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2. 3. 22. 17:21

 

지난 315일 한미자유무역협정(이후 한미FTA)이 발효되었다. 외국 기업의 투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를 타고, 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기회가 활짝 열린 셈이다. 미국 기업의 투자는 한미FTA 이전에도 가능했지만 이제 그 여건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른바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가 딸려왔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사업을 할 때, 우리 정부의 간섭으로 불이익을 받는다고 판단하면 그 기업은 우리 정부를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할 수 있다.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도 같은 요구를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현실은 그게 그리 녹록하지 않다. 미국 국내법에 지배를 받는 한미FTA는 우리나라에서 다른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초헌법적 법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요구에 쉽사리 굴복하는 관성을 우리 정부는 여전히 고수하지 않던가.

 

우리나라에 미국 물기업이 들어온다면, 그들은 지방정부의 수도사업소를 영업 이익을 침해 협의로 제소할 수 있다. 미국 물기업이 만든 기준을 우리가 준수해야 한다고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압력을 가하면 언제나처럼 들어줄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물기업이 만든 기준을 따르지 않아 가격이 싼 지방정부의 수도사업소 때문에 손실을 보았다면서 세계무역기구에 미국 물기업이 우리 정부를 제소한다면, 우리 정부는 대처할 재간이 있을까. 미국과 FTA를 맺은 다른 국가의 예를 보건데, 세금으로 미국 물기업의 손해를 터무니없게 배상해야 할지 모른다. 다행히 아직 미국의 물기업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영업을 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물기업보다 훨씬 무서운 유전자 조작’(이후 GMO) 농산물 생산 회사가 머지않아 우리나라에 영업망을 펼칠지 모른다. 그 징후가 벌써 흉흉하다.

 

유전자 농산물로 종자를 세계적으로 독점하는 미국계 다국적기업 몬산토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손잡고 새만금 간척지역에 대규모 농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몬산토는 자사가 특허를 가진 GMO 농산물을 파종할지 모른다. 우리 정부는 연구 중에 있을 뿐, 아직 GMO 농산물을 본격적으로 심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는데, 앞으로는 어떨까. 미국에서 GMO 농산물의 파종을 허용하라는 압력이 들어와도 버틸 용의가 충분할까. GMO 농산물을 심지 못하게 한다면 몬산토와 같은 미국계 기업이 투자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는다면, 우리 정부는 제풀에 못 이겨 양보할 가능성은 높다. 오랜 경험이 뒷받침하지 않던가. 광우병 요인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믿을 수 없는 미국산 쇠고기, 다시 말해 30개월이 지난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하라는 요구에 화답할 날이 멀지 않은 것처럼.

 

GMO 농작물은 그 농작물이 지닌 유전적 다양성을 거의 잃었다. 그만큼 환경변화에 매우 약한 까닭에 파종에서 수확에 이르기까지 그 농작물이 요구하는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 다시 말해 화학비료와 제초제와 살충제를 GMO 농작물에 특허를 가진 기업이 지시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 그 지시에 응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다면 농부는 어떠한 보상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대기업이 재배하는 GMO 농작물은 미국이 그러하는 것처럼, 광범위한 지역에 단일 품종의 종자만 획일적으로 파종할 게 틀림없다. 그런 경작은 무거운 농기계가 필수이며, 그런 농기계는 석유를 과다하게 소비한다. 그뿐인가. 경작에 들어가는 막대한 화학비료와 제초제와 살충제는 석유로 가공해야 한다. 그리고 수확한 농작물의 운반과 저장에 많은 석유가 소비된다. 그러므로 GMO 농작물을 광범위하게 심는 기업은 우리 정부에 거액의 석유 보조금을 요구할 것이고, 농가에 면세유를 보급하는 정부는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한 GMO 농작물은 수출보다 국내 소비로 돌릴 가능성이 높은데, GMO 옥수수와 콩은 사료로 제한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사료로 가공해도 문제다. 옥수수와 콩을 섞은 사료를 일방적으로 먹는 가축은 오래 살지 못한다. 따라서 얼른 몸집을 키워 어린 나이에 도축해서 가공하는 공장식 축산업이 늘어날 텐데, 그런 가축은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에 맥없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GMO 농작물을 식용으로 사용하면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유전자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농작물의 돌연변이 유전자가 인체에 들어가 미처 예상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는 미국과 유럽의 연구자들에 의해 지금까지 드러난 몇 가지 사례에서 그 위해 가능성을 보았다. 현재 드러나지 않았으므로 안심했건만, 광범위하게 소비된 이후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자의 범위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어쩌면 피해가 다음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 유전자는 살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종자 산업법을 개정했다.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종자를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인데, 종자산업의 육성이 그 핵심이다. 결국 농민이나 소비자가 아니라 종자 특허를 가진 기업의 이익에 충성하는 법이다. 대개 특허를 가진 종자는 씨앗을 갈무리하지 못한다. 수확한 농작물은 모두 시장에 팔아넘기고 이듬해 다시 구입해야 하는데, 그런 종자는 유전자가 다양하지 못해 환경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대규모로 심은 그런 종자가 앞으로 닥칠 기후변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세상은 식량부족 현상으로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개정된 종사 산업법은 한미FTA 시대에 우리 기업에 한정해 적용될 수 없다. 미국계 다국적기업이 독점하는 GMO 농작물에 종자 산업법이 적용된다면, 우리의 식량주권은 어떻게 될까. 지금도 세계 식량의 생산량이 하향곡선을 그리는데, 4분의3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는 앞으로 GMO라도 감지덕지해야 하게 되는 건 아닐까.

 

GMO 농작물에 포함된 조작된 유전자는 그 농작물에 국한해 머물러 있지 않는 특성이 있다. 특정 제초제에 끄떡없도록 조작한 유전자가 농작물에서 잡초로 이동해 잡초까지 제초제에 끄떡없게 된 사례가 GMO를 파종한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몬산토의 특허를 가진 농작물에서 지금도 발생하는 일이다. 한미FTA를 기회로 미국계 다국적기업이 특허를 소유하는 GMO 농작물을 새만금에 조성할 광활한 농토에 획일적으로 심는다면, 그 조작된 유전자가 바람을 타고 우리 고유의 농작물, 어쩌면 유기농업단지에 심는 농작물의 종자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것인데, 이후 우리네 삶은 어떻게 될까. 우리 후손의 건강은 내내 온전할 수 있을까. ! 한미FTA 발효가 불러올 이 땅의 GMO 확산이 몹시 두렵다. (지금여기, 2012.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