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20. 8. 13. 19:04

 

장마철이다. 맹꽁이들이 운다. 뙤약볕이 이따금 작열해도 작은 웅덩이의 물은 보름은 마르지 않겠지. 보름이면 충분하다. 암컷 꽁무니를 빠져나간 맹꽁이 알은 은단처럼 작은데, 빗물에 동동 터서 흐르다 웅덩이에 모여 부지런히 세포분열하다, 하루면 올챙이가 된다. 그렇다면 송도신도시 어떤 고등학교 마당에서 일주일 넘게 우는 맹꽁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갯벌 매립할 때 가져온 흙을 따라 왔나?

 

요즘 개발 현장마다 맹꽁이가 나타난다고 관계자들이 울상이다. 저렇게 많은데, 왜 멸종위기란 말인가. 보호 대상에서 빼야 하는 게 아니냐며 하소연한다. 그렇다고 개발을 취소하는 건 아니다. 그저 대체서식지로 옮길 뿐인데, 이후 잘 살아갈지 별 관심은 없다. 옮기는 과정이 귀찮을 따름인데, 예전 시골에서 장마철에 만나던 맹꽁이가 왜 도시 여기저기에 모습을 드러낼까? 진정 늘어난 걸까?

 

한여름 계곡에서 하품을 하면 입으로 들어갈 거처럼 많았던 무당개구리, 요즘 거의 볼 수 없다. 개발로 계곡이 오염되고, 수온이 오르자 마술처럼 사라졌는데, 맹꽁이는 농약을 사용하면서 신기하게 사라졌다.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닌가 보다. 농약을 거부한 고집스러운 농민이 있었으므로.

 

그림: 쇠고기 1kg을 얻으려면 곡물사료를 그 16배 먹어야 하는데, 광활한 농토에 기계와 화학비료, 농약으로 그런 곡물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석유는 곡물에서 얻는 에너지의 10배에 달한다. 

 

오만가지 제초제와 살충제의 집합명사, 농약은 석유를 가공해서 만든다. 농약뿐인가? 화학비료도 석유로 가공한다. 어려서 기계화 위한 사각형 경작지가 선진형이라 배웠는데, 농기계도 석유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다른 국가들 범접하지 못하게 석유를 소비하는 미국에서 농업 분야의 석유 소비량은 어마어마하다. 농기계가 크고 다양하기 때문인데,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수확한 농작물을 운반해 저장하려면 석유가 필요하다. 폐기할 때 들어가는 석유도 무지막지하다. 먹는 농작물보다 버리는 농작물, 또 축산물의 무게가 훨씬 많다. 그걸 석유를 들여서 가공하고,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버린다.

 

전 대통령 누군가가 질 좋고 맛있다 홍보한 미국 소의 99%는 옥수수를 18개월 먹고 죽는다. 그 살코기 1kg 얻으려면 옥수수 사료 16kg을 먹여야 하는데, 옥수수에서 얻는 칼로리의 10배 석유가 농업에 들어간다. 그렇다면? 쇠고기 1kg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석유인 셈인가? 우리는 이제까지 석유를 들이킨 꼴이 아닌가? 맞다. 이제껏 우리는 쇠고기가 아니라 석유를 마셔왔다. 그래서 지구는 심각하게 덥다. 우리나라 농업, 축산업도 사정이 비슷하다. 돼지도 닭도, 달걀도 우유도 비슷하다.

