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에너지

디딤돌 2015. 1. 28. 19:41


방어회 계절이 돌아왔다. 해마다 이맘때 제주도 모슬포 인근 바다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방어를 드물지 않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괜스레 다급하다. 2011년 이후 방어회를 찾는 친구를 보면 말려야 했다. 수도권에서 활어회를 찾는다면 과장된 몸짓을 마다하지 말아야 했다. 이맘때를 하염없이 기다렸더라도 하는 수 없는 이유를 새삼 되새기려 한다.


1980년대 초, 동인천역 주변의 한 주점은 삼치구이를 넉넉히 내놓았다. 그 무렵 삼치구이는 가격도 저렴해 용돈이 궁한 대학생들이 즐겨 찾았는데, 요즘 그 골목은 제법 알려진 삼치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흔쾌하지 않다. 가격 부담이 없고 맛도 여전하지만 너무 어린 삼치를 내놓는 까닭이다. 석판이 좁을 만큼 넓적했던 구이는 요즘 필통 펼친 정도로 줄었다. 알을 낳기 전의 어린 삼치가 분명하다. 경쟁적으로 어린 삼치를 싹쓸이하는 어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지만 동인천 삼치거리는 오늘도 북적인다.


고흥 앞바다에서 주로 잡히는 삼치는 여간해서 수도권까지 살려오기 어렵다. 대개 냉동 상태로 가져와, 주점은 구이로 손님상에 내놓는다. 부드러운 삼치회를 원한다면 고흥의 어촌을 찾아가길 어부들은 권한다. 고흥에 가도 활어회는 어렵다는데, 삼치보다 통통한 방어도 사정이 비슷하다.


몸이 1미터 가까이 자라는 방어를 낚시로 잡아 뱃전에 올려놓으면 몇 번 펄떡이다 이내 조용해지고 마니, 얼음물에 담가놓던가 냉동해야 수도권 식당에서 선어회로 내놓을 수 있다. 강력한 지진과 쓰나미 뒤 후쿠시마 바닷가의 핵발전소 4기가 연달아 폭발하기 전부터 양판점에 낮은 가격으로 선보였던 방어회가 그랬다.


요사이 수도권의 횟집의 커다란 어항은 보란 듯 방어를 전시한다. 길이가 50센티미터 정도? 어리다. 아직 한 번도 알을 낳지 않았을 게 틀림없다. 좁은 어항을 맴도는 어린 방어는 무척 답답하겠지만 죽지 못한다. 물에 충분히 섞은 항생제가 죽지 못하게 방해할 텐데, 커다란 방어는 항생제를 넣어도 살려올 수 없다고 한다.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해 수도권 횟집 어항의 방어는 피하고 싶지만 다른 이유로 방어회를 마다한다. 항생제 걱정도 있지만 그건 다른 활어도 비슷한 실정이다. 눈 질끈 감고 넘어갈 수 있지만 방사성 물질은 피해야 하지 않겠나. 몸으로 들어가 알파선을 내뿜는 플루토늄이라면 특히. 알파선은 종이도 뚫지 못한다지만 몸에 들어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게 몸 구석구석에 알파선을 내놓으며 몸속 유전자 배열을 붕괴할 것이다.


지옥의 여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플루토늄은 원래 자연에 없었다. 핵발전소의 핵분열 과정에서 형성되는 강력한 방사성 물질이다. 핵연료의 93%를 차지하는 우라늄238은 안정되어 핵분열에 동참하지 않지만 핵연료의 7%에 불과한 우라늄235는 중성자를 맞으면 핵분열하며 막대한 열과 중성자를 내놓는다. 그 중성자 하나를 받은 우라늄238이 플루토늄239가 되는데, 플루토늄의 원자핵은 무척 불안정하다.


알파입자의 방사선을 내놓는 플루토늄239는 반감기가 무려 24000년 이상이다. 문제는 그 방사선의 독성이 매우 강력하다는 사실이다. “지옥의 여신인 이유다. 소련이 붕괴되었을 때, 핵물질의 도난을 우려한 전문가들은 플루토늄 1그램이면 60만 명을 폐암으로 사망하게 만들 정도라고 경고했다. 반감기의 10배 기간이 지나야 안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플루토늄 근처에 적어도 25만 년 동안 다가가지 않아야 한다. 자그마치 25만 년이다.


사용을 마친 핵연료에 대략 1%의 플루토늄이 포함되는데, 핵무기를 염두에 두는 세력은 그 플루토늄을 분리 정제하고 싶어 한다. 500킬로그램 정도의 순수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북한은 핵무기 폭발실험을 강행한 바 있다. 핵확산금지를 천명한 우리나라는 사용 후 핵연료를 커다란 수조에 보관하며 안전을 감시하지만 일본은 정제해왔다. 대략 50만 톤을 보유한다는 일본은 플루토늄을 일부의 핵연료로 활용하는데, 후쿠시마 3호기가 그랬다.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은 플루토늄을 폭발시켰다. 후쿠시마 3호기도 폭발했다. 19458월의 나가사키와 20113월의 후쿠시마도 상당한 플루토늄을 배출했을 것이다. 나가사키는 폭탄이므로 화력이 순간 막대하더라도 천지사방으로 배출된 방사선은 즉각 줄어들었다. 후쿠시마는 다르다.


