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0. 10. 4. 21:32

 

배추 가격이 끔찍하다고? 곧 수입하겠으니 조금만 참아달라고, 산지에서 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예년 수준으로 가격이 내려갈 것이니 안심하라고, 정부는 호언했다. 모자라는 물량보다 현저하게 적은 양의 배추를 중국에서 수입한다고 한 중앙일간지는 일갈했는데, 금치가 머지않아 김치로 돌아올 것인가.

 

우리 정부는 이번에도 농민과 소비자를 함께 실망시키는 기민함을 보여주었다. 모자라면 수입하는 진통제 정책을 역시나 재현한 것이다. 한국 수입업자들의 성화로 중국 현지의 배추 가격이 벌써 80퍼센트 뛰었다던데, 이러다 중국의 소비자들까지 화나게 만드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한국에 팔 배추를 여분으로 심지 않았을 텐데, 중국 물량까지 동나면 어찌할 건가. 겨울이 따뜻한 베트남과 태국을 돌아다니며 한국을 위한 재배를 간청할 겐가.

 

장마와 태풍, 그 사이에 거듭된 국지성 호우로 많은 농부들은 김장배추의 파종 적기를 놓쳤다. 겨우 심은 배추도 제대로 자라지 않아 애태웠을 테지만 작황이 좋은 농부도 허탈한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관행대로 밭떼기로 계약을 마쳐 반사이익이 상인에게 돌아가기 때문인데, 시방 유난히 배추가 모자라는 건 일시적 현상일까. 기다렸다는 듯 재깍 수입에 나선 정부를 비판한 여당 출신 국회사무총장이 경매로 가격이 결정되는 농산물의 특징을 무시한 언론의 호들갑을 나무랐다던데, 그는 배추 출하량이 수요보다 늘어나리라 무슨 근거로 확신하는 걸까.

 

농림수산식품부는 느닷없이 나서서 변덕스런 날씨를 탓했다. 아닌 게 아니라 적기에 배추를 심은 농부가 드물었고, 심은 배추도 진탕 속에서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했으니 예년보다 물량이 줄어든 건 사실일 터. 그렇다고 전례 없이 가격이 뛸 정도로 날씨가 고약했던가. 그렇다면 근본 대책이 필요할 텐데, 전문가들은 이번 김장철을 걱정한다. 1만 원 이상인 가격이 더 오르면 시민들은 김장을 어떻게 해야 하나. 여유에 따라 김치를 못 먹거나 몹시 아껴야 하는 초유의 현상을 발생할 텐데, 농림수산식품부는 김치를 수입하려는가. 그런데 정작 기가 찬 일은 건설교통부의 침묵이다.

 

날씨는 농림수산식품부나 건설교통부의 소관이 아니다. 천재지변이 이번 파동을 초래하게 만들었다 우기면 어느 부처의 공무원도 책임을 면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천재지변은 분명히 아니지만 범지구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책임을 개인에게 물을 수 없는 일! 정부의 어떤 공직자도 이번 배추 파동의 책임과 거리가 먼 듯한데, 야당과 농민단체, 그리고 대부분의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듯, 배추 가격 폭등이 4대강 사업이 경작지를 크게 줄인 데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권력 핵심부의 의중을 살폈는지, 배추 가격 폭등이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고 거들고 나선 농림수산식품부는 가련할 정도로 안쓰럽다. 왜 비난을 자청하는가. 4대강 바닥의 오염된 모래와 자갈이 막대하게 쌓인 곳이 어딘가. 배추를 비롯한 채소들을 집중 생산하던 기름진 농토가 아니던가. 국정감사에서 지적되었듯, 무려 2500만 평의 농토에서 이맘때 출하하던 물량이 풀리지 않으면 가격이 치솟는 건 당연하다. 국회사무총장의 기대처럼 배추의 출하가 앞으로 늘어날까. 더러 그럴지 모른다. 고랭지 밭의 사정이 전 같지 않아도 어느 정도 늘긴 할 텐데, 그렇더라도 김장 수요를 크게 밑돌 거라고 전문가는 예측한다.

 

배추가 초점이라 그렇지 상추와 시금치를 비롯한 채소들도 한결같이 품귀고 가격이 크게 올랐다. 대부분 기상이변에 생산량이 크게 좌우되지 않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었고, 그 비닐하우스는 4대강 주변에 밀집되었다. 양배추로 김장했다고 자랑하고 싶은 해바라기가 없지 않겠지만, 그와 관계없이 중국에서 수입하지 않는다면 배추와 채소의 출하는 내년 이후에도 계속 줄 수밖에 없다. 기상이변과 상관없는 4대강 이변의 결과는 내년 이후에도 거침없고, 4대강 재앙은 배추와 채소로 멈출 리 없을 것이다. 역사에 없던 이 끔찍함, 후손에게 더욱 가혹할 텐데,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나. (요즘처럼, 2010.10.17)

올 겨울 청와대 김장은 양배추로 한다는 말도 있던데 정말일까요? 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