 

석유는 생산하는 게 아니다. 대략 45천만 년 전 매장된 부드러운 화석인데, 퍼올린 지 고작 100년이다. 그런데 고갈이 눈앞이다. 코로나19로 산업경제가 위축되니 남아도는 착시현상이 생기지만, 머지않아 고갈이라는 실상이 드러날 거라 전문가는 확신한다. 나 자신만 아니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의 생존을 위해, 고기를 외면하거나 거의 줄이면 어떨까?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0. 12. 25. 23:47

 

시간에 매듭은 없지만 편의로 나눈 2000년대의 첫 10년이 어느덧 저물고 2011년의 태양이 솟았다. 2000년대도 드디어 두 번째의 새로운 10년이 열렸다는 뜻인데, 그동안 정부와 언론은 새로운 10년이 열릴 때마다 대망의 10을 전망하곤 했다. 대망이라. ‘큰 희망을 의미하겠지만,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일은 그리 희망적이지 못하다. 지구온난화에 이은 기상이변이 더욱 심화되는 2000년대에 처음 맞은 10년은 오히려 절망에 가까웠다. 다시 맞은 새로운 10년을 우리는 어떻게 설계해야 큰 희망을 실현할 수 있을까.

 

새삼 19991231일 자정이 생각난다. 노스트라다무스가 일찍이 지구가 멸망할 것으로 예언한 마지막 날이라던 바로 그때, 평소 가깝게 지내던 이들이 부부동반으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인천의 한 카페에 모였다. 쌀쌀한 밤, 아이들을 따뜻한 아파트에 재워놓고 모인 이들은 샴페인을 준비하고 자정을 향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5, 4, 3, 2, 1” 그리고 “0”을 외치며 잔을 부딪치려는 순간, 천지사방에서 요란한 폭발음이 울리더니 밤하늘에서 섬광이 번득였다. ‘, 이렇게 끝나는 건가.’ 서로 창백한 얼굴을 마주보는데, 다시 강렬한 폭발에 이은 섬광이 여지없이 번쩍였다. 새천년을 맞았다며 인천시에서 불꽃놀이를 펼친 거였다.

 

이후 10, 아니 11년이 지났다. 여전히 멸망하지 않은 지구에서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랐고 이제 청소년기를 서둘러 보내려하는데, 마야 달력은 2012년에 시간이 정지된다고 예언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은 달랑 2? 한데 마야 달력의 새삼스런 이야기가 하필 이맘때 대두되는 이유가 뭘까. 그걸 수상하게 여기는 시각이 있었다. 지구 멸망을 내용으로 하는 영화 2012를 홍보하려는 할리우드의 의도라는 게 아닌가. 쓴웃음을 짓게 했는데 얼마 전, 스스로 화성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러시아의 한 소년이 인터넷 해외 소식란을 잠시 장식했다. 2013년에 걷잡을 수없는 재앙이 발생해 지구인 대부분의 죽고 만다고 예언했다는 거다. 2004년 크리스마스 휴가를 덮친 남아시아의 쓰나미, 2008년 중국 쓰촨성 지진, 그리고 2010년 아이티 지진을 능가하는 재앙 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한꺼번에 몰아친다는 자극적 상상력이었다.

 

새로운 10년에 바통을 넘긴 2010년은 어떠했을까. 1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재앙이 연달아 터진 2010년을 AP통신이 지구 역습의 해로 성격을 규정했다고 한 신문은 보도했다. 22만 명이 희생된 아이티 지진을 필두로 칠레와 중국 칭하이성에 수천 명을 죽게 만든 지진이 거푸 이어졌고 파키스탄을 덮친 홍수와 러시아를 휩쓴 폭염은 만 명이 넘는 사망자와 더불어 식량 위기를 부채질하지 않았던가. 그뿐인가. 유럽과 미국을 휩쓴 섭씨 40도가 넘는 더위는 곳곳의 최고 기온을 경신하게 했고 곳곳의 화산 폭발은 지구촌을 공포에 떨게 하기에 충분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은 2010년을 뒤흔든 대형 재난의 횟수가 평년의 두 배를 넘겼다고 분석한 모양인데, 겉보기 자연재앙 같아도 그 원인의 근본은 인간이 만들었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냉정하게 해석한다. 우리는 2010년대를 어떻게 맞아야 할까.