지진과 쓰나미로 전기 공급이 끊어지자 냉각수 공급이 중단된 원자로 안의 핵연료들은 수천도로 상승해 들어붙으며 20센티미터 두께의 강철을 뚫었다. 이어 1미터 가까운 철근콘크리트를 뚫고 땅 속으로 내려가며 지하수맥을 거듭 오염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플루토늄이 지하수를 타고 후쿠시마 앞바다로 스며든다. 20113월 이후 적어도 하루 300톤 이상의 지하수가 폭발한 핵발전소를 지나 바다로 나간다.


플루토늄은 무척 무겁다. 바다에 가라앉을 텐데, 바닥에 많은 어패류가 알을 낳으며 산다. 커다란 어류의 주요 먹이인 까나리와 오징어도 그 중 하나인데, 방어는 회유하며 덩치를 키운다. 덩치만큼 먹는 양도 상당할 텐데, 제주도에서 쿠로시오 난류를 따라 오호츠크 일원의 태평양으로 회유하는 방어의 많은 개체들이 후쿠시마 앞바다를 경유하며 바닥의 어패류를 허겁지겁 먹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덩달아 플루토늄까지.


1979년 미국 드리마일이나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핵발전소의 경험에서 우리는 몸을 투과하는 방사선보다 몸 안에서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방사선이 훨씬 위험하다는 걸 배웠다. 피해가 후손으로 이어지는 원인은 대개 먹어서 몸에 들어온 방사성 물질에 있었다. 그러므로 친구들이여. 이맘때 방어회의 입맛을 집요하게 방해하는 행동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맛난 회감이야 많지 않은가. (뜻밖의소식, 20152월호)

무서운 일이네요. 정부가 힘쓰지 않는다면 시민단체가 앞장 서서 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생태계·동물

디딤돌 2010. 12. 24. 11:49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장점 중의 하나는 다채로운 미각을 사시사철 만족시킨다는 데 있다. 채소가 일찌감치 시들고 추수가 끝났으니 육지의 겨울은 저장식품이나 계절에 관계없는 축산물에 의존해야 하지만 바다는 독특한 먹을거리를 지역에 따라 제공한다. 제주도 남방 모슬포 해역에서 이맘때 주로 잡는 방어도 그 중의 하나다. 본의 아니게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유명해진 방어는 요즘 예년에 없던 풍년을 기록했다.

 

참치처럼 꼬리가 잘록한 커다란 생선이면서 고등어처럼 등이 푸른 방어는 산지가 아니라면 감히 맛보기 어려웠는데, 풍어 덕분인가, 초대받고 들어간 한 고급 일식집에서 대면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분명 참치는 아닌데, 불긋한 살점이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게 여느 생선과 달라 종업원에 물으니, 방어란다. 사실 그때 방어를 처음 알았다. 바다와 연한 인천이므로 평소 우럭, 광어, 농어는 실컷 주문해 먹지만 서해안으로 오지 않아서 그랬는지 존재를 몰랐던 거다. 그날 이후 연안부두에 몇 번 수소문했건만 방어를 알현하기 어려웠다. 값나가는 참치라면 모를까, 선도를 유지하며 산지에서 가져오는 도매상인이 없기 때문이라고 소매상인들은 해명했다.

 

삼치는 구이가 제 맛이고 참치는 회를 비롯해 다양한 요리를 가능하게 하지만 방어는 오로지 회라야 제 맛이라고 미식가는 변별한다. 방어회 몇 점 먹으려 그 일식집에 들어가자니 지갑이 허락하지 않을 테고, 몇 점 안 올라오는 회보다 붙어 나오는 찜이 더 맛있는 일식집에 누가 초대하길 마냥 기다리자니 지루하다. 차라리 집에서 회든 찜이든 먹는 게 낫겠지. 약삭빠른 생각으로 인터넷을 열었더니 먼저 경험한 네티즌은 회보다 찜을 권한다. 선도를 보장할 수 없는 까닭이라는데, 그것 참! 근처 양판점에서 별안간 커다란 현수막을 내걸었다. 신선한 방어회를 저렴하게 내놓았다고.

 

현지에서 직송한 싱싱한 방어회를 미끼로 내놓는 거대자본의 위력을 새삼 절감하면서 구입한 한 접시. 과연 방어는 달랐다. 어떤 문인이 두껍게 썰어 굽지 않은 김에다 싸 먹으면 싱싱한 사과를 한 입 베어문 것처럼 입안에서 아삭거리고 김의 풍미와 어우러져 방어 특유의 진한 맛이 입안에 확 퍼진다.” 했는데, 과연 그랬다. 늦게 갔다 허탕한 그 다음날, 서둘러 구입한 방어회는 제주도 겨울바다의 풍미까지 입 안 가득 전해주었다. 이맘때 바람이 더욱 유난스러울 화순항에서 모슬포까지 올레길 10코스를 걸은 뒤 막 잡은 방어를 다음에는 꼭 맛보라는 듯, 아파트 식탁 위의 회 한 접시는 식구들의 아쉬움을 남긴 채 순식간 사라지고 말았다.

