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0. 4. 13. 04:59

30년 가까이 사고 없이 승용차를 모는 친구는 여전히 운전을 두려워하면서 운전대를 놓지 못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그는 노선은 물론이고 대중교통의 요금도 모른다. 승용차를 타면 짧은 시간에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며 일하기 쉽고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가야 할 때 막차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하다.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한데 밖에 나가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해야 하거나 물건을 부담스럽게 들고 다닐 일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승용차를 타지 않으면 눈과 손이 자유롭다. 선반이 없는 인천 지하철이나 버스는 좌석에 앉지 않으면 가방이나 우산 들고 책 읽기 불편하지만 남이 들고 있는 신문을 곁눈질할 수 있다. 좌석에 앉으면 졸음이 매달린 눈꺼풀을 붙일 수 있다. 신호등 바라보며 끼어들기에 신경 쓸 이유가 없다. 옆 자리에 어른이 앉았을 때, 끼어드는 자동차에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던지고 머쓱해 할 하등의 일도 없다. 내가 일으킨 사고로 어떤 이에게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히지 않을까 걱정할 이유가 없으니 좋고, 무엇보다 한잔 술 걸치고 마음 편하게 음주단속 경찰의 옆을 흐느적거리며 지나갈 수 있어 좋다.

 

친하게 지내는 한 소설가는 《당신의 차와 이혼하라》라는 책의 발문을 청탁받은 뒤 자신의 차를 팔아치웠다. 차를 사용하면서 그 책의 발문을 쓴다는 건 이율배반으로 여긴 까닭이었다. 하지만 한적한 시골에 서재가 생긴 뒤 그는 다시 차를 구해야 했다. 버스가 드문 까닭에 이동 시간이 엄격해졌을 뿐 아니라 가끔 이용하게 되는 택시가 요구하는 돈이 만만치 않았던 거였다. 평소 자유분방한 그이는 시내에 나갈 때 차를 집에 둔다. 비록 차와 재혼했어도 시골에 가지 않는 한 별거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거였다. 하긴, 차 없이 살 수 없다는 미국인의 처지에서 《당신의 차와 이혼하라》를 쓴 저자는 여건 상 이혼이 당장 어렵다면 별거부터 고민하라고 당부한다.

 

될 수 있다면 승용차를 사용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 중에 어쩔 수 없어 팔아치우지 못하는 이가 많다. 보험료가 아깝더라도,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몰아야 잔 고장이 없다는 차를 주차장에 마냥 세워놓는 이도 있다. 들고 다니기 불편한 물건을 실어야 할 때, 대중교통 수단이 애매할 때, 많은 약속을 하루에 다 마쳐야 할 때, 막차가 끊어진 뒤에 귀가해야 할 때를 대비해서. 그럴 때를 위해 차를 빌러주는 사업도 있지만 이용하기 부담스럽다. 서너 시간이면 충분한데 하루 또는 이틀을 빌리느라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해야한다. 이용하는 시간보다 세워두는 시간이 훨씬 많건만 사업자는 그런 건 따지지 않는다.

 

택시처럼 오로지 이용할 때만 요금을 부담하는 승용차는 없을까. 그렇게 고민하는 이가 적지 않은 모

양이다. ‘카 셰어링’(car sharing) 다시 말해 ‘승용차 나눠 타기’가 여기저기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거나 실천에 옮겨지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시민운동의 차원으로 시작되었다 점차 확산돼 아예 관련 기업까지 나오게 된 ‘승용차 나눠 타기’가 미국과 일본으로 퍼져나가면서 우리나라까지 전파되었다. 기름과 승용차 감가상각을 산정하고 보험과 운영에 필요한 수수료를 더 얹은 요금은 물론 부담스럽지 않다. 단체나 업체에 회원으로 가입한 뒤 컴퓨터나 전화로 문의하면 담당자는 가까운 주차장에 있는 차를 안내할 거고, 이용을 마쳤다면 차를 목적지와 가까운 주차장에 세워 놓고 연락하면 된다. 그 곳과 가까이에 있는 회원이 이용할 것이므로.

 

서울 마포의 성미산 공동체는 승용차 한 대를 함께 사용한다. ‘승용차 나눠 타기’와 조금 다른 형태지만, 그로 인해 마을은 더욱 돈독해졌다고 한다. 내가 사는 곳에 ‘승용차 나눠 타기’ 단체나 사업체가 없다면 전통의 대안도 있다. 주일마다 성당 주변 골목을 승용차로 채우기 미안하고 성가시므로 친한 이웃과 ‘승용차 함께 타기’를 교대로 실천하는 거다. 물론 가까운 거리라면 걷는 게 여러모로 나을 테고. (요즘세상, 2010.4.25)

술을 좋아하고 서울로 출퇴근하기 피곤하는 등의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출퇴근 할 때 거의 전철을 이용합니다. 눈과 손이 자유롭다는 말에 적극 공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