 

2010년대를 코앞에 앞둔 크리스마스 전후, 유럽을 중심으로 한 지구촌과 우리나라는 30년 만의 맹추위로 몽땅 얼어붙었다. 한 대형 은행의 마비된 전산망은 곧 회복되겠지만 방제액까지 얼어붙게 한 한파는 축산농가들을 구제역으로 초조하게 만들었다. 한데 누구도 구제역의 근본 원인에 관심을 쏟으며 대안을 모색하지 않았지만, 끔찍한 살처분 강행군과 백신 투여를 뒤로 머지않아 구제역도 삭으러들긴 할 것이다. 그 무렵, 고관대작들은 언론사 카메라 앞에 나타나 축산농가를 돕는다는 구실로 쇠고기와 돼지고기 시식회를 열 것인데, 한파 속의 구제역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 국제 석유가격이 올라가거나 말거나, 전국 보일러를 풀가동하게 만든 강추위의 원인이 지구온난화에 있다는 전문가의 진단이 나왔다. 온난화라면서 강추위라.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인데, 예년이면 북극해를 단단하게 덮던 얼음이 이번처럼 부실했던 적이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걱정했다.

 

2010년 겨울의 맹추위는 그해 봄을 매섭게 식힌 원인과 비슷했다. 유럽과 미국 그리고 중국에 기상관측 이래 최대의 폭설과 한파를 닥치게 한 지구촌 봄추위의 원인 역시 지구온난화였다고 전문가들이 추정했다. 엘니뇨로 더욱 달궈진 적도 부근의 태평양에서 과다하게 증발된 습기가 시베리아 벌판에 폭설로 쏟아지자 이른바 알베도가 증가했다는 주장으로, 겨울철 햇볕이 대륙에 흡수되지 못하고 쌓인 눈의 흰색에 반사돼 우주로 나가면서 강추위가 봄까지 연장되었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한 것이다. 그해 겨울철의 한파도 비슷했다. 해마다 심화되기만 하는 지구온난화로 북극해가 맥없이 녹으며 태양열을 흡수해 수증기 증발량이 날이 갈수록 늘어났는데, 그 수증기가 유럽 일원의 공항이 마비되고 프로축구 경기가 연기될 정도의 눈으로 내렸다는 게 아닌가. 30년 만의 맹추위의 원인이 거기에 있다고 분석한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은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북극해의 염분도가 낮아졌고, 그 상태에서 해양의 표층의 온도가 상승하자 온돌처럼 멕시코만 난류를 대서양 북쪽으로 밀어올리던 심층 해류가 약해지거나 끊어진다고 전문가들은 파악한다. 위도로 보아 시베리아와 비슷해도 따뜻한 겨울을 맞았던 영국을 비롯한 유럽이 2010년 맹추위에 떤 이유의 설명이다. 북국해의 얼음이 계속 줄어든다면 한반도를 비롯해 유럽과 북미의 극심한 한파와 폭설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국내의 한 전문가는 확률적으로 1퍼센트에 불과한 일련의 현상이 향후 10년 이상 계속될 것으로 추정했다. 10년이라. 10년 뒤에 맞을 2020년대가 되면 온화한 겨울을 맞는다는 뜻은 아닐 게다. 이런 추세로 지속된다면 이변이 더욱 혹독해질 가능성이 오히려 높을 것이다. 맹추위는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어쩌면 일부의 기후 전문가들이 예측하듯 겨울이 아예 사라질지도 모른다. 10년 뒤 지구온난화가 진정된다는 보장이 전혀 없지 않은가.

