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20. 10. 21. 23:46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10월이다. 맹꽁이는 이런 날씨에 전혀 울지 않는다. 울지 않을 뿐 어딘가 몸을 숨기고 있을 것인데, 인천시에서 맹꽁이 위한 새집을 조성한다는 소식을 듣고 있을까? 소식 듣고 불안한 마음을 진정하고 있을까? 생명공학이나 바이오산업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여하는 우리는 맹꽁이의 한해살이를 거의 모른다. 그저 장마철 울음소리만 떠올릴 따름이다.

 

장마로 땅이 흥건하게 젖어서 뙤약볕에도 마르지 않을 만큼 빗물이 고이면 맹꽁이가 찾아왔다. 두엄을 모아놓은 곳이라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농약이 농촌에 스며들자 사라지고 말았다. 장마철이면 걱정 많은 농촌 노총각의 시름을 달래주던 맹꽁이가 이제 보호 대상 종이 되었다. 일손 모자라는 농촌에서 생산을 늘리려고 화학비료와 농약을 거침없이 쏟아부은 이후의 일인데, 요즘 무슨 영문인지 도시에 맹꽁이가 존재를 드러낸다. 개발이 예정된 곳에서 개발업자 속상하게 만든다.

 

누가 풀어놓은 것이 아닐 텐데, 무슨 영문인지 아파트단지 공사를 위해 굴착기가 들어가려면 맹꽁이가 운다. 얼마나 우렁찬지 지역의 환경단체의 귀에 들어간다. 맹꽁이가 보호 대상이 아니려면 무시할 텐데, 참개구리나 청개구리와 달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맹꽁이가 분포하는 지점을 빼고 아파트를 짓는다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사업자는 환경단체에 대체서식지를 제안한다. 맹꽁이에게 제안하는 건 절대 아니다. 맹꽁이는 그 대체서식지를 환영할까? 대체서식지로 운 좋게 옮겨진 맹꽁이는 이 시간 잘 살아 있을까?

 

사진: 맹꽁이(사진은 '인천in' 홈페이지)

 

인천시는 맹꽁이 서식지를 14곳을 추가 확인하고 보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지난 1011일 발표한 모양이다. 환경단체가 그동안 얼마나 요구한 걸까? 대응이 없던 인천시에서 보호 대책을 발표하는 걸 보면, 환경단체의 목소리가 맹꽁이 이상 컸을 게 틀림없겠다. 개발업체가 마련한 대체서식지를 가면 개발 사업 전에 우렁찼던 맹꽁이가 장마철에도 조용한 게 보통이다. 환경단체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한데, 인천시는 다를까?

 

맹꽁이 한해살이를 연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바이오산업의 새 발의 피인데, 맹꽁이를 연구하는 학자가 드물고 그런 학자에 제공하는 연구비는 거의 없다. 다른 개구리 종류와 마찬가지로 맹꽁이 역시 울지 않을 뿐, 장마철 이전에 활동하고 동면에 들어가기 전에도 어딘가에서 무엇을 먹으며 돌아다닐 게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는 모른다. 모르면서 대체서식지를 만들어 옮겨놓았다. 잘 사는지 한두 해 모니터링하고 손을 털었다. 새집을 만들어주겠다는 인천시 계획은 어떨까? 맹꽁이들이 만족할 수 있을까?

 

맹꽁이뿐 아니라, 먹이사슬에 대단히 중요한 양서류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보호 생물종은 보호 대상이 아닌 동식물이 충실하게 보전된 환경이라야 보전될 수 있다. 먹이는 물론 몸을 보호할 다양한 서식 환경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생태계가 아니라면 이내 사라지고 만다. 맹꽁이를 비롯해 인천시가 보존하겠다고 선언한 깃대종들도 그들의 생태계가 보전될 때 비로소 우리 겉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환경단체의 목소리 때문일지언정, 모처럼 의지를 보인 인천시의 계획에 기대하고 싶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관광버스로 나가야 개구리를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의 정서가 예전과 달리 건조하고 가끔 사납다. 앞으로 인천 어디 지역으로 가면 맹꽁이 소리를 장마철이면 들을 수 있는 걸까? 서울과 수도권 학생의 교육 장소로 명성을 올리는 걸까? 개발 예정지에서 숨죽이는 맹꽁이에게 희망이 될까? (인천in, 2020.10.21.)

