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5. 11. 26. 13:11


강남구가 서울시에 독립을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나돌 때, 인천 연수구의 송도동에 사는 어떤 이가 비슷한 주장을 늘어놓아 빈축을 산 적 있다. 강남구에 있는 한국전력부지의 개발에서 생긴 공공기여금을 서울시에서 강남구의 요구와 다른 곳에 사용하려하자 억울하다며 내놓은 구청장의 발언이었다는데, 송도동의 내용도 비슷하다. 송도동 주민들이 납부한 세금을 구도심에서 사용한다며 항의하며 나온 말이라고 한다.


송도동 일원의 매립지는 송도신도시 이외 구도심에 사는 시민의 세금이 막대하게 동원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보다 송도동에서 발생한 세금이 구도심을 지원한다는 사실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선민의식이 있는 거 같다. 강남구 주민도 그런 걸까?


매립된 면적의 절반도 개발되지 않았으니 황량한 곳이 많은 송도신도시에서 송도동 일원은 겉보기 휘황찬란하다. 출시되는 자동차 광고 배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최첨단을 과시하는 도시의 전범으로 세계에 소개된 곳이지만 사는 이의 불만은 멈추지 않는다. 생활이 불편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불평하는데, 다른 곳으로 떠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르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란다.


인천시 연수구의 기존 지역도 아파트단지가 유난히 많다. 송도동이 생기면서 구도심이 되었어도 30년도 채 안 된 계획도시인데 20층 가깝게 고층인 아파트 주변에 5층 안팎의 저층 아파트가 있다. 바다를 메운 곳은 5층 내외, 육지였던 지역은 고층으로 지었다고 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갯벌을 매립한 지역 근린공원도 조경수와 가로수들이 활착했고, 주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상가가 차차 조성되면서 생활이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초기에 황량하고 답답했다.


연수구 기존 도심과 인접한 바다의 갯벌을 매립한 송도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생활이 편리한 도시가 될 것인가? 장담하기 어렵다. 애초 매립할 때 주거보다 사무와 생산, 연구와 교육, 교역과 국제회의 들을 담당하는 최첨단 국제도시로 계획했기에 주거지역에 식당 이외에 주당들 만족시킬 위락시설이 없다. 낭만을 즐기고 싶은 젊은이들이 휩쓸리는 대학로가 대학교 주변에 전혀 없다. 그러니 살가운 교통수단이 모자라다. 2차 이상을 생각하는 주당은 연수구 기존 상가를 찾고 대학생은 수업 마치자마자 학교를 비운다.


송도신도시의 매립지에 센트럴파크라는 이름을 가진 커다란 공원이 있다. 그 공원은 넓고 긴 수로를 가졌는데, 그 수로는 단순한 수변공간이 아니다. 유수지 기능을 동시에 부여받았다. 해수면보다 약간 높은 매립지의 표면은 대부분 콘크리트이거나 아스팔트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인천 앞바다가 만조일 때 억수 같은 비가 내린다면 그 빗물은 바다로 원활하게 나가지 못하고 건물의 지하로 순식간에 스며들 수 있다. 노도 같던 빗물을 잠시 보관하다 바닷물 수위가 내려갈 때 수로에 가둔 빗물을 배출해야 하는데, 송도신도시 매립지의 면적이 워낙 넓어 유수지가 부족한 모양이다.


송도동을 포함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청은 민자 7천 억 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송도신도시 매립지 주변에 해수가 유통되는 수변공간을 새로 조성하는 이른바 워터 프런트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민자인 까닭에 세금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강변하지만 확실하지 않다. 민간자본이 아닌가! 민간자본은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을 계획할 리 만무하다. 그래서 그런가? 경제자유구역청은 사업이 예정된 지역의 용도를 변경해 상가의 입주가 가능한 설계를 제안한다. 품격을 앞세우지만, 민간자본은 손님을 이익이 보장될 만큼 끌어들이고 싶을 텐데, 장차 어떤 시설을 어떻게 도입하려고 할까?


막대한 빚 때문에 가용 예산이 부족하다는 인천시가 송도신도시에 막대한 예산을 털어넣으려 하다니! 구도심에서 불만이 터져나온다. 하지만 세금 한 푼 들어가지 않는 민자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사실 워터 프런트로 막연한 외국어 이름을 붙인 그 민자사업은 품격이 아니라 송도신도시 매립지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 다만 공공의 이익보다 민간의 이익에 우선할 가능성이 높으니 걱정인 거다.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는 태풍과 해일을 요사이 더욱 강하게 했을 뿐 아니라 그 횟수도 늘어나게 했다. 바닷물보다 조금 높은 송도신도시는 언제까지 안전할 수 있을까?


송도신도시에 에너지 제로를 표방한 고층아파트를 분양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전기 없이 냉난방은 물론 승강기조차 움직이지 못할 고층아파트가 어떻게 에너지 제로에 충실할 수 있을까? 지열이나 태양광을 동원해도 그 건물이 필요로 하는 전기와 난방 에너지의 일부도 충당하기 어려울 텐데.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하고 내부의 에너지를 밖으로 빼앗기지 않는 공법을 도입했을 정도일 텐데, 그런 공법을 생태건축 기술로 치부해도 좋을까?


