준의 방사능도 피폭된 개체 하나하나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건 물론이다. 유전병과 암이 발생할 수 있다. 한데 그 수준의 수십 배 높은 방사능이 거리와 병원과 공장지대, 그리고 핵발전소 인근에 노출되어도 어찌 괜찮다 할 수 있는가.

 

일본의 저명한 반핵학자 타까기 진자부로오는 젊은 시절 촉망받는 핵화학자였다. 출세의 탄탄대로를 걷던 그가 가시밭길인 반핵학자로 스스로 들어선 건 과학의 교만과 책임자의 은폐에 진저리쳤기 때문이었다. 빙하에 축적된 방사능을 조사하면서 최근의 얼음층에 방사성 물질이 한정하는 현상에 타까기는 주목했고, 대책을 공론회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처음 외면했던 연구소 책임자는 억압했다. 그는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참여를 택해 그 자리도 걷어치웠고 평생 핵의 문제를 공개하며 행동하는 반핵자료정보실을 운영했다. 그는 한 마디로 정리한다. 안전한 수준의 방사능이란 건 없노라고.

 

후쿠시마에서 4기의 핵발전소가 연속 폭발하자 허둥지둥 떠나야 했던 주민들이 잠시 집에 들를 기회를 얻었다. 놓고 온 물건을 챙기기 위해서였는데, 방호복으로 온몸을 덮어야 했다. 특히 머리를 잘 감싸야 했는데, 두피에 방사성 물질이 끼면 골치 아프기 때문이었다. 물론 위험 반경 내에서 입었던 방호복은 모두 폐기해야 했다. 후쿠시마에서 2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동경의 한 지역에도 기준치의 수백 배에 달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돼 당국을 긴장하게 만들었던 이유는 빗물이었다. 빗물이 모여드는 지역에 방사성 물질의 함량이 높은 건 당연한 노릇이었으므로. 지금은 어떨까. 비록 농도는 낮아졌을지언정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농도로 검출되는 현상은 바뀌지 않았다.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 이후 우리나라는 안전하다고 관계당국은 발표하면서 편서풍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일본 동쪽에서 편서풍을 탄 방사성 물질은 우리나라로 오지 않을 거라고 주장한 건데, 그랬던가. 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거대 먼지는 대략 2주일이면 지구 대기권 전체로 확산되는 게 보통이다. 편서풍을 10개월 가까이 탄 방사성 물질은 어디까지 펴졌을까.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핵발전소에서 발생한 낙진은 8000킬로미터 떨어진 일본에서 검출되었지만 우리나라에 없었다고 당시 당국은 발표했다. 가당한가. 장담하지만 체르노빌의 방사성 물질은 우리나라에 당연히 떨어졌다. 여전히 분출되는 후쿠시마핵발전소의 방사성 물질은 농도가 늦을지언정 우리 상공에 흩어져 있다. 비 또는 눈에 포함돼 내려올 것이다.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핵발전소의 인근 주민에게 감상선 암이 유독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당연히 그 지역에 방사성 물질이 많기 때문이다. 고리핵발전소에서 반경 30킬로미터 내에 310만의 인구가 밀집돼 있다. 기술은 물론이고 운영체계가 가장 안전하다고 정평이 난 일본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면 자국 핵발전소의 안전도 확신할 수 없다고 여긴 독일은 17기 핵발전소 중 9기의 가동을 즉각 중단했고, 2022년까지 나머지를 폐로하기로 결정했다. ‘세대 간 윤리적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보았던 건데, 핵발전소 밀도가 가장 높은 우리나라는 더 짓기로 했다. 명실상부한 핵 도가니를 후손에게 안길 참이다. 흐르는 빗물과 달리 내려오는 눈은 거리에 쌓이는데. (요즘세상, 201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