 
 
 

생태계·동물

디딤돌 2011. 5. 6. 15:48

 

꽃놀이 버스들이 영동고속도로를 메울 때 지리산 댐이 예정된 경상남도 함양군 용유담을 다녀왔다. 10미터가 넘는 대형 보로 강의 흐름을 가로막는 4대강 사업 덕분에 물그릇이 커져 가뭄과 식수난을 해결하겠다고 호언하던 정부였다. 그런데 왜 지리산에 댐을 만들려는 걸까. 분명 운하로 전용할 4대강 사업은 배가 다닐 폭과 깊이를 위해 6미터 이상 모래를 연실 퍼내고 있으니 대형 보 안에 고인 물은 썩을 수밖에 없다는 걸 정부는 예상했고, 하는 수 없이 400만에 가까운 부산시민들을 위한 상수원을 따로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란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사라질 위기에 몰린 지리산 용유담은 벚꽃과 막 잎눈이 벌어진 연초록에 물들어 수려하기만 했다.

 

용유담으로 가기 전, 일행은 잠시 지리산의 계단식 논을 답사했다. 모자로 덮을 만한 땅뙈기까지 모를 심었다는 계단식 논은 노을을 받아 아름답기 그지없는데, 한나라당 단독으로 체결된 한EU FTA와 곧 여당 단독으로 체결할 한미 FTA, 그리고 서두르려는 한중 FTA가 체결된 이후에도 이 계단식 논에 모를 심으려는 농민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한데, 생태학자가 본 문제의 하나는 맑은 물이 스며드는 심심산골의 계단식 논에도 개구리와 도롱뇽이 통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북방산개구리와 도롱뇽의 올챙이들이 바글거려야 할 계절인데, 웬일일까. 요즘 세상에 농약은 그리 많지 않을 터. 한 때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보호하던 두 종에 무슨 변고라도 생긴 걸까.

 

이맘때 산간계곡이나 물이 고인 논에 알을 낳는 북방산개구리와 도롱뇽은 어디서나 흔하디흔했지만 지금은 적막할 정도로 드물다. 얼음이 단단한 계곡을 굴삭기로 뒤집으며 쓸어 잡아들여 몬도가네 족들에게 팔아넘기는 기업형 사냥꾼들이 겨울부터 극성이지만 그런 행위가 북방산개구리가 사라지는 원인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생태환경의 변화도 의심스럽고 여전한 농약 사용도 걱정을 덜게 하지 않지만 산기슭까지 치고 올라가는 개발로 논에 공급되는 물이 불안정해진 것도 봄의 전령인 북방산개구리와 도롱뇽이 사라지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 틀림없겠다.

 

환경부가 보호대상종으로 한사코 인정하지 않는 북방산개구리와 도롱뇽도 줄어들고 있지만 최근까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던 꼬리치레도롱뇽은 더욱 희귀해졌다. “학술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거나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야생동식물로서 자연생태계의 균형유지와 그 종이 멸종위기에 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환경부장관이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지정한 꼬리치레도롱뇽이 멸종위기종에서 취소된 건 학술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줄었거나 개체수가 늘어 멸종위기에서 벗어난 까닭은 분명히 아니었다. 지정되어도 계속 줄어들기만 했건만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된 것은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을 개발하려는 정부의 의지 때문이라고 당시 환경단체는 의심했다. 갈라진 바위틈에서 차가운 물이 사시사철 흘러내리는 천성산에 꼬리치레도롱뇽이 적지 않았으므로.

 

현재 맹꽁이와 금개구리는 우리나라 양서류의 유일한 2급 보호대상종이다. 멸종이 우려되고 학술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높기 때문인데, 들리는 소문은 흉흉하다. 맹꽁이는 곧 제외할 예정이라는 게 아닌가. 그린벨트에 아파트와 체육시설을 지으려하니 맹꽁이가 나타났다고 환경단체가 현수막을 펼치고 반대하니 막막하기 짝이 없었던 모양인데, 해제 목록에 수달과 삵도 포함된다는 소문이 돈다. 마찬가지로 산간을 개발하려는데 걸림돌인 까닭이라고 한다. 하긴 부산 기장군 고리에 핵발전소를 증설하는데 방해된다고 지정을 외면한 것으로 의심하는 고리도롱뇽, 계룡산 관통도로를 개설하는데 발목을 잡을 거라 걱정해 지정 요구를 거들떠보지 않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이끼도롱뇽도 개발의 걸림돌이었을 게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환경부는 개발 관련부서의 친절한 동반자인 셈이다.

 

맹꽁이는 진정 많아졌는가. 할일 많은 장마철이면 농촌의 애환을 달래주던 맹꽁이가 농약 과다 살포와 분별없는 개발로 일제히 자취를 감췄다 최근 여기저기에서 나타나는 건 여건이 조금 개선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생태환경이 안정되었다고 판단하기 아직 이르다. 서식지가 전에 없이 위축되지 않았던가. 한 때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되던 두꺼비가 번식기를 맞은 호수에 잠시 바글거리다 이후 자취를 감추는 건, 주위의 서식환경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어두운 산간계곡마다 꾸물거리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던 무당개구리가 어쩌다 보일 정도로 드물어진 것도 순전히 사람 때문이다. 임도(林道)가 산허리를 감돌고 계곡을 개발하자 약속이나 한 듯, 꼬리치레도롱뇽과 더불어 일제히 사라지고 말았다. 맹꽁이도 앞으로 그리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잠시 농약이 줄어 퍼졌지만 이내 사라질 수 있는 불안전한 처지인데 개발 일변도의 정부는 얼씨구나 보호대상종에서 빼려는 모양이다.

