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에너지

디딤돌 2020. 10. 23. 22:57

 

20113, 일본 동북부 대지진은 후쿠시마 해변의 핵발전소 4기를 처참하게 파괴했다. 자연재해를 완충하던 리아스식 해안을 매립하고 세운 발전소 중 설계수명을 무리하게 연장한 4기가 잇따라 무너졌는데, 그중 3기에서 핵연료들이 상상하기 두렵게 녹아내렸다. 이후 10년 지난 지금도 제어장치 잃은 발전소에서 막대한 방사능을 치명적으로 방출한다. 방호복 없이 다가가는 생명은 즉시 절명할 정도다.

 

담배 필터 크기의 핵연료는 수 미터의 지르코늅 합금관에 채워졌고, 그 대롱 수백 개를 뭉쳐 핵반응로에 넣었을 텐데, 그 뭉치는 적어도 3개 이상이었을 것이다. 지진과 해일로 전기가 끊긴 후쿠시마 핵발전소 3기의 반응로에 냉각수 공급이 멈추자 수천 도로 치솟던 핵연료들은 합금관을 녹이며 들러붙었고 두꺼운 핵반응로 강철을 뚫었을 텐데, 거기에서 그쳤을 리 없다. 그 아래 콘크리트 구조물을 녹이고 암반 아래 지하수를 끓일 뻔을 뿐 아니라 인류는 겪어본 적 없는 핵폭발로 재앙을 맞았을지 모른다.

 

핵연료는 한계 무게를 넘으면 폭발한다. 다급한 동경전력은 위험을 무릅쓰고 물을 퍼부었고, 천만다행으로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덩어리져 있는지 모르는 핵연료 덩어리는 지금도 폭발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핵연료를 식히고 배출되는 오염수다. 상당한 양은 초기 바다로 나갔고 지금은 대부분 회수해 정화한다고 관계자는 주장한다. 온갖 방사성 물질 중 삼중수소만 남은 상태로 정화했다고 주장하는 오염수를 커다란 탱크에 담아 못 쓰는 발전소 땅에 막연히 보관해왔는데, 탱크가 넘친다. 계속 배출되는 오염수를 앞으로 어찌하나?

 

일본 신임 총리는 100만 톤이 넘게 보관하던 오염수를 태평양에 희석해 버리겠다고 한다. 대다수 일본의 어민은 필사적이고 시민 대부분도 반대하지만, 대안이 없으니 강행하겠다는 자세다. 진정 대안이 없을까? 태평양에 버리면 수많은 어패류의 몸에 치명상을 입히며 축적될 테고, 그 어패류는 사람 몸에 들어가 방사능을 쏟을 것이다. 반감기가 13년인 삼중소소는 백여 년 이상 태평양의 생태계를 오염시킬 텐데, 대안이 없다고? 있다. 지하에 거대한 시설을 만들어 영구히 안전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사진: 2011년 3월 폭발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현황. 100만 톤이 넘는 오염수가 탱크에 담겨 발전소 구내에 방치돼 있다. 사고 전 발전소 구내는 나무가 울창했다. (출처@연합뉴스) 

 

영구히? 그렇다. 시설이 부식하면 더 큰 시설을 지어 옮기고 다시 영구히 관리해야 한다. 인간이 멸종된 이후는? 뭉쳐 분열하는 핵연료는 결국 폭발하고 후쿠시마는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는 방사능으로 초토화되겠지. 그 일원의 모든 생물은 치명상을 입어 연거푸 멸종하거나 돌연변이 되겠지. 그렇듯, 인간의 섣부른 과학은 한계가 분명하다. 그런 사실을 과학자는 진작 알았어도 핵발전소를 지었다. 자본의 이익과 국가의 패권 때문이었다. 후손이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면 천벌 받을 짓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이후 태평양은 이미 돌이킬 수 없게 오염되었다. 미국은 자국민에게 참치 같은 대형어류를 먹지 말라 권유한다. 이맘때 제주도에서 잡는 방어의 상당수는 오염 정도가 심각한 후쿠시마 앞바다를 긴 시간 경유했을 것이다. 입맛 당기더라도 외면하는 게 현명하다. 원양어선이 잡은 명태, 대구, 고등어는 피하라고 전문가는 권고한다. 한데 오염수 100여만 톤을 태평양에 추가한다고? 한번 버리면 계속 버리는 행위를 세계 어떤 정부도 막기 어려울 텐데?

 

일본 정부는 걸핏하면 북한의 자국민 납치 문제를 들먹이지만, 우리와 외국의 어린 여성을 위안부로 납치한 그들은 징병과 징용으로 수많은 우리 백성을 억압하며 희생시켰다. 보상은커녕 사과조차 외면하더니 태평양에 독극물을 풀겠다고? 모든 세상의 다음세대가 누려야 할 생태계를 통으로 위협하려 드는데, 용납할 수 있는가? 그런 일본 정부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규탄성명은 부족하다.

 

고장 잣은 핵발전소가 한둘 아닌 우리나라는 괜찮을까? 핵발전소를 50기 가깝게 가동하는 중국에 환경단체가 감시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후쿠시마처럼 하나만 폭발해도 황해는 끝장날 텐데, 인천은 괜찮을까? 후손을 생각한다면, 우리나 중국, 세계의 모든 핵발전을 당장 멈춰야 최선 아닐까? (기호일보, 2020.10.23.)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6. 3. 22. 10:39


정확한 시계가 있을까? 정밀한 공학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굳이 정확한 시계가 필요하지 않다. 약속시간 5분 전에 도착하면 충분하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닌 이후 시계마저 풀어놓았다. 지구의 자전 속도 변화에 맞춰 1초를 더하거나 빼는 윤초까지 자동으로 조정해 표시하는 휴대전화가 아닌가. 그 정도면 일상생활에서 과분할 정도다.


