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생명공학

디딤돌 2016. 4. 18. 00:04


소두증(小頭症)이라. 머리가 작은 증상? 병증이 참 고약하다. 뇌가 없이 태어나는 무뇌증과 다른가? 머리 크기의 3% 미만의 신생아를 소두증으로 구별한다고 의사들은 차분하게 설명하지만 지카버이러스가 원인이라는 소두증 사진은 기이하다. 얼굴 크기는 달라 보이지 않아도 민망할 정도로 머리가 작다. 눈을 깜빡이고 심장을 비롯한 모든 장기가 활발한 걸 보면 다른 뇌는 이상이 없지만 사고와 언어의 중추인 대뇌의 분화가 불완전한가 보다.


1947년 우간다의 지카 숲에 사는 히말라야원숭이에서 처음 분리한 지카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전파된다는 사실을 1968년 나이지리아에서 알았고, 이후 아프리카와 남아사아, 그리고 동남아시아로 번졌다는데, 최근 아메리카 대륙의 여러 국가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감염된 성인에게 가벼운 발열로 그치지만 소두증 아이가 태어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추론하기 때문이다. 소두증을 가진 태아의 양수 안에서 지카바이러스를 구성하는 유전물질인 RNA가 발견된다는 게 아닌가.


문제는 성관계로 지카바이러스가 아이에게 전파된다는 데 있다. 감염된 남성의 정액에 잠복하던 바이러스가 여성의 몸에 들어간 뒤 임신 3개월 이전의 태아, 또는 8주 미만인 배아의 몸에 침투하면 소두증을 유발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소두증까지 진행되지 않더라도 대뇌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데, 히말라야원숭이의 몸에 있던 지카바이러스는 이집트모기가 매개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이집트모기가 히말라야원숭이와 사람을 동시에 물었기에 지카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들어온 걸까?


사람과 원숭이를 모두 무는 모기는 한두 종류가 아닐 텐데, 다른 모기와 전혀 관계없는지 알 수 없지만 이집트모기와 더불어 지카바이러스가 사람을 위협하게 된 경위는 환경파괴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히말라야원숭이가 안정적으로 서식하던 숲을 파괴하고 길과 마을과 경작지를 만들면 그만큼 전파는 빠를 텐데,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구온난화가 이집트모기를 급속히 확산시킨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심화시킨 엘니뇨현상은 적도 지역의 무역풍을 약화시켰고 엉뚱한 지역에 느닷없는 폭우와 열기가 발생했다. 그러자 이집트모기가 늘어났고 지카바이러스가 때를 만난 듯 퍼졌다는 추론으로 이어진다. 이어 뜻하지 않게 속절없이 소두증이 나타났고, 브라질을 중심으로 중남미와 인근 국가의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소두증은 전 세계 젊은이에게 공포를 안겨주었고 오는 85일 열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임산부의 방문을 자제하라는 소문이 나도는 상황으로 흉흉해졌다.


지카바이러스와 소두증의 인과관계는 정확하지 않다는 게 아직 정론이다. 의혹도 인다. 지카바이러스와 이집트모기는 소두증 아기가 가장 많이 태어난 브라질 뿐 아니라 다른 중남미 국가에도 창궐했지만 브라질 이외 국가에서 소두증이 적었거나 없었다는 게 아닌가. 어떤 사안이든 문제제기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제기된 문제를 편견 없이 분석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소하거나 문제를 제기한 사람과 함께 대안을 찾아 나선다면, 그 사회의 신뢰는 굳어진다.


유전자를 조작한 모기를 살포한 지역과 소두증 발생 지역이 일치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연구실에서 성공했더라도 자연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는 유전자 조작의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유전자 조작된 모기와 교배한 정상 모기를 불임으로 만들어 사람을 귀찮게 하거나 질병을 매개하는 모기를 박멸하겠다는 의도였지만 오히려 지카바이러스의 유전자를 교란해 소두증이 생겼다는 의혹이다. 그럴듯했는데 요즘 잠잠해졌다. 하지만 의혹이 시원하게 풀렸다는 소식은 여태 듣지 못했다.


해소되지 않은 의혹은 더 있다. 브라질에서 태어난 소두증 아기들을 조사한 아르헨티나 의사들이 모기를 죽이려고 뿌린 살충제를 의심한 것이다. 그 살충제가 들어간 물을 마신 지역에서 소두증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주장이지만 그 의혹 역시 명백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의혹에서 거론된 다국적기업인 몬산토는 자사 살충제가 소두증 발생과 관계있다는 아무런 과학적, 객관적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의혹을 간단하게 부정하고 말았다. 문제의 살충제가 소두증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힌 연구결과는 물론 제시하지 않았다.


소두증만이 아니다. 꿀벌이 사라지는 원인을 추적한 연구자들은 더욱 강력해지는 살충제와 범람하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GMO), 그리고 휴대전화 기지국의 전파를 의심했지만 그 인과관계는 누구도 속 시원하게 밝히지 않았다. 아니 밝히려들지 못했다. 많은 연구비와 연구인력, 그리고 시간이 들기 때문이 아니다. 그런 연구를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가 학계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몬산토 같은 생명공학 기업은 자사 제품의 문제를 제기하는 연구자를 탄압하기로 유명하다. 살충제와 휴대폰 제조회사도 매출에 지장이 생길 연구를 지원할까?


소비자이자 납세자인 시민들의 안전은 정부의 최우선 관심사일 게 틀림없다. 하지만 실상은 많이 다르다. 대기업 제품의 문제를 파악하려는 연구에 연구비를 제공하는 건 정부도 꺼린다. 세금으로 마련하는 연구비이건만, 기업이 흥해야 국가가 성장한다는 최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인지, 기업이 불쾌하게 여길 분야의 연구는 외면하기 일쑤다. 자본의 로비가 강한 나라의 공통점인데, 유전자 조작 분야에 막대한 연구비를 제공하는 정부가 과연 살충제와 지카바이러스의 변화에 대한 연구를 지원할까? 유전자 조작 모기와 소두증의 상관관계 의혹도 흐지부지 지나간 마당인데.


누가 자본의 심기를 자극하는 연구는 자청하겠는가? 자본과 정부에 독립적인 시민과학자의 몫이다. 하지만 그들은 연구비가 없다. 연구비가 없으니 연구자도 드물다. 몇 안 되는 연구자들은 그저 자신의 과학적 판단으로 의혹을 제시하는데 그치고 만다. 의혹을 제기하면 언론이 가끔 관심을 보이지만 그때뿐이다. 자본의 로비는 언론을 침묵시키기 때문만이 아니다. 의혹을 제기한 시민과학자의 발목을 잡는 일에 동료나 선후배들 집요하지 않던가. 정부나 기업이 제공하는 자신의 연구비가 삭감될 걸 걱정하면서.


시민들의 모금이 시민과학자를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국회라면 가능할 수 있다. 시민과학자의 양심을 보호하며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제도와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 정부를 정당하게 견제하는 국회의원이 다수를 차지한다면 시민과학자는 시민이 제기하는 의혹에 반응할 테지만, 그를 위해 유권자의 관심이 중요하겠지. 어떤 후보와 어떤 정당이 시민과학자의 양심을 지키려 애를 쓰는지 살펴보는 일은 유권자의 힘으로 이어진다. 행동하는 유권자는 소두증과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는 현상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할 게 틀림없다. (야곱의우물, 20165월호)