 

강 호안을 돌망태와 철근콘크리트로 싸바른 이후 자취를 감춘 수달이 한국에 많다는 걸 부러워하는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수달을 보호대상종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이 이는데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자국의 하천 생태계가 회복되면 우리나라에서 도입하고 싶을 것이기 때문인데, 우리 농가를 괴롭히는 유해조수’(有害鳥獸)의 대명사로 지탄받는 고라니도 사실 우리나라 이외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는 희귀종이다. 세계 생태자원의 보전을 위해 고라니를 보호대상종으로 묶자고 다른 국가나 환경단체가 제안한다면 우리 개발 동반자 행정당국은 뭐라고 답할까. 고라니가 먹는 농작물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고라니가 인간의 방해를 받지 않고 편안하게 살 환경을 보장한다면 굳이 인간 주변을 배회하지 않아도 무방하리라. 도시를 어른거리다 총 맞고 죽고 마는 멧돼지도 마찬가지겠지.

 

조망권을 사전에 평가할 때 앞으로 지어질 모든 건물의 위치와 규모를 빠짐없이 상정해야 한다. 여러 건물을 나란히 세울 거면서 건물 한 채 씩 평가한다면 기만이 된다. 같은 맥락으로, 난립하는 골프장으로 백두대간에서 정맥으로 이어지는 녹지가 차단되는데 한 골프장의 생태계만 조사한다면 생태계 연결이 차단되면 사라질 수 있는 동식물을 보전할 수 없는 건 당연힌 노릇이다, 하지만 실상은 하나의 골프장만 검토한다. 그래서 보호대상종인 강원도의 하늘다람쥐는 위기를 맞았다. 현재 40개의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는 강원도에 다시 40여 개의 골프장이 신축을 준비하고 20여 곳이 계획하고 있다. 한데 환경영향평가서는 하늘다람쥐가 다른 곳으로 터전을 옮길 테니 걱정 없다고 천편일률적으로 장담한다. 떠날 수밖에 없는 동물의 눈높이는 전혀 환경영향평가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하늘다람쥐나 맹꽁이도 사람처럼 함부로 자신의 터전을 옮기지 않건만 사람은 대체서식지를 제공하겠다며 거룩한 포정을 짓는다. 대체서식지로 옮겨진 동물은 생존율이 터무니없이 낮다. 적응된 서식지와 조건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의 알량한 눈으로 복원된 생태계가 동물의 눈높이와 맞을 리 없지 않은가. 개발할 때 잠시 대체서식지로 옮긴 뒤 개발 뒤 생태계가 복원되면 다시 데려오겠다는 선언도 동물의 처지에서 위험천만한 건 마찬가지다. 복원된 생태계가 전과 동일할 리 없다. 더 좋은 환경으로 옮겨준다는 주장은 동물의 처지에서 어처구니없을 텐데, 한강 노들섬의 맹꽁이, ‘은평 뉴타운의 맹꽁이, 4대강 사업 현장에 분포하는 수많은 보호대상종들의 극히 일부만이 더 좋은 대체서식지로 옮겨질 것이다. 보호대상종이 떠난 자리에 사람만이 들끓겠지.

 

몇 마리 명맥을 유지한다고 믿은 이의 적극적인 보전운동이 있었기에 이제 조금씩 늘어나는 수달과 맹꽁이는 우리 하천 생태계의 카나리아나 마찬가지다. 그들이 아직 누비고 있으니 우리 하천은 안정된 상태라는 걸 우리는 알건만 우리 카나리아의 운명은 앞으로 장담할 수 없다. 편안한 4대강 사업을 위해 보호대상종의 목록에서 제거할 경우 수달도 강도, 그리고 우리 후손의 생태적 안위도 위기에 빠질지 모른다. 맹꽁이가 사라진 농촌과 도시 근교에 아파트와 공장이 들어선다고 우리는 행복할 것 같지 않다. 하늘다람쥐를 볼 수 없는 백두대간, 꼬리치레도롱뇽이 사라진 산간계곡은 더 없이 쓸쓸할 것이다. 그러다 사람도 대체서식지를 찾아야 하는 건 아닐까.

