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7. 5. 19. 15:43


동박새와 삼광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작지만 참 예쁘다. 주로 제주도의 곶자왈에 산다. 안경을 쓴 듯 눈테가 있다. 전체적으로 연두색이고 하얀 눈테를 가진 동박새는 동백꽃의 꿀을 즐기면서 제주도와 남쪽 해안의 따뜻하면서 울창한 숲 속에서 꽃가루를 수정하는 텃새라면 전체적으로 파란색이고 하늘색 눈테를 가진 삼광조는 울창한 숲 그늘에서 벌레를 낚아채는 여름철새다. 두 종류 모두 숲이 개발되면서 자취를 감추는데 동박새는 여전히 남녘을 지키는 반면 삼광조는 중부지방까지 올라온다.


20105, 아파트 앞 녹지에서 삼광조를 보았다. 여린 나뭇잎에 작은 애벌레가 들어붙기 시작할 즈음이다. 이른 시간의 회의를 위해 새벽녘 집을 나와 근린공원과 이어진 녹지를 들어서는 순간, 삼광조 암컷이 눈앞의 나뭇가지에 앉는 게 아닌가. 5월이면 암수가 벌써 만났을 터. 수수한 모습의 암컷보다 파란색이 선명하고 꼬리가 몸보다 배 이상 긴 수컷이 근처에 있을 것이므로 두리번거렸는데, 아쉽게 날아갔고 짧은 만남은 반복되지 않았다. 삼광조가 앉았던 나무는 그해 가을 태풍 곤파스를 맞고 쓰러졌다.


곶자왈을 떠나지 않는 삼광조가 어인일로 인천에 왔을까? 나중에 새 전문가에 물으니 진작 올라온다면서 포천에서 둥지를 친 사례를 귀띔했다. 현무암 지대를 흐르던 지하수가 한라산의 중간 지점에서 잠시 올라와 습지를 만들다 다시 스며들어 해안지대에서 샘솟는 곳이 제주도다. 지하수가 올라오는 지역은 아열대에서 온대성의 나무들이 다채롭게 울창하고 그만큼 다양한 곤충과 새가 어우러진다. 덕분에 사람도 주변에 농토를 일구거나 물을 길어 마시며 살 수 있었다. 바로 그런 숲이 곶자왈이다.


새 전문가는 곶자왈이 예전 같지 않다고 걱정했다. 한라산 중간 지대를 파헤친 골프장이 20곳이 넘고 예정된 골프장도 비슷하다는 게 아닌가. 유럽 원산의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 골프장마다 막대한 지하수를 퍼올리자 곶자왈이 건조해지는데, 생수업체의 대형화로 제주도 주민들은 물 부족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이후 일본 수출을 위해 생산 규모를 키운 생수회사의 상품은 삼다수다. , 생수는 생산하는 게 아니다. 다만 퍼올려 PET병에 담을 따름이다.


제주도의 관광산업은 전에 없이 규모를 늘렸고, 인구도 꽤 늘었다. 물 수요가 그만큼 커지니 곶자왈이 예전 같을 리 없다. 아열대숲을 좋아하는 삼광조가 떠날 수밖에 없는데, 다행이라 해야 하나. 지구온난화가 삼광조를 포천까지 유인했나보다. 하지만 다른 새들이 많은 포천은 춥다.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일원의 숲 또한 골프장과 생수업체의 표적이 된지 오래다. 전국 어느 숲이나 사정이 비슷하다. 숲을 파괴하는 유흥과 숙박업소는 늘어나기만 한다. 사람의 탐욕으로 삼광조도 동박새도 멸종위기에 몰린다.



<사진> '사파리 월드' 예정 부지인 선흘곶자왈의 습지. (사진은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


도민의 식수원이며 생태계 보고인 곶자왈을 보전하겠다고 도지사마다 틈날 때마다 다짐했지만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곶자왈은 야금야금 위축되는 중이다. 1991년 제주도는 3개 단지와 20개 지구를 중심의 대규모 제주도종합개발계획을 수립했다. 기업에 온갖 혜택을 주는 개발계획에 곶자왈을 포함하는 지역이 많았는데, 한 민간업체는 제주 사파리월드를 계획하며 도유지 25의 임대를 요구했다. 관광호텔과 실내외 동물원으로 계획된 제주 사파리월드는 대담하게 제주도의 대표인 선흘곶자왈을 포함했다.


