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9. 10. 1. 23:17

 

아마존이 한 달 넘게 타들어간다. 두 달 전 시베리아는 남한 4분의1에 달하는 한대림을 산불로 잃었는데, 한반도의 수십 배에 달하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솟구친다고 한다. 시베리아를 삼킨 불은 번개가 원인이라지만 아마존은 방화 가능성이 큰 모양이다. 방화든 자연 발화든, 지구촌의 걷잡지 못하는 산불은 어떤 묵시록을 전한다.


양양에서 간성까지 강원도를 태우는 산불은 때때로 발생하지만 최근 규모가 커진다, 인위적이든 자연적이든 산림구조가 바뀌면서 재앙으로 돌변하는데, 로스앤젤레스를 해마다 태우는 산불도 비슷하겠다. 한데 올 여름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의 한대림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든 화재는 심상치 않다. 심화되는 온난화에 녹아내린 동토 아래에서 스멀스멀 배출되는 메탄가스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생물다양성을 예찬하는 하버드대학교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젊은 시절 경험한 아마존 열대우림의 일상을 자신의 책으로 전했다. 100미터 넘나드는 나무 꼭대기에 올라 숲을 내려다보면 여기저기에서 산불이 발생하지만 이내 꺼지는 일이 반복된다고 했다. 빽빽하게 자라 올라오는 거대한 나무들이 줄기를 문지르며 마찰열을 일으키면 불이 피어오르고, 불이 커지면 주변 나무의 잎사귀에서 일제히 내놓는 수분이 구름을 뭉게뭉게 발생시킨다. 이윽고 구름이 부딪히며 소나기를 퍼부으면서 불이 꺼진다고 썼다. 불이 지나간 자리마다 새로운 생태계가 열렸다고 열대우림의 순환을 설명했다.


불에 탄 열대우림이 땅바닥에 햇빛을 허용하면 때를 기다리던 씨앗이 싹을 펴내고 새싹을 노리는 곤충이 어디선가 모여든다는 아마존은 생물상이 무척이나 다채롭다. 단위면적에 가장 많은 식물과 곤충, 양서파충류와 조류, 그리고 보기 드문 포유류들이 어우러진다. 겨울이면 드넓은 눈밭 위로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자란 침엽수가 일률적인 한대림과 두드러지게 다르다.


땅 위가 울울창창한 열대우림은 땅 아래도 한대림과 차이가 분명하다. 넘어지기 무섭게 다른 생물의 먹이나 은신처가 되는 열대우림과 달리 한대림은 쓰러진 나무들을 켜켜이 쌓이기만 한다. 죽어서 남길 게 거의 없는 열대우림의 땅 아래는 척박하기 이를 데 없지만 억겁의 세월 동안 나무와 동물의 사체를 무수히 묻은 한대림은 유기물로 그득하다, 그 유기물이 토탄으로 쌓인 독일은 산업과 발전연료로 활용했지만 요즘은 온실가스 배출을 걱정해 피한다. 반면 메탄이 된 유기물은 요즘 러시아에 부를 막대하게 안긴다.


열대우림은 아마존의 상징이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아프리카에도 열대우림이 넓었다, 사막화가 한창인 지금은 물론 아니다. 아프리카에 점점이 흩어진 열대우림은 매우 비좁다. 침팬지 연구를 시작한 1960년대 300만 마리를 넘겼던 침팬지가 3만 마리도 남지 않은 현실을 제인 구달은 안타까워한다. 밀렵 탓이 아니다. 서양사회의 폭식을 뒷받침하는 플랜트농업이 열대우림을 집요하게 파괴했기 때문이다. 다국적기업은 열대우림을 파괴한 자리에 팜과 파인애플 같은 단일 농작물을 광범위하게 심었다. 척박할수록 농지는 석유를 과다하게 요구한다. 석유를 가공해 얻는 화학비료와 농약만이 아니다. 파종에서 수확, 운송과 폐기 과정에 무거운 농기계는 필수다.


화학농업은 수확으로 얻는 농작물보다 10배 이상의 칼로리에 해당하는 석유를 들이부어야 소기의 수확을 유지할 수 있다. 시장 장악을 위한 경작지 확대는 더 많은 석유를 소비할 텐데, 경쟁에 밀린 다국적 자본이 떠난 농경지는 장기간 방치될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에 사막이 확장되는 설명이기도 한데, 아마존은 아직 건강한 열대우림을 방대하게 간직한다. 하지만 위기에 빠졌다.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신임 대통령이 소유권을 신경질적으로 천명한 이후 맹렬하게 불타고 있다. 볼리비아와 파라과이로 번질 기세일 뿐 아니라 보호지역의 원주민들은 생존 위협에 처했다.