 

보호대상종이 나타나도 대체서식지 운운하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는 현 정권에서 다시 검토하는 보호대상종의 목록은 누가 작성하는지 몹시 궁금한데, 수도권 일원의 낮은 평지에 주로 서식하는 금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는 온전히 보존될 수 있을까. 생태조건이 아주 까다로운 그들이야말로 대체서식지에 가면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데 수도권의 개발압력은 하천이나 산간계곡과 차원이 다르다. 눈앞의 돈을 위해 후손의 안위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새로운 목록에 오르거나 남을 보호대상종은 안녕할 수 있을까. 아니 적막강산이 된 생태계에서 홀로 남는 인간은 안녕할 수 있을까. 우리는 스스로 만든 보호대상종이라는 카나리아마저 내버리고 있는데. (함석헌 평화포럼, 20115월 9)

 
 
 

생태계·동물

디딤돌 2009. 8. 29. 14:32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했던가. 요즘 여기저기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맹꽁이가 인간의 무한한 개발욕구에 냉정함을 요구하고 나선다. 미련한 동물의 대명사, 맹꽁이가 개발현장에서 인간에게 숨 쉴 공간을 열어주려는 것인가. 아니다. 사람의 편견으로 보아도 미련하거나 못생기지 않은 맹꽁이는 그저 자신이 살아갈 만한 곳을 탐색할 뿐 개발을 막으려 하지 않는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보호대상종으로 지정한 사람이 있었던 까닭에 맹꽁이를 앞세워 개발 행위에 제동을 거는 사람이 있고, 개발을 서두르던 사람이 그 때문에 당황하게 되었으리라. 사람이 맹꽁이를 진실로 좋아하거나 마음으로 고마워하건 말건, 맹꽁이는 짝을 찾을 따름이다.

 

보리타작할 때 열무김치를 담던가. 마트의 식품매장에 가면 언제든 열무를 구할 수 있고 잘 담가놓은 갖가지 열무김치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는 세상에서 보리는 어느새 ‘웰빙 곡식’이 되었다. 보리밥에 열무김치를 푸짐하게 얹고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어 석석 비벼먹는 즐거움은 앉을 틈 없이 북적이는 식당에 가야 맛볼 수 있지만 불과 한 세대 전에만 해도 달랐다. 추수 전에 쌀이 떨어진 농촌에서 허기진 농부에게 보리타작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고충이었다. 그때 밭에서 열무도 서둘러 뽑아야 했나보다. 곧 장마철이 다가올 것이므로. 왕년의 인기가수 박재란은 ‘맹꽁이 타령’에서 열무김치 담글 때와 보리타작할 때 임 생각이 절로 나는데 그때 꼭 맹꽁이가 울어 걱정 많은 심정을 흔들고 설음 많은 가슴을 달래준다고 절절하게 노래했다.

 

옛말에 “맹꽁이가 처마 밑에 들어오면 장마 진다”고 했다. 6월 말 이전에 시작되는 장마가 한달 가까이 대기를 후텁지근하게 만들다 물러서면 불볕더위가 제 세상을 만난다. 불볕더위는 장마철에 고인 물을 금세 말라버리게 하니, 맹꽁이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적어도 보름 전에 일체의 번식 행위를 마쳐야 한다. 급한 녀석은 5월 말 한낮이 제법 뜨거웠던 날 저녁에 한바탕 비가 내리면 울지만 대개 장마전선이 제 모습을 드러내야 본격적으로 울어 젖힌다. 두 번째 큰비가 내릴 즈음이다. “맹-꽁-”, “맹-꽁-” 땅속에 빗물이 따뜻하게 스밀 때 비로소 자극을 받는 모양인데, 어떤 생물학자는 짧은 시간 내에 짝을 찾아야 하므로 서두르는 것으로 해석할지 모른다.

 

사막에도 개구리가 살까. 동물 다큐멘터리는 우기의 물웅덩이에 잠시 나타나 번식에 들어가고, 물이 마르기 전에 올챙이에서 성체까지 얼른 변한 뒤 사라지는 개구리를 보여주는데, 맹꽁이가 그렇다. 달구지 바퀴가 움푹 패어놓은 길가는 온갖 풀로 덮여 있고 빗물은 거기부터 스며드는데, 맹꽁이는 그런 데를 좋아한다. 질척질척한 두엄 사이에 빗물이 고여도 거기로 가서 우렁차게 운다. 너구리나 부엉이의 눈에 띄지 않거나 빤히 보여도 다가갈 수 없는 곳이 바로 거기다. 어쩌다 처마 밑까지 들어오는 녀석도 있겠지만 장마가 거셀 걸 예감했다기보다 경쟁에 밀렸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천적에게 발각되기 쉬운 위험천만한 곳으로 다가올 리 없지 않은가.