 

2007년에 채택된 유엔 산하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4차 보고서는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가 계속 배출된다면 지구 평균 온도가 6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극복하려면 앞으로 10년 안에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미 3년이 지난 이야기다. 지난 3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한 책임을 가진 국가들에서 이렇다 할 반성과 대안 행동의 움직임이 없었는데 남은 7년 동안 커다란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100년 전보다 평균 0.7도 정도 상승한 지구촌에서 열대성 폭풍은 횟수와 강도를 높였고 기상이변은 예년에 없이 빗발쳤다. 한중일 3개국의 집중적 개발 때문인지 우리나라 주변의 해역은 최근 10년 내에 기온이 더욱 상승, 평균 1.4도 올랐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는데,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가 속도는 단연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한다. 우리는 이제 어떤 준비에 나서야 할까.

 

IPCC 4차 보고서가 채택될 즈음,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끔찍한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지구온난화 속도를 낮춰야한다는 경각심을 책임 있는 국가와 그 구성원에게 요구했다. 지구 평균 기온이 현재보다 2.4도 상승할 때부터 6.4도 상승할 경우를 상정하며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재앙을 예시했는데, 남아 있는 시간은 채 10년도 안 된다며 성의 있는 행동을 촉구한 것이다. 영국의 니콜라스 스턴 경은 2007년에 발간한 스턴 보고서에서 세계가 모두 당장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나선다면 GNP 1퍼센트의 비용으로 가능하지만 방심하다가 20퍼센트로도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안타까워했는데, 사실 돈보다 생존이 더 큰 걱정이다. 지금과 같은 탐욕스런 삶을 지속하면 인류와 생태계의 절멸은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기후변화의 분수계, 다시 말해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면 온실효과의 상승 작용으로 6.4도까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주장한다.

 

인디펜던트지가 예시한 시나리오를 잠시 살펴보자. 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2.4도가 오르면 북아메리카에 사막이 확산돼 식량 생산이 크게 위축되고, 그린란드 빙하가 녹아 상승한 해수면이 태평양에 흩어진 군소 국가들의 존립을 위협할 것이며, 안데스 산맥의 빙하가 소멸돼 그 일원 1000만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에서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도 직격탄을 받을 텐데, 2.4도 상승으로 인한 재앙은 최선을 다해 온실가스 배출을 막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약한 수준일 거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열대 산호초가 소멸되면서 세계 생물의 3분의1이 절멸될 2.4도 상승을 넘어 3.4도가 오르면 드디어 지구온난화는 티핑 포인트를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불에 타 사막으로 소실되고 북극해가 얼음은 완전히 잃어 북극곰과 물개들이 사라질 것으로 보았다. 아울러 북미 시에라네바다의 빙하가 녹으면서 미국과 캐나다 서부는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릴 테고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이 확장돼 수천만의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점쳤다.

 

4.4도가 상승하면 북극권의 온도 상승으로 시베리아의 영구동토가 녹아 막대한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가 방출될 것으로 본다. 얼음이 없는 북극해는 태양열을 계속 저장할 테고, 그 영향으로 영구동토 아래 무한히 저장되었던 토탄이 메탄가스를 마구 토해낼 경우 지구온난화는 더욱 드세질 게 틀림없다. 이미 동토에 세운 이누잇의 집이 기울어지고 여름철에 메탄이 방출되기 시작했는데, 일부 돈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은 북극해가 사라지면 북극항로가 열려 국제 물류혁명이 우리나라에서 가시화될 것이라 환영한다. 북극권의 원유와 가스전이 개발될 거로 기대한다. 온난화를 부채질하려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4.4도가 오르면 남부 유럽이 사막화되어 거대한 인구이동과 더불어 야생 생물의 절반이 절멸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호주의 농업이 그때 완전히 붕괴될 것으로 보았다.

