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18. 4. 17. 22:23

 

설악산과 월악산, 그리고 비무장지대에서 눈 밝은 사람에게 이따금 관찰되던 천연기념물 산양이 주왕산에서 발견되었다고 얼마 전 뉴스는 일제히 전했다. 사람의 발길이 반세기 넘게 차단된 비무장지대에서 산양은 비좁을지언정 어느 정도는 자유로울 것이다. 임진강 하구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폭 4킬로미터로 이어지는 좁은 회랑이지만 천적이 사라졌으니 지뢰만 조심한다면 안전하다. 하지만 설악산은 다르다. 산록 생태계를 이리저리 끊는 등산로마다 등 떠밀리는 사람으로 소란스럽기 짝이 없다.


천적을 피하려 깎아지른 절벽을 마다않는 산양이 사람을 반길 리 없다. 소음과 냄새에 민감한 만큼 등산로 주변을 어슬렁거리지 않을 텐데 어떤 연유로 주왕산에 모습을 드러냈을까? 주왕산의 생태조건이 특별히 만족스러운 건 아닐 것이다. 설악산보다 사람의 왕래가 적은만큼 생태계 파괴가 덜하기 때문이 아닐까? 설악산보다 열악하다면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게 분명한데,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산양은 주왕산에서 지속적으로 살아갈까? 조금 더 관찰해야 확신할 수 있겠지.


이름의 자가 설명하듯 월악산도 설악산처럼 험하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지역에서 사라져가는 동물이 눈에 띈다. 하늘다람쥐도 그 중 하나다. 지금부터 두 세대 전, 인천의 작은 산을 찾아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지만 요즘은 강원도 심심산골에 가야 볼 수 있을 정도로 드물어졌다. 사람들의 멈추지 않은 개발로 터전이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아스팔트 도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인데, 날다람쥐의 이동을 가로막는 도로는 강원도 산간도 예외가 아니다. 숲 생태계를 잔디밭으로 만드는 골프장은 산기슭을 대규모로 파헤치는데 그치지 않는다. 아스팔트는 로드킬의 참상을 밤낮없이 연출한다.


설악산과 월악산의 바위틈에서 사람을 피하던 산양이 어떻게 주왕산m로 이동했을까? 백두대간의 생태계가 보전된 덕분이라면 이해가 쉬운데, 수많은 도로와 광산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종주하려는 사람들이 밤낮 없이 몰려드니 소음과 냄새, 그리고 번쩍이는 해드랜턴의 빛으로 종일 시끌벅적하다. 야간종주는 불법이지만 많은 산악회에서 버젓이 회원을 모집하는 현실이므로 설악산에 발붙이기 불안해진 산양은 백두대간 마루금을 피하며 위태롭게 이동했을지 모른다.



사진: 운해로 자욱한 설악산(최병성 제공)


설악산은 1970년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월악산은 1984, 주왕산은 19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산양이 국립공원을 특별히 선호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만큼 피하려 애썼지만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니 대안이 없었겠지. 미국에서 최초로 지정한 국립공원은 자연의 다채로운 생태계와 수려한 경관을 후손에게 보전하자는 데 큰 의미를 두었다. 과도한 이용으로 사라지게 놔둘 수 없기에 1872년 옐로스톤부터 국립공원을 지정했지만 우리는 관광 목적이 보전보다 컸다. 그 결과 중앙정부가 각 도에 선물 안기듯 안배했고 주변 지역은 관광수입에 중점을 둔 개발에 치중했다.


사람이 모일수록 관련 부처는 이용과 보전의 조화를 모색해야 했지만 관심은 돈벌이였다. 이용객 편의에 정책을 모은 만큼 생태계와 경관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설악산의 사례가 그 대표적이다. 설악산국립공원에 포함될 예정이던 점봉산의 생태계가 보전된 역설적 이유가 그렇다. 신흥사 근처에서 케이블카로 쉽게 오르게 된 이후 설악산의 권금성 생태계는 무참하게 파괴되어 암석만 남았다.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한 케이블카 이용객들은 주변 경관에 잠시 매료될 수 있지만 발아래와 주변의 다채로웠던 생태계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다.


196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설악산은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지역이다. 오색에서 설악산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추가 설치한다면 이후 설악산의 생태계는 어떤 몰골이 될까? 강원도와 양양군은 짐짓 경제성보다 생태계 보전을 앞세우지만 터무니없다. 이용과 보전의 공간과 그 방법을 철저히 분리해야 할 국립공원이건만 그 흐릿한 경계마저 무너뜨리는 개발이 아닌가! 케이블카가 지나는 지역은 산양의 주요 이동 통로다. 케이블카 설치를 고집하는 사람들은 수상쩍게 수정한 경제성 분석결과를 내미는데, 국립공원은 돈벌이 수단일 수 없다.