 

울음소리가 아무리 커도 알은 찾기 어려운데, 비가 잠시 그치고 달빛이 그윽할 때 살금살금 다가가 보자. 빗소리가 거셀 때보다 훨씬 민감해진 녀석들은 다가오는 인기척에 긴장해 일순 조용해지는데, 맹렬하게 울던 지점의 풀숲을 젖혀보면 은단보다 작은 구슬들이 물 표면에 흩어져 반짝이는 게 보일 것이다. 맹꽁이 알이다. 한번에 열댓 개 씩, 여기저기 흩뿌려 낳는데, 따뜻한 물에서 하루가 지나면 올챙이로 부화되고 어린 올챙이는 연한 풀뿌리를 뜯거나 사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물 속 벌레를 잡아먹으며 무럭무럭 자라 보름이면 앞다리와 뒷다리가 나온 성체의 면모를 갖춘다. 그때 장맛비는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드문드문 울던 맹꽁이도 어느덧 자취를 감추었는데, 엷어진 구름 사이로 햇살은 벌써 뜨겁다. 웅덩이는 곧 마를 것이다.

 

맹꽁이 우는 모습을 꼭 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빗소리를 압도하려는 듯 거세게 울 때, 커다란 우산과 회중전등을 들고 나서라. 녹음기를 가지고가는 게 나을 것이다. 인기척을 느끼고 조용해질 찰라 몸을 낮추고 잠시 꼼짝달싹 하지 않으면 경쟁에 돌입했던 맹꽁이들은 조금 전 관성에 따라 일제히 목청을 높일 게고, 그때 녹음을 길게 해두라. 그리고 정확한 지점을 찾아 살금살금 한발 한발 옮기면 맹꽁이들이 다시 조용해질 터. 녹음한 부분을 재생할 때다. 경쟁자가 바로 앞에 있다고 느끼는 맹꽁이는 인기척에 아랑곳하지 않고 목청을 가다듬을 게고, 회중전등을 밝혀도 턱 아래 울음주머니를 부풀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잘 안 보이면, 울음소리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풀잎을 찾아 가만히 들쳐보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능청스레 우는 녀석을 만나는 행운을 맞는다.

 

맹꽁이는 “맹-꽁-, 맹-꽁-” 울지 않는다. 사람도 그렇듯 맹꽁이의 울음소리에도 스펙트럼의 폭이 있는 법. 어떤 녀석은 “맹-”에, 어떤 녀석은 “꽁-”에 가깝게 운다. 그런 녀석들이 경쟁적으로 우니 “맹-꽁-”으로 들릴 수밖에. 그런데 깜빡 잊고 녹음기를 가지고 가지 않았다면 일순 조용해진 맹꽁이를 다시 자극해야 한다. 엄지와 검지로 코를 틀어막고 “맹-” 해보자. 코맹맹이 소리에는 “꽁-”보다 “맹-”이 낫다. 맹꽁이도 잘 속는다. 어설프나마 “맹-”하면 머뭇머뭇 따라 몇 마리가 울다, 이내 “맹-꽁-”, “맹-꽁-” 와글와글. 그때 회중전등을 커면 된다. 조수가 있다면 카메라 초점을 맞출 수 있겠지. 하지만 울음주머니가 제 몸 만큼 부풀었을 때 찍어야 제맛인데, 타이밍 맞추기가 참 어려우니 내 한 몸 모기에게 바칠 각오가 필요하다.

 

코맹맹이 소리는 칭얼대며 우는 아이의 전매특허다. 아이는 언제 칭얼대는가. 지나가다 마음에 드는 물건 사달라고 떼를 쓰거나 이런 문제도 풀지 못하냐며 큰누나가 “이런 맹꽁이!” 하며 머리통을 쥐어박았을 때 코맹맹이로 운다. 그래서 맹꽁이가 미련한 동물의 대명사가 되었으니 맹꽁이는 얼마나 어처구니없을까.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고, 관심조차 없을 맹꽁이는 중국 동북부 지방에서 우리나라 일원의 해발고도가 낮은 평야지대에 퍼져 오로지 장마철에만 운다. 이름이 촌스러운가. 그것도 편견이다. 맹꽁이는 인간에게 작명을 의뢰한 적이 없다.

 

황갈색 바탕에 청색을 띄는 45밀리미터 정도의 몸은 통통하기보다 똥똥한데, 자잘한 돌기가 산재한 등을 살살 건드리면 더욱 부풀며 이내 척척해진다.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아도 독을 분비한 거다. 등을 만진 손은 깨끗한 물에 씻는 게 좋다. 멋모르고 눈을 비볐다 한동안 낭패를 당할 수 있다. 황색 바탕에 검은색 얼룩무늬를 가진 옆구리에 짤막한 발로 엉금엉금 기거나 폴짝 거리는 맹꽁이도 거무튀튀한 돌멩이처럼 다가가거나 꼼짝없이 기다리다 쥐며느리나 거미를 냉큼 잡아먹는데, 똥똥한 몸에 붙여놓은 듯 작은 주둥이로 잘도 집어삼킨다. 징그럽다고? 처음 손에 잡았을 때 약간 질척한 게 징그럽더라도 사람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 몸부림치는 맹꽁이가 더 징그러워할 게 틀림없다. 놓아주자마자 뒷발로 젖은 땅을 파면서 필사적으로 몸을 숨기는 맹꽁이, 지금은 생태계 보전을 요구하는 환경운동가에게 더없이 반가운 진객이 되었다.

