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07. 4. 14. 02:33
  

2006년 4월 21일은 새만금 갯벌에 해수 유통이 차단된 날이다. 경찰력을 동원한 농촌개발공사는 반대하는 어민과 시민단체를 몰아낸 상태에서 외곽 방조제 공사의 끝물막이 공사를 강행했고, 이후 새만금 갯벌은 질식하기 시작했다. 사형이 집행된 지 1년. 그 사이 1억 4천만 평의 갯벌에 수 천 년 이어왔던 이웃 생명들은 썩어나갔고 부패된 사체에서 부글거리는 거품이 부안군 주변 해역을 뒤덮었으며 변산반도국립공원은 악취로 휩싸였다.

 

생명줄을 잃은 이웃은 새만금 갯벌의 오랜 생명가치만이 아니다. 백합을 잃은 주민들도 사지로 내몰려 벌써 어민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눈감고 다닐 정도로 익숙했던 갯벌이 제 지형을 잃은 까닭이었다. 공사 일정에 따라 대중없이 여닫는 배수갑문은 노도 같은 해수를 한꺼번에 들쭉날쭉 들고나게 했고, 해수가 드나드는 좁은 수역에 겨우 살아남은 백합을 생계를 위해 채취하던 어민이 물에 잠긴 갯바닥을 헛디뎌 그만 해수에 휩쓸린 것이다.

 

새만금의 어민들은 마침내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방조제 안으로 해수를 유통시킬 것을 요구하면서 어민들의 생명줄이었던 갯벌을 다시 살리는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간척사업을 주도하는 세력들은 어민 한 사람씩 은밀히 만나 생계비를 푼돈으로 유혹하면서 자존심을 긁어댄다. ‘새만금 어민 대책위원회’ 그런 회유책을 차단하겠다고 벼른다. 그 대책위원회의 사무국장은 고은식 씨다.

 

환경운동연합의 ‘2006년 환경인상’을 받은 고은식 씨는 ‘계화도 갯벌 지킴이’로 통한다. 끝물막이 공사가 강행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를 잃은 고은식 씨는 계화도 어민이다. 1976년 9월 2.5평방킬로미터의 계화도가 49평방킬로미터가 넘는 간척지로 변해 광활한 농지가 되었을 때 그는 전라북도 임실에서 왔다. 그의 기억에 남은 임실은 운암저수지 또는 옥정호로 부르는 갈담저수지로 수몰되었다. 거대한 저수지로 삶터를 잃은 고은식 씨는 300미터가 넘는 댐으로 섬진강을 가로막은 군사정권의 강권에 의해 어린 나이에 계화도에 정착했고, 다른 사람들처럼 농사꾼이 되어야했지만 백합을 채취했다. 어민 정체성으로 성장한 것이다.

 

92평방킬로미터가 넘는 땅을 수몰시킨 섬진강댐은 4억 톤을 자랑하는 저수용량을 동진강으로 돌려 김제평야를 비롯하여 정읍, 부안, 계화도 간척지를 적시고 150미터가 넘는 낙차를 이용하여 시간 당 3만 5천 킬로와트의 전기를 생산한다. 관광지와 낚시터와 양어장으로 활용되면서 주민들에게 수익을 창출하는 댐과 인공 저수지는 지역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모범 사례로 손꼽는데 교과서는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교과서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생명도 있다. 계화도 어민 고은식 씨도 그렇겠지만, 정체성을 잃어가는 기름종개 종류들도 현재 아우성치고 있을 게 틀림없다.

 

미꾸라지와 체형이 거의 비슷하지만 모래와 가는 자갈이 깔린 하천의 맑은 중류에 분포하는 기름종개들은 진흙 바닥에 사는 미꾸라지와 몸의 색과 무늬가 크게 다르다. 미꾸라지보다 밝은 갈색의 등과 흰 배, 그리고 노란색 옆구리에 작은 무늬가 가슴부터 꼬리까지 이어지는 모습이 기름종개 종류가 공통이지만 분포하는 하천에 따라 무늬가 다르고 무늬에 따라 종이 구별된다. 하지만 무늬가 비슷한 까닭에 전문가가 아니라면 종을 구별하기 어렵다.

