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5. 10. 18. 22:41

 

벌써 50년이 되었군. 어릴 적, 정상의 넓은 마당에 있던 봉화대에 여러 번 올랐는데, 그 배꼽산이 문학산이고 인천의 주산이라는 건 한 참 뒤에 알았다. 철들어 오르지 못한 문학산 정상이 오는 1015, ‘인천시민의 날을 맞아 개방된다는 소식이 7월 마지막 날 일제히 인천의 언론에 보도되었다. 반가운 일인데, 열려도 한동안 오를 거 같지 않다. 반갑지 않아서가 아니다. 군부대가 떠난 정상에 시민들로 가득해도 봉화대가 사라진 주산은 어딘가 쓸쓸할 텐데, 그 쓸쓸함을 줄기고 싶지 않아서다.


군부대가 주둔했기에 보호되었는지 모르는 문학산성은 일부 남아 있지만 서둘러 복원할 일은 아니겠지. 충분한 고중 없는 복원은 또 다른 파괴나 교란일 수 있으므로. 기슭 주변마다 들어선 무허가 주택과 음식점은 결국 정비해야겠지만 충분한 시간과 돈이 필요할 것이다. 인천시에 돈이 없다니 한동안 방치되리라. 허가받아 지은 무수한 주택도 문학산의 경관과 생태의 흐름을 교란하는데, 어찌할거나.


조건이 붙어 개방은 낮에 한정하고 군이 요청하면 바로 물러서야하더라도 시민들은 모여들 게 틀림없다. 정상에서 시내를 조망하고 시원한 바람을 마주하고 싶으리라. 하지만 오르고 내려가는 길은 크게 달라질 리 없다. 여전히 숲은 좁고 좁은 숲에서 자라오는 나무는 모자랄 것이다. 계곡은 말랐고 개구리와 새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나무를 더 심고 여기저기 관정을 막으며 약수터를 폐쇄한다면 흐르는 물이 늘어날까? 그렇긴 할 텐데, 문학산에 어떤 나무와 풀, 어떤 곤충과 동물이 사는지 아는 이 없다. 생태계를 복원하려면 기초자료가 뒷받침되어야하는데.


거미줄처럼 얽힌 등산로마다 등 떠밀려 오르고 내리는 시민들로 휴일이면 발 딛을 틈 찾기 어려운 청량산도 숲에 나무가 부족하고 계곡은 흐르는 물을 잃었다. 물이 베어 나오기 무섭게 사람들이 챙겨가기 때문인데, 물이 없는 계곡에 새는 날아오지 않는다. 새가 없으니 씨앗도 공급되지 않는 건 당연하다. 청량산의 숲을 지키던 나무가 넘어지면 자연스런 보충이 어려우니 사람이 심어야 한다. 높은 나무의 수십 배 많은 중간 높이의 나무, 바닥에 수백 배 많은 어린 나무가 자라고 있어야 건강할 숲이라는 교과서의 설명은 청량산에도 문학산에도 적용될 수 없다.


인천시의 인구가 100만이 되지 않았던 시절 외곽이었던 문학산과 청량산은 이제 시내 한복판에 놓이게 되었다. 인천에 소중한 “S자 녹지축의 마지막 축이지만 찾는 이 넘치는 도시의 자연공원이 되었다. 문학산과 청량산을 찾는 시민들은 훼손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 숲도 살아나고 계곡에 물이 흐르길 막연히 기대하리라. 새소리가 정겹고 다람쥐가 반가운 시내의 산이길 원할 것이다. 그러자면 우리는 이용 방법의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용공간과 시간의 최소화도 중요하고, 보존과 이용공간의 엄격한 분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20여 년 전 활발하던 청량산 살리기 시민모임은 산을 살리기 위한 기초조사를 하고 실천행동을 이용객들에게 안내한 적 있다. 지금도 청량산과 문학산을 아끼고 지키려는 시민들은 많다. 기왕 문학산 정상을 개방하기로 한 마당이므로 인천시는 청량산과 문학산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생태와 역사의 기초조사를 하면 어떨까? 많은 시민들이 적극 호응하면서 지지할 텐데. 기초조사를 마치면 체계적인 보전이 가능하고 난개발을 방지되며 인천시민의 자긍심은 높아질 텐데. (청학동사람들 34, 2015.10.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