 

두엄 속의 맹꽁이와 맨홀 속의 맹꽁이,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어리석은 질문이다. 두엄 속에서 울던 맹꽁이는 맨홀을 몰랐고 맨홀 속의 맹꽁이는 두엄을 모른다. 썩어가는 두엄은 맹꽁이 피부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논과 밭에 뿌리는 살충제와 제초제는 치명적이다. 그래서 맹꽁이는 요즘 논과 밭에 얼씬도 하지 않아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침묵의 봄》을 읽고 경각심을 가진 이가 늘어 레이첼 카슨이 죽은 지 40년이 넘은 미국에 봄이 와도 새가 운다던데, 우리나라는 다르다. 새소리와 개구리 소리가 크게 줄었다. 반드시 농약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농약이 큰 원인인 건 틀림없다. 맹꽁이도 마찬가지다. 모내기 전후로 농약과 화학비료가 흥건해지지 않던가. 한데 언젠가부터 텃밭이 산재하는 도시 근교에서 맹꽁이가 운다. 가끔은 맨홀에서 운다.

 

수 킬로미터 높이의 빙하가 밀어내 편평해진 유럽에는 알프스 이외에 이렇다 할 산이 없는데 가끔 도시 주위에 작은 봉우리가 생뚱맞게 불쑥 올라오기도 했다. 쓰레기를 쌓은 곳이다. 음식 섞인 생활쓰레기가 모였기에 매립을 마쳐도 30년은 안전관리하며 시민의 접근을 차단하는데, 우리는 아니다. 7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앞두고 국가대표 평가전이 몇 차례 열릴 서울 상암동 축구경기장은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을 마주보는데, 그 공원은 1995년 붕괴된 삼풍백화점 쓰레기를 마지막으로 매립한 서울시의 생활쓰레기매립장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행사를 앞두고 부랴부랴 조성한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은 개방하자마자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부등침하가 진행 중이다. 거기에 맹꽁이가 산다. 장마철이면 맨홀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면서.

 

월드컵공원은 맹꽁이를 상징으로 천거, 별도로 마련한 서식지에 맨홀에서 구한 맹꽁이를 정성스레 옮겨주지만 이상스럽게 알 낳을 때마다 맨홀을 고집한다. 햇볕에 마르지 않을 곳이 거기라 믿기 때문인가. 그래도 월드컵공원에 남으려 하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는데, 이번에는 뉴타운이 예정된 은평구에서 울어대기 시작했다. 마침 그 지역에 사무실을 둔 환경단체에서 보호를 요구하고 나서니 서울시는 당초 난감했을 것이다. 그래도 마음 고쳐먹은 담당자의 노력 덕분으로 사람보다 먼저 깃들었을 맹꽁이는 시멘트로 칠갑이 된 은평뉴타운에서 손바닥 만한 서식지를 분양받았는데, 맹꽁이가 울 때 보리타작도 하지 않을 시민들이 시름을 달래야 한다는 듯, 주민들과 공유하게 설계돼 있다. 장마철은 맹꽁이 연주회가 벌어지는 계절이 된 셈인데, 그나마 보전될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한강물을 끌어들이는 공사를 계획하려던 강서습지공원에서 맹꽁이가 울었다. 소금기가 있는 한강물이 들어오면 맹꽁이에게 치명적이라며 환경단체가 손사래치며 나섰고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화답했다. 처음부터 쌍수를 들고 환영했는지 알 수 없지만 맹꽁이 보호지역을 설정했고, 맹꽁이가 안착하자 여름방학 특별 프로그램인 ‘맹꽁이 축제’를 기획했다. 맹꽁이 도전 골든벨, 맹꽁이 보금자리 직접 만들어 주기, 짚과 종이로 맹꽁이 만들기, 양서류와 맹꽁이 세밀화를 그리고 전시하기, 개구리 세밀화 교실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어린이들이 한강의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는데, 그 행사에 동원된 맹꽁이는 자원하지 않았다.