 

입맛 잃기 쉬운 겨울철의 총아인 싱싱한 횟감으로 물론이고 초밥의 재료로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방어는 온대성 어류로 동해안에서 하와이 일원의 태평양에 두루 퍼져 산다. 우리 연안에서 잡히는 무리는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권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월에서 6월 사이 따뜻한 바다에서 부화한 어린 방어는 수초에 모여 새우와 같은 무척추동물들을 먹다 4개월 만에 몸이 15센티미터에 이르는 봄여름이면 난류를 따라 캄차카반도로 이동하고, 수온이 내려가는 가을이 되면 월동과 산란을 위해 따뜻한 남쪽 바다로 내려온다. 이른 겨울부터 제주도 모슬포 앞바다가 활기를 띄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물살이 거센 바다에서 시속 40킬로미터 이상의 속력으로 멸치와 오징어, 전갱이 같은 작은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먹으며 성큼성큼 자라는 방어는 5년이 안 돼 60센티미터를 넘긴다. 짙은 청록색 등과 은백색 배를 과시하는 방어는 눈부터 꼬리까지 옆구리에 노란색 띠를 비치며 1미터 이상 성장하는데, 산지 어부들은 4킬로그램을 기준으로 넘으면 대방어모자라면 중방어로 구별한다. DHAEPA와 같은 불포화지방산과 비타민D가 특히 많아 골다공증이나 치매를 막을 뿐 아니라 동맥경화나 각종 암과 같은 성인병을 예방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고 홍보되는 방어는 특이하게도 몸집이 클수록 맛이 빼어난 육질을 가진다. 캄차카반도 해역에서 살이 통통하게 오른 방어가 먼 거리를 헤엄쳐 온 이맘때 모슬포 해역의 방어는 찰진 육질이 더욱 탁월하다는 게 어민들의 자랑이다.

 

세종실록에 대구, 연어와 더불어 함경도와 강원도 해안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물고기 중의 하나로 기록된 방어는 1800년대 후반만 해도 끌어올리지 못할 만큼 그물에 걸려들었다고 한다. 그 후 어획고가 크게 줄어들었는지 제주도 일원의 시민이나 애호가가 아니라면 방어의 존재를 몰랐다. 멸치 떼를 뒤로 울릉도 일원에서 낚시꾼을 여름마다 유혹했다지만 모슬포 이외에서 조우하기 어려웠는데, 올 모슬포는 30년 만에 방어 풍년을 맞았다. 그런데 어민들은 오히려 울상이라고 한다. 어선 당 200마리, 하루에 5천 마리 이상을 잡아들이니 냉동창고가 삽시간에 동나고 잠시 살려두려던 가두리 양식장이 포화라는 게 아닌가. 하는 수없이 6만원을 호가하던 대방어를 절반 값에 내놓았지만 기대만큼 소비가 늘지 않았고, 어민들은 모처럼 얻은 풍어의 과실을 맛볼 수 없을까봐 초조한 모양이다.

 

부시리, 잿방어, 참치방어와 더불어 4종류가 있는 방어는 살이 붉은 등과 기름기가 많은 배는 회감으로 그만이지만 몸통을 반으로 갈라 구워도 맛이 향긋하고 묵은김치를 넣어 매운탕을 끓어도 손색없다고 한다. 일본인은 된장과 완두콩을 넣어 조려 먹고, 제주도 사람들은 소금에 절여 두고두고 먹는다는데, 위턱의 모서리가 칼 같이 각진 방어와 달리 둥글어서 구별되는 부시리는 여름에 먹어야 제 맛이라고 한다. 그런데, 알을 한 차례도 낳지 않은 어린 생선을 마구 잡아들였다 풍어의 기억을 잃은 우리 바다의 삼치나 조기와 달리 30년 만에 무리지어 나타난 모슬포의 방어는 내내 보전될 수 있을까.

 

모슬포도 판매촉진을 도모하는 최남단 방어축제를 해마다 11월 중순이면 연다. 맨손으로 잡고 실컷 먹는 대회, 노래와 장기자랑으로 떠들썩한 축제의 내용이 천편일률이지만 10회를 맞은 올해는 30만 가까운 인파를 끌어들였다고 한다. 그래도 재고가 남아돌아 걱정이었는데, 이런! 전국의 양판점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이러다 제주도에서 사라져버린 참치처럼 방어마저 자취를 감추는 건 아닐까. 중방어 이하를 남겨둔다면 그럴 리 없겠는데, 연평도에 올라가지 않아 꽃게나 조기처럼 수도권 시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방어, 모슬포는 방어를 사수해야 한다. (사이언스타임즈, 2010.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