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09. 12. 26. 01:31

 

2008년 10월 28일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를 개최한 경상남도는 오는 2011년 10월 24일 역시 제10차가 되는 ‘유엔사막화방지협약 당사국 총회’를 유치했다고 거들먹거리며 발표했다. 이로서 국제 환경회의를 거푸 개최하는 경상남도는 명실상부한 환경수도의 면모를 대외에 과시하게 되었다고 대내에 과시하면서.

 

세계 154회원국이 8일간 우포늪이 있는 창녕과 주남저수지가 있는 창원에 모인 그 총회는 정식 명칭이 ‘물새 서식처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의 보전에 관한 국제협약’이다. 잘 보존된 습지가 있는 창녕과 창원은 총회가 열리는데 손색이 없었고 총회의 성과도 있었다. 총회 수준을 10년 앞당겼다는 그들의 자화자찬이 아니다. 논의 친환경 이용을 강조하는 ‘논 습지 결의안’을 비롯해, 총회에서 채택한 32개 결의안은 “인류의 복지가 습지에 달려 있다는 것을 전제로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한 국가 정책 계획 수립에 습지 관리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허했다. ‘인류의 복지와 습지에 관한 창원선언문’으로 작명한 결의안이 구속력을 담보하지 않았다는 데 있는 건 아니다. 3년에 한 차례 여는 총회가 어차피 구속력이 없으므로 화기애애하다는 것, 회원국 모두 양해하고 있지 않던가. 공허한 건 습지의 매립에 혈안인 경상남도가 감히 총회를 개최했고 그 곳에서 선언문까지 채택했다는 데 있었다. 총회 개최 전, 연안권발전특별법경남대책위와 경남환경연합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경상남도가 추진하는 “연안발전특별법 제정 추진과 연안갯벌매립계획 규탄대회”를 열고 “경상남도 람사르 총회는 매립총회인가?” 물었을 정도라는 게 아닌가.

 

“경상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습지보전정책은 우포늪, 주남저수지 등 내륙습지에만 한정되고 있으며, 연안갯벌은 오히려 급속하게 파괴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주장한 시민단체들은 “람사르 총회를 준비하고 있는 경상남도가 연안 파괴를 전제로 하는 연안권발전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은 흉하기 짝이 없는 모양새” 라고 규탄한 데에는 그만큼 위기 위식이 컸기 때문이다. 고작 골프장과 조선단지를 위해 매립되는 경상남도 해안의 습지가 월드컵경기장 5천 6백여 개를 지을 수 있는 물경 1200만 평이란다. 모두 매립되면 어패류의 산란지, 미더덕 양식장, 멸치 산란장, 통영과 거제 일원의 청정해역이 쑥대밭이 될 건 불을 보듯 뻔했다. 하지만 람사르 총회는 개최되었다.

 

한국은 헐벗었던 산을 성공적으로 녹화고 최근 람사르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자화자찬이 어떻게 주효했는지 알 수 없지만, 경상남도는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당사국 총회’까지 개최한다. 한데, 그 사실이 우리 언론의 표제처럼 쾌거일까. 총회의장은 “차기 총회가 성공하고 사막화가 방지된다면 기후문제와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세계평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지만, 총회로 20억이 넘은 사막화 지역 인구의 삶이 나아질까. 지금까지 9차례 총회가 거듭되어도 사막화는 확산되고 황사는 강해지기만 했다. 작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의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맞춰 세계에서 모인 시민단체는 “선언보다 행동!”을 외쳤다. 지금까지 사막화방지에 노력한 실적이 아주 저조한 우리나라와 경상남도는 총회 이후 나아질까. 사막화방지를 위한 행동보다 혹시, 193개 회원국이 모이는 총회에 90억 원의 예산이 사용된다는데 관심이 더 높은 건 아닐까.