 

인간의 갈채 속에 맹꽁이의 보금자리가 떠들썩하게 마련되는 경우는 흔한 예가 아니다. 마지못해 서식지를 마련하는 경우가 더 많다. 환경부에서 2005년 3월, 멸종위기 2급 야생동물로 규정해 보호하고 있는 야생동물이기보다 그 이유로 개발을 저지하려는 환경단체의 거듭되는 요구가 귀찮을 정도로 집요한 까닭일 것이다. 무시하자니 언론에 나올 것 같고, 보도를 보고 짜증을 낼 정치인의 요구가 고위층을 움직이게 할 테니 울며 겨자 먹기로 보호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한창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는 서울 신정지구에 맹꽁이가 나타나니 난감했을 법하다. 그래도 어찌하랴. 환경단체의 요구로 공원부지 일부에 맹꽁이 서식지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한강 예술섬’이라 이름 붙여 오페라하우스와 청소년 야외 음악공원을 만들려는데 맹꽁이가 나타났다. 당황한 서울시는 엉겁결에 더 좋은 환경으로 옮겨주겠다고 제안했지만 환경단체는 노들섬에 자리잡은 맹꽁이에게 가장 좋은 환경은 바로 노들섬이라며 공존 방안을 요구했고 현재 고민 중이다.

 

아파트단지로 둘러싸이기 전, 청주 ‘원흥이 방죽’에 나타난 맹꽁이도 수년 동안 보전을 요구한 환경단체의 희생적인 노력으로 비좁기는 해도 서식지를 받아낼 수 있었고 생태하천을 계획 중이던 인천의 굴포천 도심 구간의 맹꽁이도 모습을 드러내자 환경단체의 요구에 따른 구청의 설계변경으로 서식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알려지지 않아 그렇지 그 밖의 도시에도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것이다. 대부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보전을 요구하는 행동에 돌입했기에 제한된 서식지라도 마련할 수 있었다. 환경단체가 몰랐다면? 맹꽁이 서식지는 슬쩍 뭉개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사 시작 전에 충분한 사전환경성 평가를 실시해 맹꽁이와 같은 보호대상종의 분포 여부를 파악해달라는 환경단체의 요구가 개발자에 의해 능동적으로 시행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지 않은가. 그나마 보호대상종이니 배려했을 뿐, 그렇지 않다면 환경단체의 요구는 결국 묵살되었을 것이다.

 

인천의 경제자유구역인 청라지구에 폭넓게 서식하는 맹꽁이는 대체서식지로 이동할 예정인 모양인데, 환경단체의 요구에 마지못해 응한 개발자는 비좁은 공간으로 몰아넣을 태세다. 갯벌을 매립한 청라지구에 물이 고여 소금기가 제거되면서 이웃 미나리꽝에서 하천을 따라 들어와 퍼졌거나 개발을 위해 외부에서 퍼온 흙에 들어있었을지 알 수 없으나 좁아터진 대체서식지에서 보전되기를 바랄 뿐인데, 인천의 진산인 계양산에서 발견된 맹꽁이는 시방 생존이 불안한 상태다. 국내 굴지의 기업이 환경단체에서 주목하는 양서류가 나타나자 그 장소에 독극물을 풀거나 삽으로 찍어 죽였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인데, 초고층빌딩을 위해 군사비행장의 활주로 각도까지 변경시킨 그 무소불위의 기업은 맹꽁이 서식을 마냥 무시하며 골프장 신축을 위해 로비하기 바쁘다.

 

공사현장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는 요사이 맹꽁이는 어디에서 온 걸까. 원래 많았다면 환경부가 보호대상종으로 지정할 리 없었으니 최근에 늘어난 걸까. 다른 개구리 종류에 비해 알을 많이 낳지 않아도 천적이 드물기 때문일까. 저보다 큰 동물을 보면 허둥지둥 달아나는 걸 보면 꼭 그런 것 같지 않다. 개발을 제지하려고 환경단체가 풀어준 거 아닐까 의심하는 개발업자도 있을 정도로 자주 나타나는 요즘의 맹꽁이에게 희한한 것은 하필 도시에, 그것도 개발이 예정되었거나 개발이 진행 중인 지역에서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더럽고 시끄러운 도시까지 왔을까.

 

장마철 이외에 거의 보이지 않는 맹꽁이가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칠갑이 돼 지독한 사막이나 마찬가지인 도시를 좋아할 리 없는데, 혹시 농약이 도시에 드물어 그런 게 아닐까. 농약을 쓰지 않는 텃밭이나 근교 녹지의 작은 습지에 내린 장맛비가 아스팔트와 시멘트를 전전하던 빗물과 만나면서 퍼진 건 아닐까. 몰론 개발을 위해 먼 데에서 가지고 온 흙에 무임승차했을지 모른다. 갯벌을 매립한 남동공단과 그 이웃인 연수구 아파트단지의 차단녹지에도 적은 수의 맹꽁이가 해마다 운다. 매립을 위한 흙에 섞였거나 주변 녹지에서 이동해 왔을 것이다. 얼마 전부터 송도신도시에서 울기 시작한 맹꽁이는 공원을 만들 때 가지고 온 흙에 섞였을 가능성이 큰데, 사실 소음 때문에 목청을 높이다 환경단체와 언론의 주목을 받아 그렇지 발견되는 맹꽁이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장맛비가 퍼붓는 칠흑 같은 밤, 자동차가 드문 아스팔트를 빗물에 섞여 이동했던, 흙을 따라 들어왔던, 농약 농도가 낮은 땅속 깊은 곳에서 숨죽이다 도시의 작은 습지에 일부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전국의 깨끗한 계곡에 두루 분포하던 꼬리치레도롱뇽이 아직 남아 있어도 몹시 드물어졌듯, 장마철이면 농촌마다 우렁차게 울던 맹꽁이도 거의 자취를 감췄는데, 산허리를 마구 끊고 오염시키는 도로와 골프장으로 더욱 드물어진 꼬리치레도롱뇽과 달리 개발 압력이 심한 도시의 녹지에 퍼지게 되었는지 모른다.

