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0. 7. 2. 12:35

 

인천에 하키를 즐기는 이가 몇이나 될까. 만일 국제 하키 경기가 열리면 5천명 이상의 관객이 몰려올 수 있을까. 스스로 찾는 관람객이 그 정도 되려면 인천과 우리나라에 하키 동호회가 적지 않아야 할 텐데, 그렇다는 소문은 듣지 못했다. 아르헨티나와 월드컵 축구 시합이 중계될 때, 사업차 그 나라를 다녀왔다는 지인은 동네 축구에도 열광하는 나라를 우리가 넘본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2014년 인천에서 개최할 아시안게임을 위해 44만 제곱킬로미터 이상의 녹지를 허물고 두 면의 하키 경기장과 대형 볼링장을 신축한다는 거, 이해해야 할까.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축을 둘러싼 민원이 서구에 발생했다. 민원의 정확한 출처와 내용을 모르니 평가할 처지가 못 되지만 분명한 것은 신축할 주경기장보다 규모가 작은 문학종합운동장도 적자에 허덕인다는 점이다. 프로축구경기가 열릴 뿐 아니라 예식장도 운영되지만 해마다 20억 이상의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야한다는데, 서구에 신축할 주경기장은 적자를 면할 수 있을까. 서울 상암동의 축구전용경기장은 대규모 극장과 양판점이 들어가 적자를 극복한다지만 서구에 그런 상업시설을 유치할 경우, 지역의 기존 상권은 견딜 수 있을까.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아시안게임 이후에 서구와 인천시의 부담으로 남지 않을 확실한 청사진이라도 확보한 걸까.

 

월드컵 이후 전국의 경기장마다 누적되는 적자로 걱정이 크다던데, 2002년 아시안게임을 치룬 부산시도 예외 없이 해마다 불어나는 거액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한다. 주민등록은 두었으되 정주의식이 약해 돈이 생기면, 직장이 바뀌면, 아이가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면, 미련 없이 떠나려는 시민이 다른 도시에 비해 많은 인천은 신축된 경기장들을 경제성 있게 운영할 자신이 있을까. 중앙정부에서 신축을 위해 자금을 지원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운영자금도 지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경기장을 비롯해 하키와 볼링장, 럭비와 농구장 들이 적자를 면할 수 없을 게 틀림없을 것이다.

 

개막을 고려할 때, 신축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니, 면밀히 평가해 꼭 필요한 시설은 주민의 정당한 동의를 거쳐 신축해야겠지만 되도록 대학이나 민간의 기존 시설을 보수해 활용하거나 인근 도시의 협조를 구하는 편이 경제성과 시민의 지속적인 이용 가능성으로 볼 때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경제성 평가만으로 부족하다. 인천이 우리나라의 온난화를 끌어갈 정도로 평균 기온 상승이 높은 실상을 감안하더라도 환경성까지 평가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환경이 강조되는 시기에 녹지를 파괴하며 경기장을 신축해도 부끄럽지 않을 것인가.

 

주경기장의 신축 여부는 소통을 강조한 신임 시장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논의를 투명하게 실시한 뒤 민주적으로 처리할 것으로 믿는데, 걱정은 선학동에 예정된 하키와 볼링경기장이다. 56레인의 볼링 경기장이 신축된다면 기존 민간시설의 운영자는 실음이 깊어지고 경기를 마친 하키 경기장은 허구헛날 놀릴 가능성이 높은데, 더 큰 문제는 15만 평 가까운 녹지가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도서지방을 제외하고 외곽을 잇는 S자 녹지축 이외에 이렇다 할 녹지가 도심에 태부족한 곳이 인천이다. 그린벨트로 묶인 덕분에 가녀리게 남은 선학동의 녹지마저 일과성 행사를 위해 희생시켜야 하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면 서구의 주경기장 계획을 논의할 때 선학동의 경기장 부지도 다시 검토하길 인천시에 간곡하게 부탁한다. 이미 부지 매입에 들어갔으므로 절차상, 또는 형평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도심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남은 녹지를 지금보다 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녹지공원도 가능할 테고 시민을 위한 텃밭도 강구할 수 있다. 유럽 대부분의 도시가 그렇듯, 인천 규모의 도시라면 시민을 위한 텃밭을 저렴하게 임대하는 서비스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녹지가 되는 텃밭은 시민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정주의식을 높이는 공간으로 승화될 게 아닌가. 아무튼, 시민 동의 없는 경기장은 반드시 재검토되길 희망한다. (인천신문, 2010.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