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08. 10. 1. 11:27

 

북극곰이 헤엄을 친다. 빙원 사이 숨구멍으로 고개 내미는 물범을 사냥하는 북극곰은 여간해서 바다에 몸을 맡기지 않는데, 예삿일이 아니다. 그런데 북극곰이 헤엄을 친다. 뜯겨 나온 빙상 사이를 맴도는 건 다시 빙원으로 오르려는 몸부림인데, 우리나라는 얼쑤! 장단을 맞춘다. 덩실덩실, 아예 춤을 춘다. 북극항로가 열렸다는 거다.

 

북극의 얼음이 녹자 이누잇 집이 기울어지는데 쇄빙선을 앞세운 개척자는 휘파람을 부는가. 싱가포르나 홍콩에서 부산항으로 국제 무역항의 주도권이 넘어갈 테니 신바람이 나는가. 북극항로를 통과하면 거리가 40퍼센트 단축되고 운송기간이 열흘 이상 줄어들 테니 우리나라가 환태평양 최대 무역국으로 부상하는 건 시간문제인가. 이런 추세로 바다가 뜨거워진다면 항로를 방해하던 북극의 빙하는 5년 내에 녹는다고 한다. 시간이 없다.

 

경부운하, 아니 한반도 대운하가 다시 고개를 들 확실한 명분이 도출되는 순간이다. 수도권의 물량을 부산으로 날라 북극항로로 운송해야 한다. 팔당에서 소양강을 거치 원산까지 운하로 활용될 최적의 조건을 간춘 경원운하도 급하다. 어서 중국 물동량을 흡수해야 하지 않겠나. 벌써 러시아가 북극해를 자국 관할이라 주장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미국과 캐나다도 덴마크, 노르웨이, 영국과 더불어 군침을 흘린다는데 얼음은 왜 이리 천천히 녹을까.

 

국제 사회가 지구온난화 대책에 부심하는 가운데 미국 국립 눈·얼음자료센터는 북극의 얼음 녹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고 경고한다. 그러니 가슴이 뛴다. 물류만이 아니다. 세계 매장량의 15퍼센트에 달하는 원유와 막대한 가스가 북극해 밑에 묻혀 있다지 않은가. 산유국의 꿈! 원유값이 올라도 숨 좀 쉬며 살자. 이를 반영했을까. 한국해양연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선주협회의 관계자와 ‘북극 항로 개척을 위한 연구회’를 구성한 정부는 “북극 항로 개척 추진전략 등을 수립해 적극 시행해 나갈 방침”을 천명했다.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16만의 이누잇은 바다표범이 잡히지 않아 고통스럽다. 사냥감을 쫓다 얼음이 깨져 죽기도 한다. 북극항로 개척과 천연자원 이전투구 앞에 “생태계 망치는 개발 반대” 외치는 이누잇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 이누잇 뿐이랴. 국가 전체가 해수면 아래로 잠길 위기에 처한 투발루의 절박한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투발루는 북극항로에 목을 매는 국가들과 달리 화석연료를 거의 쓰지 않았다.

 

바다에 떠 있는 북극의 얼음이 녹는다고 해수면이 올라가는 건 아니지만 그린란드의 빙하까지 녹으니 문제다. 그린란드 빙하가 모두 녹으면 바다는 7미터 이상 상승할 것이다. 빙하가 녹아 반사되던 햇볕이 북극에서 흡수되거나 북극의 화석연료까지 몽땅 소비하면? 이러다 지구온난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도 북극곰 신세가 되는 건 아닐까. (경향신문, 2008.10.15)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진~짜 좋은 정보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