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06. 6. 17. 02:31
 

유럽에서 광우병이 돌자 끓여 먹으면 된다 했던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방역이 철저해 안심해도 좋다고, 민망한 주장을 했다. 생후 24개월 이상인 소를 도살한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기로 미국과 합의한 일본도 광우병을 걱정하는데, 생후 36개월 이내에 도살된 수입육이므로 괜찮다는 우리 정부는 무슨 근거를 앞세울까. 24개월 미만인 자국산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된 경험을 기억하는 한 일본 학자는 36개월이라 안전하다는 우리 정부의 무모함에 혀를 내두른다. 수출 쇠고기용 소를 사육하는 미국 목장의 위생 상태를 의심하는 그는 진실성이 의심스러운 미국 자료에 맹목적으로 의존하는 정부를 믿지 말라고 우리에게 당부한다.

 

미국산 칼로스 쌀이 팔리지 않는다. 자국 입맛에 맞춘 FTA를 강요하는 미국 정부는 양보의 미덕으로 협상에 응해 참 대견스러운 우리 정부에게 칼로스 쌀 소비 촉진도 요구할 텐데, 우리 정부는 어떤 모습으로 미국을 달랠까. 혹시 평택의 곡창지대를 미군에게 강제 양도하려 자국민에게 군사력을 내세우는 정부답게 칼로스 쌀 소비를 앞장서 광고하는 건 아닐까. 소비자 단체의 강력한 반대를 짓밟으며 광우병 우려 높은 쇠고기 수입을 당연시하는 행태를 미루어, 그럴 소지가 충분하다. 그럼 소비자는 어찌해야 하나. 칼로스 쌀처럼 행동하면 된다. 정부가 미덥지 못하다면 먹지 않는 소비자 행동으로 맞서야 한다.

 

대마초의 습관성이 답배보다 덜하고 덜 해롭다는 주장이 들린다. 그래서 환각성이 있는 대마초를 ‘허’ 하란다. 그런데 옛 어른들이 피어 물던 곰방대는 별 문제가 없었다. 첨가물이 없기 때문이란다. 담배에 온갖 첨가물을 넣는 행위는 다국적기업은 물론, 우리의 담배인삼공사도 마찬가지다. 쉬 중독되도록 유도하는 다량의 설탕과 감미료를 물론, 대량생산에 필수적인 첨가물이 숱하게 들어간 담배는 고온으로 타들어가면서 예상치 못한 화합물을 생성하고, 그 화합물은 허파꽈리를 통해 몸으로 들어간다. 대마초를 허하면 기업에서 대마초 생산경쟁이 벌어질 터, 거기엔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을 리 없다. 건강과 습관성을 생각한다면 대마초를 허하기보다 담배도 금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개고기를 허하라고? 개를 패잡은 모습을 겉눈으로 본 사람은 비위생적일 뿐 아니라 잔혹한 도살 행태에 고개를 돌릴지 모른다. 그래도 개고기는 맛있다며, 어떤 이는 문화라며 많이 소비된다. 주인에게 절대 복종하는 개라도 묶어 키우면 난폭해진다는데, 고기용 개 사육을 허용해 위생적으로 도축하면 잔인성은 사라질까. 광고가 난무해 소비층이 닭고기처럼 늘면 기업이 경쟁하며 사육 도축할 개의 환경은 지금보다 개선될까. 움츠릴 수 없이 빼곡히 채워 키우는 닭과 다를까. 서로 쪼지 못하게 미리 부리를 뭉툭하게 잘라내는 식의 폭력은 개에게 없을까. 송곳니가 사나운 육식종류답게 밀집되면 서로 물고 뜯을 텐데. 냉정한 ‘과학축산’으로 무장하는 기업은 손실을 막으려 들 텐데,

 