설악산이 무너지면 주왕산으로 산양을 옮길까? 훼손되었으니 야간종주를 철저하게 단속하더라도 스스로 이동하는 건 쉽지 않다. 늘 그랬듯, 대체 서식지를 제안하는 건 아닐까? 주왕산에 대체서식지를 마련해 설악산의 산양을 옮긴 다음에 케이블카를 만들자는 제안이 대안으로 부상하는 건 아닐까? 그럴까 겁난다. 산양을 사로잡으려다 다칠 사람이 생길지 모른다. 한두 마리 옮기고 손을 턴다면 설악산의 생태계는 외면될 것이다. 케이블카를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산중턱은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를 입고 손쉽게 정상에 오른 이용객의 증가는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질 것이다.


산양은 설악산의 깃대종이다. 국립공원을 상징하는 동물을 대체서식지로 내몰 수 없다. 망가뜨릴 예정이므로 옮기겠다는 태도는 산양의 처지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데, 생존이 위협받을 산양은 발언권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섰다. 60만 명이 케이블카에 오른다면 설악산의 터전을 잃을 것이 분명하기에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에서 산양의 생존권을 지키려고 법적 후견인으로 나선 것인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여러 국가와 달리 우리 법정은 여전히 자연에 법적 당사자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사진: 오색에서 출발한 설악산 케이블카의 정상부 조감도


2003도롱뇽의 친구들은 천성산 도롱뇽을 대신하는 환경소송에 나셨지만 당시 법원은 소송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15년이 지났다. 현 정부의 탄생을 이끈 촛불은 우리 사회에 경제정의와 사회정의에 눈을 뜨게 만들었지만 생태정의까지 인식의 폭을 확산시키지 못했다. 후손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국립공원의 수려한 경관과 다채로운 생태계를 보존해야 한다는 생태정의 원칙을 사회가 수용하지 못하는데, 2018년 법원은 환경정의와 세대정의 정신을 구현할 용의가 있을까? 소송 후견인들의 눈물겨울 노력과 무관하게 우리 법원의 변화를 기대하지 못하겠다.


천성산 정상의 습지는 현재 무척 건조하다. 18킬로미터의 터널 때문에 물기가 빠져나갔고, 도롱뇽은 살아가기 어려워졌다. 터널 공사 책임자는 서식지 보전을 장담했지만 공사 이후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서울 은평뉴타운지역에 넓게 분포했던 북방산개구리와 맹꽁이는 대체서식지에 가도 보기 어렵다. 환경단체에서 기획 단계부터 염려했지만 공사 주체는 생태를 무시한 대체서식지로 집어넣었고 자연의 오랜 이웃은 사라지고 말았다. 세종시 중앙공원 조성을 위해 대체서식지로 옮긴 금개구리는 보전될 수 있을까?


올해도 저어새가 남동공업단지 유수지를 찾아왔다. 공단폐수의 악취가 심하지만 천적이 다가오지 않고, 송도신도시의 초고층아파트가 이동을 방해하지만 주변에 먹을거리가 많아 새끼들 키워내는데 어려움은 아직까지 없다. 하지만 모른다. 갯벌과 농토 매립이 끊이지 않는다. 저어새에 제공할 대체서식지는 주변에 없다. 저어새는 2014년 인천장애아시안게임의 상징동물이었다.


황해의 잔점박이물범은 천연기념물이자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의 상징동물인데, 8000여 마리에서 200여 마리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중국 해안의 막대한 폐수는 거칠게 없고 우리의 바닷모래 채취와 갯벌매립은 멈추지 않는다. 잔점박이물범의 대체서식지는 어디일까? (야곱의우물, 20185월호)

 
 
 

생태계·동물

디딤돌 2015. 9. 30. 17:13


설악산에 삭도, 아니 케이블카 설치가 심의 의결된 날, 돈에 눈이 어두운 자 이외, 하늘 아래 모든 생명은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저주를 받은 느낌이었다. 설악산의 케이블카는 지리산으로 이어질 태세다. 머지않아 덕유산과 오대산과 월악산에서 심의를 요구할 것이다. 수려한 자연을 후손에게 보전하려는 국립공원은 천박한 유원지로 바뀌어 산을 경외할 생각이 없는 이들로 떠들썩할 날이 멀지 않았다.


케이블카가 민주적이라고? 경사가 깊고 많은 시간이 걸리는 길을 케이블카가 빠르게 이어주므로 민주적이라고? 케이블카가 설치된다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르긴 해도 부담스런 이용료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탑승할 자격이 주어지므로 민주적이라고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 하지만 산에 오를 엄두를 낼 수 없는 장애인도 설악산 정상에 오를 수 있으므로 민주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장애인에게 여전히 탑승이 어려운 시외버스와 고속버스의 설비부터 바꿔야 한다. 사막에 스키장이 허가되고 툰드라 지역에 마라톤코스를 만들어야 옳다.


