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2. 1. 24. 00:59

 

국회 앞에서 우유 쏟는 축산농부들의 시위는 이제 어색하지 않다. 사료 값은 오르는데 우유 값이 내리는 이유는 생산량이 수요보다 많기 때문일 텐데, 낙농이나 분유회사는 해외에서 우유 제품을 수입하면서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이제 사료 값도 건질 수 없는 농부들은 참다못해 커다란 원유통을 국회 앞까지 가져와 아스팔트에 쏟아부었다. 멀쩡한 우유는 순간 매연이 낀 아스팔트에 흩어져 하수구로 빠져나간다. 어린 생명에게 전해질 절정의 칼로리와 에너지가 원유통에서 나오자마자 폐수가 된다.

 

언론은 정부의 수급 조절 실패를 비판하는데, 연구소도 운영하는 정부는 왜 우유의 수급 예측에 실패하는 걸까. 사실 정확한 예측이야 어렵더라도 정부가 방관하는 건 아닐 것이다. 수급을 조절하려 애를 썼겠지만, 축산업도 예외 없이 규모 경쟁으로 승부하는 한, 정부의 권유가 현장에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했을지 모른다. 한데, 수급 조절에 실패해 농가들 파산하게 하는 품목이 어디 우유뿐이랴. 식량 자급률이 26퍼센트에 불과한 실정임에도 농산물마다 번번이 수급 조절 실패해 농부들은 울상을 짓는다. 우정과 환대로 이웃과 나누던 농산물이 시장에서 낯모르는 이에게 대량으로 거래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우유는 아직 목초나 여물을 먹지 못하는 송아지를 위한 어미 소의 젖이다. 송아지도 어느 이상 자라면 우유를 일체 먹지 않는다. 모유가 원활치 않은 아기를 위한 대용식이었을 우유가 사람의 식탁에 빠질 수 없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우유산업이 소비를 부추기면서 발생한 결과가 아닐까. 아시아인은 나이 들면서 우유를 끊으면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한다. 그런 우유를 과자와 빵과 아이스크림에 넣고, 치즈나 버터로 발효시켜 소비를 확산시키자 이제 우유 없는 식생활을 생각할 수 없게 되었지만, 사실 우리에게 우유는 그다지 중요한 식품은 아니었다.

 

송아지를 키우는데 최적인 우유는 차라리 옥수수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전에 없이 커다란 유방으로 우유를 펑펑 쏟아내는 요즘 젖소는 목초나 여물보다 옥수수를 가공한 사료를 주로 먹기 때문이다. 몸에 잘 맞지 않는 옥수수를 지속적으로 먹으면 되새김질이 원활치 않아 소화기에 질병이 자주 발생하고 수명도 단축되지만, 빠른 시간에 많은 우유를 생산하므로 하루하루 예외가 없는데, 식품학자는 옥수수 4리터를 먹어야 우유 1리터를 생산한다고 계산한다. 쇠고기 1킬로그램을 위해 옥수수 16킬로그램, 돼지는 그 절반 정도, 닭은 돼지의 절반 정도 들어간다고 하니, 요즘 육식은 실상 옥수수 과소비라고 지적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사료에 들어가는 옥수수는 거의 미국에서 수입한다. 옥수수 재배로 유명한 미 중부 지방의 드넓은 농토는 무척 척박하다. 오로지 옥수수 단일 품종을 비행기로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재배하는 농토는 화학비료와 제초제와 살충제가 없으면 경작이 아예 불가능할 정도다. 무거운 농기계를 사용하지 않으면 땅을 갈 수도, 수확하지도 못한다. 비행기를 동원하지 않으면 화학비료와 농약을 뿌리지 못하는 미국의 옥수수 농장에 들어가는 석유는 얼마나 될까. 파종에서 수확, 대형 트럭으로 운반해 건조, 저장하고, 거대한 선박으로 수출하는데 들어가는 석유를 다 합하면 옥수수에서 얻는 칼로리의 10배에 이른다고 전문가는 분석한다. 그쯤 되면 옥수수가 아니라 석유다. 옥수수 10칼로리를 먹으면 석유 100칼로리를 없애는 것과 같다.

 

젖소도 수컷이 있지만 우유가 목적인 농부는 암컷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컷도 비슷하게 태어나는 법. 종우로 개발할 목적이 아니라면 젖소의 수송아지는 대부분 쇠고기용인 육우로 사육하는데, 최근 한 마리에 만원, 설렁탕 두 그릇 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돈으로 거래될 정도라고 언론이 전했다. 사료 값이 치솟는 마당에 육우로 키우자니 부담되고, 그렇다고 막 태어난 송아지를 죽일 수 없으니 헐값 만원에 내놓는다는데, 원하는 이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분노한 농부들이 육우를 끌고 중앙정부청사나 여의도로 가서 시위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육우용 송아지만 죽어갔다.

 

대책은 송아지 고기일까. 어떤 축산 전문가가 이야기한 암컷 수정란 보급일까. 육우 송아지에게 철분이 전혀 없는 사료를 주어 연분홍빛 살코기를 생산해내는 축산은 지나치게 잔혹해 유럽과 미국은 금지시켰다. 과학기술을 동원해 암컷 수정란을 생산해 인공으로 착상하는 기술은 자연의 흐름을 왜곡할 뿐 아니라 젖소의 유전자를 단순하게 만들어 질병에 매우 취약하게 한다. 축산에 더욱 심각한 경쟁으로 몰고갈 것이다. 그런 대안으로 육우와 우유 파동을 예방할 수 없다. 더는 증산할 수 없건만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할 때, 국제 석유 값은 앞으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우유와 육우 파동을 한시적이 아니라 근원적으로 예방하려면, 우린 이제 옥수수도, 석유도 아닌 육류의 소비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 연습이 필요하다. 육우 쇠고기와 우유를 더 먹자는 캠페인은 무책임할 따름이다. (푸른생협 소식지, 2012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