 

5.4도가 오르면 남극 서부의 빙하가 녹기 시작해 해수면이 5미터 상승하는데, 급기야 얼음이 다 녹으면 70미터 이상 해안선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한다. 인천공항과 송도신도시, 그리고 새만금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평야지대부터 해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다. 히말라야 빙하가 사라지면 인더스 강이 말라붙어 남아시아 사회는 붕괴되고, 건조하면서 뜨겁고 또한 변덕스런 기후변화를 이기지 못하는 사람들은 열대는 물론이고 지금의 온대지방도 견딜 수 없어 극지방으로 피신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세계 식량은 공급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대부분의 인류가 생명의 끈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6.4도 오르면 드디어 해양 퇴적물 이래 막대하게 매몰된 메탄하이드레이트가 일제히 녹아 대기로 용솟음치면서 메탄의 불덩이가 하늘을 치솟을 것이고, 그로 인해 지구온난화는 극에 달할 것이라 전망한다. 바다와 대기는 산소를 잃고 맹독성 황화수소가스의 방출로 오존층이 파괴될 것이며 사막화가 극지방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흉포한 폭풍우로 극지방으로 빠져나간 극소수의 인류와 생태계의 동식물마저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어쩌면 아주 작은 곤충이나 미생물은 다시 안정된 지구에 살아남아서 부지런히 종분화를 거듭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겠다. 그 이후 전개될 새로운 생물상에 이미 흔적을 잃을 인간이 다시 탄생하는 건 전혀 아니리라.

 

실로 끔찍한 상상인데, 그리 되지 않으려면 남은 7년 동안 온실가스를 급격히 줄일 수 있는 삶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IPCC 4차 보고서를 채택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동의했다. 그렇다면 그 시나리오가 작성된 2007년 이후 추가로 분석한 전문가의 의견에 일말의 희망 섞인 변화가 있을까. 2010년 세계자원연구소의 보고서를 검토한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지구온난화 원인의 90퍼센트가 인간에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삶을 지속한다면 21세기 말 지구는 평균 5,2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기존의 개발된 국가에서 열심히 노력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는 증가하지 않더라도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 때문에 앞으로 1000년 동안 지구의 온도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극해의 얼음이 지금처럼 녹으면 영구동토층의 메탄 방출이 심화될 것이며 빙하는 최근 두 배나 빨리 녹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산화탄소가 계속 배출돼 현재 390ppm에서 21세기 말에 700ppm까지 늘어나면 열대지방에서 죽음의 해역이 증가하고 숲은 사막으로 변할 것이라는데, 지구온난화를 진정시키려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350ppm 이하로 줄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과연 가능할까.

 

IPCC와 더불어 2007년 노르웨이 노벨평화상위원회에서 수상자로 간택한 미국의 정치인 앨 고어는 불편한 진실이라는 주제로 지구온난화 문제를 세계 각국의 대중에게 알리는 일에 한동안 주력했다. 덕분에 거액의 강연료 수입까지 챙긴 그는 무시무시한 재앙을 상정하면서 소름끼치게 만들었지만 앨 고어가 제안한 재앙을 막기 위한 대안 행동은 듣는 이를 불편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절전형 전구로 바꾸자는 게 고작이었다.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분의1을 차지하는 미국에 살면서 미국인 평균 20배의 전기를 소비하는 앨 고어 같은 부자는 저택의 전구를 일거에 바꾸기 쉽겠지만 대부분의 가정은 머뭇거리지 않을 수 없다. 전기료 절감을 위해서라도 당장 바꾸고 싶지만 값비싼 전구 뿐 아니라 콘센트까지 교체하는데 들어가는 만만치 않는 비용을 한꺼번에 부담하기 벅차지 않은가.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면서 석유기업의 주식을 포기하지 않는 앨 고어는 맥도날드사의 빅맥햄버거를 즐긴다고 자랑스레 말하곤 했다. 석유기업의 주식은 말할 필요도 없을 테고, 맥도날드햄버거의 생산 과정이 일으키는 지구온난화 효과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게 아닌가. 그런 그의 천박한 태도를 비판하는 이가 미국에 있다. 아마 석유자본의 정치자금이 대부분 흘러들어가는 공화당 소속일 텐데, 온도가 자동으로 조정되는 풀장을 포기하지 않는 앨 고어를 비난하는 건 납득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 그들 역시 지구온난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희박하다. 대안 행동으로 앨 고어가 제안한 전등 바꾸기는 함량 미달임이 분명하지만, 그를 비난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대안은 더욱 기가 찼다. 석유를 바이오 연료로 대체하자는 게 아닌가. 자본주의의 한계인가. 틀림없이 석유 관련 기득권자들의 탐욕스런 삶을 배려하려는 자세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석유나 석탄화력발전소 대신 핵발전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터무니없는 건 말할 나위가 없다. 온난화 방지 효과도 미미할 뿐더러 걷잡을 수없는 폐기물은 후손의 생명을 직접 위협할 것이므로.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조력발전도 아니고 산기슭을 허무는 태양광발전도 지양해야 한다. 전기 에너지의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 발전 계획은 공허할 따름이다. 자동차 문화를 포기할 수 없어 내세운 바이오 연료는 그 연료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석유를 적지 않게 소비하는 만큼 부당하기 짝이 없는데, 식량 자원을 낭비하는 섣부른 대안 말고 앞으로 어떤 대안에 고민해야 할까. 새로운 10년은 더욱 심화되는 지구온난화의 추이를 잠재워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열어야 할 텐데, 우리는 어떤 행동을 준비해야 할까.