 

섬진강 물줄기에 한정해왔던 줄종개는 가는 무늬가 서너 줄로 이어지는 게 특색이다. 한데 섬진강발전소로 이름 바뀌기 전인 칠보발전소 시절부터 3킬로미터의 지하터널을 지나 동진강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터빈 돌린 물줄기를 타고 동진강으로 들어간 줄종개는 동진강의 터줏대감인 점줄종개를 만났고, 그만 잡종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점줄종개는 작은 사각점이 이어진다. 빙하기에 황해를 흐른 황하강의 지류였지만 해수면 상승으로 격리돼 독립된 하천에서 개별 생물종으로 진화했지만 섬진강댐으로 인해 종 정체성 상실을 강요당하고 말았다.

 

섬진강의 줄종개와 동진강의 점줄종개만이 아니다. 남해안으로 빠져나가는 하천의 큰 역삼각형 무늬 왕종개가 동진강으로 들어가 서해안 하천의 작은 역삼각형 무늬 참종개와 만나 잡종이 발생되는 현상도 발견된다는 것이다. 물줄기 변경으로 기름종개의 종 정체성에 혼란이 발생하는 현상을 밝혀낸 국립수산과학원 내수면생태연구소 이완옥 박사는 “고유종의 잡종화는 해당 하천에서 수 만년 동안 지리적 격리로 이룩된 종 분화를 허물어뜨려 유전자원의 상실”을 뿐 아니라 “한강과 낙동강 등 대형 하천이 연결된다면 최악의 생물재앙이 올 것”으로 경고한다. 잡종에게 유리한 환경은 자연에서 찾기 어려운 법. 겨우 생존한다 해도 환경변화는 치명적 개체수 감소로 이어질 게 틀림없다.

 

이완옥 박사는 경부운하로 비롯될 생물재앙을 예견하는데, 물류비용을 다른 가치보다 우선하려는 일부 정치인과 경제학자들은 개발로 인한 발전을 근거 없이 예상한다. 생태적 가치는 고려하지 않는 모양인데, 그들은 섬진강댐으로 지역이 발전되었다는 교과서의 해석에 전적으로 동의해도 기름종개의 종 정체성은 물론 생명줄을 잃은 계화도 어민의 고통 따위에 관심 갖지 않을 것이다. 섬진강댐이 계화도와 연결돼 있듯, 기름종개들의 종 정체성은 사람의 안위와 결코 무관하지 않건만.

 

새만금 간척으로 우리는 백합의 80퍼센트를 잃었다. 새만금 생태계에 기대온 ‘삶의 방식’ 즉 문화와 역사도 잃었다. 덕분에 물과 전기를 얻어 발전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발전은 언제까지 유효할까. 기름종개가 사라진다고 당장 우리 삶에 변고가 생기지 않더라도 개발로 생태계가 단순화되면 우리네 삶도 개발 세력의 의지대로 재단된다. 수많은 생물종으로 어우러졌던 생태계에 몸과 마음을 다채롭게 기대왔던 우리의 삶은 물류와 전기가 만들어내는 획일적 편의에 길들어지고 만다. 개발세력에 구속되고도 그게 발전이려니 믿는다.

 

바닷물이 드나들며 새만금 일원의 갯벌이 다시 살아난다면 간척지에 물을 공급하는 섬진강댐은 불필요하다. 매립한 농지에서 농산물을 생산하지 않아도 충분한 영양을 확보할 수 있다. 갯벌에서 얻는 어패류는 섬진강댐의 관개를 사양해도 좋을 정도로 높은 칼로리를 제공할 게 아닌가. 그러면 섬진강의 줄종개도 동진강의 점줄종개와 더불어 제 고향에서 보전되고 참종개와 왕종개도 조상이 물려준 제 터전에서 종 정체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고은식 씨는 어려서부터 30년 넘게 살아온 자신의 고향에서 갯벌 지킴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무척 애를 쓴다. 아내의 뼈를 묻은 계화도에서 막강한 개발 세력에 맞설 뿐, 결코 길들여지지 않았다. 수 만 년 간직해온 종 정체성을 기껏 수 백 년에 불과할 댐에 빼앗긴 기름종개는 어부 고은식 씨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을 것이다. 이완옥 박사의 귀띔처럼, 섬진강과 계화도와 기름종개와 고은식 씨로 대표하는 인간은 서로 연결돼 있으므로. (물푸레골, 2007년 5월호)

동요풀님 사자의이빨입니다. 오랫동안 뵙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늘 좋은글 잘읽고 있습니다. 새마금의 아픔이 다시 큰무게로 다가옵니다.
건강하십시요
그래요. 만난지 오래돼 잘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새만금의 고은식 씨 뵌 적도 가물가물한 듯하고... 모두 잘 지내야하는데, 마음이 무겁습니다. 우리, 서로 격려하며 잘 지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