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07. 4. 15. 15:30


언젠가 미국의 한 유수한 언론이 급속히 개인화되는 한국 대중교통의 차가워진 풍경을 전했다 한다. 그 예로 버스나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의 미덕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는 것이다.

 

미국 지하철은 젊은이가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경우는 여간해서 보기 어렵다. 한국 지하철의 최근 모습을 자국인에게 전한 미국인 기자는 나이 든 이에 대한 배려가 사라지는 한국의 현실을 안타깝게 보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양보하는 젊은이는 많다. 그들은 노약자 보호석에 앉았다 노인이 들어오면 냉큼 일어나곤 한다. 아직 이 땅의 젊은이는 그런대로 따뜻하다.

 

70년대, 버스를 타면 자리에 앉은 학생들은 서 있는 학생의 책가방을 흔쾌히 받아주었다. 사양하는 학생의 가방을 억지로 받아 무릎에 켜켜이 쌓아 앞이 보이지 않을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럴 때에는 가방을 뉘어 무릎에 놓았는데, 간혹 도시락 반찬으로 넣은 김치에서 국물이 새나와 교복을 적시는 낭패를 겪기도 했다. 그래서 사양했던 것이건만, 서로 무안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선반이 설치된 지하철이 등장하면서 버스에도 가방을 얹을 수 있는 선반이 생기고, 가방 받아주는 미덕은 점차 사라졌다. 노약자 보호석이 생기면서 그 이외 좌석에서 자리 양보하는 젊은이가 줄어들었고, 어느새 젊은이들이 노약자 보호석을 차지하곤 했는데 그 장면을 미국 기자가 보았던 모양이다. 한데 아니다. 승객이 가득 찬 지하철에서 노약자 보호석에 앉지 않고 버티는 젊은이의 모습이 피로회복 드링크 광고로 채용돼 인기를 끈 이후 지하철의 노약자 보호석의 윤리는 정착된 느낌이다.

 

요즘 대중교통에서 가방을 받아주는 이는 거의 없다. 선반이 있기 때문만이 아닐 것이다. 과거의 기억이 남은 사람이라도 게름직하다. 남의 물건에 손을 대다 쓸데없는 의심을 사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자리에 앉은 남성이 무거워 보이는 핸드백을 받아주려고 핸드백을 살짝 잡아당기며 여성의 눈을 마주하면 그 여성은 어떤 시선으로 남성을 바라볼까. 변태나 치한으로 여기는 게 아닐까. 걱정할 것 같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 그래서 모르는 이와 눈 마주하지 않고 선반에 올리는 게 상책이다. 무거운 물건은 아예 배낭이나 어깨에 걸치는 가방에 넣는 게 속편하다.

 

인천 지하철의 대부분 차량에는 선반이 없다. 양복 위에 배낭을 멘 신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끈이 없는 가방을 들고 서 있을 땐 인천 지하철은 불편하다. 그럴 때 누가 가방을 받아주면 좋으련만. 없다. 지하철이나 버스는 책 읽는 시간을 내기 좋은 장소인데, 한 손에 가방, 한 손에 책을 들고 책장 넘기려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비라도 내리면 우산과 가방을 한 손에, 책은 남은 손에 들고 책장을 넘겨야 한다. 선반을 왜 갖추지 않은 거지. 승객을 위한 작은 배려를 왜 외면한 거지.

 

익명의 이웃이 어깨를 부딪치는 도시에 사는 시민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배려다. 공원에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기는 것은 물론이고, 교차로의 정지선을 잘 지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칫 삭막하기 쉬운 도시에서 이웃과 충돌하면 짜증밖에 남는 게 없다. 그를 위해 도시에 녹색 공간을 넓게 조성해야 한다. 자연의 산물인 사람인지라, 녹지에서 낯모르는 이웃을 만나 눈인사를 나누어도 이상스럽지 않다. 대중교통에서 다시 만나면 반갑게 가방을 받아줄 수 있다. 따뜻해진다. (인천e뉴스, 2007년 4월 일)

딸내미 어릴 때는 차마 잡지는 못 하고 가만히 들여다보았는데 요즘은 폐비닐, 농약병, 음료수병, 막걸리병만 쌓여 고약한 냄새를 내더이다. 시골인데도 미꾸리를 장에서만 볼 수 있다니.
오랫만입니다. 가족들도 잘 지내지요? 제 큰 녀석과 동갑인 따님은 공부에 지치지 않았는지요. 우리 애는 대한민국에 어떤 대학이 있는지도 모르고 홍성 풀무학교에서 18살을 즐깁니다. 내년엔 공부를 하려는지, 올해는 공부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학교 주변의 곤충은 다 섭렵했나봐요. 유기농과 오리농법을 하는 거기도 미꾸라지는 없을 테지요. 제 자식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얼마 전 포촌의 내촌중학교에서 환경강연했는데, 비바라기 님이 생각났습니다. 온라인에서 자주 의견 나누기를 청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