고통을 받지 않을 동물의 권리를 위해 동물원을 자연에 가깝게 개선하는 경향이 있다. 관광객이 바라보는 걸 동물이 느끼지 못하도록 동물원을 꾸미는 건 긍정적이지만 동물원은 동물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한다. 아무리 자연을 흉내내도 비좁고 먹이도 단순할 수밖에 없다. 제주 사파리월드를 추진하는 기업은 초원에 동물을 풀어놓겠다면서 어떤 동물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제주도 환경에 적응할 수 없는 외래동물이라면 동물원은 결코 자유로운 곳일 리 없다. 계절에 따라 실내에 가둬야 하는 일반 동물원과 다르지 않다. 동물권을 생각한다면 동물원을 만들지 않아야 타당하다. 있는 동물원도 없애야 옳다.


곶자왈을 보고 싶으면 제주도로 가야 하듯 사파리의 동물을 보려면 아프리카로 가야 한다. 돈과 시간이 없다면 다양하게 편집한 자연 다큐멘터리 영상을 권한다. 모든 사람이 사파리에서 동물을 관람할 수 있어야 정의롭거나 평등한 건 아니다. 아프리카 사람들도 자유롭게 스키를 즐겨야 하므로 사파리에 설원을 만드는 기업은 없다. 투자비에 비해 이윤이 적기 때문만이 아니다. 생태계 파괴로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이 무너지지 않은가. 사파리가 곶자왈보다 인기가 있을지 모르지만 사파리가 아프리카에 있기 때문이다. 곶자왈에 조성한 사파리는 생태계도 망치고 동물도 고통스럽게 만든다. 지속 가능한 관광과 거리가 멀다.


유엔은 2017년을 발전을 위한 지속 가능한 국제 관광의 해로 지정했다. “여행을 통해 다양한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를 확대함으로써 세계 평화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가 밝힌 지속 가능한 관광은 개발자의 이익과 관계없다. 관광객의 편의만이 아니라 관광지의 환경과 경제, 그리고 문화의 보전을 염두에 두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제주 사파리월드는 지속 가능한 관광의 정신에 역행한다.


일본 효교현 도요오카시는 황새를 복원하면서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농경지에서 농사에 방해되는 동물을 제거해주던 황새는 일본이나 우리나 환영받는 오랜 텃새였으나 일본은 농약 과다 사용으로, 우리는 밀렵으로 사라지게 했다. 황새 한 쌍이 두 마리의 새끼를 건강하게 키워내려면 여의도 절반 크기의 건강한 농경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관련 부서를 운용하며 황새복원에 나서자 기꺼이 찾아와 시중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지역 유기농산물을 구입하는 관광객이 늘어난다고 한다. 지속 가능한 관광의 좋은 본보기다.


1996년부터 황새 복원에 나선 우리나라도 150여 마리까지 증식한 황새를 2015년부터 조금씩 풀어주고 있다. 지금까지 15마리의 황새가 자연으로 방사되었고 4마리의 새끼를 낳아 키워냈지만 전깃줄 감전으로 3마리가 죽었다. 농약을 피하는 훈련을 받았지만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촌이 드물다. 황새 복원에 헌신적인 한국황새복원연구센터는 건강한 논이 드넓은 인천 강화군 교동도에 제2복원센터를 제안하는데, 강화군이 허가를 미적거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쉬운 일이다. 우리도 생태관광이 활발해진다. 수도권과 가까운 교동도에 황새가 사시사철 유유자적한다면 관광객이 운집하고 농산물 판매도 원활해지지 않을까?


평지의 상록활엽수림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선흘곶자왈은 이미 골프장으로 한 축이 훼손되었다. 먼물깍 습지 59가 람사르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선흘곶자왈은 우리나라에 기록된 양치식물의 80%, 상록수 65종 가운데 31종이 나타나고 멸종위기종인 제주고사리삼을 비롯해 맹꽁이와 물장군, 순채와 개가시나무가 분포한다. 한라산과 해안을 잇는 제주 생태계의 중요한 연결고리인 선흘곶자왈은 한라산 노루가 찾는 지속 가능한 생태관광의 적지이지 사파리와 어울리는 곳이 아니다.


선흘곶자왈에 가면 아직 동박새는 볼 수 있지만 삼광조는 쉽지 볼 수 없을 거 같다. 제주 사파리월드에 기린과 얼룩말이 거닌다면 동박새마저 사라지겠지. 기린과 얼룩말을 보러 제주도를 가란 말인가. 어처구니없는 관광이 아닐 수 없다. (야곱의우물, 20166월호)

안녕하세요... 좋은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고마워요... (BF)
박사님. 오랫만입니다. 제주 양수남입니다. 잘 지내시죠? 사파리월드 관련 글을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페이스북에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동물원에 풀어놀 동물들은 결정이 되었습니다. 하마,코끼리,사자,뉴트리아..황당한 동물들을 넣어놓았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