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09. 7. 17. 20:07

 

어미 뒤를 졸졸 사이좋게 따라다니는 마당의 병아리는 자라면서 달라진다. 서열이 정해지기 전까지 연실 쪼아대는 건데, 서열이 정해진 뒤에는 다시 평화로워진다. 엉뚱한 닭이 끼어들기 전까지.

 

수탉 한 마리에 여러 암탉이 뒤따르는 마당의 닭들은 다양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수천 마리가 24시간 불이 환한 축사에서 계란을 낳아야 하는 축사의 닭은 그렇지 못하다. 계란을 많이 낳는 닭끼리 교배시켰기에 유전자 대부분을 잃은 것이다. 온도와 습도가 조절되는 축사의 4층 이상 쌓인 철망 상자에 두세 마리 이상 들어가 하루 종일 호르몬이 섞인 사료와 물만 먹고 계란을 낳아야 하는 닭의 신세가 대개 그렇다.

 

그들은 서로 쫀다. 그러면 상처가 생겨 병에 잘 걸리니 계란을 잘 낳지 못한다. 사람들은 병아리 때부터 불에 달군 칼로 부리를 뭉툭하게 잘라놓았다. 쪼아도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그런 닭은 조류독감에 쉽게 감염되므로 병이 발생한 축사와 가까이에 있는 닭은 감염되지 않았어도 몽땅 살처분한다. 조류독감이 더 퍼지는 걸 막기 위해 죽이는 거라지만 아무래도 그 닭들의 유전적 다양성이 좁기에 질병에 약해졌을 것이다. 삼계탕을 위해 부화된 뒤 딱 35일 동안 한꺼번에 공장처럼 밀집해 사육하는 병아리도 같은 신세다.

 

돼지는 원래 더러운 걸 싫어한다. 마당을 돌아다니는 토종돼지를 보라. 그들은 더럽지 않다. 배설물과 먹이가 뒤섞인 채 사육되기에 더러울 뿐이다. 요즘 밀집시켜 사육하는 돼지는 전보다 훨씬 깨끗하다. 벽과 바닥을 스테인리스 파이프로 축사를 만들었다. 그래야 배설물이 쉽게 바닥으로 떨어지고 물로 치워낼 수 있는데, 그런 축사의 돼지는 발굽이 바닥에 잘 끼고, 바글거려 생기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서로 꼬리를 문다. 그래서 상처가 생겨 병이 돌면 손해가 크니 사람들은 미리 꼬리를 잘라놓았다.

 

오직 사료만 먹고 자는 돼지도 빨리 살찌는 품종으로 획일화되어 유전적 다양성의 폭이 좁다. 어릴 때 일제히 고기용으로 도살되는 그런 돼지는 구제역이 돌면 조류독감이 돌 때 안전 반경 이내의 닭이 일제히 살처분되듯 죽어나간다. 오직 계란과 고기를 위해 가혹하게 사육되는 가축들. 오리나 소도 예외가 아닌데, 최근 개도 그렇게 사육하겠다고 벼른다. 합법적인 사육과 도축을 허가한다면 이빨이 날카로운 개는 어떤 축사에 가둬 어떻게 사육하려 들까. 그런 식으로 키워 얻는 고기와 계란과 우유, 인간에 좋을 리 없다. (<> 해나무 출판사 발행, 박스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