열대우림은 적지 않은 산소를 지구의 대기에 내놓는다. 정확한 수치를 추산하지 못하지만, 전문가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대략 10% 이상의 산소를 생성하고 5%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걸로 추정한다. 10%에 불과하더라도 이번 화재가 지구촌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리 없다. 대기권의 산소가 10% 줄어든다면 생태계는 괴멸될 것이다. 탄소 흡수량이 5% 줄어들면 심화되는 지구온난화는 더욱 치명적일 게 틀림없다.



사진: 대규모로 벌채된 아마존 열대우림. 벌채된 공간은 대부분 단순한 목초지의 방목장이나 유전자 조작 콩 생산지로 바뀌며 생물상이 극도로 단순화된다. 이후 척박했던 땅속 생태계는 괴멸로 이어진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다가오는 우기에 화마가 삭으러들 테니 안심해도 좋을까? 그리 기대하고 싶지만 에드워드 윌슨이 젊었을 때보다 온난화된 세계의 기후는 많이 다르다. 우기에 내리는 빗물이 들쭉날쭉하다. 이미 여기저기 상처가 깊은 아마존을 태우는 화마는 자연발화의 규모를 크게 넘어섰다. 그것도 동시 다발적이다, 원주민 보호구역이 지나치게 넓다고 불평한 현 브라질 대통령이 빗장을 풀자 잠재되었던 개발 압력이 한꺼번에 터졌다고 서방의 언론계는 지적한다. 아마존 전역에서 느닷없이 발생한 화재는 통제가 어렵다. 어쩌면 통제할 의지가 부족할지 모른다.


1970년대부터 파헤쳐졌더라도 여전히 세계 생물상의 4분의1 이상을 품는 아마존 열대우림은 원주민이 아니라면 벌써 무너졌겠지만 내일이 더 걱정이다. 시방 타들어가는 숲은 유전자조작 콩 경작지로 변할 것이다. 독일 대기업 바이엘에 인수된 다국적기업 몬산토가 1996년 개발한 유전자조작 콩은 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제초제 성분, 글라이포세이트를 밭에 흥건히 뿌려야 경작이 가능하다. 오염된 강물로 아이가 죽자 원주민이 떠나고, 콩 경작지는 그만큼 늘어나는데, 다국적기업은 보우소나루 정권에서 훨씬 자유로워졌다. 중국이 막대한 콩을 추가 주문하는 마당이 아닌가. 브라질은 미국을 제치고 유전자조작 콩 최대 수출국으로 등극했다.


아마존의 65%가 브라질 국경 안에 있으므로 자국의 열대우림 개발에 대해 다른 국가가 문제를 제기하면 보우소나루 정권은 불쾌해해야 할까? 막대한 산불 방제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유럽 국가들이 아마존 개발을 염려하자 브라질 대통령은 내정간섭이라며 오만상을 찌푸렸다. 아마존만이 아니다. 알락꼬리마도요를 보아야 봄을 느끼는 뉴질랜드 마오리족은 우리 정부에 호소한다. 시베리아에서 날아오다 봄가을에 잠시 기착하므로 서해안의 갯벌을 보전해달라고 하소연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마오리족이 내정간섭하는 걸까? 소양호와 대청호, 4대강은 지역 소유물이 아닌데, 타 지역의 발언권은 무시되어야 하나? 아마존은 어떤가?


지구 산소의 4분의3은 바다에서 생성하지만 드넓은 대양보다 식물성플랑크톤이 풍부한 대륙붕이 담당한다. 그 중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조간대에서 특히 활발한데, 광활한 우리 갯벌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예전 모습이 아니다. 대부분 매립됐고 그 자리를 이산화탄소 배출이 극심한 화력발전소와 공업단지, 그리고 초고층빌딩숲이 떠들썩하게 차지했다. 그러자 기상이변이 심해졌다. 폭염과 한파가 혹독해지더니 태풍이 빈발한다.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는 사소해졌다. 아스팔트와 화력발전소에서 내뿜는 초미세먼지가 호흡기를 자극하는데, 아마존 열대우림은 오늘도 불탄다.


지금은 인류세(anthropocene)라고 많은 학자는 경고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인류세 지층 위에 인류 화석은 없을 거라는 의미다. 묵시록적 징후가 다가와도 위기를 인식하지 않는 인류는 아마존마저 불태우는 낭비를 멈출 생각이 없다. 이러다 인류세의 종말이 급격히 앞당겨지는 게 아닐까? (작은책, 2019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