 

공장식 축산 체계를 건드리지 않고 실시하는 마구잡이 살처분이나 땜질 식 백신 처방으로 구제역의 폭발적인 창궐을 잠재울 수 없다. 살코기 과소비를 부추기는 축산업 체계에 대한 소비자와 생산자의 근원적인 탐욕을 반성하며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공장식 축산에 관여하는 자본은 자신의 관성을 스스로 제어하지 않을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바이오 연료로 석유 위기를 극복할 수 없고, 석유를 가공한 비료와 농약을 살포하지 않으면 농사가 불가능하게 하는 화학농업은 석유와 식량 위기 시대의 대안을 결코 만들 수 없다. 석유 없이 채택이 불가능한 유전자조작 농산물도 마찬가지다.

 

석유농업으로 생산한 곡물을 사료로 사용하는 공장식 축산은 구제역과 광우병과 조류독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대안은 근원에서 출발해야 한다. 석유 없이 지탱할 수 있는 사회를 모색해야 한다. 그러므로 화학농업과 공장식 축산을 배제할 수 있는 삶에서 가치를 찾아야 한다. 최근 컴팩 시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들리지만 전기 없이 존재가 불가능한 호화스런 초고층 빌딩으로 주거 시설만 한 곳에 집적하는 방식의 도시개발은 위화감을 일으킬 수 있으나 진정한 컴팩 시티를 창조하지 못한다.

 

이제와 같은 탐욕을 송두리째 버리지 않는 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최대한 회피하려면 늦기 전에 실천 가능한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 행동은 어느 수준이어야 할까.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적극 활용하는 주거와 생활공간을 도보와 자전거로 묶을 수 있는 컴팩 시티를 실현해 석유 소비를 최소화하고 먹을거리를 가까운 농촌에서 제철에 공급할 수 있는 자족 생활을 지향하는 일이다. 가축의 살코기는 명절이나 생일에 제한적으로 즐기거나 아예 먹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공장식 축산은 저절로 위축돼 문을 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웃과 흔쾌히 가난하게 사는 삶의 방식을 찾아나서야 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듯, 온실가스 소비의 다소로 행복이 정해지지 않는다. 에어컨을 끄면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서 논다. 비로소 이웃과 자연의 고통을 본다. 공동체가 살아난다.

 

21세기 첫 10년의 시행착오는 실패로 끝났다. 더욱 절박해진 지금, 우리는 다음 10년은 지금과 다른 삶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일의 건강을 위해서 매우 어렵더라도 반드시 선택해야 할 어쩌면 가정 소극적인 대안 행동일지 모른다. (인천문화비평, 2010년 하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