 

2005년 환경부는 보호대상종이었던 꼬리치레도롱뇽을 목록에서 뺐다. 천성산 도롱뇽의 안위를 걱정하는 지율스님이 경부고속전철 천성산 구간 터널공사의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하며 단식을 거듭하자 그리 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당시 지율스님은 천성산의 꼬리치레도롱뇽 사진으로 시민들의 공감대를 넓히고 있었다. 경상남북도 일원의 계곡에 제한 분포하는 고리도롱뇽도 목록에 넣지 않았다. 넣었다면 고리원자력발전소의 증설은 순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계룡산과 속리산 일원에 희귀하게 서식하는 이끼도롱뇽도 외면했다. 이끼도롱뇽이 포함되었다면 계룡산 관통도로 공사는 이끼도롱뇽 사진을 들고 나오는 환경단체 때문에 성가셨을지 모른다. 두꺼비는 왜 뺐을까. 청주 원흥이 방죽에 집단 서식하는 두꺼비 때문에 곤혹을 치렀던 개발자의 경험을 참조하지 않았을까. 아직도 환경단체는 그런 의혹을 지우지 못한다.

 

맹꽁이는 앞으로 목록에서 지워지는 건 아닐까. 지금이야 마지못해 서식지도 마련하고 대체서식지로 옮겨주지만, 빗발치는 개발자의 민원에 더욱 약해질 게 거의 분명한 현 정권 하의 환경부에서 개발 방해꾼인 맹꽁이를 목록에 남길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시골에 가서 노인에게 물어보라. 여기 요즘에도 개구리 울어요? 개구리? 쌨지! 두꺼비는요? 두꺼비도 쌨어. 쌨다는 건 쌓였을 정도로 많다는 건데, 그럴까. 다시 구체적으로 물어야 한다. 언제 어디에서 보셨어요? 몇 년 돼. 몇 십 년인가? 요즘은 통 보이지 않네. 하고 말 것이다. 개발부서에 유난히 약한 환경부가 개발업자에게 의견을 물으면 들으나마나, 말도 말아요! 쌨어요! 화답할 테고, 울음소리가 큰 맹꽁이는 그만 위기를 맞을 것이다.

 

우리는 맹꽁이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 장마철에 운다는 것, 어떻게 생겼고 어디에 알을 낳아 얼마 만에 개구리로 변태해 사라진다는 거 정도 알 뿐, 장마철 전후에 어디에 머물며 무엇을 먹고 얼마나 동면하는지 모른다. 막 변태한 어린 맹꽁이는 어린이 새끼손톱 만한데, 다음 장마철에 나타나는 성체는 45밀리미터나 된다. 그 사이의 행적이 미스터리다. 요즘 여기저기에서 개발업자를 긴장시키는 맹꽁이의 유전적 다양성의 폭은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넓은지 역시 모른다. 생명공학에 퍼부어지는 연구비의 이자에 이자만 찔끔 제공해도 너끈히 밝힐 수 있겠지만 맹꽁이 따위의 연구에 들어가는 돈은 여전히 불요불급한 모양이다. 그건 맹꽁이의 생각과 일치할지 모른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게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시키려”는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자연물에 상을 드리는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은 2009년 제15회 풀꽃상을 맹꽁이에 드리기로 결정했다. 다시 모습을 드러내어 숨 쉴 공간을 후손에게 남기는데 기여해준 맹꽁이에 감사하는 마음의 발로다. 환경부에서 보호대상종 목록에서 제외하던 하지 않던, 맹꽁이와 그들의 서식지와 서식환경을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자식 키우는 우리에게 있다는 점을 시민들에게 알리려는 건데,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의 결정에 호응해 맹꽁이가 시상식장에 나올 리 만무하다. 찬바람이 부니 안전한 땅속으로 들어갔을 게다. (기고문)

선생님의 글을 읽을때마다 참으로 가슴이 먹먹... 해지면서
그래도 마지막에는 왠지 희망이라는 불꽃을 살짝 안고 갑니다~
감사히 읽고 갑니다~(_ _)
맹꽁이와 삽살개라는 노래가 생각납니다. 그 노래에서는 왜 맹꽁이를 어리석은 놈이라고 표현했는지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