시계의 정확성을 과시하려고 99퍼센트 일치한다고 광고한다면 소비자는 고개를 끄덕여야 할까? 하루는 24시간, 한 시간은 60, 1분은 60초이므로 하루는 86400초다. 99퍼센트 일치하는 시계는 하루 14.4분 빠르거나 늦고 99.9퍼센트 일치하는 시계를 한 달 동안 손목에 차고 다니면 40분 이상 다른 시간을 표시할 것이다. 99퍼센트 안전한 물은 어떨까? 부산시 기장군 앞바다, 다시 말해 고리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가 섞이는 바다에서 취수해 만든 수돗물은 99퍼센트 안전하다고 한다. 그만큼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므로 안전한 겐가?


송년회를 겸하는 연말 고교 동창회는 꼭 행운권 추첨을 한다. 근사한 물건이 준비되었다는 사회자의 감언이설로 중간에 빠져나가는 동창이 줄어드는데, 가장 근사한 물건은 언제나 남의 차지가 된다. 내게 올 행운의 확률이 낮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이상한 점도 있다. 행운권 추첨 때마다 흡족한 결과를 차지하는 이가 있다. 단지 착각일까?


이른 봄 생태조사를 위해 찾은 도시에서 냉면이 먹고 싶었다. 낯선 도시의 식당을 돌아다니며 기필코 소원을 풀었는데, 아뿔싸, 오래 두었던 면발이 상했는지 알레르기가 생겨 급히 병원으로 달려야 했다. 같은 냉면을 먹은 동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한번 생긴 알레르기 반응은 30년이 지났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모든 메밀 메뉴를 피하는데, 알레르기가 생길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과학적 결과가 나올지라도, 무더운 여름에 맛있는 냉면을 포기해야 하는 아쉬움을 달랠 수 없다.


상한 메밀을 먹고 알레르기가 생길 확률이 얼마나 될까? 메밀 알레르기가 있는 이를 만난 적 없으니, 모르긴 해도 아주 낮을 거 같다. 냉면을 즐기는 손님 중에 상한 메밀에 민감한 체질의 손님을 만날 확률이 1만 중의 한 명이라고 가정해보자. 그 불행한 한 명은 사전에 대처할 수 없었지만 알레르기를 경험한 이후 즐겼던 냉면을 포기해야 한다. 메밀뿐이랴.


방사능 연간 허용기준치는 1밀리시버트다. 그 정도 피폭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의미일 뿐 안전을 담보하는 수치는 아닌데, 전문가는 그 정도 피폭된 1만 명 중 한 사람에게 암이 발생할 확률이라고 풀이한다. 만 명 중 한 명이 바로 나일 확률은 아주 작지만 평균 수명을 감안하면 조금 오르겠지. 암이 생긴다고 다 죽는 건 아니다. 물론 몸과 맘고생은 심하겠지만.


곧 개막할 프로야구, 개막하는 날이 주말일 테니 만원사례에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입장하는 관중에게 고마워할 텐데, 입추 여지없는 3만 인파에게 마이크를 든 축포 담당자가 안심하십시오. 관중석을 향해 실탄을 권총으로 딱 세발 쏘겠습니다. 총알에 맞는다고 뭐 다 죽겠어요? 옷을 스칠 수 있고, 금방 치유돼 정상이 될 수 있어요.” 하며 만면에 웃음을 짓는다면 낮은 확률이므로 웃으며 맞장구쳐야 할까? 방사성 물질이 핵폐기물로, 사용 후 핵연료로, 터빈을 식힌 온배수로 항상 배출되는 핵발전소의 예와 견주어보자.


일본 후쿠시마 인근에 폭발될 때 분산돼 떨어진 방사성 물질이 여전히 많다. 5년이 지난 요즘 일본 당국이 연간 허용기준치를 20밀리시버트로 조절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방사성 물질이 많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은 방사능에 대한 저항력이 20배 증가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물론 제시하지 않았다. 책임 부담, 배상 부담을 피하려는 속셈인데, 사회적 약자에게 건강과 재산의 피해는 가중되겠지. 부산시 기장군으로 가보자.


기장군과 인근 10만 명에게 공급하겠다는 방사성 수돗물의 안전성은 누가 어떻게 계산했는지 모르지만 부산시 담당자는 95에서 99퍼센트의 안전을 과신한다. 그렇다면 10만 명 중 1000명에서 5000명이 피폭된다는 해석이 가능하겠군. 한데 아니다. 수돗물을 한 차례 마시고 그만두는 게 아니므로 확률은 마시는 횟수만큼 높아진다. 안전한가? 그 수치를 제시한 해외의 연구진은 안전을 이야기한 게 아니라고 발뺌했다.


기장군 주민들은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만 걱정하는 게 아니다. 워낙 작은 삼중수소는 사람이 개발한 어떤 장치로 걸려내지 못한다. 방사성 삼중수소가 수돗물로 흡수돼 몸을 구성하는 물이 된다면 아무리 선량이 낮아도 치명적일 수 있다.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방사능이 몸에 도사려도 안전하다고?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문제의 수돗물을 마실 의지가 없을 게 틀림없다. 방송 카메라 앞에서 한 차례 음용하는 포퍼먼스야 눈 딱 감고 감행하겠지만. (지금여기, 2015.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