석유는 머지않아 고갈을 드러낼 것으로 에너지 관련 학자들은 근거를 들어 주장한다. 미국에서 자국 생태계를 치명적으로 파괴하며 흡혈귀처럼 추출하는 셰일가스가 국제 석유가격을 낮추고 있지만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못 박는다. 50층을 넘나드는 초고층 건물은 적잖은 전기와 석유의 소비가 보장되지 않으면 관리와 운영은 불가능하다. 초고층아파트 주민이 전기료를 극구 숨기려는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석유가 부족해 가격이 오르면 교외에 살던 사람들이 생활공간인 도심으로 모일 것으로 추측한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 매거진>의 크리스토퍼 스타이너 기자는 석유종말시계에서 송도신도시를 컴팩시티의 좋은 예로 소개했다. 실수였다. 그는 홍보자료에 의존했을지언정 송도신도시를 답사하고 책을 쓰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직장과 상가가 주거지역과 멀리 떨어진 송도동은 초고층아파트가 다닥다닥 붙였지만 석유와 전기, 그리고 자동차 없이 생활이 어렵다. 게다가 자연재해에 무방비다. 거센 태풍이나 해일이 해안으로 밀려들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인천 앞바다는 크고 작은 섬 150여 개와 그 사이의 광활한 갯벌이 구불구불 리아스식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육지의 리아스식 해안은 대부분 매립돼, 자 대고 직선을 거야 하는 해안으로 지도가 바꿨다. 영겁의 세월 동안 해안을 밀고 든 풍파가 만든 리아스식 해안은 바닷가에 사는 사람에게 가장 안전했지만 지금은 바뀌었다. 리아스식 해안은 매립돼 사라진지 오래다.


해안을 매립하면 완충능력이 사라진다. 2003년 마산은 태풍 매미가 일으킨 해일로 바닷물이 거세게 밀려와 해안 상가의 지하에서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적 있다. 일본은 핵발전소가 폭발했다. 아직까지 해일과 태풍의 내습이 다른 해안보다 적었던 인천은 마냥 안전할 수 있을까? 지구온난화가 끌어올린 바닷물의 온도는 황해가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데.


106일부터 11일까지 개최된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는 송도신도시의 경관을 세계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수려한 초고층빌딩의 면모와 잘 어울리는 골프장의 푸른 잔디는 적지 않은 관리비가 동원되어야 근사함이 유지되는 시설물이다. 따라서 골프대회가 열린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의 이용료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높은 이용료를 마다하지 않을 사람들이 찾는 멋진 골프장이지만 매립된 바닷가에 위치하는 만큼 재해에 취약하다. 해일에 휩쓸린다면 긴 시간 닫아야할지 모른다.


1995년 인천을 관통한 태풍 제니스는 갯벌에 서식하던 조개를 일거에 죽어가게 했다. 1000여 어민이 4년 간 채취할 수 있는 동죽이 그때 사라졌다. 이후 15년이 지나 인천을 관통한 태풍 곤파스는 연수구 고층아파트의 베란다 통유리를 깼다. 연수구 기존 시가지 아파트의 적어도 10%는 피해를 보았을 텐데, 태풍은 지구온난화가 심화될수록 거세진다. 앞으로 더욱 잦아질 텐데, 리아스식 해안을 잠식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선 송도동의 초고층빌딩과 해안의 골프장은 사실 위태롭다. 바람 앞의 등불이다.


생태계는 다양한 생물이 다채로운 관계를 유지하며 오랜 세월 안정되어 살아가는 공간이다. 생태계가 안정될 때 생태계에 기대 살아가는 사람도 편안할 수 있다. 진화돼 이 세상에서 살아온 세월의 99.9% 이상의 세월을 사람은 생태계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왔지만 이제 편안함은 종말을 고하려고 한다. 자연의 곡선을 직선으로 개발한 이후의 일이다. 강도 산도 바다도 직선으로 변했다. 크고 화려할수록 막대한 에너지를 요구하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7년 동안 자연을 여행한 제이 그리피스는 개발이라는 서양의 직선이 일으킨 재앙을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에서 고발한다. 직선이 만든 문화와 언어의 단순화, 생태계의 단조로움이 자연 뿐 아니라 사람의 심성까지 위태롭고 허약하게 만든 현실을 전하며 고통스러워한다. 화려한 도시는 자연재해를 막아낼 것처럼 교만하지만 곡선을 없앤 이후의 재해는 더욱 커지고 피해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개발의 한계에 몸서리치는 사람들은 생태건축을 대안으로 내놓는다. 위기를 앞둔 시점에서 바람직하지만 재료와 공법의 지속가능성에서 그치지 말아야 한다. 자연에 순응하는 곡선이기를 희망한다. 자연의 숨결이 와닿는 곳은 개발을 제한해야 하거늘 송도신도시처럼 이미 개발했다면 재해를 완충할 수 있는 곡선을 서둘러 복원해야 한다. 반성하는 사람이 계획하는 생태건축이라면 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겸손한 곡선이기를 건축가에게 당부하고 싶다. (와이드, 201511-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