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05. 9. 20. 01:56
 

지겹다는 민원을 의식했는지 텔레비전 방송사들은 추석 연휴 프로그램으로 성룡 대신 옛 영화를 골랐다. 덕분에 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갓 결혼한 클락 게이블은 비비안 리에게 뉴올리언스에 가서 즐기자고 권한다. 그땐 즐거웠나본데, 지금 그곳엔 즐거움은 없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어두운 이면만이 적나라하다.


산업화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온실효과를 높였고 최고 기후 8번이 1990년 이후에 몰려있다. 당연한 수온 증가는 허리케인을 3배, 태풍을 2배 이상 강력하게 했고, 이재민의 참상도 키웠다. 방제시설 강화와 관계없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의 범위와 정도는 기록만 갱신한다.


이라크 군사비 지출에 밀려 막을 수 있던 참상을 불러들였다는 주민들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한다. 물과 전기가 끊기면 견디기 어려운 게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인데, 홍수로 집과 일터는 물론 탈출로까지 잃은 주민들에게 남은 선택이 무엇일까. 갈증으로 죽어가는 부모와 자식을 차마 볼 수 없는 주민들은 식품이 가득한 쇼핑몰을 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구호에 늑장부린 자들이 폭도라고 매도하다니, 총부리 앞의 뉴올리언스 시민들은 얼마나 원통할까.


따뜻한 미 남부해안은 개발 전 어떤 모습이었을까. 뉴올리언스의 이웃 플로리다 자연공원처럼, 맹그로브 숲으로 뒤덮인 저지대 습지가 아니었을까. 맹그로브 숲이 아직 남아있었다면 지난 쓰나미를 완충해준 일부 남아시아처럼, 재앙이 크지 않았을 텐데. 도시와 근교에 경작지와 농부가 남아있었다면 늑장대응과 관계없이 약탈로 재앙을 극복하려 하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유기농업으로 어렵사리 생산한 복숭아만 먹어치우거나 지분거린 멧돼지는 가을걷이를 앞둔 농부의 억장을 무너뜨린다. 멧돼지의 잘못일까. 멧돼지가 사는 산 구석까지 과수원을 내는 인간의 분별없는 분노는 추가 융자금으로 풀어질까. 강둑이 무너져 농축산과 화해단지가 반복적으로 파괴되는 건, 강둑이 약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일이 아니다. 강둑 아래에 만든 인간의 시설에 문제가 있다는 걸 웅변한다. 그 곳은 본디 자연의 터전인 것이다.


참혹한 뉴올리언스는 삼협댐으로 가로막힌 장강의 내일을 반영한다. 해발 30미터에 불과한 무한에는 850만 명이 시멘트와 아스팔트에 의존해 산다. 2009년에 완공될 삼협댐은 장강의 수위를 해발 175미터까지 높인다. 1998년 홍수 때 허리까지 잠겼던 무한을 살리자고 중국당국은 상류의 둑을 허물었다. 시멘트와 아스팔트와 댐에 익숙해진 인간들은 자연에서 대안을 못 찾는데, 앞으로 어떨까. 자연에 의해 인간의 시설이 무너질 때 자연은 사회적 약자부터 징벌한다. 어떤 경고일까. 삼협댐은 장강에 비해 수명이 훨씬 짧은데.


인간의 즐거움은 자연스런 삶에서 비롯될 때 벅차다. 기계음보다 자연의 소리가 반갑고 유행가보다 문화가 빚은 즐거움이 편하고 오래간다. 클락 게이블이 말한 뉴올리언스의 즐거움이 어떤 모습인지 모르지만, 자연을 밟은 인간은 제 참상을 키우기만 한다. 제초제 없어 벌레 많은 과수원은 까치 피해가 적다는데, 내일을 위해 우린 어떤 삶을 준비해야 할까. (이공대신문, 2005년 10월호)

자연의 자리를 차지한 인간이란 말이 가슴을 콱콱 칩니다.
... 어찌해야 하나... 저도 자연스러운 삶을 갈망하지만
늘 제가 앉았던 자리에는 자연이 파괴되어 있던걸요~ ㅠㅠ

좋은글 읽고 갑니다.
얼마전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 마련한 강의를 잘 들은 아줌마입니다. (유전자조작. 생명복제에 관한 먹거리 문제)
종종 들러서 좋은글 읽고 많은 생각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