대형 식품매장의 쇠고기에서 소는 연상되지 않는다. 우유와 낙농제품도 마찬가지다. 밝은 매장의 냉장 에어커튼 속의 포장육과 낙농제품을 보며 소의 사육과정도 알아낼 수 없다. 소비자는 그저 불고기, 갈비, 스테이크용으로, 치즈, 버터, 프리미엄 우유로 구입할 뿐, 소를 사육, 도축, 가공, 포장, 유통하는 과정에서 소의 본성이 얼마나 무시되고 억압받았는지, 얼마나 많은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이 처방되었는지, 어떤 사료로 사육했는지, 얼마나 어린 소가 도축되었는지, 소 사육으로 녹지가 파괴되고 실개천과 지하수가 오염된 사실을 소비자는 알지 못한다. 낙농제품으로 가공하면서 어떤 미생물을 어떻게 처리하고, 무슨 첨가물이 어느 정도 포함되었는지도 모른다.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육식의 윤리적 문제를 생각할 수 없다. 윤리적 문제는 중간 과정마다 절연되었다. 그런 점에서 쇠고기는 개고기보다 비윤리적이다. 개고기 합법화보다 쇠고기를 규제가 더 윤리적일지 모른다.

 

다진 고기만 보고 고기 성분을 알아챌 소비자는 드물다. 다진 고기를 사용하는 패스트푸드에는 첨가물도 많다. 그래서 맛도 향도 전 세계가 같다. 똑같은 햄버거를 공급하기 위해 다국적기업이 어떤 고기를 어떻게 섞었는지, 소비자는 물론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직원도 모른다. 본사의 일부 핵심 직원만 안다. 그런 식품을 먹으면 비만이 오고 어린이에게 성인병이 늘어난다는 것을 경험으로 짐작할 뿐인 소비자는 맥도날드 햄버거로 인해 아마존의 숲이 파괴되는 사실을 막연히 들었다. 소 방목하기 위해? 일부 그렇지만, 더 넓은 면적이 사료곡물 재배를 위해 파괴된다. 유전자 조작 콩과 옥수수를 파종하는 면적도 넓다.

 

우리는 먹는 것에 천박하게 굴종돼 있다. 잘 사는 나라에서 비만은 가난의 상징이다. 자본이 유도한 상업주의는 돈과 시간이 없어 제 몸, 제 자식 건사하기 어려운 소비자를 첨가물로 범벅이 된 패스트푸드의 말초적 입맛에 길들여놓았다. 아토피, 조류독감, 광우병, 숱한 성인병에 몸서리치는 소비자는 이제 빼앗긴 주권을 되찾아야 한다. 어떻게? 안 먹는 행동이다. 자본은 물론, 압력 드센 외국에 무력한 정부가 내세우는 무책임한 논리에 가장 확실하게 저항하려면 안 먹는 일이다. 자연에 없는 음식을 과하게 먹으면 반드시 탈이 나지 않던가. 농약에 중독된 농작물, 정체가 의심스런 첨가물이 포함된 과자, 생태계를 파괴하는 육류를 피하면 된다. 내 땅과 내 노후와 내 아이의 건강을 도모하는 유기농산물을 먹어 유기농업으로 고생하는 농부를 격려하면 좋겠다.

 

고기를 너무 먹어 탈난 몸이라면 고기는 될 수 있는 한 멀리해야 한다. 제철 제고장에서 재배한 유기농산물로 우선 치유해야 한다. 그래도 정 먹고 싶다면 유기농으로 국내에서 사육해 가공 공급하는 육류를 어금니 대 송곳니 비율 이내로 가끔 섭취할 것을 권한다. 무슨 기념일이나 생일 때라도 20퍼센트를 넘지 않게 먹자는 뜻인데, 그 육류에는 당연히 우유, 계란, 어패류도 포함되어야 한다. 송곳니와 어금니의 비율은 타고난 식단의 균형을 반영한다. 사람은 그렇게 자연 속에서 진화되었다. 사람도 자연의 산물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건강한 내일을 위해 본성에 충실하자. (문화저널, 2006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