 

작년 10월 25일까지 80일 동안 계속된 ‘인천 세계도시축전’은 세계환경포럼과 물포럼을 비롯해 여러 환경관련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한결같이 인천이 세계의 모범이 되겠다고 선언한 건 물론인데, 실상은 어떤가. 국제철새사무국을 상하이와 경합해 유치한 처지를 망각하고 남은 갯벌마저 기필코 매립하고 말겠다고 기염을 토하면서 환경보전 운운한다고 나대면 누가 그 말에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국제보호조류인 저어새를 비롯한 숱한 철새들은 생을 마감하게 생겼다. 몰염치한 발언은 인천시장만 토해낸 게 아니다. 초청받아 방문한 국제적 인사마다 인사치례의 찬사는 컸다.

 

2012년 한반도는 환경원년을 맞는단다. 도대체 환경원년은 몇 번이나 우려냈는지 기억조차 없지만 2012년 11월 23일 제5차 ‘세계자연보전총회’를 제주에서 개최한다는 게 아닌가. 그러면 환경원년이 되는지 따지지 말자. 80개 회원국과 1천개가 넘는 기관회원, 그리고 1만 명이 넘는 박사급 전문가를 거느린 세계자연보전연맹은 “그린피스처럼 몸싸움을 하지도 않고, 국가 간 환경협약처럼 정치적인 시각이 개입되는 일도 없이 ‘조용히 그러나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 최대의 환경단체”이고 세계자연보전총회는 ‘환경올림픽’이라고 주최측은 침이 마르게 상찬했지만, 해군기지를 위해 보존된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제주에 환경올림픽을 개최할 염치가 있는 걸까.

 

세계자연보전총회 유치를 위해 한국 정부는 구호가 요란한 녹색성장 정책과 ‘살리기’를 참칭하는 4대강 사업을 적극 홍보하고 비무장지대 보전과 북한 조림사업을 치적으로 내세운 모양인데, 그런 사업에 대한 대한민국 시민단체의 생각에 귀가 어두운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어떤 덕담을 준비하고 나타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우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귀족들에게 “지난 40년간 이루어낸 ‘압축 성장 신화’에 이어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보여주자고 주최측은 부질없이 다짐한다.

 

염치없는 국제 환경회의 유치의 압권은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장에서 나왔다. ‘다 함께 행동을’ 이라고 제목을 단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나라 대통령이 “포스트-2012 기후체제의 성공적인 출범을 지원하고자 오는 2012년 제1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한국 개최를 희망한다.”고 밝혔다는 게 아닌가. 2020년까지 2005년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4퍼센트 줄일 것을 약속하면서 지구를 구해내는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나부터라는 태도가 요구된다!”면서 공허한 말을 마구 토해냈다니, 이런 몰염치도 없을 것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발언은 그 직후 나왔다. 온갖 환경 문제의 도가니인 인천에서 그 총회의 개최지로 자원한 게 아닌가.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갯벌을 매립할 뿐 아니다. 친환경으로 위장하며 강화 일원의 갯벌을 휩쓸 조력발전을 추진하는 인천시는 진산에 골프장을 밀어붙이고 유일한 자연녹지인 외곽녹지축을 터널과 교량으로 꿰뚫을 태세를 고집한다. 150층이 넘는 빌딩을 포함해 60층이 넘는 초고층빌딩을 자랑하는 인천에 기후변화를 운운할 자격이 있을까. 그래도 인천은 자신한다.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최첨단 회의장이 텅텅 비는 까닭에 정부가 밀어줄 것으로.

 

작년 성탄절 하늘을 노랗게 물들인 황사는 올해 더욱 극성부릴 것으로 지상 전문가는 전망하건만, 우리나라 곳곳의 도시들은 국제 환경회의 개최 궁리로 예산을 확보하고 회의장을 정비하며 굵직굵직한 국제적 인사에게 초청장을 돌리느라 바쁠 것이다. 가증스럽게도. (작은책, 2010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