한계가 있으면 이해하고 배려해야 마땅하지만, 민주주의는 무조건이 아니다. 웬만하면 소형차로 장거리를 운행하지 않는다. 세발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나서지 않는다. 키 작은 이가 민주주의 운운하며 공공연히 농구팀에 끼워달라고 주장하면 참 난감할 거 같다. 나이 들어 다리에 이상이 생기면 암벽등반은 삼간다. 그건 민주주의와 관계가 없다. 여성의 일을 남성도 해야 공평한 건 아니다. 지역과 문화에 따라 여성이 맡는 일은 남성과 다르다. 그건 성별 차이일 뿐 차별이 아니라고 일찍이 이반 일리치는 설파했다.


설악산 정상에 오르면 말로 다 형언할 수 없는 행복감이 밀려들지만 다른 방법으로 행복을 맛볼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왼쪽 무릎에 통증이 오면서 높은 산을 찾는 기쁨보다 친구와 만나는 데에서 행복을 찾게 된다. 그렇다고 높은 산을 척척 오르는 젊은이를 대견해할 뿐 질투하지 않는다. 비슷한 연령을 가진 친구가 높은 산을 누비면 잠시 부럽지만 그때뿐이다. 나이에 맞는 운동이 많을 텐데, 걱정하며 다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나이 든 이를 위한 케이블카에 민주적 배려를 조금도 느끼지 않는다.


케이블카가 생태적이라고? 케이블카가 생기면 그 아래로 산양이 지나다닐 수 있으므로 생태적이란다. 그럴까? 케이블카가 정물의 하나로 인식될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할 텐데 그 사이에 고장은 나지 않을까? 그때까지 설악산의 산양은 살아남을까? 등산로가 케이블카 운행되는 즉시 폐쇄된다면 모를까 기존 등산로와 더불어 케이블카까지 사람들을 산 정상으로 분별없이 옮긴다면 후각과 청각이 예민한 산양을 비롯한 야생동물은 케이블카 주변을 진저리치며 피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케이블카는 생태적일 수 없다.


케이블카가 생태적이 되려면 공사 중에 주변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위협하지 않아야 한다. 송전탑 공사처럼 공사장비와 인력의 투입하기 위한 도로 개설로 산허리를 움푹 패게 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물론 그 이전, 케이블카가 놓일 노선에 어떤 식물상이 있고 어떤 동물이 지 지역을 이전하며 분포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주변 생물상의 변화가 없는 공사를 수행할 수 있고 완공 뒤 모니터링이 가능하지 않겠나. 공사 과정에서 흙탕이 계곡으로 쓸려 내려가면 곤란하다. 수생태계가 심각하게 교란될 수 있다.


케이블카가 완성된 이후에도 생태적이려면 할 일은 남는다. 케이블카의 최종 목적지인 정상 주변의 생태계가 교란되지 않도록 만전을 다해야 한다. 미리 생물상을 파악해 케이블카 운행 전후의 생태계 교란 정도를 모니터링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를 위해 케이블카에서 내릴 이용객의 수를 조정해야 한다. 예약제가 필요할 텐데, 그런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오히려 케이블카 찬성하는 이들에게 활동비용을 제공한 설악산 주변의 상인과 기업이 누구이며 얼마를 제공했다는 소식이 들릴 따름이다. 숱한 경험을 미루어,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케이블카에 민주주의도 생태적 배려도 있을 수 없다.


우리 조상은 산에 오른다 하지 않고 든다고 했다. 북풍한설을 막아주고 농사를 허용하는 물과 집을 짓게 허락하는 목재를 제공할 뿐이 아니다. 묘를 정해 조상이 잠들어 있지 않은가. 그런 산에 나막신을 신고 오르면 호통을 치는 조상을 둔 우리가 거대한 철제 말뚝을 무수히 박고 산을 오르내려야 할까? 돈벌이를 위해 산에 대한 경외심을 잊은 이용객을 무작정 받을 때 산은 반드시 망가진다. 왁자지껄한 인파가 내뿜는 화장품 냄새와 술 냄새는 산짐승만 진저리치게 만드는 게 아니다. 조상님이 고개를 돌리고 말 것이다.


케이블카만이 아니라 호텔까지 가능하게 한다고? 그런 호텔에서 지구온난화를 걱정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회의를 진행하면 어떻겠냐고? 농담인가? 밀렵해서 잡은 산짐승 고기를 구워먹으며 생태계 교란을 걱정하는 모임이 더 낫겠다.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생태계를 짓밟은 자리에 들어선 호텔에서 환경과 생태계를 걱정할 수 있겠나?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종합할 때, 설악산 케이블카 계획은 정신 나간 사람들의 불경한 돈벌이 수단임이 명백해 보인다. 가만히 있자니 조상에게 심히 면구스럽고, 후손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거 같다. (지금여기, 2015.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